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6)
끼이이익―!
[윤리교육과 사무실]이라는 명패를 밀어젖히자 단번에 코를 찔러오는 퀴퀴한 냄새.
“끼에에에엑―!”
난 1층의 마지막 과 사무실에서 득달같이 내게 달려오는 여자 좀비에게 파리채 휘두르듯 쇠 파이프를 흔들었다.
퍼어억―!
대가리를 처맞고 곧장 둥근 테이블에 몸을 처박는 좀비.
난 그 좀비가 우당탕거리며 한껏 헤집어버리는 용기들을 조용히 응시했다.
여전히 그날의 점심시간에서 멈춰버린 윤리교육과 과 사무실.
중국 음식으로 보이는 음식물 쓰레기들에 하얗게 핀 곰팡이가 몹시 보기 역겨웠다.
지금도 여전히 코를 찔러대는 퀴퀴한 냄새의 원인이 뭔지 단번에 알 것 같기에 난 손바람을 일으켜 코 주변의 냄새를 흐트러트렸다.
코 주변에 손을 휘적거리며 빠르게 훑어보는 과 사무실의 전경.
책장에 한가득 박혀있는 전공 서적과 기다란 둥근 테이블.
푸른 칸막이 안에 위치한 두 개의 책상과 복사기.
지금껏 살펴본 다른 과 사무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에 별 감흥 없이 손에 들고 있는 쇠 파이프를 까딱― 흔들었다.
텅―!
고급스런 책장에 부딪혀 울려오는 맑은소리에도 여전히 그날에서 박제된 채 그대로 정지된 과 사무실.
난 한껏 쌓여있는 A4 용지 상자 따위를 훑어보며 짧게 혀를 찼다.
쯧―!
대충 눈대중으로 살펴보기에도 그리 필요한 물품이 보이지 않는 과 사무실.
어차피 꼼꼼히 뒤지는 건 캠프원들이 할 테니, 난 혹시 모를 좀비의 기습만 확실히 제거해주면 될 일이었다.
턱―!
좀비 청소가 끝난 과 사무실을 닫으며 삐쩍 마른 피 웅덩이로 가득한 복도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신축 건물이 주는 깨끗함을 대놓고 훼손하는 기괴하고 참혹한 흔적들.
난 원래 발을 내디뎌야 할 자리에 눌어붙어 있는 살점 비스름한 조각을 보며 인상을 와락― 찡그리며 발을 옮겼다.
과 사무실이 밀집된 복도가 끝나고 나를 반겨오는 작은 로비.
편의점이 위치했던 중앙 로비에서 과 사무실 복도를 지나면 맞이하게 되는 신관 오른쪽 로비였다.
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반파된 복사기들을 쭈욱 훑으며 복사기 맞은편에 있는 자판기 앞에 섰다.
초록색으로 칠해진 외형에 중앙 유리에 전시된 형형색색의 음료들.
난 쇠 파이프를 인벤토리로 옮기고 양손으로 자판기의 옆면을 가볍게 쥐었다.
끄드드드득―!
내 손의 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입을 벌리는 자판기.
난 완전히 자기 속을 다 내보이게 된 자판기 안의 음료들을 체크하며 다시 오른손에 쇠 파이프를 소환했다.
“……일단 하나.”
식량은 편의점이나 식당에 국한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내 자판기 안에서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식량들만 모아도 꽤 상당한 분량을 차지할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음료 자판기만이 아니라, 과자나 컵라면 등을 파는 자판기도 널려있는 게 대학이었으니.
툭―! 툭―!
난 캠프원들이 노획하기 편하게 바뀐 자판기에 고개를 주억이며 쇠 파이프를 까딱거렸다.
텅―! 텅―! 텅―!
깨진 유리와 핏자국으로 가득한 로비에 울리는 청명한 쇠 울림.
──────.
난 1분 정도 동안 아무런 답신이 없는 로비를 바라보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나를 따르던 수색조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발놀림.
허나, 내가 내디디는 발걸음은 이상하리만치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은밀’을 명령하는 내 요구에 아주 충실히 따라오는 육체계 스탯.
터벅― 터벅―
하지만 지금 같은 순간에는 도리어 필요가 없는 고급 기술이었다.
난 일부러 더 크게 발을 내디디며 다가오는 2층을 시야에 담았다.
계단 통로 바로 앞에 위치한 2층 휴게실.
그저 보기만 해도 안락해 보이는 푹신한 의자들과 배달 음식을 함께 먹기 좋게 세팅된 탁자들.
그리고 옆에 길게 줄 이어진 자판기들에 절로 옅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텅―!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기다 눈에 밟혀오는 복도의 기둥에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끼에에에엑―!”
내 신호에 드디어 답변을 보내오는 괴상한 포효.
우당탕탕거리는 분주한 소리와 함께 휴게실 안에 있던 좀비가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난 평소처럼 가볍게 쇠 파이프를 휘두르려다 잠깐 멈칫거렸다.
뛰어오는 좀비의 외형을 훑는 눈에 진한 흥미가 반짝였다.
난 쇠 파이프를 왼손으로 옮기며 내게 열렬히 달려드는 좀비에게 부드럽게 발걸음을 이었다.
턱―!
빠르게 좁혀지는 거리에 서둘러 포식을 준비하는 좀비.
허나 그보다 더 빠른 ‘민첩’이 옅은 잔상을 내보이며 단숨에 놈의 목을 틀어잡았다.
“끼에에에에엑―!”
내 손에 들려 더 진하게 발광하기 시작하는 좀비.
난 살짝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거칠게 고개를 터는 좀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진짜 금발.
진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이목구비들과 그중 특히 눈을 사로잡는 신비한 벽안(碧眼).
좀비 특유의 기괴하게 깨진 동공이 그 매력을 아주 심하게 깎아 먹었지만, 흑갈색이 아닌 파란 동공은 그저 보기만 해도 매우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끼에에에엑―!”
아마 교환학생으로 반석대에 왔다가 이런 참변을 당한 여자 좀비인 듯했다.
난 우악스럽게 저항하며 팔을 내뻗는 좀비를 고개를 여러 번 흔들며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인종.
그래서인지 그저 보기만 해도 특별했고, 그것이 내 소유욕을 심하게 자극했다.
끄드드득―!
문제가 있다면 이미 좀비가 된 여자라는 것과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
난 목이 꺾여 바닥에 널브러지는 외국인 좀비를 내려다보며 아쉬움에 혀를 찼다.
그러고 보니 반석대에 있는 교환 학생들을 잊고 있었네.
나름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는 반석대였기에, 학교에 다니며 외국인을 보는 일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웬만한 외국인들은 언어교육원이나 그들의 전용 기숙사가 생활권이라 스치듯이 보는 게 전부였지만.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 덕분에 온 타지에 고립된 외국인들.
말 그대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지옥을 견뎌야 할 이방인들.
일반 한국 대학생들보다 더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 그들의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그들 중에 저 시체보다 훨씬 소유욕을 돋우는 외모의 보유자가 없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주로 생존해있을 확률이 높은 언어교육원과 전용기숙사가 농과대와 다르지 않은 위치 조건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정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도서관과 사범대.
허구한 날 시위하며 거리적 조건에 불평을 토했다던 농과대가 반석대의 북쪽 끝단이라면.
학생 기숙사 및 교수 아파트, 그리고 언어교육원과 외국인 전용 기숙사는 서쪽 끝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나긴 도로와 운치 좋은 연못을 지나야 맞이하는 드넓은 구역.
생존자들이 버티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농후한 구역이기도 했다.
학생과 교수들이 말 그대로 생활을 하는 구역이기에 필연적으로 밀집된 식당들과 편의 시설들.
제대로 뭉치기 시작했다면 지금 제일 여유 물자가 넘치는 곳은 두말할 것 없이 기숙사 구역이었다.
그러고보니 하이퀸즈에서 언어교육원 쪽으로 홍보를 갔다던 멤버가 린네아였나…….
지금 바닥에 널브러진 금발을 보니 자연스레 연상되는 그녀의 얼굴.
으레 한국 아이돌 그룹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외국인 멤버.
해외 시장 경쟁력을 위해 거의 모든 그룹에 포함되는 외국인 멤버들이었지만, 웬만하면 그들의 핏줄은 동양 쪽 계열에 머물러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일본이나 중국 쪽이고 그쪽이 아니라면 동남아시아 쪽 계열이거나 혼혈에 국한된다.
또 그 사실이 매우 당연한 게, 애초에 그쪽이 시장 진출이 훨씬 용이하고 또 K-POP이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구역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린네아는 꽤 특이한 멤버다.
동양계가 아닌 스웨덴 출신의 찐 서양계.
검은 머리가 아닌 금발벽안의 진짜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외모를 가진 우월한 미모의 외국인 여성.
그냥 나타나기만 했다면 한국 아이돌계를 압살하며 포스를 내뿜을 진짜 ‘엘프’ 같겠지만―
의외로 사람의 심미안은 인종을 아주 많이 타는 영역이다.
특히나 한국 아이돌 판에서 진짜 서양계 외국인은 그리 선호되는 상품이 아니다.
이국적이라는 것만으로 분명 매력은 배가 되지만, 아이돌이라는 그룹 안에서는 이상하게도 자꾸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질감을 생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나 또한 그리 다르지 않았다.
차설희와 차하얀 옆에 있는 린네아는 그리 매력적인 아이돌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하이퀸즈의 소속사가 하이퀸즈 런칭 전에는 속칭 ‘좆소’였기에 합류할 수 있었던 멤버.
지금 그녀를 다시 상기하니 그래도 하이퀸즈 내에서 ‘떡감’은 제일 지리겠다고 시시덕거리던 커뮤니티의 질 나쁜 성희롱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 농담을 되새김과 동시에 아이돌 특유의 혹독한 관리에도 이상하게 육덕지던 허벅지가 절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명함을 떼고 ‘린네아’ 그 자체를 생각해보면 가질 수 있다면 가지지 않는 게 이상한 여자였다.
금발벽안의 최상급 외모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한국 남자의 소유욕과 정복욕을 미치게 활활 타오르게 하니까.
하지만―
툭―!
별로 의미 없는 망상일 뿐이다.
난 그저 시간만 잡아먹은 망상에 이르게 한 좀비 시체를 발로 툭― 차버리고 휴게실에 길게 이어진 자판기들을 잡아뜯기 시작했다.
끄드드득―
차설희가 마지막까지 연락이 가능했다고 말한 멤버는 오직 그녀의 여동생인 차하얀 뿐.
지금 이 지옥 같은 세상에 하이퀸즈의 차설희, 차하얀이 동시 생존하고 있다는 자체가 이미 기적이었다.
게다가 린네아와 메인보컬 이래인을 아무리 높게 쳐줘도 하이퀸즈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차 씨 자매다.
그 둘에 이어 하이퀸즈 자체를 드래곤볼마냥 모으려는 짓 자체가 양심을 내핵에 내다 꽂아버린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끄드드드득―
음료 자판기에 이어 과자들이 한가득 든 자판기와 쓸모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컵라면 자판기 등등―
길게 이어진 자판기 속을 모조리 내보인 후에 2층 강의실 청소를 시작했다.
텅―! 텅―! 텅―!
“끼에에에엑―!”
내 쇠 파이프의 지휘에 맞춰 서둘러 내게 달려오는 강의실 안의 좀비들.
퍼어어억―!
가볍게 휘두른 쇠 파이프에 무너지는 좀비들을 훑어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쯧―!
다만, 아쉬울 뿐이다.
거의 모든 가챠 게임들이 유저의 돈을 빨아먹기 위해 무조건 구비하는 일종의 ‘컬렉션’ 시스템.
어떤 항목의 수집을 끝마치고 싶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나만의 하이퀸즈 컬렉션은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끼에에에엑―!”
옆에서 급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좀비 한 마리.
끄득―!
가볍게 끊어친 왼손 주먹에 의해 놈의 얼굴이 함몰되어 가볍게 허공을 날았다.
텅―! 텅―! 텅―!
난 길게 이어진 강의실을 차근차근― 청소하며 잡념을 이어갔다.
그저 바깥에 전시되어있는 물품을 보는 것과 내가 써야 할 것을 고르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냥 유한 눈빛으로 보던 것도 꼼꼼히 계산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이다.
외모를 아주 냉정히 품평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아주 절실히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아이돌이 괜히 아이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의 평균이 아주 확실히 높아진 요즘이지만, 그래도 직접 비교하게 되면 조금 잔인할 정도로 차이가 심하게 난다.
물론 그 비교 대상이 애초에 탑 중 탑이었던 차설희이기에 더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괜히 일종의 검증을 마친 외모와 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퀸즈 멤버의 생사여부를 모른다는 건 꽤나 뼈 아프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반석대가 위치한 여기가 ‘서울’이라는 것.
“……허.”
퍼어억―!
난 짧은 헛웃음과 함께 내게 도약하는 좀비의 대가리를 그대로 아래로 찍어 내렸다.
푸화아악―!
그대로 사방으로 비산하는 뇌수에 더러운 촉감이 묻어나오는 얼굴.
거의 처음으로 삼수까지 하며 발악한 보람을 느끼게 했다.
반석대에 재학 중일 때 이 일이 터진 게 몹시 다행이었다.
한국 연예계의 중심이자 유일한 구역이 바로 서울이니까.
이대로 차츰차츰 구역을 넓히다 보면 소장 가치를 돋구는 검증된 외모들을 많이 만나게 되겠지.
어쩌면 한국 연예계를 내 침대에서 부흥시킬 수도 있겠다.
그저 생각만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머리를 스치듯 브라운관과 영상 매체들의 얼굴들.
난 아주 구미를 치명적으로 당기는 생각들에 진하게 웃으며 마지막 강의실을 밖에서 응시했다.
작은 창을 통해 시야에 담겨오는 대강의실.
웬만한 강의실 2개는 합쳐야 나오는 널찍한 공간에 방황하는 수많은 좀비들이 보였다.
수업을 듣던 와중에 참사를 겪었는지 거의 대부분의 좀비가 여학생들이었다.
그 넓은 대강의실조차 좁게 만드는 꽤 높은 밀도의 좀비 숫자.
지금 끝나지 않고 내 소유욕과 독점욕을 돋구는 이 욕망.
이 욕망이 망상이 되지 않으려면 더 강해져야 했다.
끼이이이익―!
압도적으로.
어쩔 수 없이 꽤나 크게 울리는 경첩 소리에 방황을 멈추고 일제히 고개를 돌리는 좀비들.
“……후우우―”
난 꽤나 오랜만에 숨을 깊게 고르며 대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문이라는 지형적 조건을 완전히 포기하고 안으로 들어선 미련한 짓거리.
탱태태태탱―!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도구를 버리는 병신같은 짓거리.
“끼에에에에에엑―!”
대강의실을 한 번에 메아리치는 놈들의 하울링에 귀가 절로 따가워졌다.
우우웅―!
난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몸 안에서 박동하던 왕권을 온몸에 둘렀다.
각자의 자리에서 수업이 끝난 것마냥 일제히 중앙복도를 내달리는 좀비들.
그중 선두에 선 좀비에게 황금빛의 주먹이 잇따른다.
쐐애애애액―!
단순한 주먹질이라기엔 공기를 찢어발기는 풍압이 좀비의 귀때기를 후려갈긴다.
끄드드득―!
실 끊긴 연처럼 왼쪽으로 날아가는 좀비.
난 여전히 중앙복도를 가득 채우고 내게 손을 뻗는 좀비들에게 두 팔을 벌렸다.
퍼어억―!
가까이 다가온 좀비 두 마리의 배때기를 밀어버리는 양손.
빠르게 날아간 좀비 두 마리가 볼링공처럼 볼링핀을 넘어뜨렸다.
“끼에에에엑―!”
우당탕거리며 넘어지는 선두를 밟고 내게 도약하는 좀비들.
난 볼링공 좀비들 덕에 확 열린 시야를 살피며 일체형 책상을 들었다.
끼이익―!
꽉 부여잡는 손아귀에 비명을 지르며 구겨지는 일체형 책상.
쭉― 뒤로 뻗은 팔을 따라 허공에 멈춰있던 일체형 책상이―
쐐애애애애액―!
진한 잔상을 남기며 단숨에 놈들의 면상에 처박힌다.
투척물이라기엔 너무 크고, 애초에 투척이 아닌 학습을 위해 만든 구조물.
하지만 투척의 파괴력을 결정하는 건―
투척물의 모양이 아니라 투척물의 속도였다.
푸화아아악―!
빛살처럼 놈들의 면상을 찢어발기며 벽에 박히는 일체형 책상.
쐐애애애액―!
난 정면에 보이는 좀비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보이는 책상을 모두 투척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쿠우우웅―!
좀비들의 대가리와 몸통을 찢고 벽에 박히는 책상 덕에 울렁이는 대강의실.
“끼에에에엑―!”
난 어느새 뒤편에서 요란히 울리는 괴성에 투척을 멈추고 서둘러 몸을 돌렸다.
끄득―!
짧게 발을 구르며 내세운 어깨에 그대로 함몰되어 움푹 패어진 시체의 가슴.
볼썽사납게 쓰러지려는 좀비의 대가리를 손을 쫙― 펴서 부여잡았다.
푸화아악―!
손아귀에 쥔 사과를 으깨며 힘자랑을 하듯 내 손아귀에 흠뻑 젖어오는 사과의 과즙.
가볍게 손을 털며 이번에는 팔을 당기며 굽혔다.
뒤편을 정리하느라 견제가 덜해진 정면에서 내달려오는 좀비들의 발소리가, 그 진동이 여실히 느껴진다.
1초, 1초가 중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끊기지 않고 제대로 이어지는 생각.
그저 생각만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 답해주는 육체.
걷고, 엎드리고, 눕는 것마냥 아무런 제약이 느껴지지 않는 유연성과 탄력감.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 지나가듯이 보았던, 원래의 나라면 절대 할 수 없었던 동작을 이어갔다.
끄드드득―!
빠르게 몸을 돌리며 창처럼 내세운 팔꿈치에 으깨진 좀비의 대가리.
다시 정면으로 보이는 좀비들에게 무자비한 주먹질이 이어졌다.
끄드득―! 퍼억―!
머리가 뭉개지고, 얼굴이 함몰되고, 뇌수가 터지며 날아가는 좀비들.
쐐애애액―!
그저 허리의 반동을 조금 이용한 발길질이 채찍처럼 놈들의 허리를 부숴간다.
“끼에에에엑―!”
난 상황에 맞춰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움직임을 놈들에게 쏟아부었다.
가까이 온 놈들에겐 주먹질을, 거리가 어중간한 놈들에겐 발길질을―
그리고 너무 멀어 닿지 못하는 놈들에겐 손에 잡히는 건 아무거나 내던지며 주변을 헤집었다.
콰직―!
허리가 부서져 땅을 기어 내게 오던 좀비의 대가리를 찍는 무자비한 발길질.
트레이닝복 바지에 축축이 튀어오는 물기를 무시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의 목을 틀어잡아 꺾었다.
끄드득―!
뼈가 으깨지는 살벌한 소리를 끝으로 무음에 접어든 대강의실.
“…….”
난 손에 들고 있던 좀비를 가볍게 던지며 찬찬히 대강의실을 훑었다.
──────.
내가 집어던진 투척물에 엉망이 된 대강의실의 벽들.
이미 바닥을 흥건히 물들이는 검붉은 핏물과 하얀 뇌수의 파편들.
그리고 검붉은 피에 조용히 섞여 들어가고 있는 무색의 액체.
이미 트레이닝복과 내 전체를 물들이는 핏물과 살점을 조용히 내려다 응시했다.
그렇게나 많았던 좀비들이 모조리 어딘가 괴상하게 함몰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광경을 지나 대강의실 앞에 얌전히 방치된 쇠 파이프를 바라보았다.
끄드득―!
꽉― 쥐는 주먹을 따라 그대로 전해져오는 힘의 박동.
이제야 완벽히 체감할 수 있었다.
첫날에 민첩 스탯을 처음으로 찍고 마주했던 전동 킥보드와 자동차.
주먹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던 쇠 파이프와 둔기류의 무기들.
인간을 만류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도구의 도움이 필요 없는 초월.
도구의 도움에서 탈피한 초인(超人)이 되었다는걸.
“……미친.”
누군가를 발아래에 두던 쾌감과 필적할 만한 심장의 거센 박동.
난 저절로 열린 입에서 짧은 욕을 쏟아내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 말도 안 되는 전능감이 몸을 마약처럼 휘감은 지금, 난 누구보다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슈퍼맨은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망상의 집결체나 다름이 없었다.
코끼리와 개미만큼 벌려진 종 자체의 우월함에도 개미를 열심히 지켜내는 코끼리라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을 것이다.
난 어느새 입가에 진하게 자리 잡은 미소를 느끼며 허공을 응시했다.
그려왔던 대로 아주 꾸준한 우상향을 그려내고 있는 성장 곡선.
100 포인트라는 것에 기함하며 입을 떡 벌리던 내게 어느새 다시 모인 100 이상의 포인트.
성장이 가속되고 있는 걸 여실히 체감한다.
띠링―!
[천박한 품위 Lv.1 -> 천박한 품위 Lv.5]
[스킬 레벨업에 100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잔여 포인트 : 110 -> 10]
띠링―!
[목표 스킬 레벨 달성으로 당신의 전용 스킬에 첫 번째 전문화가 개방됩니다.]
[폭군 전용 스킬 ‘천박한 품위’의 전문화를 선택하세요.]
[1. 경연(經筵)에 다시 참석하겠소]
[당신의 육체계 스탯에 적용되던 배율이 정신계 스탯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2. 닥치고 술이나 따라라]
[당신이 받고 있던 육체계 스탯 보너스에 한하여 그 배율을 더 상승하여 적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