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27화 (27/120)

새장 속 고양이 (1)

……하!

난 그녀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물음에도 그저 보란 듯이 헛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을 때마다 그녀의 몸도 같이 옅게 떨린다.

“……어이가 없네.”

편하게 임시 거처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며 읊조렸다.

그날의 마지막 대치와 똑같은 구도지만 조금 벌어진 거리.

난 굳이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비스듬히 고개를 꺾었다.

그리곤 그녀가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는 오른팔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네 처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거 맞지?”

아니, 아니네.

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걸 알면 이렇게 건방지게 지껄일 수가 없지.”

죽다 살아난 짐 덩어리 년이 은혜도 모르고 방금 뭐라고 한 거지?

그녀에게 들으라는 듯 또박또박 흘러나오는 속삭임에 그녀의 몸이 더 크게 움찔거렸다.

아주 일방적인 매도에 처연한 얼굴이 잠시간 깨지며 옅은 분노를 머금는다.

“……그걸 아니까 이런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러 온 거죠.”

“아니, 넌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난 ‘제안’이라는 단어를 건방지게 입에 올리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넌 본래라면 뒤졌어야 했어. 3층에서 차하얀이든 뭐든 다 상관없이 그냥 거기서 끝이었다고. 근데 넌 지금 살아있잖아.”

팔에 작은 흉터만 달고서.

찌르듯 그녀를 가리키는 내 손에 다시금 오른손을 더 꽉 부여잡는 차설희.

난 그녀를 보며 더 사납게 속삭였다.

“어디 전래동화나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내가 해준 거라고. 따지고 보면 내가 네 예수고 내가 네 붓다인데 이따위로 건방지게 거래를 하려 해?”

이거 완전 옛날 사람들 말 중에 틀린 말이 없구만.

뒤질 뻔한 거 살려줬으니 이제 보따리도 내놔라?

생각하고 보니 아주 어이가 없는 작태에 나도 모르게 머리에 열이 뻗는다.

제법 감정을 실어 그녀를 노려보며 지목하듯이 허공에 손가락을 찔러댔다.

내 손가락의 온전한 표적이 된 차설희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조용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건 뭐였나요?”

그렇게 조용히 내 손가락을 보던 차설희의 물음.

그녀가 묻는 ‘그것’이 뭔지 바로 알아차린 나는 왕권을 움직였다.

우우웅―!

짧은 가동음과 함께 내 오른손을 밝히는 찬연한 황금.

“이거?”

“……네. 어벤져스 비슷한 건가요?”

뭐, 어벤져스?

……허.

제법 말이 되는 참신한 비유에 저절로 잔웃음이 튀어나온다.

난 내 손에 머무는 황금빛을 조용히 보고 있는 차설희에게 말을 이었다.

“날 슈퍼 히어로라 생각하면 아주 많이 실망할 텐데. 뭐 그건 그쪽이 이미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강간을 예고하는 슈퍼 히어로라.

그것만큼 신박한 코메디도 없을 것이다.

혹시나 가지고 있을 기대를 부정하는 대답에 차설희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우웅―!

“……하아아―.”

그저 조용히 사라지는 황금빛을 보며 고개를 푹―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밖에는 좀비. 안에는 미친 싸이코 초능력자.”

갑자기 미친 싸이코 초능력자가 된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읊조렸다.

“종말이라고 했잖아.”

“……하아아―.”

또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나 많은 일을 겪고도 아직도 반짝거리는 그녀의 눈동자.

“……지금껏 당신이 했던 말이 전부 다 맞았다는 걸 인정할게요.”

해프닝이 아닌 종말이 왔다는 것.

나는 절대 당신처럼 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이 종말에 내가 하얀이를 구할 수 없다는 것.

“전부 다. 전부 다 인정하겠습니다. 한세계, 당신이 맞았어요.”

하지만―.

갑작스레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차설희가 짧게 덧붙이며 나와 눈을 맞췄다.

변종에게 물린 이후로 대놓고 내 시선을 피하던 그녀와의 눈맞춤.

“하지만 하얀이는 별개의 문제예요. 하얀이는 그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아니까요. 하얀이만큼은 당신보다 제가 잘 알아요.”

……가족이니까.

꽤나 용기를 내고 있는 건지 오른손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왼손이 오른손을 꽈악― 틀어쥐었다.

“하얀이는 제가 당신에게 몸까지 바쳐가며 자신을 구하러 오는 걸 반기지 않을 거예요.”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여동생의 얼굴을 그리는지 순식간에 그렁그렁해진 그녀의 얼굴.

“그런 아이니까요. 오히려 절대 그러지 말라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화를 내겠죠. 그러니까 제가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건.”

이건―

“하얀이를 구하려는 건 모두 순전히 제 욕심이라는 거예요. 제가 부릴 수 있는 마지막 욕심.”

그러니까―

“전 당신에게 꼭 확답을 받아야 겠어요. 부탁이나 애원이 아니라 거래나 계약의 형태로. 꼭.”

또르륵―

좀비가 되어 뒤지기 직전에도―

바로 앞에 목이 꺾인 시체가 있는데도 끝까지 울지 않던 차설희.

그런 차설희의 하얀 볼을 주르륵― 흘러내리는 옅은 물줄기가 달빛을 머금었다.

“……하얀이를 구해준다고 약속해주세요. 그럼― 당신이 하라는 건 뭐든 다 할게요.”

왜 미녀의 눈물이 사기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예쁘게 울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머리끝까지 뻗었던 화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뭐든?”

“그래도 마지막까지는 아니에요. 그건 하얀이가 돌아온 후에―”

“그게 어떻게 뭐든지야. 조건부잖아.”

“……그러니까 거래라고 했잖아요.”

다시 슬슬 열이 오르는 반문에 찌그러질 듯 작게 웅얼거리는 미성.

난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차설희를 조용히 훑어보았다.

그녀의 몸뚱어리 전체를 노골적으로 훑으며 조용히 이득과 손해를 셈해봤다.

관점에 따라 이득과 손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거래였다.

저 차설희를 정말 온전히 가진다고 생각한다면 생각보다 싸게 치는 장사.

지금도 손 하나만 까딱하면 바로 취할 수 있는 걸 참아야 하는 내 인내심 소모와 소비될 시간을 생각하면 꽤나 극심한 손해.

특히나 생각해본다면 굳이 받을 필요가 있나 되묻게 되는 거래에 헛웃음이 일었다.

이젠 나도 제법 차설희라는 인간을 잘 알게 됐으니까.

“여기서 널 덮치려 해봤자 자살하겠다느니, 끝까지 비협조적으로 나오겠다느니 피곤한 말만 골라서 하겠지.”

“…….”

굳이 부정하지 않는 차설희를 보며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뭔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아주 잘 알겠네.”

차설희.

내 호명에 조용히 고개를 드는 차설희.

“잘 알고 있겠지만, 한 번만 더 말하겠으니 잘 들어.”

난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그녀의 외모.

그 외모 덕에 지금도 멀쩡히 숨 쉬고 있는 그녀를 보며 속삭였다.

“네가 지금 나한테 열심히 무기를 휘둘러대는데도 난 내 무기를 하나도 안 쓰고 있어.”

박효은의 목을 분질러버렸던 힘도 손수 키운 내 수색조의 부하들도.

“난 지금이라도 네게 개소리하지 말라면서 그대로 널 눕혀버릴 수도 있어. 그럼 너는 그저 바닥에서 낑낑거리며 자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겠지.”

난 그녀의 협박을 비웃으며 말을 잇는다.

“한번 해보라며 수건으로 네 입을 틀어막고 지금 네가 내건 최종조건에 바로 자지를 박아버릴 수도 있어. 그럼 네 마지막 거래 조건도 바람처럼 사라지겠지.”

난 그녀의 눈을 지그시 노려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비협조적으로 나오겠다는 네 의지와 내 주먹 중에 뭐가 더 강한지 실험하는 것도 재밌을 거야.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마다 죽지 않을 만큼만 처맞으면 과연 네가 어떻게 행동할까?”

난 의식적으로 그녀의 배를 지그시 보다가 다시 그녀를 보며 웃었다.

“내가 주먹만 쥐어도 오줌을 지리게 만드는 데 과연 며칠이 필요할까? 아니면 아예 가둬놓고 물이랑 음식을 안 주는 건 어때?”

“이제부터 네 음식과 물은 내 정액이 되는 거야. 목이 말라서 어떻게든 물을 마시려 내 자지를 빠는 모습이 벌써부터 훤하네. 어떻게 기회가 되면 차하얀을 구해와서 네 옆에서 똑같이 정액을 구걸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겠네.”

난 차분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읊조렸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내 속삭임을 듣고 있었다.

난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그녀에게 이죽거렸다.

“지금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미래들이야.”

“…….”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야.”

그리고 그 이유는 너와 같다.

“순전히 내 욕심 때문이라고.”

네 협상 기술이 뛰어나서도, 네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들고 와서도 아니다.

“네 껍데기 말고 차설희라는 인간 자체를 전부 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

그러니.

“그러니까 난 네가 제안한 그 손해뿐인 거래에 응할 거다. 지금부터 너와 나는 절대로 깨버릴 수 없는 계약 안에 속하는 거야.”

난 차설희를 손가락으로 곧게 지목하며 말을 이었다.

“난 네 여동생을 구해주고, 넌 나에게 모든 걸 바친다. 물론 여동생을 구해주기 전까지는 조건부의 모든 걸.”

그걸 동의한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겠어?”

낮게 중얼거리는 말을 끝맺고 그녀를 지목하고 있던 손가락을 까딱―였다.

가까이 오라는 명령에 천천히 발을 떼는 차설희.

띠링―!

[‘차설희’가 당신에게 ‘아주 약하게’ ‘복종’합니다.]

[복종 요인 : 계약에 대한 신뢰,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실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계약 덕분인지 굴복이 아닌 복종부터 시작하는 그녀와의 관계.

턱―!

난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말 그대로 내 손 안에 놓인 차설희라는 인간.

한 달 전만 해도 죽었다 깨어나도 상상하지 못했던 꿈같은 현실.

영상에서만 보던 그 독보적인 외모가,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코앞에서 나를 조용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난 본능처럼 반대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안았다.

내 거친 포옹에 단번에 더 좁혀진 그녀와의 거리.

어느새 바짝 붙은 서로의 몸을 따라 그녀의 온기가 그대로 내게 전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으려 애쓰지만, 파르르― 떨리고 있는 그녀의 떨림까지도.

난 무표정으로 보이려 애쓰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쓰윽―

내 손짓을 따라 부드럽게 일그러지는 그녀의 뽀얀 살결.

화장은커녕 씻을 물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외모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었다.

“…….”

“놀랍네.”

난 그녀의 중독성 넘치는 볼살을 계속해서 매만지며 속삭였다.

큼지막한 눈과 그 위에 가지런한 눈썹.

오똑한 콧날과 보기만 해도 저절로 군침이 도는 연분홍빛의 입술.

“여기서 화장을 하면 더 예뻐진다는 거잖아.”

“…….”

꽤나 순수한 칭찬에도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차설희.

그 모습에 자연스레 눈썹이 꿈틀거리자 그녀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반응해 드릴까요?”

“…….”

“수줍게 웃어드릴까요? 아니면 겁에 질려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드릴까요? 원하시는 컨셉으로 연기―”

토도독―!

꽤나 의연하게 나를 올려다보던 차설희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그녀의 하얀 셔츠 너머로 선명히 느껴지는 곧게 선 기립근.

그녀를 안은 팔로 장난치듯 부드럽게 리듬을 탄 손가락에 그녀의 눈이 토끼처럼 변했다.

“……원하시는 컨셉으로 연― 흐읍―!”

다시금 서둘러 의연한 척을 하려던 연분홍빛 입술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턱을 잡아당겨 단숨에 삼켜버린 그녀의 입술에서 묘한 단맛이 느껴졌다.

쪽―! 쪼옥―!

그대로 얼어버린 그녀의 입술을 게걸스럽게 탐하며 그 묘한 단맛을 계속해서 빨아당겼다.

혹시나 내 통제를 벗어날까 강하게 쥔 그녀의 뒤통수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내 손등을 간지럽혔다.

쪼옥―! 쪼옥―!

한 손은 그녀의 뒤통수를 고정시키고 다른 한 손은 가지고 놀던 허리에서 조금 더 밑으로 이동한다.

스르륵― 허리에서 엉덩이로 넘어간 왼손이 청바지 너머로도 탄력이 느껴지는 엉덩이를 꽈악― 붙잡았다.

“흐윽―!”

얼음처럼 얼어붙어 있던 와중에도 곧바로 반응하는 차설희.

난 내가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길 때마다 움찔거리는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그녀의 뒷머리를 계속해서 쓸어내렸다.

쪼옥―! 쪼오옥―! 쪼오옥―!

점점 더 격하게 그녀의 입술을 먹어버리는 천박한 소리.

내 키스에 격하게 호응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부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그녀의 입술을 누가 쫒아오는 것처럼 먹어댔다.

“흐윽―! 흐읍―! 쪼옥―!”

그저 살과 살이 부딪히는 행위.

그 와중에 입 주위에 있던 타액이 뒤섞일 뿐인 간단한 행위에 감고 있던 눈 앞에 스파크가 요란하게 튀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차설희의 얼굴이 선명했다.

그녀의 입술과 묘한 단맛이 나는 타액을 먹어댈 때마다 그동안 무수히 봐왔던 직캠 속의 차설희 얼굴이 자동으로 머릿속에 재생됐다.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던 하이퀸즈의 차설희.

“흐윽―! 그, 그만― 그만― 그, 쪼옥―! 쪼옥―!”

계속되는 게걸스러운 키스에 무반응이던 그녀가 갑작스레 두 팔로 나를 밀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그에 대비하여 그녀의 몸을 옴짝달싹도 못 하게 구속해놓은 이후였다.

뒷머리를 꽉― 붙잡고 계속해서 중독성 넘치는 그녀의 입술을 먹어대니 자연스레 거친 숨결이 코를 통해 흘러나왔다.

입술을 먹어대는 키스 덕에 계속해서 부딪히는 그녀의 오똑한 콧날을 코에서 뜨겁게 흘러나오는 숨이 간지럽히고 있다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

쪼오옥―!

“푸하―! 하아―! 하악―! 하악―! 하악―!”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술을 크게 빨아먹고 고개를 떼어내니 그제서야 그녀의 거친 호흡이 들려왔다.

새빨개진 얼굴로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차설희.

난 새하얀 피부 덕에 유독 진하게 보이는 붉은빛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세상 급하게 숨을 헐떡이느라 당연히 벌려져 있는 그녀의 분홍색 입술.

그 분홍빛 입술에 덕지덕지 발린 누군가의 타액이 번들거렸다.

그 모습에 충족되는 독점욕과 소유욕에 그녀의 몸을 옥죄던 팔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그녀를 더 꽉 옥죄이며 본능처럼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고개가 그녀의 목덜미로 향했다.

“으윽―! 다, 당신 진짜 미쳤어요―?!”

갑작스런 내 과격한 행동에 당황한 티가 역력한 속삭임.

난 그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킁―! 킁―!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들이마시는 숨결.

내 코를 타고 들어오는 그녀의 살내음이 맡고 있으니 그녀의 몸이 바짝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꽈악―!

“흐윽―! 아, 아프다구요―!”

엉덩이를 쥐어 잡는 내 손길에 서둘러 나를 밀쳐내려는 다급한 손짓.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미 너무 바짝 붙어있는 내 몸은 그녀에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설희였다. 지금 내가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여자가 차설희였다.

또래 남자들이 음달패설을 할 때도 스스로 자기 주제를 깨닫고 감히 거론하지 않던 여자.

정말 나중에 누구랑 결혼할지 모두가 궁금해하던 그 절벽 위의 꽃이 내 손에 떨어졌다.

차설희가 결국 내 손에 떨어졌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성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의 정복감이 가슴을 들끓었다.

쪼옥―! 쪼옥―! 쪼옥―!

“흐으윽―! 하, 하지 마―! 이건, 이건 하지 말라고오―!”

그녀의 목덜미를 집어삼킬 듯 베어 물어 강하게 빨아당기는 입술.

드디어 쟁취한 전리품에 새기는 무수한 발자국이었다.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에 셀 수도 없을 만큼의 키스 마크를 양산했다.

쪼옥―! 쪼옥―!

그저 드라큘라에 물린 미녀처럼 몸을 파르르― 떨며 내게 목덜미를 내어 주는 차설희.

최대한의 반항인 듯 몸을 이리저리 터는 그녀의 진동을 즐기며 키스 마크를 새기던 고개를 거뒀다.

“다, 당신 진짜 미쳤어요?! 이러면 내일 아침에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목덜미를 부여잡고 나를 노려보는 차설희.

난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쓸어 넘기며 작게 웃었다.

“익숙해져.”

이제부터 일상일 테니까.

난 그녀의 머리카락이 주는 간지러운 촉감에서 손을 거뒀다.

탄력 있게 내 손아귀에서 주물거리던 그녀의 엉덩이에서도 손을 떼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

목덜미를 부여잡고 다시금 나를 올려보게 된 차설희.

정말―

정말로 그저 보기만 해도 남자의 모든 것을 채워주는 얼굴이었다.

탑 아이돌 그룹의 메인 비주얼.

21세기 남자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트로피가 내 손에 들려있었다.

“정말― 가슴만 조금만 더 컸어도 완벽했는데.”

차설희는 글래머라기보단 슬랜더 형이니까.

유일한 옥에 티를 중얼거리자 이건 참지 못했는지 눈썹을 꿈틀거리는 차설희.

난 발끈한 티가 역력한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던 양손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녀의 매끈한 목덜미를 지난 그녀의 어깨.

난 아주 살짝 힘을 주며 그녀의 몸을 낮췄다.

내 힘 덕분인지, 거래를 이행하려는 노력 덕분인지 서서히 몸을 굽히는 차설희.

점점 더 내려가는 손을 따라 그녀가 자연스레 땅에 무릎을 대고 주저앉는다.

“…….”

예상되는 무언가를 상상하듯 긴장 어린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

난 거친 숨을 내뱉으며 트레이닝복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끌어 내렸다.

툭―!

트레이닝 바지와 팬티가 동시에 바닥에 닿는 소리.

그리고 나체가 된 내 하체를 바라보던 차설희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동공에 맺혀있는 터질 듯이 빳빳한 기세로 발기된 내 자지.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서 꿀렁이는 자지엔 이미 쿠퍼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난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귀두를 바라보고 있는 차설희에게 속삭였다.

“뭐해?”

내 물음에 자연스레 눈꼬리를 위로 올리는 차설희.

완전히 아래에서 보는 또 다른 각도의 미모에 웃으며 허리를 까딱― 움직였다.

툭―!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꿀렁이는 자지가 그녀의 뺨을 툭― 두드렸다.

“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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