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 나아→락! 나→락! (6)
* * *
[...지금이다.]
미야오오옹...!
고양이가 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라그나의 몸에 다시 생기가 돌아오려던 찰나, 운명의 여신이 작은 가위를 꺼내 그의 운명의 실을 끊어냈다. 마치 자신의 눈앞에서 일개 인간이 죽음의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가위가 운명의 실을 잘라냄과 동시에, 라그나에게 모여들던 기운이 그 육신에 침투하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다 이내 허망하게 흩어졌다.
라그나 아마게돈이 가진 부활기, <심의 ="" 고양이="" 목숨="">이 운명의 여신의 권능에 의해 가로막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 하고, 그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음을 완전히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유스티아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신자가 만들어낸 환상 공간에서 상처 투성이인 승자 홀로 남아 있던 꿈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
그렇다.
'상처 투성이인 승자 홀로 남아 있던 꿈의 영역'.
두 사람의 격렬한 전투에 시선이 팔려 있던 승리의 여신은, 그제서야 그곳에 원래 있었어야 할 또 한 명이 어느샌가부터 보이지 않았음을 자각했다. 다름 아닌, 그 두 사람을 네무가 만든 환상 공간에서 꿈의 영역으로 데려온 그 몽마. 라그나 아마게돈과 정시우의 전투가 워낙 화려하고 위압적인 탓에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한 사이, 그 음마가 어느새 자취를 감췄음을 빅토리아는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망할 비린내 나고 징그러운 것들과 완전히 연을 끊을 수 있게 되었구나. 추악한 괴물들 따위와 같은 선상에 오르는 것은 지긋지긋했지. 이제 옛 것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성전이 시작된다.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 받는 자여. 너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의 단말마가, 곧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뿔피리가 될 것이니. 새로운 시대의 초석이 될 자격을 얻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거라.]
"...하, 정말."
그러나 온갖 요란한 표현을 늘여 놓으며 달의 바다에 발을 딛은 유스티아가 마주한 것은, 자신의 공격으로 인한 상처가 악화되어 쇠약해지고 거기에 악신의 사도와의 격전으로 체력을 전부 소진하여 언제든 쉽게 목을 칠 수 있는 기진맥진한 인간 영웅 따위가 아닌...
"나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데, 누구 때문에 저 친구에게 강제로 빚이 생겨버렸잖아."
어째서인지 그녀에게 입은 상처는 물론이고, 조금 전의 그 전투로 인해 생긴 피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오히려 유스티아가 처음 루크의 몸에 깃든 화신으로서 상대할 때보다 더욱 건강하고 쌩쌩해진 젊은 영웅이었다.
챠킹.
[...크으윽?!]
그가 어느샌가 뽑은 '토키세츠'가 섬뜩한 울음을 토해냈고, 수십 번의 참격이 유스티아를 강타했다.권능의 힘으로 간신히 그 공격을 받아낸 유스티아는 당혹 어린 눈으로, 지치기는 커녕 오히려 전투를 하기 전보다 쌩쌩해진 영웅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분명히 힘이 완전히 빠진 상태였을 텐데...! 게다가 내 권능으로 인한 상처까지 한 번에 회복하다니,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나는 별 거 안 했어. 뭘 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아니라 그 친구지."
[뭐라...]
"<심의 ="" 리워드="">."
[...?!?!]
들려올 리 없는 목소리에, 유스티아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그곳에 여유롭게 서 있는 사내를 두 눈에 담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히 조금 전, 몸이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을 사내가... 거기에 운명의 여신의 손에 의해 되살아나는 것조차 막혔던 그 자가, 무슨 수로 저토록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분명히 운명의 여신이 되살아나는 것을 막았을 텐데...!]
"우선 그 쪽의 길드 마스터가 갑자기 건강해진 건 <심의 ="" 리워드=""> 때문이지. 가진 자의 모든 능력을 전체적으로 향상시키고, 특히 신체 내구성과 생명력을 대폭 상황시켜 거의 죽지 않는 상황을 만들지. 하지만 그 강력한 효과에 대한 디메리트로서 전투 중에 사망했을 경우... 자신을 쓰러트리는 데 일조한 적들의 모든 상처와 피로를 회복하는 힘이지."
즉, 정시우가 전투로 라그나 아마게돈을 쓰러트림으로서, 사망함과 동시에 <심의 ="" 리워드="">의 디메리트로서 그의 모든 부상과 피로가 회복되었다는 것. 두 사람은 유스티아가 얕잡아 본 것과는 달리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싸우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패배로 인해 정시우는 모든 부상을 회복했고, 더군다나 적인 유스티아가 제 발로 자신에게서 유리한 공간을 버리고 말았으니... 오히려 생각 없이 행동한 건, 유스티아 쪽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살아난 건... 설마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루미너스 여신에게서 루크를 빼앗아 간 네 년이라면 알고 있을 텐데? 루미너스 여신의 신위 등극 시험인 연극을, 어떤 신들이 훼방을 놓았는지."
[....!]
분명 루미너스의 시험을 방해하도록 유스티아가 부추긴 신은 번개의 신 라이키린이었다. 그리고 그가 꼬드겨서, 그와 함께 루미너스를 방해하고자 나섰던 신은 분명...
[죽음의 여신, 헬...!]
[정답.]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되살아 난 라그나 아마게돈의 뒤에서, 스산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으스스하고 음침한 인상의 거유녀가 배시시 웃으며 걸어 나왔다.
[우리 낭군님에게 큰 변고가 생겼다고 하길래, 서둘러 달려왔지.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않아요, 낭군님...?♥]
"그래, 아주 잘했어. 헬."
[헤헤...♥ 칭찬 받았다...♥]
음침한 미녀는 사내의 칭찬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그녀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전 누구보다 뛰어났으나 죽은 이후 초라해진 망령들에게 발에 입맞춤을 할 것을 강요하며 죽은 자들의 혼을 지배하는 그 S틱한 여왕님이었다는 사실을 누구도 믿지 못할 정도로.
[이 빌어먹을 송장녀가...! 뒤늦게 색에 빠져서, 인간 따위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꼴이라니...! 이런 골이 텅텅 빈 탕녀 같으니! 네년도, 아둔한 티케와 다를 게 없다!]
"어후, 아주 지랄이 풍년이네."
"아니, 갑자기 우리 행운의 여신 님한테 왜 시비야? 우리 여신님이 뭐 어때서?"
[닥쳐라, 이 빌어먹을 년놈들! 너희들이 그런 짓을 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줄 아느냐!]
유스티아는 권능을 이끌어내며 외쳤다.
[죽음의 여신이 너희와 함께 한다고 한들, 이쪽은 나를 포함해 신이 셋이다! 시체 따위나 갖고 노는 년이나, 사악한 신의 부하 노릇 하는 인간과 행운의 여신 따위에게 사랑 받는 인간 정도는, 충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단 말이다!]
"야, 유스티아."
[닥쳐라! 하등한 인간 주제에 함부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어리석은 인간 따위가 감히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모습에, 유스티아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성을 냈다. 그 망할 악신 따위를 섬기는 인간. 행적, 태도, 목소리, 그리고 생긴 것까지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자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마치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줄도 모르는 바보를 비웃는 듯한 저 기분 나쁜 미소는 더더욱...
"정시우가 다시 회복한 것부터 그리고 나를 다시 살려준 신이 누구인지까지. 내가 왜 그런, 너에게 알려줄 필요도 없는 정보를 부탁도 안 했는데 순순히 털어놨다고 생각해?"
[뭐....?]
"악당들이 왜 자기 입으로 제 계획을 다 순순히 털어 놓을까? 정보를 감출 때의 이점부터 계획의 약점까지, 밝히지 않으면 유리했을 점이 차고 넘치는데 그걸 굳이 상대에게 말해주는 이유가 뭘까? 이게 내가 남이었을 때는 몰랐는데, 당사자가 되니까 좀 이해가 될 것 같아."
그의 비웃음과 함께,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고요한 꿈의 공간에 울려 퍼졌다.
[골이 텅텅 빈 탕녀...라.]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중성적인 목소리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그 몸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위압감을 담은 목소리. 그리고 유스티아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고요한 수면이 마치 지퍼로 여닫듯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한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째서 당신이...!]
젊은 중년. 마치 여자와 수염은 어울리지 않듯, '젊음'이라는 단어와 '중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젊다는 것은 나이가 적다는 뜻이지만, 중년이란 것은 나이가 든 사람이라는 뜻이기에. 그러나 그 모순을 비웃는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젊음과 성숙, 그 두 가지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 남자.
[조금 전까지 하던 이야기, 아주 흥미롭더군. 옛 것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여는 성전이라...]
속임수와 사기, 기만과 장난의 신.
마술의 주인이나 거짓말의 시초.
신들의 종언을 불러오는 자이자 트릭스터의 대명사.
[니아르라소텝의 말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 했는데, 설마 제 입으로 그 의혹이 전부 사실이라며 요란하게 증명을 할 줄이야. 그 이상 증거를 찾을 필요도 없겠어.]
...그리고 조금 전 유스티아가 천박하다고 욕한 지옥의 여신 헬의 아버지인 로키는 그녀에게서 그 이상의 변명은 듣기 싫다는 듯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며 싸늘한 미소를 띄웠다.
*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신들 중 한 명, 로키.
라그나로크의 원흉이자, 북유럽 신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발생 및 해결에 아주 깊은 관여를 하고 있는 신.
여태 만난 신들이라곤 허당 여신 루미너스, 미친년 유스티아, 그리고 한 번도 제 힘을 제대로 드러낸 적 없는 니아 씨 정도 밖에 없었기에 나도 모르게 신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얕잡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로키가 이 달의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신이라는 존재를 진정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가 가볍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신격이 이 공간을 짓누른다.
[이 나 한 명조차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는, 너 같은 되다 만 신 따위가 감히 우리들을 밀어내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계획 따위를 꿈꾸다니. 신의 힘을 품었다고 해서, 정녕 모두가 동등한 신이라고 생각했느냐? 네가 신의 힘을 얻은 시간에 네 선대가 인간이었을 시절까지 다 합쳐도 내 삶의 절반도 차지하지 않는 데도? 아직도 모르겠나? 가장 사악한 악신의 대리인인 그 친구에게, 너는 정녕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니알라토텝...! 또, 또 나를...! 절대,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로키가 니아 씨의 이름 중 하나를 언급하자, 유스티아는 마치 발작 스위치가 눌려지기라도 한 듯 히스테릭한 비명을 내지르며 신으로서의 힘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끌어 올려도, 그것은 로키에게 결코 닿지 않았다. 그녀와 로키 사이에는, 그만큼의 격차가 있다는 뜻이었다.
[아직, 아직이야...!]
그런데 갑자기 유스티아의 힘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본래 저장할 수 있는 최대치를 넘어, 어디선가 계속해서 힘을 끌어오는 모습에 로키가 눈쌀을 찌푸리더니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그런 허접한 편법 따위로 그 친구를 이길 셈이었느냐?]
"편법...?"
유스티아가 끌어 올린 어마어마한 신력에 경악하던 정시우는 로키의 중얼거림에 의아함을 표했다. 그리고 입으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편법이라니, 대체 무슨 편법을 말하는 거지?
[신이 가진 힘은 전지전능해 보여도, 한계는 분명하지. 하지만 다른 신의 피조물을 자신의 힘을 잠시 담아둘 그릇으로 삼는 것은, 정말 어리석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군. 사도라는 것은 본래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거늘, 또 다시 신의 힘을 얻은 인간에 의해 신의 질서가 힘을 잃는군.]
[시, 끄러워...!!]
다른 신의 피조물을, 자신의 힘을 담아둘 그릇으로 삼았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유스티아가 사용한 편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루미너스의 용사 루크부터 시작해서 용살자 라스, 마법 소녀 모모, 그리고 내 도시에서 개짓거리를 벌이던 광신도들과 내가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막던 하운드 부대까지. 생각해 보면, 유스티아의 권능을 받은 자들은 그 수가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 아티피아의 소유권을 둔 싸움에 참전할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의 힘을 많은 이들에게 뿌렸나 싶었더니, 그게 목적이었어?
알기 쉽게 예시를 들면...
1L의 물병에는, 아무리 물을 많이 담아봐야 1L가 최대이다. 그 이상 넣어봐야 물이 넘칠 뿐. 그럼에도 더 많은 물을 담아두고 싶다면, 다른 빈 물병에 담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물병을 신의 힘을 가진 존재로, 그리고 물을 신의 힘으로 치환하면...
유스티아는 일부러 자신의 힘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줄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모종의 수단으로 부족한 만큼의 힘을 채우고,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어선 다시 다른 이들에게 나누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힘을 가진 이들을 계속 늘렸다.
다른 신들에게 있어서 사도란 자신의 힘을 받고서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대리인이지만, 유스티아에겐 달랐다. 그녀에게 사도란, 그저 자신이 전부 들고 있을 수 없는 힘을 잠시 나누어 들고 있을 짐꾼이자 언제든지 에너지를 뽑아갈 베터리에 불과했다. 그래, 지금처럼.
사도들에게 퍼주다시피 한 힘을 모두 끌어 모으며, 일시적으로 자신이 한 번에 품을 수 있는 양을 넘어선 힘을 끌어 모은다. 그렇게 저장된 힘의 총량은, 로키를 상대로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신의 힘을 준 것이고, 그만한 힘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착취한 것인지...
[이 정도의 힘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중급 신에 불과한 나라도, 당신과 같은 최상급 신을 상대로 전혀 부족하지 않단 말이다!!]
유스티아가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휘둘렀고, 그녀가 모은 힘이 거대한 한 자루의 검이 되어 로키의 머리 위에서 낙하했다. 우리가 있는 이 꿈의 영역 자체를 무너트릴 목적으로 날린, 무척이나 거대한 공격. 그러나 로키는 머리 위로 한 눈에 다 담기도 힘든 거대한 검이 내려오고 있음에도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부족하다. 그것도 아주 한참.]
로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돌연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기둥이 유스티아가 내던진 거대한 검을 튕겨냈다. 아니, 자세히보니 그것은 기둥이 아니었다. 너무 커서 순간 알아보지 못 했지만, 어지간한 성문보다도 더 큰 비늘로 뒤덮인 그것은... 거대한 뱀의 몸이었다.
[신의 힘이라는 귀한 것을 얼마나 많이 뿌리고 다닌 것인지, 그걸 다시 긁어 모으니 그 양이 과연 나에게 절대 꿀리지 않을 정도구나. 하지만 양을 똑같이 맟췄어도, 질적인 면에서 네가 정녕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늘에 나타는 두 개의 거대한 뱀눈. 누군가 달이라도 주장해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그 시선이, 유스티아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같은 무게라고 해서 돌멩이와 금덩이가 똑같은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 것처럼, 유스티아가 편법으로 끌어 모은 힘은 상당히 많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로키의 힘의 발끝에조차 도달하지 못 했다.
[신의 힘을 아무에게나 흩뿌리는 신 따위, 제 몸을 파는 창부보다도 못한 존재지.]
로키는 장난과 기만, 그리고 사기와 거짓의 신이다.
그리고 동시에 지옥의 여왕인 헬, 신들에 의해 봉인 당한 늑대 펜리르와 더불어... 세상을 제 몸으로 휘감을 정도로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를 낳은 존재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