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226화 (199/229)

〈 226화 〉 근데 이제 뭐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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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전 화에 작가의 말에서 설명했듯 이번 화는 수간 및 잔혹한 묘사가 많이 나오니 그러한 표현에 거부감과 불쾌함을 느끼시는 분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짐승이 박은 구멍까지 박지는 않습니다.

*

"끅, 끄하아악...!!"

여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방 안을 가득 메운다. 그것은 단순히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남자의 것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여자들이 아픔을 느끼며 내지르는 비명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언가 날카롭고 뾰족한 흉기에 연약한 곳을 난도질 당하는 사람이나 지를 법한, 정말 당장이라도 그대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 어린 비명이었다.

"꺽, 꺼흑... 흐으으윽...!!"

툭, 투둑. 허벅지를 타고 흘러 떨어진 피가 바닥의 카펫을 붉게 물들인다. 도를 넘은 고통,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박살나는 잔혹한 행위에, 유스티아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그녀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여성기가 뜯겨나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 속에서 그저 분노와 공포로 점철된 신음을 내지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겐, 이제 팔도 다리도 없었기 때문에.

"크르르르르... 헥, 헥, 헥...!!"

역겨운 짐승의 흥분한 숨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약한 신들은 힘으로 억압하고 착취하며, 강한 신들은 얕은 꾀로 속이고 기만하며 계속해서 힘을 모아서 원수인 악신에게 복수하고자 했던 정의의 여신이...

"이.... 망할... 짐스으응...!!"

사지가 잘려나간 볼 폼 없는 모습으로, 더러운 짐승의 밑에 깔려 암캐 대신 짝짓기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거기다 유스티아, 그녀를 겁탈하는 짐승은 일반적인 짐승이 아니었다. 그 짐승의 생식기에는 개과 동물 특유의, 짝짓기 중에 삽입이 풀리지 않도록 고정을 하기 위한 기관이 있었으나 그걸로도 모자라 고양잇과 동물의 생식기에 달린, 마찬가지로 삽입이 해제되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가진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들이 있었다. 둘 중 어느 한 쪽만 있음에도 충분할 텐데 같은 용도라도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기관까지 굳이 같이 달린 이유는, 이 짐승과 교접할 대상에게 더 끔찍한 아픔을 주기 위한 창작자의 잔혹한 악의였다.

"흐윽, 흐윽, 흐윽...!!"

뿌득, 뿌득, 뿌득...!

발정난 짐승이 열심히 허리를 흔들 때마다, 교미 대상에게 쾌감이 아닌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흉악한 물건이 유스티아의 안을 거칠게 헤집었다. 단순히 가시만 달려 있어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을 테지만, 그녀를 겁탈하는 짐승의 생식기는 단순히 그게 다가 아니었다.

"흐큭, 꺄아아아아아아악!!"

가시 돋친 생식기는, 마치 살아있는 지렁이처럼 그녀의 내부에서 자유자재로 휘고 꺾이며, 그녀가 그 아픔에 절대 무덤덤해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를 덮치는 짐승은 라그나가 그녀에게 보다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든 살아있는 고문 도구였으며, 그녀에게서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케 만들기 위한 끔찍한 흉기였다. 짐승들의 교미가 대게 그렇듯, 그녀를 덮치는 짐승은 짝짓기 상대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허리놀림으로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했으며, 그로 인한 대가는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흑, 흐으으윽...!"

"지금이라도 말할 생각이 들었다면 멈춰 주도록 하지."

죽지 못하는 상황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면서 하는 제안.

유스티아는 절대 신물의 위치를 발설할 생각이 없었다. 그 신물은 그녀가 당장 죽지 않도록 해주는 목숨줄이자, 그녀가 다시 복수의 기회를 잡게 만들어 줄 발판이었으니까. 그러나 인간일 때를 포함하여 지금까지의 삶에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잔혹하고 끔찍한 고통 속에서, 유스티아는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고통과 치욕을 계속 겪을 바에야, 차라리 모든 것을 실토하고 편안하게 안식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헛소리, 하지, 마...!"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의지가 곧바로 꺾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고통은 그녀의 의지를 흔들었지만, 동시에 고통 속에서 샘솟는 분노와 증오가 그 의지를 다시 단단하게 굳혔다. 자신의 팔과 다리를 전부 뜯어낸 후, 추악한 짐승의 짝짓기 상대로 던져준 그에게 신물의 위치를 말해준다고 해서 소원대로 편안한 안식을 줄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다.

"내가, 끄윽, 그딴 수작에, 흐윽, 넘어갈 것... 같으냐...!"

유스티아는 숨을 헐떡이며 비장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들개에게 따먹히면서, 그리고 보지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말해봤자 하나도 멋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뭐, 그럼 말고. 말할 생각이 들면 불러."

라그나 아마게돈은 그녀를 들개의 상대로 내버려둔 후, 자신은 편안히 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이며, 하찮은 짐승 따위의 노리개 신세가 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동물원의 구경거리 취급하는 그 태도에 유스티아는 분노했지만, 팔다리 없이 바닥에 깔려 들개 따위에게 보지 털리는 여자가 매섭게 노려봤자 상대가 두려움을 느낄 일 따위 없었다.

"흑, 흐으윽...!"

아프다. 몸과 정신을 순식간에 마모시키는, 참혹하고 잔혹한 고문이다. 차라리 광장에 꼴사납게 묶여서 저열한 욕망을 지닌 인간들에게 쉬지 않고 범해지는 쪽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그나 아마게돈이 데려온 짐승의 교미는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참혹한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을 수가 없었다.

"끄으윽...! 왜... 왜...?"

어째서 죽을 수가 없는 걸까? 신이라서? 아니, 아무리 신이라고 한들 팔다리가 전부 잘린 상태에서 이런 끔찍한 흉기로 내부를 마구 헤집으며 피를 쏟아내면 당연히 죽을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신의 힘을 쓸 수 없는 신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그녀가 죽지 않는 것은...

"헬... 이 빌어먹을 탕녀가...!"

죽음의 여신이, 그녀에게 죽음을 허락치 않았기 때문.

"눈치챘냐? 그래, 지금 넌 헬의 힘으로 죽지 못하는 상태다. 내가 네 팔다리를 모두 뽑아도, 그 들개가 끔찍한 생식기로 네 내부를 난잡하게 난도질해도, 넌 죽지 못해. 그 망할 신물의 위치를 불거나, 아니면 남은 49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윽, 끄흑...!"

퍽! 퍼억! 퍽! 퍽!

"설마 내가 너를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았어? 아니, 천만에. 지금 네가 당하는 짓은, 그동안 네가 저지른 짓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슬슬 사정감이 몰려오는지, 들개의 허리놀림이 한층 빨라졌다. 내부를 마구 헤집는, 가시 돋친 채찍 같은 생식기가 꿈틀거리며 부푸는 것이 느껴지자, 유스티아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끄으으윽...!! 나, 나를... 심판하겠다는 거냐...? 네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너, 넌 영웅 따위가 아니다! 사악한 옛 신의 말대로 움직이는 간악한 악당에 불과하다! 너에겐, 끄흐흐으으윽...! 너에겐 내게 이럴, 자격이 없다...!!"

"자격 같은 소리 하네."

하아, 하고. 라그나 아마게돈은 지친다는 듯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뽀각!

"컥...!"

오른쪽 발을 들어, 그대로 그녀의 머리를 잘근잘근 짓밟았다.

"그럼 너는, 그 많은 신들에게 민폐를 끼칠 자격이 있었다는 거냐? 어디서 돼도 않는 헛소리를 하고 있어?"

"이런, 이런 짓이...! 흐윽,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하느냐...?"

"용서, 용서라...."

무엇이 그리도 우스웠던 것인지, 라그나는 피식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 그대로 되돌려주지. 그럼 넌 전부 용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딴 짓을 저질렀어?"

"나는, 그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했을... 흐으으윽! 뿐, 이다아...! 사악한 옛 것을, 흐윽, 징벌하고...! 새로운, 신들의 세상을...!"

"헛소리. 헛소리. 헛소리. 자기 자신도 믿지 않을, 진심이라곤 일말도 담겨 있지 않은 가벼운 헛소리."

퍽! 퍼억! 퍽! 퍽! 퍼억!

"흑, 흐윽...! 머, 머, 멈춰...!"

라스트 스퍼트에 도달한 짐승의 격렬한 피스톤질에, 유스티아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사지 없는 들개 전용 오나홀이 신세가 된 그녀가 발버둥을 쳐 봤자, 달라질 것은 없었다.

쯔걱! 쯔걱! 찌걱! 쯔봅! 쯔봅! 쯔봅!

"넌 그저 개인적인 복수심 하나를 위해, 무고한 이들을 끌어 들였을 뿐이야. 그거 알아? 태풍이나 해일 같은 사고로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은, 자신의 사람을 빼앗아간 자연을 미워하지 않아. 그저 불운한 사고였다고 생각할 뿐.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증오하거든. 그런데 동시에,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기도 하는 존재야."

"멈... 춰어어...!!"

퍽! 퍼억! 퍽! 퍽! 팡! 파앙! 파앙! 팡!

"네가 하는 복수라는 건, 결국 해일이 마을을 휩쓸었다는 이유로 바다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해서도 안 되는 일이지. 바다가 사라지면, 바다에 살던 생물들이나 바다가 있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쩌려고? 말도 안 되는 짓거리로 바다를 메워버리거나 전부 말려버리면, 확실히 넌 바다에게 복수한 셈이지. 하지만 네 바보짓에 아무런 죄 없는 더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테고. 결국 넌, 네가 그토록 증오하는 니아 씨보다 더 끔찍한 존재가 되는 거야."

"흐윽, 끄흐으으으윽!!!"

쯔걱! 쯔걱! 팡! 파앙! 쯔봅! 찌봅!

흉측한 짐승이 육체를 망가트리고, 짐승 같은 사내의 독설이 정신을 부순다. 여태껏 유스티아가 계속 부정하던 것을 얼굴에 마구 들이밀며, 그는 선택과 대답을 강요했다.

뻐억!

"끄흑...!"

뺨을 걷어차이며, 유스티아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 무자비한 발길로 인해 안면에 가해진 고통은 그녀의 몸이 긴장으로 수축되게 만들었고, 갑작스러운 조임에 그녀를 범하던 짐승은 거친 숨을 내쉬며 이내 자신의 씨앗을 그녀의 안에 싸질렀다. 종 자체가 전혀 다르기에, 결코 결실을 이룰 수 없는 씨앗을.

뷰르릇, 뷰르르르릇...! 푸슈우우웃....!

"학.... 학...! 지, 진짜로... 안에, 싸버렸....어...!"

꿀렁, 꿀렁 소리를 내며 뱃속이 점차 채워져 가는 듯한 감각에, 유스티아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심지어 더러운 짐승은, 성기를 삽입한 채로 자신의 몸을 반대로 돌려서, 피로 얼룩진 그녀의 자궁을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짐승의 진득한 정자로 더럽혔다. 명백히 암캐를 대상으로 씨뿌리기를 하는 듯한 그 행태에, 유스티아는 살의가 매우 들끓었다.

"끄으으으윽....!♥"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신음은, 단순히 고통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라그나도, 그리고 그녀 자신도 금방 눈치챘다. 유스티아의 얼굴이 수치와 자기 부정, 그리고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라그나의 혐오 어린 싸늘한 한 마디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하, 이거 봐라. 일부러 아프기만 하라고 최대한 흉악한 걸로 준비했는데, 그 와중에 느껴? 이년 진짜... 대박이네."

"아, 아,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내가 이런 저급한 짐승 따위에게 범해지면서 좋아할 리가...!"

"웃기지 마. 방금 전에 나온 그 신음 소리는, 누가 들어도 아파하기만 하는 신음 소리는 아니었어."

모멸 어린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유스티아의 희미해진 의지를 갈기갈기 찢었다.

"네가 그렇게 부정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도도한 척, 고고한 척, 귀한 척이란 척은 다 하더니 실은 짐승에게 범해지는 걸로도 느끼는, 천박한 암캐년이잖아? 야, 서큐버스조차도 이런 걸 넣으면 아파하거든? 근데 음마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물건에 박히면서 마지막에 기분 좋은 신음을 내뱉은 너는, 대체 뭐하는 년일까?"

"...그만, 그만 해! 그만하라고!"

더 이상은, 유스티아의 정신이 버틸 수 없었다.

짐승에게 범해지는 것의 고통과 그로 인한 수치심 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이런 모욕은... 도저히 맨정신으로 견딜 수 없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악에 받친 목소리가, 그녀가 담아두고 있던 추악한 속마음이, 그녀의 입을 통해 언어로서 모습을 갖춘다.

"내 행동으로 사람이 죽던,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나랑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나랑 전혀 상관도 없는 놈들의 고통을, 왜 내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건데!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데? 왜 나만 이렇게 고통 받아야 하는 거냐고!!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그 망할 악신도 떵떵거리며 사는 데, 왜 나만? 왜 하필 나만!! 내가, 내가 대체 왜!!!"

뻐억!

망설임도, 자비도 없는 발길질이 악에 받친 노성을 내지르던 그녀의 입을 강제로 틀어 막았다. 이윽고 그의 억센 손길이 까치집이나 다름 없이 변한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채를 붙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라그나의 귀기 어린 눈동자와 마주쳤다.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그야, 당연히 상관 있지."

그의 싸늘한 목소리고, 유스티아의 귓가에 박혔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선, 늘 자기 주변의 안위를 신경 써야 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어서 자신의 적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부득이하게 적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경우, 그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분석하고 대비해야 해.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모래성을 얼마나 크고 웅장하게 짓든 언젠가 파도에 휩쓸려 전부 무너질 테니까. 진정으로 이기적인 사람은, 주변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아. 그건 결국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거든."

두려움과 망설임이 사라졌기에, 자동차로 치자면 브레이크가 없어 속도를 늦출 수 없기에 언제 황천길로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간이 지금까지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 자신의 입을 통해 나온다.

"이기적인 사람은, 주변을 무시해선 안 돼.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주변을 신경 써야 하지. 네가 왜 실패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넌 단순히 이기적인 게 아니야. 이기적이고, 멍청하지. 계속해서 적을 만들면서, 그 적이 자신을 찌를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 불감증 때문에 결국 나 같은 욕심 많고 이기적이지만, 멍청하지 않은 인간에게 패배한 거다. 그리고, 그게 내가 널 신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지."

라그나가 한숨을 쉬며 손을 튕기자, 유스티아의 안에 결코 착상되지 않을 정자를 마구 분출하던 들개는 사정을 멈추고서 성기를 뽑았다. 피와 정액으로 점철된 연분홍색 성기를 회수한 들개는 헥헥거리다, 라그나가 이만 나가라는 손짓을 하자 유스티아의 안을 헤집은 탓에 더러워진 그 흉악한 것을 덜렁거리며 방 밖으로 나갔다.

"신의 힘을 가졌음에도, 인간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멍청이. 미워할 수 없는 대상을 미워하며, 그걸 위해 다른 사람들을 끌어 들인 민폐년. 그래서 결국 인간 만도 못한 악당 따위에게 패배해서, 짐승의 씨받이 신세가 된 병신년. 그게 너다, 유스티아."

".....흑, 끄흑...."

유스티아는 입술을 악물며 눈물을 참으려고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과, 눈 앞에 서 있는 자신을 꺾은 사내의 날카로운 독설이, 분노와 증오로 제련된 그녀의 의지를 비틀어 부수고 말았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비참함 속에서, 유스티아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서럽게 흐느꼈다.

"자, 선택해라. 신물의 위치를 순순히 불고, 편안하게 안식에 들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 처참하게 뒈질 것인지."

눈물로 인해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유스티아는 라그나 아마게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계속해서 그 너머의 존재, 니알라쏘텝에게만 신경 쓰느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적.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격퇴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파괴한 증오스러운 적.

"...하, 아니다. 어차피 말할 생각 없겠지. 이런 반응도 이젠 지긋지긋하네."

"...그게, 무슨...?"

물론 그녀는 답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유스티아는 그의 말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이런 반응도 이젠 지긋지긋하다'라고? 마치,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는 듯한...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묘한 의구심을 품은 그녀를 내버려두고서, 라그나 아마게돈은 벌떡 일어나선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칼로 새긴 듯한 흔적들이 있었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손톱을 세워, 벽에 한 획을 추가했다.

"키메라한테 보지가 허벌이 되어도 불지 않는다라... 하긴, 묶어 놓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씨받이를 해도 포기 안 했던 년이 고작 보지가 찢겼다고 굴할 리가 없지. 그럼 다음은... 뒷구멍에 화염방사기를 쳐박고 안 쪽에서부터 구워 버릴까? 아니면 자이언트롤들한테 윤간을 시켜? 뭘 해야 할까..."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참혹하고 비인도적인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 모습에, 유스티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깨달았다.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당하는 이 끔찍한 고문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자신은 몇 번이고 이와 비슷한 짓을 당했고, 그저 기억하지 못 하고 있을 뿐이라고.

"무슨, 짓을..."

"어차피 또 기억 못 할 테니, 그냥 말해줘도 상관 없으려나? 첫 날부터 지나친 쇼크로 인해서 미쳐버리거나 폐인이 되어버리길래, 매일 네 기억을 지우고 정신을 초기화시켰지. 이번이 스물 일곱 번째고. 그래도 아직 보름하고도 일주일은 시간이 남아 있고, 어차피 곧 있으면 또 정신이 나가서 전부 잊어버릴 테니.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번 물어보자. 이 다음의 너에겐 어떤 고문이 효과적일까? 한 번 말해 볼래?"

인간이 아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저 신의 힘을 지녔던 인간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눈앞의 라그나 또한 인간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 속에 담긴 것은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같은 인간을 상대로 어떤 끔찍하고 흉악한 짓도 전혀 마다하지 않는, 저것은...

...괴물.

"...말, 말할...게...요..."

마침내 투지가 꺾이며, 그녀는 패배를 선언했다.

"신물의 위치, 전부 말할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이제 그만 죽여주세요...."

복수할 수 없는 대상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복수하고 싶은 대상보다 더 두려운 존재의 심기를 거스르고 만 한 여인은, 결국 손에 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안식을 선택했다. 이 이상 버텨봐야 고통 뿐이고, 자신에게 구원은 결코 없으며, 곧 저 괴물에게 어떤 참혹한 짓을 당할지 너무나 두려워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에.

*

"...신물의 위치는 이상입니다."

[이것 참 놀랍군. 거의 4주 만에, 그녀의 입에서 원하는 정보가 나오게 만들 줄이야.]

내가 보고를 마치자 염소의 머리를 한 검은 사람이 감탄을 하며, 나를 향해 은근한 시선을 보냈다. 음... 저거 왠지, 대학원생을 찾는 교수에게서나 볼 법한 시선인데...

[이 싸가지 없는 염소박이 새끼가 감히 어디다가 눈독을 들여? 저 친구 후원자는 나야. 함부로 손대면 그대로 손모가지 날아갈 줄 알아.]

[쳇, 야비한 자식. 이렇게 훌륭한 인재가 있었다면, 나한테 먼저 말을 했어야지! 그걸 홀로 독차지 하다니, 욕심도 참...]

[응, 지랄 말고 꺼져.]

도대체 이 초월자들은 뭐가 문제인 걸까? 니아 씨와 악마의, 도저히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초월자들 간의 대화라곤 믿기지 않는 저질스러운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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