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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203화 (176/229)

〈 203화 〉 헤으응... 애긔마뻡쏘녀 모모쨩 등쟝☆(5)

* * *

"흐윽, 흐윽...! 모... 못 된 사람...!"

전투 중에 계속 되는 천박한 농락, 적인 사내의 앞에서 소변을 참지 못 했다는 수치심, 그리고 그 후로도 이어지는 그 흉악한 피스톤질이 가져오는 쾌락.

방에 갇힌 마법 소녀 모모는 라그나 아마게돈을 떠올리며 분노로 자신의 의지를 다잡으려 했지만, 그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그 아찔한 쾌감이 되려 그녀의 의지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보지는 한 시간 전만 해도 그에게 무자비하게 쑤셔진 탓에 팅팅 부운 상태였으나, 계속 자신을 쑤시던 것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자 묘한 상실감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바다 위의 배에서만 살던 사람이 육지에서 멀미를 하듯, 격렬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마구 주입되던 쾌감이 갑자기 뚝 끊기자 그로 인해 안달이 난 그녀의 성기는 어서 그 아찔한 쾌감을 다시 달라며 그녀의 뇌를 졸라대고 있었다.

"흐으으으읏...!♥"

그 결과, 마법 소녀라는 사람이 적에게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그 적의 남근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위로한다는, 상식이 조금 엇나가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고.

"흐읏, 흐으읏...!♥ 이, 이걸론 부족해...!"

모모는 양손을 다 이용해서 콩알 같은 클리토리스를 마구 주무르기도 하고, 질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서 자극도 해 보았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자위는 물론 기분 좋았지만, 역시 처음이라 그런지 영 능숙하지 못 한 탓에 자신이 원하는 쾌락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었고 그만큼 그를 더욱 갈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흐읏... 역시 여기에 오래 머물면 위험해... 어,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야...!"

마법 봉을 빼앗겨서 변신도 못 하는 일반인이 된 그녀로서는 그 남자는 물론 그의 부하 한 명이라도 제대로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물론, 변신을 한 상태라고 해도 그를 상대론 압도적으로 패배하다 못해 전투 중에 계속 감히 입에 담기 힘든 농락을 당했지만.

"읏...!"

그 순간을 떠올리면, 다시 아랫쪽이 절로 젖어왔다. 그를 향해 빛의 망치를 든 팔을 휘두르고, 그 무의미한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돌아오는 천박한 장난질. 그러나 처음엔 단순히 불쾌한 장난에 불과했던 그것이, 계속 몸에 누적될 수록 나중에 가서는 오히려 그 쾌감을 느끼고자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맞지 않을 공격을 날리거나 그가 떨어져 나가도록 몸부림 치는 것조차 그만두는... 서서히 쾌락에 굴복하던 자신의 모습.

"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나, 나는 마법 소녀니까...!"

마법 소녀의 힘은 변신 아이템에서 나온다. 요즘에는 머리핀이나 팬던트 같이 평소에 몸에 걸쳐도 이상하지 않는 것들을 매게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모는 마법 봉의 사용을 고집했다. 비록 휴대는 불편하지만, 마법 봉의 형태를 할 때가 변신에 걸리는 속도나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제한 등에서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싸울 생각은 말고, 어떻게든 마법 봉만 되찾으면 돼..."

다행히 이번엔 밧줄로 그녀의 몸을 따로 묶어 두지 않았다. 대신 유일한 출입구인 방 문이 잠겨 있을 뿐. 모모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의 뒤 편에 섰다. 누군가 방에 들어오기 위해 문을 열면, 그 문 뒷편에 자신의 몸이 가려지도록. 금방 탄로날 어설픈 속임수이긴 해도, 지금 그녀에겐 이 방법 외에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모모 양, 제가 분명 식사를 끝낸 후에 식기와 수저는 문에 난 통로를 통해 밖에 꺼내 두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어? 어디에 있는..."

때마침 한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장미와 관련된 이름의, 부잣집 아가씨 같은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미녀. 몇 시간 전 그녀에게 식사를 가져다 준 그 목소리였다. 모모는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있는 힘껏 휘둘러 여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쨍그랑!!

"윽...! 이, 이건... 아으으윽...!!"

유리병이 깨져 나가며 내용물이 그녀의 머리 위로 흩뿌려졌고, 금발의 미녀는 어딘가 굉장히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단 번에 기절시킬 목적으로 휘둘렀지만, 아무래도 깨지기 쉬운 물건이다 보니 힘의 전달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가 마법의 힘이 없는 모모는 평균이 소녀였기에 위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는 것은, 그녀가 휘두른 유리병의 안에 담겨 있던 내용물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런 곳에 음마의 향수가...! 아, 안 돼...! 하윽...!"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모모는 다급히 열린 문 너머로 뛰쳐나왔다. 그 과정에서 유리병에서 나온 정체 불명의 연기에 쐬이긴 했다만, 모모에게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그대로 방을 나온 모모는, 정신을 집중하여 마법 봉이 있는 위치를 감지했다. 마법 봉이 없는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마법, 바로 그 마법 봉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하는 추적 마법이었다.

"바로 옆 방? 나, 나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던 거야? 심지어 문도 안 잠겨 있어...!"

모모는 여러모로 따지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애써 참으며 마법 봉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변신 장면을 스킵하고선, 마법 소녀 모드로 돌입해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여인을 향해 마법 봉을 겨누었다.

"슈팅 스타!"

부웅! 모모가 마법 봉을 휘두르자, 별의 형상을 한 세 개의 마법이 무방비한 여인의 등을 향해 날아 들었다. 그러나...

채앵!

"후우... 아무래도, 모모 양의 눈에는 제가 매우 우습게 보였던 모양이네요."

어느새 정신을 차린 여인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휘둘렀다. 푸른 장미의 그림이 새겨진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세 개의 마법 별을 날아온 순서대로 쳐냈다.

"비록 제가 지금은 이 도시에서 불순분자 색출 인력에 종사하고 있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름 유명한 골드 등급 모험가였답니다? 그리고 이런 뻔히 보이는 공격은, 무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튕겨낼 수 있..."

"매지컬, 스매쉬!!"

문답무용. 모모는 마법 봉의 끄트머리를 빛으로 휘감아, 여인을 향해 무게 없는 거대한 마법 망치를 내리 찍었다. 그 모습에, 여인은 당황하여 급한대로 검을 눕혀 방어 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자, 잠깐...! 사람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야... 꺄아아아아악!!"

마법 별을 날리는 슈팅 스타는 어디까지나 내구성이 약한 원거리 적에 대한 공격 보조 및 접근하는 적 견제 목적으로 사용하던 것이기에 그리 위력이 높지 않았고, 모모의 주요 공격 수단은 역시 이 마법의 빛으로 이루어진 '미라클 해머'다. 무게는 1도 없는 주제에 전력으로 휘두르면 시속 100km로 달려오는 트럭을 정면에서 찌그러트릴 만큼의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일격은, 얇은 검 한 자루로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공격이 아니었다.

"으윽... 잠깐 기다리라고 분명 말했는데...!"

"그, 그걸 맞고도 멀쩡하다고요? 당신 대체 정체가 뭐에요?!"

모모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죽지는 않도록 힘조절을 다소 했다지만, 마법의 힘도 갖지 않은 인간이 그녀의 주력기를 맞고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곧바로 일어설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당혹스러움은, 이내 나타난 풍경 속에서 납득되었다.

"로즈네스. 이런 급한 일이 있으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전부 처리하려는 게 아니라 보고를 하라고 말했을 텐데. 특히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이런 요주의 인물이 탈줄했다면 더더욱. 내가 마침 일이 있어서 선생님의 댁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셈이었지?"

"으으... 누가 보고하기 싫어서 안 한 줄 아시나요? 저 꼬마 아가씨, 지금 막 탈출한 거라고요."

로즈네스라 불린 금발 미녀의 옆에, 어느샌가 나타난 우중충한 남색의 후드티를 입은 사내. 그가 바닥에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들리는 그 특유의, 일반적인 인간의 발소리와는 다른 어딘가 묵직하며 금속음이 섞인 발소리. 그것이 모모의 귀에는 특히 거슬리게 느껴졌다.

"게다가 하필이면 저 여자애가 있던 방에 누가 음마의 향수를 갖다 놨단 말이에요. 그것도 깨지기 쉬운 유리병 안에 넣어서!"

"음마의 향수? 그런 비싼 물건이 왜 여기에 있나? 애초에 선생께선 그런 물건이 딱히 필요하시지도 않으실 텐데..."

모모는 직감했다. 저 사내는, 로즈네스인가 뭔가 하는 저 금발 미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라는 것을. 그리고 로즈네스를 일격에 기절시킬 목적으로 날렸던 그녀의 공격이 생각보다 큰 위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아마 저 사내가 무언가 수작을 부렸던 것임을.

"이름이 모모...라고 했던가? 나는 이 신생 랜드필의 치안을 담당하는 '스펙터'의 1분대장이자 선생님의 호위를 맡고 있는 바인이라고 한..."

"물어본 적 없어요! 슈팅 스타!!"

상대가 말하는 중에 공격하는 것은 상당히 비겁한 행위지만, 그 남자가 돌아오기 전까지 이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매우 급했던 모모는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정도로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는 새로 나타난 적을 향해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고, 약 서른 개의 마법의 별이 아름다운 별빛 궤적을 남기며 두 적을 향해 쇄도했다.

모모가 지닌 원거리 공격 수단 중 하나, 마법 공격 '슈팅 스타'의 투사체 자체의 속도는 크게 빠르지 않았지만 적들을 향해 스스로 움직이는 유도성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만한 수를 한 번에 날리면 전부 피할 순 없을 테고 방어 태세를 갖출 수 밖에 없을 테니 그 사이에 다시 달아나면...

"선생님께선 항상 말씀하셨지..."

서걱.

"...어?"

기묘한 부유감, 그리고 뒤늦게 전해지는 소름 끼치는 절삭음. 두 사람을 향해 쇄도하던 서른 개의 별들이,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사람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말이지."

"방금 무슨..."

"템페스트 킥. 나는 기술에 일일히 작명을 붙이는 취향은 없지만, 이름이 없다면 자기가 붙여주겠다며 동기가 지어준 이름이다. 방금은 위협 사격 같은 건데, 그걸 보고서도 저항할 의지가 남아 있다면 다음엔 명중시켜 주겠다."

스스로를 바인이라 소개한 사내는, 천장에 닿을 듯이 들어 올렸던 금속 의족을 천천히 내려 바닥을 딛으며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모모는 그의 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확신했다. 그녀가 전력으로 휘두르는 일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와 파워. 그런데 그걸 원거리에서 날릴 수 있다니?

가진 힘을 전부 끌어내서 베리어를 펼쳐도, 과연 한 번이나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는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가장 두려운 건, 아마 상대에게 있어서 저 기술은 모모에게 있어서 '슈팅 스타'라는 기술처럼 주력기가 아닌 단순히 보조 기술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어요!"

모모는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기존에 살던 세상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무시무시한 강적이 자꾸만 튀어나오는 바람에 기가 죽을 법도 하지만, 그녀의 순수하고 올곧은 마음은 아직 휘어지지 않았다. 그래, 적어도 아직은.

"선생님께서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앞에 두었을 때, 적의 수준을 제대로 알고 덤빈다면 용기일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용이라 말씀하셨지. 지금 네 행동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무모한 것이다. 나로서도 요주 인물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으니 좋게 말할 때 투항하는..."

"지금이다!"

쨍그랑, 쨍강! 투훅! 푸슈우우우욱!!

"...젠장, 이놈의 동네는 어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건지."

바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유리창이 깨지며 무언가가 복도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것들로부터 묘한 색상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바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막았다.

"음마의 향수...? 누가 이걸..."

"바인 씨! 저기, 저 여자애가 도망쳐요! 어서 잡아야 해요!"

누군가가 건물 안에 내던진 유리병, 그 안에 담긴 '음마의 향수'가 복도를 가득 메우는 동안 누군가 마법 소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출구까지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조급함을 느낀 로즈네스는 이 상황을 유일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자신보다 명백히 상사인 바인을 닥달했다. 그의 발차기 한 방이면, 이깟 조금 값이 나갈 뿐 효과는 그리 강하지도 않은 향수를 전부 날려버리고 도망치는 저 두 사람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었으니까.

"닥치고 입이나 틀어 막아라."

하지만 어째선지 바인은, 달아다는 두 사람의 등을 향해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

로즈네스가 불평을 꿍얼거리며 손수건을 꺼내 입을 틀어 막는 동안, 바인은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보내었다.

"네, 네. 목표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건물 안을 가득 메운 연기, '음마의 향수'가 전부 흩어지며 시야가 확보된 후. 바인은 이 일을 어쩌면 좋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로즈네스의 뒷목을 덥썩 움켜쥐고선, 한숨을 쉬며 그녀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우왓..! 자, 잠깐...! 레이디의 뒷목을 이렇게 우악스럽게 잡고 가는 법이 어딨나요!"

"레이디고 자시고, 지금 지위상 넌 내 명령을 받는 입장이다. 그러니 그만 나불거리고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제, 제 발로 갈 테니까 좀 놔주세요!"

간신히 바인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로즈네스는 '누가 누구 보고 나불거린다는 건지...'라고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며 바인을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딜 가시는 건가요? 그 도망친 여자애는 어떻게 하고요?"

"걱정마라. 전부 계획에 있던 일이니."

"네...?"

로즈네스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계획에 있던 일이라고? 선생님의 목숨을 노리고 찾아왔다가 패배한 후 감금되어 농락과 고문을 당하던 이방인 소녀가 탈출하는 것이?

"이 도시의 이전 모습을 알던 로즈네스, 너라면 알고 있겠지. 랜드필이 얼마나 최악의 도시였는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마약 상인, 식인종, 노예 사냥꾼과 쾌락 살인마 같은 최악의 인간들이 대놓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을 헤쳐도 따로 처벌할 사람이 없는 곳이어쓰니까요."

"랜드필이 바뀌면서 거주민들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지. 더는 이전에 갖고 있던,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이 당연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하지만 랜드필이 사람이 살만한 도시로 변하는 와중에도, 그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은 있었다."

"네? 도대체 누가요?"

"누구겠나? 조금 전 네 입으로 언급한 자들이지."

타인을 해치고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주 당연한 최악의 삶, 그러나 그런 삶에서 일종의 수혜를 느끼던 자들은 랜드필의 변화를 달갑지 않게 여겼고 랜드필을 바꾸려는 선생이라는 존재에게 반감을 품었다.

"하지만 랜드필의 선생은... 무려 그 황금의 왕국을 하루 아침에 멸망 직전으로 몰아간 거물이잖아요? 길드 마스터 정시우조차 마음을 먹고 덤벼 들어도 최소 일주일은 걸릴 법한 일을, 하루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저지른 사람을 상대로 대체 무슨 생각인 거죠?"

"바로 그게 문제다."

바인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길드 마스터의 명성은 너무나 거대하고, 그조차도 하지 못하는 일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 해냈다는 믿기 힘든 소문을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이 있을까? 선생님께선 사람들은 원래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법이라고 하셨다.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이 그 소문이 그들의 입장상 차마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정황상 딱히 그 소문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와중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믿고 싶지 않은 이들은 그것이 그저 헛소문이라고 믿는다."

"네?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왕국이 참패한 대사건인데, 그걸 왜 안 믿어요?"

"모든 사람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세상이 둥글다고 모두가 말하는 와중에 세상이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겠지."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아직 재개발이 끝나지 않은 랜드필 외각의 페건물이었다. 그곳의 입구에서 바인은 자신의 의족을 다시 점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해라. 우린 지금 그 눈과 귀를 닫은 자들을 잡으러 가는 것이니."

"네? 저희 둘이서만요?"

"그럼 지원이 더 필요한가?"

그의 물음에, 로즈네스는 곰곰히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스펙터 1분대장 바인, 그가 직접 나섰음에도 지원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최소 플레티넘 등급의 모험가 다섯 이상이 나서야 할 일이라는 것이지만... 이런 낡고 허름한 건물에 그런 강력한 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으니까.

"쓸 데 없는 말을 한 벌로, 봉사 시간 6시간 추가다."

"네? 아, 그건 횡포죠!"

"억울하면 선생님께 직접 따지던가."

"..."

남아 있는 봉사 시간의 자릿수가 두자릿수에서 다시 세자릿수로 늘어났음에도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울쌍을 짓던 로즈네스는, 계속 가만히 있을 생각이라면 봉사 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그 치사한 협박에 눈물을 머금고 바인을 따라 폐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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