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66화 (66/120)

누구나 왕을 꿈꾼다 (7)

배터리를 잃고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문명의 혜택.

밤을 거스르던 문명의 혜택이 사라지고 다시 자연의 섭리가 자리 잡은 학생회관에―

우우웅―!

작은 황금빛이 점멸하듯 반짝였다.

“기회.”

그 옅은 빛을 전등 삼아 단조로운 음색이 다시 이어진다.

“이건 팽현재가 너희에게 주지 못했던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기회다.”

난 내 손에서 피어난 황금빛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조용히 읊조렸다.

“난 이 거친 세상에 필요한 건장한 남자들이 아닌.”

황금빛이 밝히는 내 눈동자가 바닥에서 끙끙거리는 남자들을 지나쳐 그 뒤에 모여있는 여자들에게 이르렀다.

“억압받고 강간당하고 울부짖던 너희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엔 딱히 정당한 이유도, 특별한 이유도 없다.”

그저―.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하지만 다시 말하듯 이건 너희들에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언제나 그랬듯, 기회는 항상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레 다가오기 마련이다.

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들에게 처음 건넸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내 통제에 따른다.”

“내가 정한 선을 철저히 지키며 잘한 놈에게는 상을 주고, 못한 놈에게는 벌을 준다.”

뚜벅― 뚜벅―

점차 가까워지는 그녀들과 나의 거리.

난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여자 중 익숙한 얼굴을 일으켜 세웠다.

“……으흑―!”

깜짝 놀라 몸을 세차게 떨어대는 나체의 여성.

무용과 여학생이 복도 중앙까지 내게 이끌려왔다.

갑작스런 인도에도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무용과 생존자.

난 학생회관에 남은 유일한 광원에 집중된 시선을 느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건― 선을 넘은 놈들에게 주는 벌임과 동시에 너희들에게 미리 주는 내 상이다.”

무용과 생존자가 조용히 그녀의 손으로 옮겨오는 무언가를 보며 더 격하게 몸을 떨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내 쇠 파이프.

그리고 어느 순간 바로 발치 밑에 놓이게 된 팽현재의 처참한 시신.

“……히끅―!”

이런 순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딸꾹질 소리와 함께 뒷걸음질치는 무용과.

그녀가 이상할 정도로 내가 건넨 쇠 파이프를 이리저리 만지며 더듬거렸다.

분명 부분무능을 주입했는데도 아직도 그녀에게 영향을 끼치는 듯한 팽현재의 이능.

난 순식간에 모든 전기가 사라진 건물에 비해 아주 진득하게 잔존하는 놈의 이능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오히려 지금 이런 순간에는 아주 바람직한 도움이었다.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게 인간이니까.

난 흐릿한 눈으로 바닥에 축― 늘어진 팽현재의 시체를 바라보는 무용과에게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안 할 거야?”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흘러드는 목소리에 눈을 더 크게 뜨는 무용과.

난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는 오감에도 확연히 들릴 내 목소리를 그녀에게 계속해서 흘려보냈다.

“복수.”

그녀가 그 짧은 단어에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잔뜩 흐려진 눈 사이에도 확연히 반짝이는 작은 조각들.

“이미 죽었다는 이유로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억울하잖아.”

난 그녀와 눈을 맞추며 쇠 파이프를 꼭 붙잡고 있는 그녀를 다시 이끌었다.

천천히 내 인도에 맞춰 다시 팽현재의 시체 앞에 서는 무용과.

“네가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도 편하게 죽었잖아.”

그녀의 흐릿한 시야를 더 흐릿하게 만드는 그렁그렁한 물기들.

“그래도 보여줘야지. 네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걸.”

난 쇠 파이프를 덜덜 떨며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함께 맞잡았다.

“네가 겪었던 그 고통들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줬다는걸.”

난 그나마 적게 떨리기 시작한 그녀의 손을 놓고 마지막으로 읊조렸다.

그래야―

“그걸 잊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녀가 눈가에 가득했던 눈물을 흘리며 나와 밑에 놓인 팽현재의 시체를 번갈아 응시했다.

난 그녀가 무언갈 각오하듯 필사적으로 깨문 입술 덕에 흔들리는 턱을 응시했다.

그녀의 턱에 계속해서 망울지는 하얀 물방울들.

“죽여.”

“으, 으아아아아아아아―!”

무용과 여학생의 입에서 나왔다곤 상상도 못 할 거친 목 긁음.

“아아아아아아악―!”

그녀가 가슴속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계속해서 토해내며 손에 든 쇠 파이프를 계속해서 내리찍었다.

퍼억―! 퍼억―! 깡―! 퍼억―!

흐릿한 시야 덕에 팽현재의 시체와 땅바닥을 번갈아 때리는 그녀의 쇠 파이프.

허나, 그녀는 바닥을 때린 반동에 손을 부르르 떨면서도 쇠 파이프를 놓치지 않았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내리치는 쇠 파이프에 더 엉망으로 일그러지는 팽현재의 시체.

“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 그 처참한 광경을 내려보면서도 무용과 여학생은 표정을 찡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해 보이는 숨을 몰아쉬며 쇠 파이프를 든 손을 덜덜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잘했어.”

“하아― 하아― 하아―”

“잘했어, 넌 복수를 한 거야.”

난 그녀의 손에 들린 쇠 파이프를 부드럽게 넘겨받고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그녀의 몸속에 아직 존재하는 팽현재의 이능을 씻어내리는 황금빛.

“흐윽―! 흑흑흑―!”

점차 선명해지는 그녀의 눈동자에 다시금 물기가 차오른다.

덜덜 떨리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어 엉엉 울기 시작하는 무용과 여대생.

난 그녀를 내 뒤로 보낸 뒤 다시 앞을 응시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와 조금 앞에 그대로 내밀고 있는 쇠 파이프.

“…….”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여성 생존자 중 한 명이 조용히 일어섰다.

터벅― 터벅―

옅은 황금빛 광원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자국들.

마치 손자국처럼 그녀의 몸에 요란하게 찍혀있는 붉은 흔적들을 달고 온 그녀가 내가 내밀고 있는 쇠 파이프를 조심히 받았다.

그리곤 검게 그을린 시체들이 가득한 언덕에서 수포가 가득 올라온 시체 하나를 있는 힘껏 당겨 바닥에 내팽개쳤다.

“이이익― 개새끼! 씨발 새끼! 씨발, 씨발 새끼! 죽어―! 죽어어어―!”

퍼억―! 퍼억―! 퍼억―!

수 차례 수포가 올라온 시체를 내려찍은 뒤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오는 여성 생존자.

“흐윽―! 흑흑흑―! 흑흑흑흑―!”

무용과 여대생과 데칼코마니처럼 엉엉 울기 시작한 그녀가 내게 쇠 파이프를 반납했다.

그리곤 그 자리에 못 박혀 더 서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팔뚝으로 계속해서 얼굴을 쓸어 닦으며 내 앞에 서 있는 여성 생존자.

난 쇠 파이프를 반납하고도 가만히 내 앞에 서 있는 여성 생존자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야 보이지 않은 헛웃음을 옅게 흘렸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여성 생존자.

난 제일 처음 이루어졌던 복수의 단계를 생각하며 더 진하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우우웅―!

난 무언갈 기다리고 있던 여성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부분 무능을 천천히 주입했다.

팽현재의 이능에 당하지 않은 그녀들에게는 전혀 쓰잘데기 없는 불필요한 단계.

“괜찮아, 이제 그런 일은 다신 없을 거니까.”

“흑흑―! 으흑흑흑흑―!”

허나,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우우웅―!

난 복도에 주저앉은 생존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쇠 파이프를 건네주고 부분무능을 주입했다.

어둠을 옅게 밝히는 황금빛이 머리에 스며드는 광경에 스스로를 치유받는다고 느끼는 이들.

난 강압적인 폭력으로 얼룩진 그녀들에게 굳이 깊은 신체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머리에 손을 얹고 세례를 하듯 이어지는 기묘한 치료식.

“……왜, 왜 나한테 오는데― 이, 이 씨발 오지 마. 오, 오지 마―!”

“…….”

여성 생존자들의 복수는 시체에 국한되지 않았다.

조원들이 억세게 몸을 구속한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쇠 파이프를 든 여성.

“나, 나는 너한테 그렇게 심하게도 안 했잖아―! 씨발, 오히려 내가 말렸었잖아, 기억 안 나?”

“…….”

“다른 애들이 더 심하게 했는데 왜, 왜 나한테 오는데― 왜 나한테 오는데 이 미친년아―!”

퍼억―!

“이익―! 이이이이익―!”

퍼억―! 퍼억―! 퍼억―!

“너는― 너는― 너는 믿었으니까―! 너는 믿었으니까아아아아아―!”

세상 서럽게 울어대며 강제로 내밀어진 머리를 계속해서 내리치는 여성 생존자.

그녀가 계속해서 내려치는 둔기질에 경련을 멈추고 침묵한 남자를 보고서야 쇠 파이프를 다시 내게 건네왔다.

“흐윽―! 어어엉―! 어어어엉―!”

점점 순서가 이어질수록 자기들이 먼저 의지할 곳을 찾듯 부분무능을 주입하는 내게 안겨 왔다.

난 아이처럼 서럽게 울어대는 여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며 그녀들의 복수를 도왔다.

여성 생존자 뿐만 아니라 구타의 흔적이 가득한 남성 생존자들까지.

그놈들도 앞 순서와 비슷하게 내게 안기려 들어서 순간 표정 관리를 실패할 뻔했지만, 난 부드럽게 웃으며 놈들을 겨우 안아주었다.

그렇게 낑낑거리며 자신의 어긋난 신체 부위를 붙잡던 남자들의 신음 소리가 모두 끊긴 밤.

그저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코를 열심히 먹고 있는 여자들의 울음소리만 가득해지고 나서야 난 주변을 다시 휘둘러보았다.

유일한 광원인 나를 중심으로 더는 살아있는 생존자가 보이지 않는 정면.

난 그제서야 내 손에 들린 쇠 파이프를 마지막 생존자에게 조용히 건넸다.

“……저, 저는―”

검붉은 핏물을 뚝 뚝― 흘려대는 쇠 파이프에 서둘러 뒷걸음질 치는 유서준.

난 너무나도 명백한 놈의 거부 반응에 고개를 주억이곤 박태하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선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자 놈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난 놈의 귓가에 다가가며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합류한 여자들은 공훈 보상에서 제외한다.”

“예, 관장님.”

학생회관을 점령하기 앞서 가장 먼저 선택해야 했던 건 살릴 놈들과 죽일 놈들을 정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난 남자들보단 여자들을 살리기로 선택했고, 앞서 말했듯 그 선택에 합당하거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어쩌면 동족 혐오일 수도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이미 남의 손을 탄 사내새끼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이미 내일이 없는 듯한 방종을 맛본 놈들을 굳이 내 시간과 노력을 써가며 다시 길들이는 짓을 굳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했다.

그렇게 여자들을 살리기로 선택했으면 그것으로 얻는 이득을 생각해야 했다.

난 도서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둘러 옷가지를 입거나 울음을 정리하고 있는 여자들을 시야에 담았다.

조용히 내 조원들의 통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여성 생존자들과 얼마 남지 않은 남성 생존자들.

그들의 나체에 지나칠 정도로 진하게 남은 억압의 흔적들을 조용히 응시했다.

저 상처들은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복수를 완료했어도 저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저들을 괴롭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저 생존자들은 아주 훌륭한 비교 대상이다.

이미 거칠 대로 거친 남자들에게 철저히 희롱당한 불행의 보균자.

도서관이 얼마나 행복한 공간인지 되새기게 할 더할 나위 없는 간판들이었다.

평생 우물에만 갇힌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우물 밖에서 포식자들에게 죽을 때까지 시달린 개구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러니 이 생존자들은 도서관에 있는 생존자들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해소시킬 우물 밖 개구리임과 동시에 나의 극성 지지자들이 되어주어야 했다.

지옥에서 빠져나와 겨우 되찾은 안전한 집을 누구보다 열심히 지켜낼 맹목적인 지지자들.

나와 6층 간부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밑층 캠프원들의 건방진 계획을 자발적으로 감시할 또 다른 감시원들이 되어주어야 했다.

또한―

난 내 앞에 널브러진 시체들의 고간에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콘돔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면 이미 임신했을지도 모르는 여성 캠프원들을 굳이 공훈 보상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다.

“이제 손전등 켜고 여자들 옷 입히고 정렬시켜. 도서관으로 돌아갈 거니까.”

“예, 관장님.”

난 박태하가 다시 뒤쪽으로 사라지고 눈치 좋은 춘식이가 자리에 못 박혀있던 유서준을 데려가고 나서야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내 동공에 가득 담겨오는 흉측한 시체.

팽현재를 내려다보는 눈가가 나도 모르게 작게 일그러졌다.

5층에서 놈과 벌였던 첫 번째 전투가 머릿속에 선명히 재생된다.

푸화악―!

그때 분명히 미끼로 던진 무용과에 부분 무능을 쑤셔박았던 내 모습을 다시 되뇌었다.

“…….”

그런데도 여전히 무용과 여대생의 오감을 교란했던 놈의 이능.

“……지능.”

그리고 그 이능을 보조하는 스탯의 차이로 발생한 간극이겠지.

난 내 손에 여전히 찬란히 빛나는 부분무능을 일별했다.

만능에 가까운 것이지, 만능이 아님을 항상 명심해야 했다.

“……운.”

운이 좋았다.

난 다시금 학생회관에서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그리 읊조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학생회관을 더 빨리 발견하지 못하고 시간이 더 흘렀다면―

팽현재가 널리 퍼트린 전단지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학생회관에 몰렸다면―

아마 그들 중 분명 임완기처럼 팽현재가 만든 환경에 만족하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학생회관을 각개격파 하는 과정이 복잡해졌을 거고 이렇게 단번에 우두머리에게까지 닿을 수 없었겠지.

덩치를 가득 불린 팽현재와의 전투에서 나는 몰라도 내 조원들까지 전원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난 팽현재의 고간에서부터 천천히 사방으로 번지고 있는 핏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뭔가 놓친 과정이 생각나 조용히 이마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팽현재를 죽인 뒤에 포인트를 강탈했다는 알림이 뜨지 않았다.

포인트가 ‘0’이어도 강탈한 메시지는 분명히 떠야 하는데.

“…….”

뭔가 꺼림칙한 느낌에 팽현재의 시체를 계속해서 내려다보던 와중에 어느새 팽현재의 혈흔이 내 발치까지 다가와 찰박거렸다.

띠링―!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단음.

[참칭자 ‘암군’ 살해.]

[참칭자의 피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입궁 선언을 선포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셨습니다.]

[입궁 선언에 필요한 참칭자의 피가 부족합니다.]

[더 많은 운명과 더 많은 참칭자의 피를 획득하세요.]

단순한 포인트 강탈 알림이 아닌 너무나도 생소한 메시지.

난 허공을 가득 수놓은 메시지들을 읽어내리며 작게 입을 벌렸다.

띠링―!

그 순간, 알림음과 함께 갑작스레 사라지는 모든 메시지들.

그 메시지창들이 모두 사라진 공간에 단 한 문장이 다시 출력됐다.

[현재 반석대학교에 잔존하는 참칭자는 총 2명입니다.]

그 문장을 전부 읽고 나서야 작은 탄성이 입 밖으로 흘렀다.

메시지가 무언가를 안내하고 있었다.

이 난데없는 땅따먹기의 목적을 은유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땅.

그리고 더 많은 병력을 모아야 했던 이유.

이 땅따먹기의 최종 승리 조건은 바둑처럼 더 많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었다.

체스판의 킹이든, 장기판의 왕이든.

나와 같지만 다른 이들을 사냥하는 것.

그래서 가장 최후까지 살아남는 유일한 왕이 되는 것.

“……왕위 쟁탈.”

난 너무나도 명확해진 목표를 조용히 읊조리며 마지막 문장을 계속해서 눈에 담았다.

마치 그런 내 눈길을 알아차린 듯 메시지창이 점멸하듯 반짝였다.

띠링―!

[현재 반석대학교에 잔존하는 참칭자는 총 2명입니다.]

누구나 왕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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