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근데 이제 뭐함? (1)
* * *
다음 날 아침, 나는 랜드필 서부의 한 병원에 걸음을 옮겼다. 도를 넘은 연속 사정 행위로 하반신에 문제가 생겨서는 아니고, 그곳에 있는 한 환자에게 병문안을 가기 위함이었다. 사전에 병원 쪽에 미리 연락을 한 덕에 나를 지나치게 좋아하다 못해 신봉하는 지경에 이른 팬들과 내 행보가 마음에 안 든다며 칼을 숨기고 접근할 각을 노리는 안티팬들을 피해서 무사히 병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냐고 묻기에는, 몰골이 참 말이 아니시군요."
"허허... 그래도 죽지 않은 게 어딥니까?"
내가 방문한 중환자 전용 개인실에서 나를 맞이한 환자는 브레이크윙 교도소장... 아니, 이젠 그 교도소가 사라졌으니 브레이크윙 알바로스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맞겠네. 얼굴이 수척해진 그는 안쓰럽게 쓴웃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내가 만류하며 나는 그의 옆에 있는 입원실 의자에 앉았다.
"하긴, 듣자 하니 어제 입원할 당시엔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하시더군요. 고작 하루만에 이 정도로 나았으니, 호재라고 해야겠네요."
"예... 어제는 정말 죽을 뻔 했지요."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가 벌인 사건. 자신의 신도들을 총 동원해서 랜드필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고, 그 와중에 본인은 자신의 시도 중 하나엔 네무 장로가 만든 환상 공간을 통해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이 모두 모인 회의장에 직접 나타나서 모두를 죽이려고 했다. 다행히 몽마인 모노의 도움을 받아 꿈의 영역으로 달아난 후, 죽음의 여신 헬과 그녀의 아버지인 로키가 지원을 왔고, 이후 내 손으로 그녀를 직접 리타이어시켰다.
유스티아의 계획은 스카이론의 침공을 랜드필의 탓으로 돌린 후, 그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회의장에 모인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을 전부 처리하여 아티피아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 그렇게 아티피아라는 세계를 순식간에 개판으로 만들고, 그 세계를 탐내는 이들에게 모든 일이 옛 신들이 벌인 수작이라며 선동과 날조를 벌여 신들 간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티피아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세계라 많은 신들이 탐내는 점, 아티피아 내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이 한 데 모여 회의를 통해 어떻게 처리할 지를 결정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를 이뤄내려던 여신은 끝내 그렇게 증오하는 옛 신이 후원하는 한 명의 인간에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공중 도시 스카이론에 있는 최대 규모의 수용소 새장의 관리자인 브레이크윙 교도소장은, 스카이론 추락 사건 당시 실종되어 행방이 묘연했다. 그리고 내가 어제 유스티아를 쓰러트림과 동시에, 랜드필 외벽 근처에서 탈진한 상태로 발견되어, 이렇게 급히 입원한 덕에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는 상태였고.
"일단 유스티아의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래도 전후 관계는 전부 따져봐야겠죠. 실종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예, 그럼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카이론을 추락시키라니... 도대체 어째서 그런 짓을...!"
건방지게 감히 자신의 명령에 이유를 묻는 신자를 향해, 유스티아는 노기를 담은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내가 네게 내 명령에 이유를 묻는 것을 허락한 적이 있던가? 아니, 없다. 너는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될 뿐이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모든 게 다 잘 풀린다. 그렇지 않았나? 네가 지금 그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내 덕 아닌가?]
브레이크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한 쪽 날개가 기형인 탓에, 동족들에게 무시 당하고 비웃음 당하던 열등아가 하늘을 떠 다니는 거대한 도시에 있는 최대 규모 수용소의 관리자가 된 것은, 눈앞의 여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그도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했다. 가장 흉악한 이들을 영원히 가두는 감옥 따위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그는 여신의 말에 따라 자신을 적대하는 동족들을 찌르고 베어 넘겼으며...
그 투쟁 끝에서, 모두가 자신을 무시할 때 유일하게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동족조차도 베어 넘겼다.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면서도, 끝까지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던 그녀의 시선은 악몽의 형태로서 아직도 그를 괴롭히는 그의 최악의 선택이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는 하지 않았을 선택, 그러나 거래는 이미 끝났고 결과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자애로운 것처럼 보였던 신의 말에 속은 대가로서 얻은 알량한 권력과 별 것 아닌 힘 몇 줌이 전부.
그러나 그것조차 부정했다면, 자신이 저지른 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에, 죽어나간 동족들의 목숨은 무의미한 것이 되기에, 브레이크윙은 더더욱 권력에 집착했다. 그들의 목숨이, 자신의 행동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신의 꼭두각시로서 기껏 얻은 권력을, 죄 없는 생명들과 함께 전부 바닥에 내던지라는 명령에 의문을 갖는 것이 그토록 큰 죄였을까?
"스카이론이 추락하면, 새장에 갇힌 죄수들이 풀려날 겁니다!"
[그래. 내가 특별히 선별하고 하운드 부대를 통해 가둔 그들이 전부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겠지. 더 큰 악을 없애기 위해, 작은 악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그래. 어린 양들의 목숨을 제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오랜 악을 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주춧돌이 되는 거지.]
"...."
말이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믿는 길이 유일한 길이라 믿는, 저 독선적인 자만. 브레이크윙은 깨달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기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소모하고자 이런 끔찍한 자멸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제가 당신을 믿은 이유를, 아십니까?"
[복수를 위해서지. 약자라는 이유로 널 무시하고 조롱한, 네 동족들에게.]
"그런 이유도 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바란 건, 더 나은 세상이었니다. 몸이 불편한 자라고 해서, 차별 어린 시선을 받을 필요 없는 따스한 세상을 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습니다. 당신을 계속 따른다고 해서, 그런 세상이 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다.]
"더 나은 세상이라고요? 도대체 누굴 위한 더 나은 세상입니까? 당신의 말을 따른다면, 그 끝에는 누구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철컥. 브레이크윙은 무기를 들었다. 한 때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가장하여, 자신을 지옥의 밑바닥으로 밀어 버렸던 여신을 향해.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고 무기를 내려라, 브레이크윙. 그리고 내 명령을 따르거라.]
"죄 없는 거주민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신이 만든 세상이, 정말로 더 나은 세상이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죄악감 속에 무너져 내리고 끝내 식어버렸던,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사내를 통해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한 뜨거운 열정을 무기에 벼려내며, 브레이크윙은 의지를 다잡은 목소리로 말했다.
"복수를 하고 싶다면, 부디 자기 목숨만 사용하십시오. 죄 없는 다른 이들까지 멋대로 끌어들이지 마시고."
[....브레이크윙..!]
그녀의 발작 스위치를 건든 브레이크윙은,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품고서 신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
"그리고 쳐발리셨다고요."
"...흠, 커흠. 거, 말이 좀 심하군. 그냥... 생각보다 난적이었다고 말해주지 않겠나?"
"그 좆밥 년에게 쳐발리셨다고요."
"...내가 그냥 말을 말겠네."
스카이론의 추락은, 내부에서 스카이론의 동력부를 파괴한 것이 원인이었다. 브레이크윙은 그녀의 명령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일개 이종족이 신을 상대로 무력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가 품고 있던 신성력을 다시 원 주인에게 모두 빼앗긴 후, 그는 나를 통해 각성한 심의를 휘두르며 최대한 저항했지만... 결국 패배했고, 자신의 방에 갇혔다. 유스티아의 힘으로 잠긴 방은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았고, 그 사이 유스티아는 스카이론 내부의 다른 신도에게 명령하여 스카이론의 동력부를 파괴하도록 지시했다.
공중 도시를 하늘에 떠 있게 만들어 주는 동력부가 폭발하며, 스카이론은 부유의 힘을 잃고 랜드필 근처 황야에 추락했다. 그 과정에서 새장에 수감된 죄수들이 대거 탈옥했고, 내가 보낸 구조대원들이 황야 여기 저기에 고립된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동안 브레이크윙은 계속 자신의 방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가 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던 힘이 사라졌고, 브레이크윙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온 끝에 간신히 랜드필 외벽 근처까지 도달하며 기절했다.
아무래도 유스티아가 우리와 싸울 때, 그녀는 힘을 끌어 모으며 브레이크윙을 가두고 있던 힘마저 회수했던 모양이다. 브레이크윙을 죽이지 않고 가두기만 했던 것은, 그가 자연사하게 만들 목적이었던 모양이다. 스카이론이 추락했는데 교도소장이 타살된 상태라면 무언가 음모가 있을 것이라며 자세하게 내막을 파고 들려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추락한 스카이론의 뒷수습이 끝날 때면 물도 식량도 없는 방에 갇혀 있던 그는 세상을 하직한 지 오래 였을 테니 그저 구조 받지 못한 생존자가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고 볼 수 밖에 없겠지.
"뭐, 그래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유스티아 년에게 신성력을 회수당하는 과정에서 생명력도 좀 빼앗겨서 매우 지친 상태였을 텐데, 용캐 여기까지 오셨네요."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더군요. 물론, 도착하자마자 졸음이 쏟아졌지만..."
"그대로 평생 일어나지 못할 뻔 했습니다만, 그래도 정신을 차렸으니 됐습니다."
스카이론이 추락하며 새장에 갇힌 죄수들이 탈출했고, 그 중 상당수는 바로 근처에 있던 랜드필로 왔다. 황야에 추락한 생존자들을 구출하느라 랜드필이 정신 없는 틈을 타서 새장에 있던 죄수들이 몰래 도시에 침투했으니, 나는 그들을 솎아내고 다시 가둬 둘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브레이크윙과 그의 부하들을 전부 고용했다.
유스티아가 벌인 사건 이후, 모두가 뒷수습을 하느라 진이 빠졌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많이 고생을 해야만 했다. 일주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야근하느라 모노를 제대로 상대할 틈도 없었고, 일이 끝나자마자 굶주린 모노에게 또 쥐어 짜였다. 유스티아 망할 년, 다음에 만나면 뒷구멍에 횃불을 쳐 박아주마.
이번 사건에서 유스티아의 편을 들었던 네무 장로는 마보로시마로 달아나서 환상 결계를 펼쳐 외부와의 교류를 완전히 단절했다. 하지만 그가 섬 전체를 지키는 환상을 오래 유지할 수 있던 것은 유스티아에게서 힘을 받고 있던 덕이었으니, 유스티아가 무력화 된 지금 그가 얼마나 오래 버틸 지는 눈에 선했다.
그 망할 결계가 사라지면, 마보로시마는 나를 포함하여 분노한 대표자들의 도시들로부터 총 공격을 받아서 지도에서 영원히 사라질 운명이다. 애초에 그 작은 섬이 일곱 대도시 중 하나에 속할 수 있었던 것도 외부인으로부터 섬을 지키는 강력한 결계 때문인데, 그걸 유지해주던 존재가 사라졌으니... 네무 장로를 처리한 후엔 일곱 대표자에 공석이 생기는 데, 아마 그걸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대표자를 뽑을 모양이다.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유스티아가 랜드필을 공격하려고 보낸 병력들은 한 데 모여서 습격하는 것도 아니고 저들끼리 뿔뿔이 흩어져서 접근해 왔기에, 추락하는 천공의 재앙이나 양과 늑대 같은 내 친구들이 각자 나서서 각개격파했다. 그나마 도망친 생존자들도 이후 유스티아가 힘을 모으기 위해 신성력을 회수하며 생명력까지 전부 빨아버린 탓에, 이제 이 아티피아에 유스티아의 신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막막한 도시 운영이, 온갖 고난을 거치며 이제 슬슬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다. 내가 갑자기 없어진다고 해도 당분간 도시가 돌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
"이번엔 또 무슨 일입니까?"
달의 바다. 유스티아를 상대할 때 모노가 꿈의 영역을 통해 연결시킨 옛 신의 영역이자 니아 씨와 동맹인 달의 짐승들이 사는 곳. 나는 그곳에서, 내 후원자이자 거래 상대인 니아 씨를 독대하고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유스티아에 대한 문제라네.]
검은 양복을 차려 입은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니아 씨는 덤덤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만약에 이번에 그녀를 막지 못 했다면, 우리 쪽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피해가 나왔을 테지.]
유스티아가 그린 신들의 전쟁이라는 큰 그림은 벽 하나를 가득 메워야 할 거대한 벽화였지만, 정작 손에 들린 도구는 면봉 하나가 전부였다. 그 작은 면봉 하나로 벽화를 그리는 것은 사실상 무리일 테니 대부분이 그녀의 계획을 어느 정도 알고서도 불가능할 것이라 여기고 방치했으나, 놀랍게도 유스티아는 자신보다 약한 신들을 착취하며 그 불가능한 큰 그림을 거의 실현 가능한 단계까지 끌어 올렸다.
많은 신들이 탐내는 아티피아. 그것을 불구덩이에 던짐으로서 신들의 불화를 이용해 옛 신을 치겠다는, 정말 손도 안 쓰고 코를 풀겠다는 계획이 실제로 성공할 뻔 했으니.
[특히 자네가 많이 고생을 했지. 그래서 작은 보상 몇 개와 함께, 제안을 하려고 하네.]
"음... 일단은 들어 볼게요."
[우선 아티피아를 혼란스럽게 만들라는 제안 말인데... 그것이 아티피아를 더 견고하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 주기 위함은 알고 있겠지?]
"예, 물론이죠."
내가 아티피아에 오게 되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한 큰 변화도 생겼다. 대표적으로 엘드랜드라는 거대한 도시가 랜드필의 속국이 된 것, 그리고 랜드필이 더 이상 세상의 쓰레기통이 아닌 어엿한 한 도시가 된 것.
[엘드랜드가 궤멸하면서 빌가메스에게 의존하고 있던 상인들에겐 큰 위험이 닥쳤고, 그들은 생존을 위해 각 도시로 걸음을 옮겼지. 덕분에 엘드랜드의 중심으로 돌아가던 상업이 전체적으로 넓게 퍼져나갈 수 있었다네. 그리고 랜드필이라는 새로운 도시의 출현으로, 이방인들에게는 모험가 길드와 마기스토스, 메타버스 시티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겼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좋은 서과를 냈어.]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았기에, 나는 멋쩍음에 뒤통수만 긁적였다.
[그동안 해 온 일도 있고, 이번에 유스티아를 막은 것도 있고...]
따악. 그가 손을 튕기자, 수면이 갈라지며 짐승을 가두는 우리 하나가 떠올랐다.
[자네의 그 노고를 높이 사서, 보상을 하나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네. 물론, 이제부터 할 제안에 응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지만.]
"그 제안이란..."
니아 씨가 불러낸 짐승 우리에 갇혀 있던 것은, 에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징그럽고 그로테스크한 온갖 촉수로 몸에 난 구멍이란 구멍을 죄다 꿰뚫리고 있으면서도 나와 니아 씨를 증오와 살의로 점철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는 유스티아였다.
[유스티아는 이번 일로 입지와 기반을 전부 잃었지. 그런데 조사 중에 그녀가 평등의 저울과 비슷한 급의, 상당히 강한 신물을 몇 개 정도 더 빼돌린 것이 드러났다네. 다만, 문제의 신물이 도통 어디에 있는 지 알 수가 없고 거기에 장본인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 아마 자신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일종의 인질로서 그 신물들을 감춘 것으로 추정되네. 물론 신물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되찾자고 유스티아의 처벌을 계속 보류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결국 50일 내로 신물의 위치가 밝혀지지 않으면 그냥 신물을 포기하고 그녀를 처분하기로 모두가 합의를 봤네.]
"..."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무려 신을 조교한 사내를 하나 알고 있거든. 그래서 어제 그녀의 신원을 양도 받았지.]
즉, 니아 씨의 제안은 이거다.
49일 내로, 죽음의 여신 헬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 여자를 조교해서, 제 입으로 숨겨둔 신물의 위치를 불게 만들어라.
[이 제안에 응할 지 말지는, 자네의 선택이네. 그리고 실패해도 책임은 묻지 않겠네. 하지만 성공한다면... 아티피아에 혼란을 일으켜 달라는 제안의 보상과 별개로 자네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