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100화 (100/120)

근묵자흑 (3)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농과대의 강의실.

강청신은 허연 천장을 바라보다 교탁을 응시했다.

자신의 시선에 잠깐 몸을 움찔거리다 딱딱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농과대 캠프원.

그 부자연스러운 얼굴 주름과 교탁 위에 경고하듯 올려져 있는 짧은 둔기.

이 모든 것들이 강청신에게는 조금 어색했다.

학생회관과는 정말 완전히 다른 감상.

강청신은 차하얀과 남도윤을 중재하기 위해 농과대 남학생들에게 자신을 반쯤 방치하고 달려가던 성준기를 떠올렸다.

그렇게 얼떨결에 자신을 맡게 된 남학생들이 선택한 지금의 감금 아닌 감금.

강청신은 자신이 앉은 책상 아래, 압수나 수색도 없이 얌전히 놓여있는 배낭을 바라보며 튀어나오려는 잔웃음을 삼켰다.

팽현재의 학생회관은 정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사이를 걷는 기분이었다면, 농과대는―

뭐랄까― 여기는 너무―

‘그 새끼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캠프 운영을 얼마나 샌님처럼 하고 있을지 대충 예상은 간다, 춘식아.’

샌님.

강청신은 관장님과의 독대를 떠올리며 결국 참지 못한 잔웃음을 흘렸다.

‘고자가 그러던데, 자기가 말하자마자 고민도 없이 네가 하고 싶다고 자원했다며?’

강청신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되뇌어지는 어제의 은혜로운 목소리.

강청신은 기억을 따라 하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새끼. 그냥 얼굴만 봐도 존나게 믿음직하네.’

쿵―!

관장님의 쇠 파이프가 가볍게 마주 앉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가.’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라보시는 신뢰 그 자체의 눈빛.

‘가서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하고 와라.’

강청신은 눈앞에 관장님이 계신 것처럼 다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가서 허연 놈들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적당히 양념 해 봐.’

끼이이익―!

회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강의실을 울리는 의자 끄는 소리.

강청신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 교탁 위에 올려진 둔기를 집는 남학생이 보였다.

‘박재하.’

남도윤과 차하얀의 설전으로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농과대 생존자.

“……어어?”

강청신은 박재하의 다소 멍청한 반응에도 부드럽게 웃으며 하던 행동을 계속했다.

다른 어떤 캠프원이라도 상관없었지만, 저놈이라면 일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달그락―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일단 이야기가 일단락될 때까지 얌전히―”

“박재하 씨 맞죠?”

속사포처럼 어버버 거리는 경고를 뒤덮는 태연한 물음.

강청신은 배낭 안에 든 유리병 하나를 꺼내어 그를 향해 살짝 흔들었다.

우우웅―

“다름이 아니라, 하얀 씨에게 아주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재하 씨.”

“……하얀이한테요?”

“네, 정말 도서관에서도 박재하 씨 걱정을 엄청 많이 하셨어요.”

저벅― 저벅―

손안에 황금빛 유리병을 들고 점점 교탁으로 걸어가는 강청신.

강청신은 차하얀의 언급에 한결 부드러워진 박재하의 얼굴을 살피며 다음 말을 이었다.

“목숨이 아주 위태로우셨다고 그래서 너무너무~ 걱정된다고.”

“…….”

“그래서 만약 상황이 안 된다면 저보고 꼭 자기 대신 전해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우웅―!

황금빛을 뿌리며 천천히 박재하에게 내밀어지는 유리병.

“이 감염 치료제를요.”

강청신은 그 황금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박재하를 재촉하듯 건네고 있던 유리병을 살짝 흔들었다.

“……정말 하얀이가요?”

“네. 어찌 보면 이게 여분의 목숨 비슷한 그런 거잖아요?”

“…….”

“그만큼 하얀 씨가 박재하 씨를 걱정하셨다는 거죠.”

다시 한번 더 재확인을 거치고 나서야 조용히 내밀고 있는 유리병에 내뻗어오는 손.

강청신은 드디어 자신의 손을 떠난 유리병을 조용히 바라보다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렸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안색이 조금 많이 안 좋으신데요?”

강청신은 박재하의 얼굴을 차분히 훑어대며 조금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댔다.

“멀리서 볼 땐 조금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히 얼굴색이 조금 안 좋으시네.”

“……제, 제가요?”

“네. 이거 독 때문에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뒤늦게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다 독을 언급하자마자 박재하의 얼굴이 더 확연히 흐릿해진다.

“으음― 저희 도서관 캠프원들은 이 정도로 오래 가진 않았는데.”

“…….”

“이상하네~ 저희도 이유진 그 쌍년한테 당했다가 겨우 일어난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자신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하는 박재하.

강청신은 그 활짝 열린 귓가를 몰래 살피며 천천히 입가를 쩍― 벌렸다.

“아아~! 맞네―! 그거 때문에 다르구나~.”

“……그, 그게 뭔데요?”

“그냥― 뭐, 이런 요지경 세상이 되면서 세상이 아주 크게 변했잖아요?”

능청스레 천장의 전등을 가리키는 강청신의 손짓.

“전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저희 관장님 밑에 있으면 면역력인가 뭔가가 다른 사람보다 높아진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아서요~. 맞네―! 그거 때문인가 보네―!”

“…….”

도서관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 듯한 농과대이기에 자연히 알 수 있는 맥락.

강청신은 계속해서 떨던 호들갑을 멈추고 박재하의 손에 들린 유리병을 눈짓했다.

“어쨌든― 그거 잘 챙기세요, 박재하 씨.”

“…….”

“후유증은 어쩌지 못해도 여분의 목숨인 건 변하지 않잖아요?”

“…….”

저벅― 저벅―

다시 자신의 자리에 돌아올 때까지 멍하니 손에 들린 유리병을 바라보고 있는 박재하.

강청신은 그런 그를 아주 유심히 살펴보다 다시 입술을 열었다.

“박재하 씨?”

“…….”

“박재하 씨!”

“……예?”

여러 번 그의 이름을 호명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박재하.

강청신은 아직도 흐릿함을 벗어나지 못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다음 말을 이었다.

“하얀 씨와 남도윤 씨가 대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기다리는 동안 혹시 끼니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아― 점심은 다음 순번이 가지고 올 겁니다.”

“……아~ 다음 순번요?”

다음 순번이라…….

강청신은 대답을 끝내고 다시 유리병에 시선이 고정된 박재하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자신이 허튼 짓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이면서도 자신이 아닌 유리병만을 내려보고 있는 박재하.

하지만, 이는 박재하가 특별히 무능하거나 못나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누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능력이 있다면 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싶어 한다.

이는 생존을 위한 인간의 아주 당연하고 필수적인 욕구였다.

말 그대로― 살고 싶어하는 인간은 죽고 싶지 않을 테니까.

박재하가 강의실을 떠나고 그와 배턴을 터치하듯 감시를 이어가는 농과대 생존자들.

강청신은 그들 모두에게 배낭에 든 감염 치료제를 나눠주었다.

거부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조금 떨떠름한 눈치를 보는 이들도 앞 순번들이 다 치료제를 받았다는 언질을 던지자마자 마지 못하는 척 감염 치료제를 받아들었다.

빠짐없이 그들의 손에 들려 빛나는 황금색 빛무리.

차하얀과 농과대 수뇌부들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걸 증명하듯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농과대 캠프원들이 건네오는 간단한 점심과 저녁을 지나, 다시 농과대의 아침.

“…….”

강청신은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며 일부러 그곳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 강청신의 동공에 담겨오는 옆 책상의 간단한 과자 봉지와 생수병.

“……처, 청신 씨!”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돌아온 박재하의 순번.

버벅이며 튀어나오는 그의 호명에 강청신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네?”

“그으― 있잖습니까…….”

길게 말을 끄는 그의 시선은 이미 책상 밑의 배낭으로 내려가 있었다.

아직은 여전히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강청신의 배낭.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가를 끔뻑거리는 강청신을 바라본 박재하가 어버버 거리는 입술을 다시 열었다.

“호, 혹시 여유가 있다면 하나 더 주실 수 있으십니까?”

“……뭘요?”

“저 가, 감염 치료제 말입니다.”

끝까지 능청스런 물음에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배낭을 가리키는 박재하.

“아~!”

강청신은 그제서야 뒤늦은 감탄을 토하며 환하게 웃었다.

“당연하죠. 애초에 농과대 분들에게 나눠드리려 가져온 겁니다.”

“……아―”

강청신의 미소를 따라 하듯 박재하의 입가에 번지는 안도의 미소.

뚜벅― 뚜벅―

박재하가 강청신이 배낭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

달그락―!

배낭에서 유리병을 꺼내다 바로 앞에 음영지는 그림자에 살짝 커지는 강청신의 눈동자.

이내, 배낭 안에서 튀어나오는 황금빛을 뚫어져라 내려보고 있는 박재하를 응시하며 잔웃음을 터트렸다.

툭―!

어제와 똑같이 자신의 손에 옮겨진 황금빛을 바라보며 환하게 번지는 미소.

“감사합니다, 청신 씨!”

강청신은 그 그림 같은 호선에 조금 안타까운 얼굴로 표정을 굳혔다.

“……아― 그런데 그게 무작정 많이 쌓아놓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서―”

“……예?”

“그으― 그 유리병 안에 반짝이는 황금빛이 치료제의 핵심인데― 그게 며칠 뒤엔 천천히 사라지거든요.”

“……네?”

박재하가 강청신의 떨떠름한 대답에 눈을 휘둥그레 치떴다.

우우웅―!

그의 큼지막한 동공에 반사되는 유리병의 황금빛.

“……그, 그럼 어떻게?”

“어떻게 하긴요. 관장님에게 다시 배급받는 수밖에 없죠.”

“…….”

“아― 처음으로 다른 구역에 선물한다고 제일 중요한 걸 생각 못 했네~.”

쿵―!

가볍게 책상을 주먹으로 두드린 강청신이 안타깝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박재하는 아무런 대답 없이 멍하니 유리병에 든 부분무능을 뜬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합니까?”

강청신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며 박재하에게 물었다.

“……하얀이나, 도윤 형님이나, 준기 형님이나― 아직 결론이 안 난 분위기입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지는 저도 잘―”

“하아― 난감하네요. 나름 사절 비슷한 걸로 왔는데 남도윤 씨와 대화 한 번 못하고.”

강청신은 자신이 도리어 미안하다는 듯 표정을 흐리는 박재하를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으음― 이 일이 성공적이어야 관장님에게 포상을 받는데.”

“……포상이요?”

“네.”

아주 기다렸다는 듯 던진 미끼를 바로 물어 재끼는 박재하.

강청신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려는 미소를 숨기며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포상으로 뭘 받으시는데요? 이거요?”

자신의 손에 들린 감염 치료제를 살짝 흔들어대는 박재하.

강청신은 가볍게 손을 휘적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이건 관장님이 저희를 걱정하셔서 기본적으로 챙겨주시는 보급품 같은 거구요. 포상은 뭐― 이런저런…….”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 두루뭉술한 끝맺음.

끼이익―!

“……뭐, 뭔데요? 저한테도 말씀해주시면 안 돼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자리에 앉는 박재하.

강청신은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 두루뭉술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뭐 군것질거리랑 이것저것 아주~ 많이~ 챙겨주십니다.”

두루뭉술한 표정을 뚫고나오는 아주 묘한 미소.

남자들끼리 아주 자연스럽게 뜻하는 바를 알 수 있는 모종의 신호였다.

“에헤이~ 굳이 입 밖으로 꺼내려니 조금 부끄럽네요.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시죠.”

“…….”

자신의 너스레에도 쩍― 벌린 입을 닫지 않는 박재하.

그의 눈알이 데구루루 구르며 자신을 스캔하듯 열심히 훑어대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얼굴을 아주 오랫동안 훑어보는 눈길.

강청신은 그 눈길을 여실히 느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묘한 미소를 유지했다.

끼이이익―!

그 순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재하 다음 순번의 남학생.

강청신은 멍한 눈길을 이어가는 박재하 너머의 남학생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 좋은 아침입니다, 성철 씨!”

“……네, 안녕하세요.”

밝은 아침 인사에 가볍게 목례를 하며 걸어오는 농과대 캠프원.

그가 여전히 아주 가깝게 마주 앉아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응시하며 물었다.

“뭔 얘기를 하는데 둘이 그렇게 붙어 있어요?”

“……아~.”

강청신은 여전히 닫히지 않는 박재하의 입과 눈가를 좁히는 김성철을 한 눈에 담으며 다시금 묘한 미소를 내지였다.

“……이거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00화.

검은 바탕에 흰 글씨 표지로 100화.

이게 바로 ‘멋’ 아니겠습니까?

농담입니다.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조금 늦었지만, 캐릭터 일러스트를 비롯해서 차근차근 독자님들의 보는 재미를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제 소설이 100화를 달성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드디어 저를 괴롭히고 있던 영원의 동반자, JOAT― 비염이 다시 떠난 날이기도 합니다!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 확실히 느꼈습니다!

다시 콧구멍을 통해 공기를 들이켤 수 있는 이 상쾌한 감각!

이건 틀림없이 환절기 동안 저를 아주 처참하게 괴롭힌 비염이 다시 떠나가는 감각이었습니다!

그대로 자리에서 멈춰서 온전한 공기를 여러 번 들이키던 와중,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비염이야말로 제가 지향해야 할 ‘가스라이팅 폭군’의 방향성이었습니다!

이 비염이라는 놈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주 뭐 같은 새끼입니다!

환절기마다 콧구멍에 찾아와서 참을 수 없는 콧물을 유발하는 악마 새끼입니다!

휴지로 코를 풀고 또 풀어도 끝이 없고, 결국 책상에 쌓인 휴지들을 보며 그냥 킁킁― 거리며 코를 먹게 만드는 끈기의 악마 새끼!

그렇게 코를 쉴 새 없이 들이켜게 해서 눈알에 압력을 채우고 귓구멍과 머리를 멍하게 만듭니다!

그럼 자연히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그냥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런 와중에도 충실히 생성되는 콧물에 계속해서 코를 들이키면 어느샌가 그냥 코를 때버리고 싶다는 자기 파괴적인 급발진이 이어지죠!

코를 그냥 찢어발기듯 잡고 흔들고― 멍해진 머리를 쥐어패면 잠시만 괜찮다가 오히려 더 머리가 멍해지는 걷잡을 수 없는 연쇄작용까지!

화장실 거울에서 아주 붉게 충혈된 눈을 보며 ‘아― 안 되겠다, 내일은 진짜 병원에 가야겠다.’라며 굳게 다짐하고 잠이 들어도―!

그다음 날은 또 귀신같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저를 반깁니다!

어제는 아주 뭐 같았지만, 오늘은 정상적으로 돌아온― 병원에 가기엔 뭔가 조금 부족한 이 아슬아슬한 선타기!

하지만 그걸로 끝나면 ‘JOAT’의 칭호가 부여될 리가 없겠죠.

오후가 지나면 또다시 귀신같이 코에 들러붙어 무한의 콧물을 생성해냅니다!

그렇게 바보같이 또 코를 킁킁대고 있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비염이 아닌 다른 것들이 미워집니다!

이 환절기가 미워지고, 제 비염을 유발시키는 꽃가루나 다른 무언가들이 아주아주 미워집니다!

어느새 비염이 아닌 다른 외부 요인을 더 짜증나하고 미워하는 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이 뭐 같은 환절기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겁니다!

저는, 오늘 비염이 떠나가는 걸 느끼며 환절기가 지나갔다는 것에 크나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독자님들!

비염이 아닌 환절기가 지나갔다는 것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이성적으론 비염을 미워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저도 모르게 환절기가 떠나간 것에 더 기뻐하는 상태!

저도 모르게 비염이라는 존재에 길들여진 상태!

독자님들, 저에게 비염이란 존재가 바로 가스라이팅이었습니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비틀어진 생각을 유도하는 것!

게다가 때론 아주 강하게, 때론 아주 은밀하게!

하지만 상대방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폭군 적인 면모까지.

이 비염이야말로 저에게 ‘가스라이팅 폭군’이었던 겁니다, 독자님들!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제가 배워야 하는 부드러움입니다!

여타의 다른 병들처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거나, 배가 찢어질 듯이 아픈―

소위 누가 병원에 가라 목에 칼을 들고 협박하게 하는 고통이 아닌 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테크닉을 보십시오!

결국 병원에 가기 애매하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형 증상!

이 새끼는 가스라이팅의 천재입니다!

아― 이번엔 진짜 반드시 병원에 가려 했는데 또다시 완벽한 컨디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절묘한 선타기에 정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배우고 또 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쓰고 싶은 테크닉의 가스라이팅입니다!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시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말이 조금 길어지네요!

아마 다년간 쌓아왔던 빅데이터상으로 이제 확실히 환절기가 끝난 듯싶습니다!

일주일 정도 저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비염도 갑작스레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확실합니다!

아마 아주 조용히 숨어있다 다음 환절기 때 또 저를 괴롭히겠죠!

그런데 이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도 왠지 모르게 비염보다 다음 환절기가 오는 것이 더 밉습니다!

역시 나만의 작은 가스라이팅 폭군!

역시 JOAT!

100화!

아포칼립스 폭군이 100화를 달성할 때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독자님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가스라이팅형 비염과 함께 독자님들에게 더 치밀한 가스라이팅과 재밌는 이야기로 찾아뵙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점점 날이 쌀쌀해지네요, 독자님들!

모두 따뜻하게 챙겨입으셔서 이른 감기에 걸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100화 동안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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