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84화 (84/120)

영원히 (5)

밤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린 약속의 밤.

─────────.

풀벌레 우는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한 복도.

난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로 참을 수 없이 새어 나오는 잔웃음들을 미리 흘려보냈다.

도서관에서의 첫 만남부터 아주 뾰족했던 서로 간의 첫 번째 대화.

그리고 마치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수많은 순간들을 지나 바로 지금.

그 유명하신 하이퀸즈 차설희를 갖기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고, 어떻게 보면 아주 긴 시간이었다.

“…….”

아직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있는 손바닥엔 지나치게 선명한 손잡이의 차가움.

난 철문을 열기 전 잠시간 고개를 돌려 침실의 옆방을 응시했다.

열람실이라는 본래의 용도답게 안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

난 차하얀이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는 명확한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는 철문을 바라보며 마지막 잔웃음을 밖으로 흘렸다.

끼이이이익―!

부드럽게 돌리는 손잡이를 따라 어두운 복도에 새어 나오는 주황색 빛무리.

난 눈에 꽤 익어버린 무드등 불빛을 바라보며 침실에 들어온 핑계를 제자리에 두었다.

침실 구석에 목욕 바구니를 내려놓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

누군가를 기다리듯 다소곳이 침대에 앉아있던 차설희와 눈빛이 맞닿았다.

“…….”

뚜벅― 뚜벅―

여전히 적막에 물든 침실에 재차 울리는 선명한 발걸음.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툭―!

어깨가 부딪칠 만큼 서로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리는 차설희.

난 그녀처럼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옆자리의 차설희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녀의 다소 부자연스러운 시선 처리와 허벅지 위에서 쉴 새 없이 꼬물거리는 양손.

토도도독―!

난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꼬물거리는 손등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혔다.

피아노를 연주하듯 부드럽게 손등을 간지럽히는 감각에 정지화면처럼 움직임을 멈춘 그녀의 양손.

토도도독―!

난 계속해서 그녀의 손등을 간지럽히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돌려왔다.

“…….”

내 손길에 다시 서로를 바라보게 된 우리.

허나, 차설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색한 고갯짓으로 내 시선을 조용히 피했다.

토도도독―!

난 다시금 손을 뻗어 그녀의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

혼을 내듯 살짝 가늘어진 내 눈가에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 않는 차설희.

허나, 이번에도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서둘러 눈동자를 밑으로 내리깔았다.

토도도독―!

침실에서 서로를 마주한 순간부터 아직까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대화.

하아― 하아―

서로의 숨결이 서로를 간지럽힐 만큼 가까운 거리와 쉴 새 없이 아래를 방황하는 차설희의 큼지막한 눈망울.

“…….”

토도도독―!

허나,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밑을 맴돌던 그녀의 눈망울이 방황을 멈추고 내게 올라왔다.

어색하게나마 천천히 나를 눈에 담는 차설희.

그 후로 꽤 긴 시간 동안 서로의 동공에 서로의 얼굴이 맺혀왔다.

난 한눈에 담겨오는 차설희의 얼굴을 오랫동안 감상하며 계속해서 그녀의 손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움직였다.

한 번은 부드러운 토닥임처럼 그녀의 손등을 간지럽히고―

또 한 번은 그렇게 간지럽힌 부분을 풀어주듯 손톱으로 은근히 그녀의 손등을 긁으며―

그녀의 얼굴에 남아있는 어색함과 딱딱함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

이내 충분히 자연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차설희.

난 그제서야 잠시 거둔 손길을 다시 올려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주황빛 무드등이 마치 노을처럼 젖어 들고 있는 고혹적인 이목구비.

보드라운 살색 볼과 눈 밑을 조심스레 쓸어내리는 손길에도 그녀의 눈길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멍하니, 그리고 얌전히 내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 그녀의 눈망울.

조금 전 내 시선을 피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동공에 진하게 비춰오는 미소 짓는 내 얼굴.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가가 나를 따라 하듯 아주 흐릿한 호선을 그렸다.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멍한 얼굴에 맴도는 미소.

어떤 영상의 차설희에게도 찾을 수 없는―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차설희의 얼굴.

그 자체로 남자를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페로몬에 저항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불이 치솟듯 한순간에 뜨거운 숨결을 흘리며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 다가간다.

“…….”

점점 가까워지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차설희가 비스듬히 얼굴을 꺾었다.

내가 길들인 대로 천천히 마중 나오는 얼굴과 살짝 벌린 입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분홍빛 혀.

턱―!

일상처럼 내 입맞춤을 기다리던 그녀의 혀를 손가락으로 조용히 붙잡았다.

“…….”

손가락에 혀를 집힌 채로 멍하니 눈을 깜빡이는 차설희.

“쓰읍―.”

난 마치 어린아이를 혼내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에게 짧은 입소리를 흘려보냈다.

그녀의 분홍빛 혀를 흔드는 손가락에 함께 움직이는 차설희의 얼굴.

내가 손가락을 놓아주자 다시 얌전히 자신의 입으로 돌아간 혀와 함께 그녀의 입이 조용히 다물어졌다.

다소 천박했던 표정에서 다시 그녀다운 얼굴로 돌아온 차설희.

난 그녀의 얼굴을 마저 감상하며 부드럽게 그녀와 입을 맞췄다.

쪽―.

새의 부리처럼 잠시간 서로를 자극하고 떨어지는 가벼운 버드 키스.

난 촉촉이 젖어있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쪽― 쪼옥― 쪽―!

가벼운 버드 키스에서부터 점점 깊고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입맞춤.

마치 마약처럼 계속해서 맛보고 싶은 말랑말랑한 감촉과 달콤한 타액에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느새 내 몸을 이리저리 헤집는 그녀의 양손과 천박한 소리를 내며 서로 옭아매는 분홍색 혀.

흐읏― 쭈웁― 쪽―!

쉴 새 없이 서로를 머금어대는 입술만 고정된 채로 계속해서 그녀의 위치가 바뀌어갔다.

매트리스 위에서 내가 벌린 양 다리의 중간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내 허벅지 위에서 서로의 얼굴을 쉴 새 없이 매만지며.

하아― 쭈웁― 쪼옥― 쪽― 쪽―!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즐기는 서로의 입술.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통해 알게 모르게 서로를 비비적거리는 그녀의 허벅지가 여실히 느껴져 왔다.

“헤엑― 헤엑― 헤엑―”

이내, 아주 긴 시간 만에 멀어지는 입술 사이로 기나긴 실선이 이어진다.

콧숨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벅찬 숨을 고르는 차설희의 입술을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난 이미 타액으로 범벅이 된 보드라운 입술을 매만지며 처음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얀이는 자기 방으로 돌아간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어보는 짓궂은 말.

“…….”

조용히 입술을 매만져주는 내 손길을 받아들이던 차설희의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동생인데 정말 괜찮겠어?”

차설희가 내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인 뒤로, 아주 긴 시간 이어지던 어색함을 떠올렸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다른 대화를 이어가던 와중에도 쉽사리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자매.

차설희는 내 속삭임을 차하얀이 못 들은 줄 알겠지만, 차하얀은―

“나랑 섹스하려고 하루 만에 하얀이를 내쫓은 거잖아.”

그녀의 입술을 계속해서 매만지며 이어가는 노골적인 물음.

“…….”

차설희는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처음과 비슷하게 눈알을 데구르르― 굴려댔다.

긍정과 부정 대신 침묵을 선택한 차설희.

허나, 그것만으로도 이미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어졌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스윽―

긴 시간의 거친 키스로 살짝 헝클어진 그녀의 머릿결.

정성스레 그녀의 머릿결을 정리하는 손길에 그녀의 눈길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착하네.”

칭찬하듯 그녀의 머릿결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그녀의 시선.

“하아― 하아― 하아―”

난 어느 순간부터 조금 노골적으로 들려오는 차설희의 숨소리를 느끼며 그녀를 침대에 부드럽게 눕혔다.

툭―!

내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던 엉덩이가 스르륵 매트리스로 옮겨가는 동시에 매트리스에서 흐드러지게 흩어지는 그녀의 머릿결.

스윽― 스윽―

내 손길을 따라 그녀가 얌전히 침대 위에 뉜 몸을 베개까지 밀어갔다.

베개를 베고 천장을 바라보는 차설희에게 천장보다 더 가까이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내 얼굴.

이내 그녀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내려다보는 내 시선에 차설희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부, 불 좀―”

살짝 옆으로 돌린 그녀에게서 새어 나오는 흐릿한 미성.

“……부, 불 좀 꺼주시면 안 될까요?”

이내 아무런 대답이 없는 내 모습에 조금 더 선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허나 난 아무런 대답 없이 살짝 돌려진 그녀의 고개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냈다.

“…….”

침대에 몸을 눕힌 차설희와 조금 위에서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는 나.

베개에 흐드러지게 핀 머릿결과 그 머릿결을 파고들어 내 몸을 지탱하고 있는 양손.

그저 계속해서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는 내 눈길에 이리저리 눈을 돌리던 그녀가 옅게 입술을 깨물었다.

부끄러움을 참기 위해 내보이는 새로운 표정.

그녀의 질리지 않는 얼굴을 조용히 감상하던 내겐 참을 수 없는 새로운 자극이었다.

스윽― 스윽―

입고 있던 옷들이 모두 살을 스치며 내게서 멀어지는 소리.

“…….”

내가 잠시간 몸을 뒤척이며 옷을 벗는 모습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올려보고 있었다.

잠시 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야릇한 공기와 팬티 밖을 나와 더 크게 껄떡이는 자지.

이미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귀두를 느끼며 내가 옷을 벗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차설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차설희랑 할 때 불을 끄는 바보가 어딨어?”

후우―

잔웃음이 담긴 속삭임과 그녀의 귓가에 노골적으로 불어넣는 숨결에 파르르― 몸을 떨기 시작하는 차설희.

난 다시 허리를 세워 그녀가 입고 있는 잠옷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툭―! 툭―! 툭―!

부드러운 손짓에 조금씩 그 안을 내보이는 상의.

난 주황색 무드등이 그대로 비치기 시작하는 새하얀 속살을 감상하며 그녀의 상의를 천천히 벗겼다.

내 손길을 따라 조용히 몸을 들썩이며 옷을 벗기는 걸 도와주는 차설희.

쪽―!

난 입술을 쉴 새 없이 꾸물거리면서도 조용히 나를 돕는 그녀의 입술을 한 차례 머금은 뒤― 잠옷 바지를 천천히 끌어 내렸다.

스으윽―

얌전히 들어오는 허리를 따라 그녀의 발끝에 걸리는 바지.

난 그녀의 바지를 완전히 벗긴 뒤, 속옷만을 남겨둔 그녀의 몸을 조용히 위아래로 훑었다.

“…….”

노골적인 내 시선에 천천히 허벅지를 부비는 다리를 지나 속살이 옅게 보이는 검은색 레이스 팬티와 분홍색 유두가 살짝 비치는 브래지어.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검은색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 너무 그렇게―”

계속되는 내 시선에 작게 몸을 비트는 차설희.

오히려 그 모습에 이미 위를 향해 껄떡거리던 자지가 더 크게 껄떡거리며 배를 쳐댔다.

난 원래 그녀가 입고 있었던 속옷이 아닌 화려한 속옷을 바라보다 다시금 그녀의 귓가에 고개를 숙였다.

쪽―!

“이건 언제부터 입고 있었어, 설희야?”

“……흐읏.”

“……변태.”

“……흐으읏―!”

잔웃음을 담고 있는 저음의 속삭임에 몸을 부르르 떠는 차설희.

난 일부러 뜨거운 숨을 불어넣던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혀를 집어넣었다.

찔걱― 찔걱―

“흐으응― 하으읏―!”

그녀의 귓가를 깊게 파고드는 야릇한 소음.

내 혀가 그녀의 귓가를 애무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부르르― 진동하는 떨림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쪽―!

마지막으로 붉게 물든 그녀의 귓불에 입을 맞추곤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침대 옆의 테이블로 고개를 돌리고 몸을 잠시 일으키려던 찰나―

턱―!

처음으로 내 손을 조심스레 잡아 오는 그녀의 손길.

“……오, 오늘은 그거 없어도 되는 날인데―.”

다시 고개 돌린 내게 스며드는 아주 작디작은 속삭임.

난 내 눈을 피하며 옅은 불빛에도 진한 홍조로 피어오른 그녀를 조용히 내려보았다.

스윽―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몸을 완전히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다시 지근거리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내 눈길에 차설희가 다시금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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