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16화 (16/120)

양 떼 속, 한 마리의 (3)

서울특별시 반석대학교 중앙도서관 지하 1층.

어둠이 자욱이 깔린 지하 1층을 세 개의 광원이 차분히 밝힌다.

“이걸로 지하 1층으로 연결된 문은 다 확인하셨구요. 웬만한 좀비들도 다 정리된 것 같습니다.”

톡―! 토독―!

한 손엔 2층 도서관 캠프에서 받은 손전등과 다른 한 손엔 빠르게 무언갈 기록하는 손가락과 스마트폰.

체크해야 될 상황들을 스마트폰에 빠르게 갱신하며 내게 보고하고 있는 고장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주 순조롭네.”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전등으로 앞을 밝히던 와중에 들려오는 고장훈의 물음.

난 어깨를 으쓱이며 되물었다.

“그래 보여?”

“예.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좋은 일이라.”

있지.

[힘 : 20]

지하 1층에 잔존하는 좀비들을 쳐부수며 드디어 달성한 스탯 포인트 ‘20’.

그리고 힘 스탯 ‘20’을 달성한 직후, 어떠한 상태창 메시지도 내게 변동 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

즉, 스탯 포인트 20구간에서도 그대로 잔여 포인트를 5만 소모해서 스탯을 찍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혹시나 5 포인트에서 스탯을 찍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가 더 늘어날까 살짝 쫄렸었는데, 이것보다 지금 내게 좋은 소식은 없겠지.

최소한 스탯 포인트 ‘30’까지는 잔여 포인트 5로 지금과 같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뭐,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

“어― 다른 곳은 몰라도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왼쪽 끝 통로는 아직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알아. 그래서 대충 지하 1층에 넘쳐나는 사물함들로 틀어막고 왔잖아.”

그리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하는 고장훈에게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린 지금 위험천만한 지하 1층 수색을 계속해야 하는데 너무 안전해 보이면 그것도 좀 어색하잖아. 꼬리가 길면 결국 밟혀.”

아직은 2층 도서관 캠프의 눈을 피해, 해야 할 일이 조금 많이 있었다.

그 전에 혹시나 모를 껀덕지를 던져주는 일은 피해야겠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고장훈이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손전등으로 진행로를 밝혔다.

뚜벅― 뚜벅―

고장훈의 발소리밖에 울리지 않는 적막한 지하 1층.

큼지막한 소파와 둥글게 이어진 컴퓨터들을 지나칠수록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고장훈의 손전등이 매점 문을 지나 매점 구석을 밝힌다.

그곳에서 허겁지겁 음식들을 집어 먹다가 그대로 동작을 멈춘 두 쩌리.

박우진과 김민준이 내가 온 것을 깨닫고 빠르게 음식을 집어 먹던 손을 거뒀다.

“뺏어 먹는 사람도 없는데 뭘 그렇게 급하게 먹고 있어.”

난 파르르 떨리는 두 놈의 눈동자에 대고 부드럽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팅―!

그들 옆에 앉으며 바닥에 놔두는 쇠 파이프가 작게 진동하는 소리.

바짝 얼어붙은 놈들의 몸이 한 차례 움찔거리더니 다시 얼음처럼 미동도 없이 얼어붙었다.

“편하게 먹어.”

나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부드럽게 던지는 말들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두 쩌리들.

난 그런 그들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먹지도 않고 대답도 안 하네.”

이러면 시간 낭비인데…….

그리고 시간 낭비는―

“상당히 팀워크를―”

“어,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내 말에 경기를 일으키며 서둘러 답하는 박우진.

옆에 있는 김민준은 나에게 보란 듯이 서둘러 육포를 마저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빙그레― 웃어주자, 내 눈치를 보며 다시금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퍼먹기 시작하는 두 쩌리.

“그래. 내가 시킨 일은 다 마치고 먹고 있는 거지?”

“다, 당연하죠! 식량 가방에 내, 냉동 음식들 위주로 적당히 챙겨 넣었습니다.”

“좋네. 팀워크가 참 좋아.”

이게 팀이지.

만족스런 대답에 쌍둥이처럼 고개를 열렬히 끄덕이는 쩌리들.

이젠 냉동이 전혀 안 되는 냉동실에 넘쳐나는 냉동식품들이 쩌리들의 식량 가방에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하곤 쩌리들에게 눈짓했다.

“뭐해. 올라가기 전에 먹고 싶은 거 빨리 다 먹어야지.”

“……예, 옙! 감사합니다!”

그래도 계속되는 부드러운 반응 덕분인지, 이제는 꽤 유하게 감사 인사까지 하는 쩌리들.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대화에도 불구하고 ‘굴복’에서 ‘복종’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창에 난 그들 몰래 작게 혀를 찼다.

저 두 쩌리들과 고장훈의 차이점.

그중 가장 큰 부분이 ‘긍정적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저들이 내게 복종해서 얻게 되는 긍정적인 요인.

그 요인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종일관 부드러운 처사를 보여주는데도 상태창은 아직 미동도 없었다.

분명히 고장훈은 작은 위로 몇 마디만 던져줘도 곧바로 상태창이 요동쳤는데.

점점 저 두 쩌리를 관리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거지만―

고장훈은 가장 처음 만난 생존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아주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라는 걸 부정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난 지금도 손전등으로 매점 진열대를 하나씩 확인하는 고장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시선을 눈치채고 스마트폰에 무언가 입력하던 시선을 내게로 맞춰오는 고장훈.

“헤헤― 매점에 뭐가 있는지, 그것들 유통기한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일자로 찢어진 눈동자로 헤헤―거리며 말을 잇는 고장훈.

“하시는 일 편하시게 이런 거라도 미리 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헤헤.”

정말―

특이한 새끼라니까.

놈을 보며 만족스레 웃는 내 모습을 확인하던 고장훈이 서둘러 내게 다가왔다.

무언가 은밀한 말을 할 요량으로 조심스레 내게 고개를 숙이는 고장훈.

“안 그래도 어제 식량 가방에서 과자 몇 개가 사라졌습니다.”

마치 바라던 것을 찰떡같이 안다는 듯 귓가에 속삭여오는 달콤한 말.

기다리던 소식에 다시금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의심되는 무언가를 수색할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의심 가는 사람이 없을 때 수색한다는 거겠지.

우리가 지하 1층으로 내려간 순간이 고장훈이 메고 있던 수상쩍은 검은 가방을 수색할 적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방 안에 든 상당히 많은 양의 식량.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걸 본 누군가는 눈이 안 돌아갈래야 안 돌아갈 수가 없는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냥 그대로 넘어갔을 리가 없을 텐데.”

다시 매점 전수조사를 시작한 고장훈을 보며 두 쩌리에게 읊조리는 중얼거림.

음식을 먹다 말고 자세를 바로 하는 두 쩌리에게 다시금 말을 이었다.

“어제 너희한테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어?”

“……예, 예리 누나가― 아니, 구예리가 자세히 물어보긴 했는데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음식을 급하게 삼키며 대답하는 김민준.

정말 믿어달라는 듯, 진심을 백 퍼센트 함유한 표정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제 일어났던 일에 특별히 어색한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음식을 담던 중, 어그로가 끌리지 않은 좀비에게 심유한이 물렸고 우린 식량을 담는 것을 중지하고 겨우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물려서 좀비로 변한 심유한을 처리하고 2층으로 귀환했다.

특별한 옥에 티가 보이지 않는 그럴듯한 시나리오.

더군다나 자기들이 아군이라 철저히 믿는 두 명이 증인이니 의심하려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 딴에는 저 두 쩌리가 미쳤다고 거짓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으니까.

누군가에게 맞거나, 협박당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몸뚱아리로 귀환한 이들이기에 더더욱.

“고자야.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정말 어이없지 않냐?”

“예, 뭐가요?”

난 두 쩌리에게 들으라는 듯 고장훈과 대화를 시작했다.

“어제 그 난리가 났는데도, 지금 지하 1층에 있는 건 우리 네 명뿐이잖아.”

“그 덩치 크던 심유한도 뒤져가는 판국에 누가 수색조에 지원하겠어요? 그냥 한 번 갔던 새끼들이 한 번 더 희생하라 그거죠.”

쿵짝처럼 이어지는 대화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어두워지는 박우진과 김민준.

“친구 죽었다고 저희 내려갈 때까지 대놓고 울상이던 부회장이나, 저희가 다시 내려가겠다니까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있던 캠프 사람들이나.”

생각해보면 이것보다 더한 무언의 압박이 더 있나요?

“그냥 우진이랑 민준이가 내려가라고 대놓고 등 떠민 거지.”

고장훈의 눈맞춤에 더 시선을 깊게 내리 까는 박우진과 김민준.

툭―!

고개를 깊이 내리 깐 박우진의 어깨를 툭― 밀치자 도미노처럼 박우진이 김민준의 어깨를 밀친다.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두 쩌리.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고 마음껏 먹어. 어차피 저 가방에 담긴 식량들도 뭔 공산주의마냥 위에 있는 사람들 전부랑 나눠 먹잖아.”

고생은 너희가 하는데, 식량은 위에서 등 떠민 새끼들이랑 같이 나누네.

2층 캠프 사람들을 욕하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듯 내 눈을 살짝 피하는 그들.

허나, 알게 모르게 쫑긋― 세워진 귀는 내 시야를 피하지 못했다.

난 그들 앞에 쪼그려 앉아 양팔로 그들의 어깨를 툭― 툭― 두드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마. 너희가 팀워크만 안 해치면 우린 지금부터 영원히 한 팀인거야.”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는 박우진과 김민준.

“내가 좀비 새끼들 죽일 동안 장훈이랑 너희는 안전한 곳에서 내가 못 했던 일들을 대신해주는 거야.”

내가 좀비 새끼들을 죽여 포인트를 모을 동안.

“지금처럼.”

툭―!

한 번 더 두드리는 손짓에 고개를 들어 내게 눈을 맞추는 박우진과 김민준.

“안전하게.”

주문처럼 읊조리는 말에 그들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우린 뭐라고?”

“……팀.”

……팀입니다.

“뭐만 안 해치면?”

마치 최후의 양심처럼 열렸다 닫혔다는 반복하는 그들의 입술.

허나,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내 모습에 그들의 입술이 동시에 열린다.

“……팀워크.”

“좋아.”

툭―!

마지막으로 그들의 어깨를 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자야 아까 네가 말한 그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로 가자.”

인문대 옥상에서의 그 악취와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지하 1층에 흩뿌려져 있던 좀비 시체들을 한데 모아 버려야 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난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는 시늉을 하며 작게 웃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식량 가방을 챙기는 두 쩌리와 내게 다가오는 고장훈.

어떤 관계에서든 무조건적으로 통하는 명제가 있다.

어떤 관계에서든―

“이대로 올라가면 우리 비밀이 너무 티 나잖아?”

비밀은 그 관계를 특별하게 만든다.

***

“죄송해요. 조, 좀비 새끼들이 어디서 계속 튀어나오는지.”

“……아니야. 고생은 너희가 했지.”

핏물로 범벅이 된 작은 공구들과 옷가에 번져잇는 검은 핏물.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식량 가방을 구예리에게 내밀고 있는 두 쩌리를 보며 우리들의 임시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 2층 캠프와 정반대에 위치한 두 개의 책장.

그 틈으로 서둘러 들어간 고장훈이 제일 먼저 검은 가방을 확인했다.

“……허.”

가방을 확인하자마자 작게 숨을 들이키며 놀라는 고장훈.

허탈한 웃음을 내짓는 고장훈이 검은 가방의 속을 내게 보여주었다.

과자 몇 개만 사라졌다던 고장훈의 말과 달리 텅텅 비어있는 우리의 식량 가방.

그 말인 즉, 우리가 지하 1층으로 내려간 시점에서 한 번 더 도둑질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

난 기다렸던 완벽한 소식에 살며시 웃었다.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를 뒤쫓는 고장훈의 다급한 발걸음.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걷는다기보다는 작은 뜀박질로 속도를 제어하지 않고 걷는 나를 서둘러 뒤따른다.

임시 거처로 돌아간 지 1분도 채 안 돼서 다시 돌아온 캠프의 중앙.

난 아무렇지도 않게 군데군데 모여있는 캠프 사람들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분명 두 쩌리의 말로는 어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서럽게 울어댔다고 했다.

도서관 캠프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이 죽었던 날이고―

어젯밤, 여태껏 환하게 도서관을 밝혀주었던 빛이 사라진 날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들은 좀비 아포칼립스 첫날이 아니라, 바로 어젯밤 뒤늦게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끝장나고 있다는걸.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기와 물이 끊기고 나서야 실감했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런 순간,

아주 당연하게도― 그들의 생존 욕구가 더없이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다 같이 식량에 허덕이던 시절엔 체감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손에 조금씩이라도 식량이 쥐어지니 생각이 아주 많이 달랐겠지.

끝나가는 세상.

끊어진 전기와 물.

부족하고 또 부족한 식량.

그런 와중에 그들의 손에 들어온 아주 작은 과자 조각은―

오히려 그들의 욕심과 본능을 더욱 가중시킨다.

“안세준!”

모두의 주의를 집중시킬만한 큰 목소리.

내 호명에 안세준이 떨떠름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부드럽게 웃으며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내 눈을 피하며 다가오는 안세준.

“그래, 세준아. 별일 없었지?”

“……예, 예. 별일 없었죠.”

무언가 찔린다는 듯 계속해서 내 눈이 아닌 바닥을 보는 시선.

난 안세준을 향해 고개를 살짝 내리깔며 속삭였다.

“어제 내가 준 에너지바는 잘 먹었어?”

“……예.”

단 한 음절인데도 그 안에 무수한 떨림이 담겨있었다.

“그 여자 친구가 세리라고 했나? 세리랑 같이 먹었어?”

“……아니요. 저 혼자요.”

“그래?”

그럼, 내가 음식을 준 사람이 너 하나밖에 없다는 소리네.

더 깊숙이 그에게 고개를 숙여 속삭인 말에 움찔거리는 안세준.

난 놈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왜 내 식량 가방이 다 털려 있을까?”

응?

부드러운 내 물음에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무는 안세준.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안세준에게 다시금 방긋― 미소 지었다.

“세준아.”

“…….”

“지금부터 예, 아니오로만 답해.”

진자운동처럼 세차게 떨려오는 놈의 눈동자.

그 안에 가득 담긴 내가 그에게 조용히 질문했다.

“네가 내 음식들을 다 훔쳐 갔니?”

“…….”

안세준과 나의 기묘한 대치에 도서관 캠프의 사람들이 점점 모여든다.

그들에겐 잘 들리지 않을 속삭임으로 대화를 나누는 우리.

난 아무런 말이 없는 안세준에게 한 번 더 속삭였다.

“묻잖아.”

“…….”

“네가 네 여자친구 따먹듯이 내 음식들도 다 따먹었냐고.”

“……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무언가 속삭인 안세준.

뭐라는지 잘 듣기 위해 귀를 더 가까이 가져다 대니 안세준이 한 번 더 속삭여온다.

“……즈, 증거 있어요?”

퍼어어억―!

첫날과 똑같이 안세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배때기에 꽂히는 발길질.

“꺄아아아악―!”

순식간에 바닥에 엎어지는 안세준을 보며 캠프의 여자들이 가녀린 비명을 내질렀다.

심유한을 때리며 나름 적응한 탓인지, 적절한 타격에 이젠 기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쿨럭―이며 급한 숨을 토해내는 안세준.

퍼어어억―!

심유한과 똑같이 엎어진 안세준의 배에 정확한 발길질이 찾아온다.

“꺼어어억―! 우, 우에에에에엑―!”

급하게 꺽꺽대는 것과 동시에 그 꺽꺽거리며 모은 숨을 음식물과 함께 토해내는 안세준.

엎어진 채로 토악질을 이어가는 안세준의 머리를 가볍게 즈려밟았다.

“우웨에엑―!”

바닥에 깔린 채로 토악질을 이어가는 안세준.

여자들의 비명에 다급히 달려오는 구예리와 부회장이 내 시야에 들어선다.

난 당황스러움과 분노를 가득 담은 그들의 얼굴을 보며 안세준에게 속삭였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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