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의 시대 (4)
“…….”
천천히 그녀의 입가를 가리는 바들바들― 떨리는 가녀린 손.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그녀의 눈가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기 시작했다는 건 지금 자신의 상황을 또렷이 자각했다는 것.
난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그녀를 무시하고 뒤에 선 타격조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 손짓에 빠르게 달려온 타격조 놈들의 머리에도 차례대로 왕권을 주입했다.
내게 왕권을 주입받은 뒤 체감을 느끼려는 듯 요란하게 몸을 털며 스트레칭 비스름한 걸 하는 타격조 새끼들.
난 놈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강의실 문을 턱짓했다.
“…….”
그제서야 방금 전에 있었던 내 경고를 이해한 건지 입을 살짝 벌리며 강의실 문으로 달리는 병신 삼인방.
난 남아있는 방대화를 바라보며 여전히 질질 짜고 있는 김아름을 턱짓했다.
“자리에 다시 앉히고 한 명씩 차례대로 데리고 와.”
일단 부분무능이 교수 놈의 이능을 무효화시킨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내 지시에 방대화가 몸을 부축하는데도 여전히 서럽게 울어대는 김아름.
그녀가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은 뒤 허리를 숙이며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거세게 쥐어짰다.
그러면서도 수도 꼭지가 고장난 듯 여전히 그녀의 눈가로 줄줄 새어 나오는 한 줄기의 물방울.
난 방대화가 부축해서 데리고 온 다음 여학생의 정수리에 손을 얹고 부분무능을 방출했다.
정확히 20명의 여학생.
난 그녀들의 몸에 남아있는 교수의 이능을 지워가며 다시금 부분무능의 유용성에 대해 절감했다.
좀비를 쳐 죽일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무능의 파괴력.
같은 이능력자와의 전투에서 내 부분무능은 가히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기적인 스킬로 변모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부터 내가 얻을 잔여 포인트의 행선지가 정해지는 결과였다.
우우웅―!
난 우는 것 빼고는 제각기 다른 여학생들의 반응을 되새기며 마지막 여학생의 정수리에서 손을 거뒀다.
“으흐흐흑―! 흐흐흑―!”
이번엔 서럽게 울어대는 것 정도로 제법 얌전히 맨정신을 되찾은 여학생.
난 이미 다른 여학생들의 발악으로 진이 다 빠진 듯한 방대화가 서둘러 여학생을 데리고 등을 돌리고 나서야 조용히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하아―
오랜만에 턱 끝까지 차오르는 호흡의 갈구와 무언가 텅 비어버린 듯한 공허함.
빠르게 이마를 훔치는 소매에 축축한 촉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한 번 닦아내었는데도 여전히 물기에 젖은 이마와 앞머리.
그동안 한 번도 모자라지 않았던 왕권이 바닥난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깊게 날숨과 들숨을 반복했다.
구멍 뚫린 항아리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것이 멈추고 나서야 다시 왕권이 차오르는 감각이 선명히 느껴졌다.
워낙 온몸 가득히 존재감을 뽐냈던 왕권이라 그런지 다시 가득 채우는 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듯싶었다.
흐흐흐흐흑―! 흐흐흐흑―!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강의실 천장을 메아리치는 각기 다른 음색의 울음소리.
금단 증상이 남아있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나는 그냥 그녀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별로 뛰어난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그렇게 끔찍한 현실을 자각한 그녀들의 울음이 아주 오랫동안 강의실을 뒤덮었다.
계속해서 울리는 울음소리 중간중간마다 뱀처럼 쉭쉭―거리며 여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꿈이 아닐까 하며 서로 간의 꿈을 대조해보는 간절한 속삭임들.
그렇게 꿈이 아님을 너무나도 절실히 깨달은 여자들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우당탕―거리며 순식간에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 문을 향해 돌진하는 한 여학생.
그녀가 문을 지키고 있던 타격조 중 한 명의 목을 쥐어뜯듯이 틀어잡았다.
“죽여버릴 거야―! 내가, 내가 죽여버릴 거야아아아아―!”
“케엑―! 켁―!”
강의실 문에 박혀 얼굴을 찡그리며 발악하는 타격조원.
그리고 그의 목을 쥐어짜듯이 흔드는 여자를 서둘러 떼어내려는 다른 타격조원들의 간절한 몸짓이 교단에서 확연히 보였다.
“죽어―! 죽어, 이 강간마 새끼야―! 죽어, 이 개새끼야아아―!”
“케엑― 이, 이거 놔아―! 이거 놔아아아―!”
결국 숨통이 틀어막혀 쉰 소리를 내뱉던 타격조원에 밀려 땅바닥에 엎어지는 여학생.
꺄아아악―!
그런 여학생을 바라보던 다른 여학생들의 비명이 겹겹이 천장에 닿는다.
쿨럭―! 쿨럭―! 크르르륵―!
잔뜩 붉어진 얼굴로 목을 잡고 헛기침하는 타격조원과 넘어진 채로 광기에 젖어 주변을 휘둘러보는 여학생.
딱 봐도 남자를 죽일 무기를 찾는 눈빛에 입을 막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학생들이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죽여버릴 거야― 내가 죽여버릴 거야― 흐흑― 죽여버릴 거야―!”
그저 처절하게 땅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남자를 죽여버리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여학생.
그런 여학생을 끌어안고 다시 눈물을 흘리던 여학생 중 한 명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뚜벅― 뚜벅―
그렇게 다시 문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여자의 얼굴이 몹시 낯이 익었다.
‘헤으으― 하윽―!’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마자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개구리 자세의 시오후키.
바보 같은 눈망울로 즙을 토해내던 그녀의 얼굴은 서릿발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짜아악―!
그렇게 다가오는 여학생과 여전히 헛기침을 하는 타격조원을 바라보던 다른 타격조원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전정기를 들고 내게 벙어리냐고 외쳤던 그 타격조원이었다.
“……비켜.”
아주 차갑고 서럽게 떨리는 여학생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있던 타격조원의 눈망울이 더 아래로 향한다.
난―
더 서럽게 떨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난―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그런 짓을―”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녀의 물음을 따라 타격조원의 눈망울도 더 거세게 떨려왔다.
툭―!
“이 정도로 끝내는 걸 다행으로 알아. 이 미친 새끼야―”
그녀가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서둘러 닦고는 문을 막고 있는 타격조원의 몸을 밀어댔다.
“비켜―! 비키라고, 이 미친 강간범 새끼야―!”
그렇게 차갑게 그를 밀쳐내는 손짓에도 그는 위태롭게 흔들릴지언정 문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한곳만을 응시하고 있는 놈의 눈빛.
난 그놈의 눈빛에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그와 눈을 맞췄다.
내 눈빛에 움직임이 멎기는커녕 오히려 더 가파르게 떨리기 시작하는 놈의 눈망울.
“비켜―! 비키라니까―! 배석연―! 비키라고―!”
터질 듯이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이던 눈망울이 나를 떠나 자신을 끊임없이 흔드는 여학생에게로 향한다.
“좀 닥쳐, 이 씨발년아아아―!”
퍼억―!
그대로 거칠게 그녀를 밀어대는 손짓에 땅바닥에 엎어지는 여학생.
타격조원은 엎어진 그녀에게로 무언가를 토해내듯 소리쳤다.
“나가서 뭐 어떻게 할 건대? 이 씨발 밖에 나가서 경찰이라도 불러올 거야―?!”
악에 받친 고함에 조용히 적막에 물든 강의실.
“사람이 죽었다고― 강간당했다고 신고라도 할 거냐고―!”
벽에 박힌 성종현을 가리키는 손짓에 여학생들 모두의 어깨가 동시에 움찔거렸다.
“그러면 누가 오는데?! 누가 오냐고 이 씨발년아―!”
오히려 한 발자국 더 내디디며 그녀를 압박하는 타격조원.
“지금까지 아무도 안 왔는데 누가 오냐고오오오―!”
침을 사방으로 분사하는 시뻘건 얼굴에도 엎어진 여학생은 아무런 반문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가면 씨발 좀비 새끼들만 징하게 몰려오겠지―! 그럼 너도 그 새끼들이랑 똑같은 좀비가 되는 거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 씨발년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니까 그만 처 징징대고 그냥 얌전히 자리에 앉아!”
하악―! 하악―! 하악―!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자리를 손가락질하는 타격조원.
엎어진 그녀가 핏물이 터지도록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이 씨발년이……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실핏줄이 터진 눈동자로 여학생을 내려다보던 그가 다시 나를 응시한다.
화답하듯 터진 옅은 잔웃음에 놈이 오히려 눈을 피하며 다시 바닥을 바라보았다.
툭―! 툭―!
고요한 침묵에 빠진 강의실을 두드리는 정박자의 발길질.
덕분에 강의실 문에 집중됐던 모두의 이목이 교단으로 향한다.
“…….”
난 그녀들의 시선에 아무런 대답 없이 계속해서 발만을 툭― 툭― 두드렸다.
그녀들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던 두 가지 사실.
교단에 앉아있는 낯선 남자와 벽에 박혀 죽어버린 성종현 교수.
툭―! 툭―!
그녀들이 필사적으로 외면하면 두 가지 요소와 함께 이 강의실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 어떤 말과 협박, 폭력에도 절대로 문에서 비키지 않는 타격조원들.
도리어 거리낄 것 없이 문을 빠져나가려는 여학생들에게 거친 폭력이 돌아온다.
결국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한 여학생들이 차례차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흐흐흑―! 흑흑―!
그렇게 다시 강의실에 차츰차츰 울리기 시작하는 가녀린 울음소리.
계속해서 되새겨지는 악몽에 온몸이 긁힌 여학생들이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난 계속해서 아무런 말 없이 그저 교단에 앉아만 있었다.
그런 나를 필사적으로 무시하는 강의실의 여학생들.
이건― 단순한 분위기만으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난 좀비들을 처 죽인 뒤에 씻지 못해 온몸에 요란한 피비린내와 5레벨을 달성한 ‘천박한 품위’를 상기했다.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위압감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우위를 취할 수 있게 하는 상시 발동형 특성.
툭―! 툭―!
난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는 여학생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향기 초의 광원.
향기 초가 아닌 새로운 광원이 어두운 강의실에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점차 동이 떠오르는 것이 선명히 느껴지는 새벽녘의 햇살.
난 처음의 눈빛과 달리 조금 멍해진 여학생들의 눈빛을 차분히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분노와 혐오 등의 휘발성이 강한 감정이 지난 자리엔 자연히 무거운 감정들이 자리 잡기 마련이다.
이다음 일에 대한 걱정, 되돌리지 못하는 일에 대한 처절한 후회 등등.
개개인이 품기엔 너무나도 묵직하고 쓰라린 감정들.
난 그들의 눈빛에 약에 대한 갈구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교단에서 일어섰다.
뚜벅― 뚜벅―
교단 옆 계단을 통해 천천히 교단을 오르는 발걸음.
아주 지독한 적막이 가라앉았던 강의실에 또렷한 발소리가 울렸다.
난 모두의 멍한 눈빛이 집중된 교단에서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 작게 웃었다.
교단 위에 서니 정말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점차 개개인으로서는 버틸 수 없는 공포에 잠식되어가는 여학생들.
그녀들이 아주 필사적으로 벽에 꿰뚫린 성종현의 시체를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 교단에서 여실히 보여왔다.
그냥 이대로 저들을 모두 끌고 도서관으로 출발해도 그리 큰 잡음은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결국은 내 명령을 거부하는 이를 본보기로 세워 모두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난 그런 번거로운 일보다 훨씬 경제적인 방법을 택했다.
툭―!
가볍게 두드리는 발에 묵직한 소리를 토해내는 교단.
“다들 알고 있겠지만 너희들이 알고 있는 세상은 끝났다.”
평이한 높낮이의 음색이 강의실에 울려 퍼진다.
강의나 웅변의 목적이 아닌 그저 일상의 대화를 건네는 것 같은 단조로운 음색.
“아주 제대로 좆됐지.”
난 여학생들과 예비 타격조원들 전체를 휘둘러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제 너희들의 징징거림을 들어줄 기자도, 부모도, 경찰도, 군인도 없다.”
“그 우는 소리에 미친 듯이 달려올 좀비 새끼들과 저런 싸이코 새끼들뿐이지.”
난 조용히 턱짓으로 성종현의 시체를 가리켰다.
내 턱짓에 조용히 벽에 꿰뚫린 성종현을 눈에 담는 강의실의 모두.
“나 또한 저 새끼와 별반 다른 게 없다.”
“그저 싸이코 새끼들끼리의 싸움에서 이번엔 내가 이겼을 뿐이지.”
그래서인지―
난 끝말을 길게 끌며 다시 나를 바라보는 여학생들의 눈망울을 조용히 응시했다.
길게 운 여파로 퉁퉁 부은 눈과 붉게 충혈된 눈동자들.
“난 너희들의 징징거리는 울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가 보기엔 저기 걸려있는 저 새끼는 개새끼 중에서 꽤 관대한 개새끼거든.”
약을 통해 학생들을 종속시켜 결국 인형으로 만들어낸 정신계 이능력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상태는 내가 보았던 이들의 결말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다.
살아있으니까.
“지금 약에서 깨어난 너희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질질 짜기라도 하지, 밖에는 그것도 못 하고 뒤진 새끼들이 너무나도 많다.”
배가 고파서, 좀비에게 물려서, 더는 살 자신이 없어서.
“지금 내가 이 말을 하는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죽고 있겠지.”
난 담담히 사실을 말하며 살짝 고개를 꺾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죽는 새끼들이 있다면 반대로 살아남는 새끼들도 있기 마련이지.”
“그게 바로 내가 이끄는 캠프의 생존자들이다.”
툭―!
난 이미 모두의 이목이 끌린 교단에서 다시 발을 굴려 그들의 이목을 모았다.
“이쯤에서 너희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이대로 여기서 모여서 살든 알아서 안전한 곳을 찾든 마음대로 하는 것과 내 밑에 들어오는 것.”
뚜벅― 뚜벅―
난 천천히 교단을 걸으며 단조로운 설명을 계속했다.
“만약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너희들은 캠프를 위해서 내가 시키는 짓은 그게 무엇이든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 대신―
“내가 너희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거지.”
“그렇게 조금만 버티다 보면 과거처럼 살 수 있다는 입바른 소리는 하지 않겠다.”
그건 이제 영원히 불가능하니까.
“그냥 너희들이 알아야 할 건 내겐 충분한 식량과 안전한 보금자리, 너희와 똑같은 처지의 생존자들을 삼십 명가량 데리고 있다는 거다.”
뚝―!
난 교단 중앙에서 멈춰서 모두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정확히 5분.”
“5분 동안 너희들의 지랄발광으로 혹시나 모였을 좀비들을 처리하고 온다.”
그때 동안―
난 강의실 문을 가리켰다.
“나갈 새끼는 알아서 나가고 남을 새끼는 알아서 남아라.”
훗날을 위해서라도 꽤나 필요한 과정이었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었고, 그걸로 선택을 했다고 합리화하는 과정은.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길 매우 싫어한다.
그건 곧 자신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대놓고 드러내는 일이기에 더더욱.
어떻게든 자신의 선택이 맞았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자기 최면을 걸게 되는 것이다.
그럼, 캠프를 다스리는 데 훨씬 여유로워지겠지.
자기들이 알아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테니.
“내가 5분 뒤 다시 강의실에 왔을 때 여기 남아있는 새끼들은 내 말을 충분히 알아들은 걸로 이해하고 내 캠프원으로 대하겠다.”
뚜벅― 뚜벅―
난 그렇게 말을 마치고 교단을 가볍게 뛰어넘어 성종현의 시체로 향했다.
“어쩌면 네놈들 인생의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으니 충분히 심사숙고를 거친 후에 선택하길 바라지.”
푸우욱―!
벽에 틀어박힌 쇠 파이프를 뽑자마자 바닥에 쓰러지는 성종현.
강의실 옆 통로에 그대로 널브러지는 성종현을 방치한 채 생각보단 그리 피에 절여지지 않은 쇠 파이프를 이리저리 살피며 강의실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헐레벌떡 자리에서 비키는 예비 타격조원과 활짝 열리는 새벽의 강의실.
쿵―!
“…….”
그렇게 강의실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강의실 내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