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화 〉 외전 0부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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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생식기는, 그 종마다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돼지의 성기는 그 형태가 코르크의 스크류처럼 휘어져 있고, 암컷의 자궁에 자신의 씨를 다이렉트로 꽂음으로서 확실하게 수정을 할 수 있다.
오리의 성기는 발정한 순간에 나선형이 되며, 자신의 몸길이보다 길어지기도 한다. 이는 오리가 성기의 크기로 교미의 우선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고양잇과 동물은 음경의 몸통 부분에 뾰족한 가시가 돋아나 있는데, 이는 한 번 교미 상대의 체내에 삽입 후 그것이 쉽게 풀리지 않게 고정하기 위해서다.
도마뱀의 경우에는 생식기가 아예 두 개인데, 그 이유는 생식기를 하나씩 번갈아가며 사용하여 더 빠르고 많이 교미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동물들의 생식기는 번식을 위해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럼 인간의 생식기가 그렇게 생긴 것에는, 도대체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일까?
"흐윽, 흐읏...! 하으으윽...!!"
버섯의 갓처럼 생긴 귀두는 삽입은 순조롭게 되지만, 생식기를 뽑을 때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긁어내는 특징을 가졌다.
그런데 인간의 번색 행위는 돼지들처럼 자궁에 직접 씨를 뿌리는 것도 아니고, 남녀가 섹스를 할 때 여자의 자궁은 위로 올라가며 질 안의 길이가 더 깊어지고, 남자가 질 안에 사정을 해서 관계가 끝나면 자궁이 다시 내려오며 질 안 쪽에 남겨진 정자가 그 안에 들어가며 수정이 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럼 피스톤질을 계속 하다 보면, 자기가 여자 안에 뿌린 씨앗을 자기 손으로 다시 빼낸다는 웃기지도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데, 도대체 어째서 인간의 생식기만 그런 특징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흑, 흐으윽...! 자, 잠까하아안...! 하으으읏...!!"
바로 동족의 경쟁자를 쳐내고, 자신의 유전자만을 잉태시키기 위해서.
자신보다 앞서 여인의 안에 싼 다른 수컷의 정자를 자신의 생식기로 모두 긁어내어 뽑아버리고, 그 후에 여자의 안에 자신의 정자를 흩뿌린다. 남자의 생식기가 일반적으로 한 번의 사정 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발기가 풀리게 되어 있는 것도, 앞서 암컷의 안에 남아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모두 뽑아내고 자신의 씨앗을 그 안에 남긴 후, 스스로 뿌린 씨앗을 다시 긁어내지 않기 위함이다.
즉, 다른 동물들이 더 빠르고 많이 교미를 하거나 번식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암컷의 몸에 자신의 성기를 고정할 때, 인간은 경쟁자의 유전자를 없애고 자신의 유전자만을 남기는 방식인 것이다.
"너, 너무... 격렬.. 하읏..!!"
마르스의 질 안에 다른 수컷의 유전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유전자 설계부터 경쟁자의 것을 긁어내기 위한 남근의 형태는 질을 빠져나올 때마다 마르스의 민감한 질을 사정 없이 긁어 내렸고 그럴 때마다 마르스는 억눌린 교성을 토해내며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잦은 훈련과 전투로 단련된 마르스의 육신은 외부에서의 공격에는 매우 단단했지만, 단련되지 않은 안 쪽을 향한 공격에는 속절 없었다.그것이 20년 넘게 공략된 적이 없어 방치된 약점이라면 더더욱. 아마 마르스가 고양잇과 동물의 생식기를 본 적이 있다면, 자신이 마음에 든 사내의 생식기가 그런 형태가 아닌 것에 감사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천운인지 불행인지, 지나친 쾌감으로 인해 정신이 가출하기 직전인 사람은 마르스 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 진짜 여자의 안 쪽은, 이렇게 기분 좋은 거였냐...?! 제, 젠장. 따끈따끈한 온도에, 질주름이 자지에 스치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금방이라도 싸버릴 것 같은데...!'
나도, 처음으로 맛보는 여성의 속살에 금방이라도 부륫하고 그녀의 안에 정자를 싸지르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쾌락에 녹아내리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성을 아예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결국 더는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직감적으로 깨달은 순간, 나는 황급히 허리를 빼어 그녀의 속살에서 자신의 남근을 분리해냈다. 그리고 내 자지가 마르스의 보지에서 빠져나옴과 거의 동시에.
뷰르르릇..!
"읏, 흐으읏... 하아...!"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 힘찬 기세로 발사된 백탁액이 멍한 표정을 짓던 마르스의 얼굴과 그녀의 크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하얗게 물들였다.
"허억, 허억, 허억...!"
남자는 오르가즘의 절정에 이른 순간에 사정을 한다. 그리고 사정을 한 후 찾아온 탈력감 속에서, 흥분이 가라 앉은 남자는 평소보다 더 이성적인 상태가 된다. 그래, 이름하야 현자 타임이었다. 그 현자 타임 속에서, 나는 조금 전 하마터면 내가 아주 주옥될 뻔 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용사의 동료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여자 중 한 명과 육체 관계를 나누는 것? 무척 위험하지만, 아주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로 칠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대로 그녀에게 무책임하게 질내 사정하면? 그건 시발 진짜 빼도 박도 못하게 아웃이다. 그냥 아웃도 아니고,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게임 셋이라고.
"흐으, 하아... 냄새애애..."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엄청 지인하고.. 고약한, 냄새애애..."
많은 이들이 고결한 정신을 갖고 있다 칭찬하며 동경하는 여전사를 내가 안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큰 정신적 만족감을 가져 오고, 죽지 않는 군대를 상대로 하루종일 혼자 버틸 수 있는 그녀의 탄탄한 신체에서 오는 안 쪽의 기분 좋은 조임이 육체적인 만족감을 선사하는데, 고작 한 번 싼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마르스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헤실헤실거리는 사이, 나는 급히 머릿속으로 루미너스 여신에게 받은 대본을 펼쳤다. 내가 악역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각종 도움이 되는 정보가 기록된 그 가이드 북에는, 용사 및 그의 동료나 그 후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부터 악역인 나와 내가 영입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가능한 것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마술 목록을, 그것도 비전투 계열 부분을 빠르게 흩어 원하던 정보를 찾아냈다.
다행히 내가 찾던 마법은 지금의 내 형편 없는 마법 실력으로도 원리만 이해한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고, 아직은 영 익숙하지 않은 감각으로 혼돈의 파편에 담긴 마력을 끌어 올려 내가 원하는 기적을 이행했다. 뭐, 따지고 보면 기적보다는 주술, 그것도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불임의 저주'.
효력이 유지되는 동안, 대상이 가진 생식 능력의 일부를 무력화시키는 저주. 쉽게 말해 대상을 고자로 만드는 저주다. 하지만 저주의 효력이 어느 정도로 미치는 지 조절이 가능하여, 전력으로 시전하면 발기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저주의 대상을 나로 하고 효과는 최하로 낮추어 관계를 나는 상대를 임신시키지는 못하는 수준으로만 시전했다.
"조치를 취했으니까, 이제 내가 네 안에 사정해도 네가 내 아이를 배거나 할 일은 없다."
"그건..."
"아예 불가능해졌다던가 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앞으로 큰 무게와 책임을 갖게 될 지도 모를 일은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쯔걱...! 자지를 입구에 갖다 대자, 처음보다 그 저항감이 훨씬 줄었음이 눈에 띄게 느껴졌다. 그대로 부드럽게 자지를 끝까지 삽입하여, 나는 그녀의 안을 다시 체험했다. 하... 이렇게 고지식하고 딱딱한 여자의 안 쪽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부드러울 줄이야.
"하윽... 또, 또오...!"
"너는 만족했을 지 몰라도, 난 아직 충분히 만족 못 했거든!!"
팡! 팡! 파앙! 팡!
임신에 대한 조치를 취한 시점에서, 더 이상 나를 가로막을 장애물은 없었다. 나는 마르스의 매우 가는 허리를 팔로 휘감아 붙잡고서, 발정기에 들어선 원숭이처럼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었다. 너무나 거센 움직임으로 인해 빵빵하게 부푼 고환이 치구를 토닥토닥 두드릴 때마다 마르스의 하반신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고,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박으며 그 체취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후배위 자세는 내가 박을 때마다 앞뒤로 크게 출렁이는 젖가슴의 움직임과 그녀가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무척 기분 좋고 편한 체위인 데다가 마르스의 예술적인 등라인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선 꽤 좋았다.
"더, 더는...! 하으, 흐으읏..!"
"후우, 후우...!"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며 매일 아침 나보다 몇 시간 먼저 일어나 무거운 중갑을 입고 주변을 수 시간동안 달릴 때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그녀가, 지금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헐떡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더욱 흥분되어 열심히 좆을 찔러 대었다.
쯔걱! 쯔걱! 쯔걱! 쯔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이전에 봤던 썰들 중에서 운동하는 여자의 몸은 입술 빼가 전부 딱딱하며 보지 안 쪽은 따뜻한 찰흙 안에 좆을 박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던데, 마르스의 몸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물론, 가슴은 빼고. 내가 생각하던 것처럼 막 마쉬멜로우마냥 부드럽고 말캉거리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묵직하고 가득 찬 느낌이 그리 싫지 않았다. 근육으로 달련된 팔이나 다리 같은 다른 부위에 비하면, 몇 배는 부드러운 편이기도 하고.
그녀의 보지는... 젠장, 비교할 대상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질질 흐르는 애액은 점도 높은 젤처럼 찐득거리면서도 미끌거리며 피스톤을 쉽게 만들어 주고, 내 자지를 잘라 먹을 듯이 강하게 움켜 쥐는 질 내부의 조임은 여성의 생식기보단 남자의 남근을 먹으며 살아가는 괴물의 아가리 속을 연상케 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 질식사하는 듯한 감각...
"크읏...!"
뷰릇, 뷰르릇..!
벌써 몇 번이나 싼 건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일곱 번 이후부터는 세지 않았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인간이 한 번의 섹스에서 사정만 일곱 번 이상을 할 수 있던가? 아니, 여긴 내가 살던 세상과 다르니 그것도 다른 기준에서 봐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지금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평소에 누구보다 문란함과 거리가 먼 여전사가, 내 좆에 찔릴 때마다 마구 가버리면서 음란하게 헐떡이고 있는데? 그리고 평소보다 몸이 더 튼튼하고 오래가면, 좋은 거 아닌가?
"흐으으으으...!"
그런 쓰잘데기 없는 내 사소한 의문은, 몸이 튼튼한 걸로도 모자라 유연하기까지 한 마르스가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입에서 간드러지는 신음을 내뱉었을 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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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뭐야아아...! 이런 거, 이런 거 절대로 이상...해애애앳...!'
마르스는 입술을 악물며 자신의 입에서 그 꼴사나운 소리가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노력했지만, 그의 물건이 배 안 쪽을 쿡쿡 찌를 때마다 입가가 바들바들 떨리며 시야가 절로 위로 치솟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창부들이나 낼 법한 교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매달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색욕 따위에 패배한 것이 아니다. 삿된 욕망에 몸을 맡겨버린 것이 아니다. 기사를 꿈꾸는 자로서,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지 않은가.
마르스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변명하며, 그가 주는 쾌감 속에서 헐떡였다.
'아... 또, 그거 온다...'
전투를 할 때 적의 몸에 붙은 습관을 눈치채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듯, 계속 되는 관계 속에서 마르스는 라그나 아마게돈이라는 남자의 성 행위에 있어서의 습관과도 같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사정을 하기 직전, 자지를 한계까지 발기시키며 온힘을 다해 그녀의 안 쪽 가장 깊숙한 곳까지 그것을 찔러 왔다. 마치 그녀를 반드시 임신시키겠다는 듯이.
"흐으읏..!!♥"
그 후 따뜻한 것이 안 쪽을 빵빵하게 메우며, 이유 모를 나른한 행복감이 마르스를 부드럽게 녹였다. 물론 그것도 아주 잠시 뿐.
"하악...!"
그의 무자비한 성기는 스스로가 싸지른 씨앗을, 다시 그녀의 몸 밖으로 긁어냈다. 스스로가 뿌린 것을 다시 긁어내고, 그 빈 공간에 다시 자신의 흔적을 흩뿌린다.
그것은 이전에 남부의 한 도시에서 보았던, 배가 불룩 튀어나온 한 탐욕스러운 귀족이 연회에서 걸신 들린 것마냥 음식을 집어 먹다가 음식을 더 먹고 싶지만 배가 가득 차서 먹을 수 없으니 제 손으로 목을 찔러서 먹었던 것을 전부 토해내고 그 빈 속을 다시 새로운 음식으로 채우던 것을 떠오르게 했다.
식사라는 행위는 배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욕심 많은 귀족에게 식사는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음식을 맛보며 제 혀를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음식의 맛은 굶주림을 채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뿐인데도 말이다.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술을 통해 임신의 가능성을 막고, 자신이 싸지른 정액을 다시 긁어내며 그녀의 안에 다시 새 정자를 싸지르는 라그나 아마게돈의 행위는 남녀의 교접이 가진 궁극적인 목표인 번식을 배제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쾌락만을 추구했다.
정말, 쓸 데 없는 부분에서만 귀족 같았다. 하지만 마르스는 라그나 아마게돈을 그 때 보았던 그 배불뚝이 귀족처럼 경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상관 없는 남이 아니었고, 또 제 혀를 즐겁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그 뚱땡이 귀족과 달리 지금 그녀와 몸을 섞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쾌락 뿐만 아니라 그 상대인 자신의 쾌락까지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몸 쓰는 일에 매우 탁월한 마르스는, 비록 섹스는 처음이지만 라그나 아마게돈의 그 난폭하고 거친 허리놀림 속에 담겨 있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눈치챘다. 만약 그가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허리를 놀렸다면 그 상대인 자신이 아픔을 호소했을 테니까, 그는 자신의 쾌략을 조금 참는 것으로서 그녀가 첫 경험에서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다. 여자를 처음으로 안는 남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 세심한 배려에, 마르스는 그에게 몸을 허용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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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만족하셨습니까, 귀하신 분이시여?"
"그...래."
비록 내가 여관 방에서 안은 여자는 촌장의 딸 이사벨라가 아니라 멋대로 내 부관을 자청하기 시작한 용사 동료 후보인 수호자 마르스였지만, 굳이 촌장에게 그 사실을 밝힐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이사벨라라는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만일 그녀가 내 시중을 들지 않았음을 알게 되면 이 촌장이 호들갑을 떨며 또 어떤 급발진을 할 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딱히 내 뒤통수를 칠 것 같지 않고, 그냥 적당히 겁만 주면 제 할 일을 알아서 잘 하는 타입인 것 같고...
"그러고보니 그 쪽의 기사님은... 괜찮으십니까? 거동이 좀 불편해 보이시는데..."
촌장은 내 뒤, 어딘가 굉장히 불편한 듯이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던 마르스를 바라보며 말을 흘렸다.
"괘, 괜찮습니다."
꾹 닫힌 투구의 바이저 너머로, 갑옷 속에서 울리면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아듣기 힘들게 변질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마르스는 이 마을에서 얼굴을 드러낸 적 없고 목소리도 갑옷 속에서 울리면서 변질되었으니, 촌장이 마르스가 여자란 것을 꿰뚫어 볼 방법은 없다. 마르스가 자신의 막내 딸을 대신해서 내게 안겼다는 사실도.
"그, 그럼... 살펴가십시오!"
난 불사자 군대를 이끌고, 마을을 떠났다.
평소였으면 다른 사람이 없는 이 시간에 마르스가 내게 귀족으로서의 '기초' 예법을 거의 반 강제로 학습시켰을 테지만, 불과 몇 시간 전에 끈적하고 난잡하게 몸을 섞어 놓고서 귀족의 예의니 예절이니 하는 것을 운운하기는 아마 힘들 테지. 심지어 마지막에는 오히려 본인이 내게 얽혀오기도 했고. 아니면... 그냥 허리가 너무 쑤셔서 나한테 뭘 가르칠 체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것 뿐이거나.
...다음에도 또 그 지루한 예법을 강제로 가르치려고 들면, 어디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한 번 질펀하게 몸을 섞어봐야겠군.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품으며, 나는 어쩐지 이전보다 조금 거리를 둔 채 나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마르스와 함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지금까지 거쳐온 크고 작은 마을들과 비교되지 않는, 주인 잃은 영지의 최중심에 위치한 도시. 한 때 아마게돈 가문의 영지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며칠 전 내 손에 죽은 귀족이 다스리고 있던 도시였던'루츠'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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