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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209화 (182/229)

〈 209화 〉 헤으응... 애긔마뻡쏘녀 모모쨩 등쟝☆(6)

* * *

'음마의 향수'.

음마들이 몸에서 풍기는 것과 같은 향이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은 물건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음마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란, 물론 발정기에 들어선 음마들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내뿜는 사람의 성적 흥분을 매우 강하게 증폭시키는 페로몬을 뜻한다.

음마의 몸에서 추출한 체액에 사랑의 여신을 섬기는 사제의 축복이 더해진 것에 각종 다른 재료를 혼합하여 만든 이 향수는 극소수의 향이라면 단순히 이성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선에서 그치나, 500ml를 기준으로 한 병을 통째로 들이 붓게 된다면 향수라기 보단 미약에 가까운 증상을 일으킨다. 그 효능이 어느 정도냐면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제 가슴을 제 손으로 쥐어 뜯으며 신음을 흘리고, 남자는 발기가 너무 쎄게 와서 걷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음마를 비롯한 각종 몽마들이 이종족이 아닌 이세계에서 침공해 온 몬스터로 취급 받던 시절, 여러 몽마들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존재는 단연코 서큐버스나 인큐버스 같은 음마들이었다. 선천적으로 매우 미형인 외모에, 이성을 홀리는 매혹 능력이 더해지면 어지간히 굳건한 정신력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야 그들의 유혹에 홀딱 넘어가 동료였던 자의 등에 칼을 꽂는 일이 번번히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 전쟁 당시, 음마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매혹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연구 또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음마의 매혹을 약화시키기 위한 연구가 되려 발정기에 들어선 음마가 풍기는 페로몬과 같은 성분의 물건을 제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양의 조절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향수와 미약으로 갈리기에 기호품과 반입 불가 물품 사이에서 끝 없는 논쟁이 펼쳐지곤 했던 이 물건은, 몽마들의 이세계 침공이 주모자 릴리스의 사망 이후 길드 마스터가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를 지성을 가진 이종족으로 규정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가 줄어 들었다.

음마의 향수를 제작하기 위해선 음마의 몸에서 추출한 대량의 체액을 증류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음마가 단순한 몬스터인 시절이라면 사로잡은 음마들에게서 가볍게 체취할 수 있는 양이었지만 음마들이 인권을 가진 지성체로 인정 받게 된 후로는 몰래 음마를 납치 및 감금하여 체액을 강제로 빨아내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도저히 구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들의 유일한 무기인 매혹을 타종족이 쓸 수 있도록 도와줄 음마가 있을 리도 없었고.

그렇게 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공급이 줄어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치가 폭등한 물건. 그것이 바로 음마의 향수다.

"그리고 상대는 그런 음마의 향수를, 우리들의 발을 묶는 도구로 사용했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스펙터 1분대장 바인의 물음에, 로즈네스는 얼굴을 굳히며 답했다.

"...음마가, 이번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건가요?"

"확실히 3차 이세계 침공 당시에 활약했다는 게 헛소문은 아닌 모양이군. 음마에 한해선, 꽤 박식한 모양이니."

음마의 허가 없이는 제작에 충분한 체액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물건을, 고작 발을 묶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 자체가, 이번 일에 음마가 엮여 있음을 의미했다. 음마의 향수가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데에 꽤 효과적이긴 하지만, 차라리 그 가격이라면 연막탄이나 섬광탄을 수십 개는 더 구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음마의 향수를 썼다는 것은, 섬광탄이나 연막탄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이들이 음마의 향수를 구할 공급처를 갖고 있음을 의미했다.

"길드 마스터의 자비가 없었다면, 지금쯤 죄다 멸종되거나 끽해봐야 평생 노예로 살 운명이었을 침입자들이 감히 겁도 없이...!"

음마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로즈네스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평소엔 그냥 좀 잘난 척 하지만 실력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조금 예쁘장한 여자 모험가에 불과하지만, 어째 음마만 관련되면 누구보다 박식하고 열정적이며 강력한 아군이 되는 로즈네스의 모습은 스펙터의 1분대장인 바인의 눈에도 참 기이한 것이었다.

"발언에 주의해라. 선생님의 여인인 모노 씨, 간부인 양마담과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음마의 수는 결코 적지 않으니까."

"후... 네, 이번엔 제가 실언했네요."

로즈네스는 간신히 화를 억누르며, 어째서 바인이 굳이 자신과 단 둘이서만 적들의 진지에 쳐들어 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랜드필은 원래 버려진 도시답게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온갖 종류의 사람과 이종족들이 모여들게 된 도시였고, 그것은 도시가 한 번 재개발을 거친 지금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특정 인종만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들이 있는 것이 이 랜드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랜드필의 선생의 옆을 항상 따라다니는 모노나 간부 중 하나인 양마담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인큐버스와 서큐버스 같은 음마들은 랜드필의 선생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종족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랜드필의 선생에게 불만을 품은 세력에 그 음마가 관련되어 있다. 이는 랜드필의 선생이 가진 기반 중 하나를 흔들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에, 아는 사람이 적을 수록 좋았다. 바인이 유일한 동행자로 로즈네스를 고른 것은, 현재 랜드필에서 당사자들을 제외하고서 음마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번에도 배신자가 있다는 뜻일까요?"

"아니, 아마 그건 아닐 거다."

어쩐 일인지, 그 대상이 설령 동료나 아군이라 할 지라도 냉철하게 의심부터 하는 바인이 묘하게 확신 어린 말로 답하자 그런 그의 뜻밖의 모습에 로즈네는 되려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을 근거로 그리고 확신하시는 건가요?"

"적어도 양마담 휘하의 음마들은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았어. 선생님께서 추진하신 일로 가장 큰 득을 본 것이 그들이고, 또한 그들이 믿고 따르는 양마담이 선생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데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홍등회의 조직원이 설마 배신할 리가 없지."

"듣기론 전에 그 홍등회에서 배신자가 나왔다던..."

"뭣도 모르고 함부로 내뱉지 말도록. 그건 랜드필이 개혁의 과정에서 혼란스러울 당시 신비의 수호자들이 노예 출신의 간부 하나를 부추겨서 일어난 사고였으니."

한 번만 더 헛소리를 씨부리면 각오해야 할 것이란 무언의 의사가 담긴 그 싸늘한 눈빛에, 로즈네스는 금방 깨갱하고 꼬리를 내린 개가 되어 버렸다.

"어쨌든, 양마담 휘하의 서큐버스들은 아니다. 아마 이번 일은... 역시나."

바인은 로즈네스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에 붙여 쉿, 하고 말하고선 벽에 난 구멍을 통해 반대편을 엿보았다. 로즈네스 또한 바인의 그 행동을 따라 했고, 이내 이번 일에 관여한 자들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양마담을 따르는 서큐버스들과 같이 머리에는 뿔이, 등에는 박쥐 날개가, 엉덩이 위쪽에는 끝부분이 스페이드나 하트 모양을 띈 검은 꼬리가 달린 미형의 종족. 사람을 매혹하여, 정기를 섭취하는 음마였다. 다만 그들과 양마담을 따르는 음마들 사이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에 있는 음마들은 대다수가 남성체였다는 것이다.

"인큐버스..."

양마담은 릴리스의 사후 가장 많은 음마들이 따르는 서큐버스다. 하지만 그녀의 체제에 불만이 있는 음마도 있었다. 랜드필이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무법지대라는 점을 이용해 힘 없는 사람을 납치하여 감금하고 정기를 일방적으로 빨아내던 인큐버스 세력이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인간과 상호 공존을 위해 움직이는 양마담과 달리, 여전히 인간을 그저 자신들의 먹잇감 및 장난감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과격하고 독선적인 인큐버스들. 정작 그 인간의 손에 자신들 종족의 여왕이자 어머니인 이를 잃고서도 변할 생각이 없는 얼간이들.

랜드필의 선생이 벌인 대대적인 개혁 이후, 양마담과 서큐버스들이 양지로 나온 것과 반대로 그나마 가진 것을 죄다 잃고 음지 가장 밑바닥에 처박힌 저 인큐버스들은 랜드필의 선생에게 충분히 반기를 품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양마담이 교화를 위해 몇 번이나 접촉을 시도했음에도 계속 거부하던 저들은, 결국 자신들과 같은 처지인 이들과 손을 잡기로 결심한 것이다.

"정말 역겨운 놈들이군."

그리고 인간과 공존하며 살자는 동족의 제안을 무시하고 그들이 손을 잡은 대상은, 랜드필의 뒷골목에서 전해지던 괴담의 주인공들. 무법 지대인 랜드필에서 제 욕구를 마구 분출하던 쾌락 살인마, 멀쩡한 음식 냅두고 오로지 사람만을 타겟으로 삼는 인육 요리사, 랜드필이 양지로 나오게 되면서 기존에 하던 사업을 죄다 접어야만 했던 마약상과 노예 상인들과 같은, 자신들 쪽에서 사회를 거부하는 인간들이었다.

"그 꼬마애도 저기에 있네요."

"그 옆에는... 라스 경도 있군. 약혼녀랑 장모님의 여행이 생각 이상으로 길어지고, 거기에 두 사람과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며 그 이유에 우리 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아예 이쪽에 손을 잡은 모양이야. 이것들이 어쩐지 갑자기 이런 눈에 띄는 움직임을 벌였나 싶었더니, 그 유명한 용살자가 자신들과 함께 있으니 문제 없다고 생각한 건가."

"정작 그 용살자가 자신들이 적대하는 사내가 부리는 부하 중 하나에게 속수무책으로 패배했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한 모양이네요."

인육 요리사 밀드레드, 쾌락 살인마 히토고 로시, 마약상 드렉, 동성애자 인큐버스 게이게이.

거기에 용살자 라스와 마법 소녀 모모...

그 외에 나머지는 있으나마나 한 떨거지들.

"로즈네스. 넌 저 소녀를 맡아라.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마."

"저 악당 셋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실 테지만... 라스 경은 무시할 만한 상대가 아니지 않나요? 용을 죽였다는 칭호를 공짜로 딴 것도 아닐 텐데..."

"아니, 충분하다."

철컥, 푸쉬이이이익...!

바인은 품에서 방독면을 연상케 하는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썼다. 압축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바인의 몸이 주변의 사물과 동화하며 점차 희미해지다 완전히 식별이 불가능할 수준에 이르었다. 스펙터 부대 전용 장비, '유령 투구'의 효능이었다.

"내가 먼저 나선다. 넌 저 소녀만 전담해서 마크하도록."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로즈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의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

"적습이다! 스펙터가 나타났다!"

"젠장,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쫄지 마! 상대는 고작 하나야!"

모노는 갑작스레 닥쳐온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랜드필의 선생의 집에서 탈출하다 왠 무시무시한 강적과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갑작스레 한 남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탈출했나 싶었더니 그 남자가 그녀를 데려온 곳은 랜드필의 선생에게 불만을 품은 반란군들의 은신처였다. 거기까지라면 충분히 문제 없었을 테지만, 진짜 문제는 그 반란군에 포함된 이들의 신상이었다. 식인종, 살인마, 마약상 등등... 본래라면 그녀가 누구보다 먼저 쓰러트려야 할 '악당'들이, 여신님이 쓰러트리라고 점지한 '악당'을 적대하고 있는 상황.

'랜드필의 선생'이라는 악당을 처치하고자 손을 잡자고 제안하는 악당들의 말에, 모모는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순수한 소녀라지만, 이런 수상쩍인 이들이 정말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랜드필의 선생을 노리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응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지 않는 공격에 한 사람의 팔이 어깨에서 잘려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반란군의 은신처 내에서 갑작스러운 전투가 시작되었다.

"젠장, 이 자식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것도,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한.

스펙터 부대. 랜드필의 치안을 담당하는,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안 유지 부대.

어디에도 있을 수 있으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 랜드필의 치안을 지켜내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다.

예고도 없이 날아오는 보이지 않는 첫 습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적으로부터 날아오는 예리한 칼날과 매서운 탄환에 제대로 응수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았다.

마약상 드렉이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약물이 담긴 주사기를 꺼냄과 동시에 귀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날아든 보이지 않는 예리한 일격에 주사기 채로 드렉의 팔을 날려버렸고,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우악스러운 기세로 돌진한 밀드레드의 거대하고 육중한 몸이 순식간에 수직으로 이등분 되었다. 쾌락 살인마가 손목에 숨겨둔 단검을 꺼내어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 헤맬 때, 이미 적은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나 손에 든 총으로 그의 뒤통수를 꿰뚫었다.

아차하는 사이에 세 명이나 되는 사내가 허무하게 제압되었고,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용살자 라스가 검을 뽑으며 마력을 끌어 올리고 모모 또한 마법봉을 통해 마법 소녀로 변신했다.

"하아아아...!!"

날카롭게 세운 손톱을 휘두르며 달려든 인큐버스 게이게이가 단 한 번의 발길질에 동료 인큐버스들이 뭉친 곳으로 나가 떨어지고서, 스펙터의 모습이 다시금 흐려지려는 순간 라스 경이 휘두른 마력을 두른 칼날이 스펙터를 향해 쇄도했다.

"흡...!"

카아앙!

스펙터는 다리를 올려 용살자 라스의 칼날을 막아냈다.

"역시나... 너의 그 투명화 수단은, 공격을 하거나 공격을 받는 중에는 투명이 풀리는 군."

앞의 네 사람이 순식간에 쓸려나가는 와중에 습격해 온 스펙터의 장비가 가진 단점을 파악한 라스는, 이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어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스펙터의 단단한 의족을 멀리 밀쳐냈다. 총이나 칼날도 있지만, 칼날을 피하지 않고 굳이 다리로 막은 것을 통해 상대의 주요 공격 수단이 다리라는 것을 파악했기에 일부러 큰 공격으로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릴 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펙터 부대의 마스크를 쓴 바인은 라스가 무너트린 몸의 균형을 애써 지키려고 들며 빈틈을 내주는 대신 그 흐름에 몸을 맡겨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서 일어나며 거리를 벌리는 쪽을 선택했다.

"노련한 움직임이군. 사람을 상대로 한 두 번 싸워 본 솜씨가 아니야. 스펙터란 것들이 다 이런 실력일 리는 없고, 아무래도 대장급인 모양인데... 좋은 기회군."

스르릉. 라스의 칼날에 정갈하게 휘감긴 마력이, 이내 짐승의 송곳니처럼 사납게 일어났다.

"그 괴물이 내게 준 굴욕을, 같은 우두머리를 섬기는 네게 갚으면 되겠어."

"후욱..."

바인은 아무말 없이, 그저 숨을 몰아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적의 적은 아군. 모모는 일단 라스를 돕기 위해 마법 봉을 쥐고서 원거리 공격 마법 '슈팅 스타'로 바인을 견제하려 했으나...

채앵!

"읏...!"

"버르장 머리 없는 꼬마 아가씨, 네 상대는 이 쪽이야."

바인이 일으킨 소란 속에서 유유히 나타난 로즈네스가, 푸른 장미 문양이 새겨진 검으로 그녀의 마법 봉을 내리쳤다.

"아까는 방심해서 당한 거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마렴?"

"으으으..! 비켜요, 아줌마!"

"뭐? 아줌마? 너.... 너 오늘 죽었어!"

챙! 챙! 채앵!

모모가 베리어를 펼쳐 로즈네스의 살벌한 연격을 힘겹게 튕겨내는 사이, 라스 경과 바인의 싸움에 후반부에 이르었다.

"젠장...! 용의 이빨로 만든 검을, 이렇게 쉽게 막는다고? 대체 뭐하는 놈이야...?"

라스가 쓰는 검은, 그가 죽인 지룡의 이빨을 가공하여 만든 특제 검이었다. 예리함은 그리 높지 않지만, 굉장히 무거운 소재를 사용하였기에 튼튼한 내구성과 묵직함으로 보강된 위력으로 어지간한 명검 못지 않은 최상급 무기였다. 그리고 라스는 자신의 그런 검이, 고작 상대의 의족 따위를 가볍게 박살내지 못하고 공격이 번번히 막힌다는 사실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다.

"그 망할 괴물도 그렇고, 이 이상한 놈도 그렇고... 랜드필의 전투원은 하나 같이 괴물들 밖에 없는 거냐!!"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여태 묵묵히 전투에만 집중하던 바인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단신으로 용을 죽였다기에는 너무 형편 없는 솜씨인데... 설마 다른 사람들과의 전투로 지친 용을 마무리 짓고서, 혼자서 용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친 건 아닌가?"

"무, 무슨 헛소리를...!"

라스는 세상에 둘도 없는 모욕을 당한 듯이 분노로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은 또한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이었나. 이거 참, 실망이 큰데."

"끄으으윽...! 닥쳐, 닥쳐어어! 네가 뭘 안다고!"

여태껏 조용히 응수하던 이가 내뱉은 몇 마디의 도발에 순식간에 휘말려선, 라스는 본래의 페이스를 잃고 가진 마력을 죄다 끌어 모았다. 살해당한 지룡의 원한이 서린 칼날이 살해자의 마력을 머금으며, 여태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섬뜩한 예기를 띄기 시작했다.

"웃기지마! 너 따위가, 내가 겪은 아픔도 모르는 너 같은 놈이, 나를 비웃을 자격은 없다고!!"

그리고 마력 뿐만 아니라...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처럼 일렁이는 주홍빛을 띈 권능이, 칼날의 예리함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 모습에, 바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권능 보유자...?! 그리고 그 색은, 설마 정의의 여신의...!"

"여신 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믿는 정의를 따르라고! 그래, 내가 정의야! 그리고 나를 가로막는 너희는... 베어 넘겨야 할 악이다!!"

일그러진 외침과 함께 라스가 휘두른 검에서 쏘아진 매서운 검기가, 마력과 권능을 동시에 품은 섬뜩한 일격이 바인을 향해 쇄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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