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묵자흑 (4)
여자, 여성, 그리고 이성.
성에 관련된 모든 주제는 마법이다.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모든 남자들에게 통용되는 마법의 주제.
특히나 혈기 왕성한 남학생들에게는 결코 실패할 리 없는 무적의 이야기 주제.
강청신은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던 입가에 생수병을 들이켜며 앞을 휘둘러보았다.
꿀꺽― 꿀꺽―
목을 축이는 소리만 울려 퍼지는 농과대 강의실.
그리고 자신의 입과 목만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농과대 캠프원들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미 순번이 끝난 박재하와 김성철 등등―
감시 순번이 끝나고도 강의실을 떠나지 않은 농과대 캠프원들.
이 모두가 이어질 자신의 말을 기다리며 둥근 반원을 이루고 있었다.
“푸하―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아― 괜찮습니다, 성철 씨.”
“아닙니다. 부족하신 것 같은데 제꺼라도 드세요.”
가벼운 사양을 뚫고 오히려 더 내밀어오는 김성철의 생수병.
강청신은 멋쩍게 웃으며 내밀어진 생수병을 조금 더 들이켰다.
“……그런데 계속 여기 계셔도 괜찮은 거 맞죠? 혹시 저 때문에―”
“에이~ 괜찮습니다! 도윤이 형이나 준기 형이나― 청신 씨랑 잡담 조금 나눈다고 뭐라 하실 분들이 아니세요.”
“맞아요! 막말로 형들이랑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만데. 이걸로 뭐라 하는 건 선을 조금 심하게 넘는 거죠!”
……그래?
강청신은 농과대 캠프원들의 호언장담에도 여전히 껄끄러운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쉽게 개운해지지 않는 강청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캠프원들이 앞다투어 다음 말을 이었다.
“에이~ 진짜 걱정할 필요가 없으시다니깐요?! 어차피 방에 돌아가도 자는 것 말고는 할 것도 없어요!”
“자고― 일어나고― 그러다 형들이 부르면 또 형들한테 가고― 그리고 다시 자고― 일어나고―”
“폰이랑 TV로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뭐 라디오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렇게 청신 씨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랑 다른 곳은 어떤지 사정도 알 수 있고― 그냥 자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고 좋잖아요?”
혹시나 이야기보따리가 다시 닫힐까 필사적으로 강청신을 안심시키는 캠프원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잡담이 안 그래도 흐릿한 피아를 더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애초에 백군과 흑군이라는 구별은 아주 뜬금없이 이루어졌었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별다른 충돌 없이 바로 시작한 피아식별의 충돌 금지 기간.
농과대 리더들이 한세계에 피거품을 무는 것과는 달리 그 아래 캠프원들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유일한 충돌점이었던 차하얀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한 것을 확인한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어차피 이 강의실에 있는 모두가 그냥 윗사람이 까라는 대로 까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요?”
강청신은 그제서야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며 의자에 편히 등을 기댔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분위기를 직감하며 모두의 입가에 번지는 편안한 미소.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했던 말들은 여러분들이 적당히 걸러 들으셔야 합니다.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고 제가 도서관 소속이니 당연히 도서관의 좋은 점만 보고 있을지 모르잖습니까?”
계속해서 그들을 끌어당겼다면, 지금은 적당히 밀어줄 타이밍.
강청신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농과대 캠프원들에게 경고했다.
“저희 도서관도 마냥 좋은 곳은 절대 아닙니다. 하고 싶은 건 모두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요.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건― 모두 위험한 구역을 수색하거나 캠프에 공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딱 그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자부심으로 가득 찬 목소리.
강청신의 경고를 듣고 있던 농과대 캠프원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아니, 굳어간다기보다는 점점 괴상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다른 단과대를 수색하거나 좀비 새끼들을 죽이는 걸 말하는 거죠?”
“맞습니다. 캠프에 이바지한 만큼 합당한 포상을 받는 거죠.”
“그건 이미 우리도 다 하고 있는 일인데…….”
가장 가까이서 강청신의 말을 귀담아듣던 박재하의 읊조림.
그 읊조림을 들은 농과대 캠프원들의 얼굴이 더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아― 그래요?”
불난 곳에 부채질을 하듯 아주 능청스러운 너스레.
“뭐― 모든 캠프가 다 똑같을 순 없으니까.”
강청신은 그들을 바라보며 얄밉게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는 정말 모든 여자들이 다 일해요?”
아주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눈망울로 강청신을 바라보던 캠프원 중 한 명의 물음.
“당연하죠.”
“……정말 모든 여자들이 다요?”
“그렇다니까요? 예외는 없습니다.”
“……생리나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방에 틀어박혀 안 나온다거나― 나와서 일 좀 하라고 하면 뭔 쓰레기 보듯이 보는―”
“그거.”
그냥 하는 말이라기엔 경험의 색채가 아주 짙은 캠프원의 뇌까림.
강청신은 그 뇌까림을 단호히 끊으며 캠프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희 관장님이 그런 걸 아주― 아주― 많이 싫어하십니다.”
“…….”
강청신의 확답에 아직 닫히지 않았던 캠프원의 입이 조용히 다물어진다.
“……농과대랑 도서관은 거의 끝과 끝이지 않습니까, 청신 씨?”
다른 캠프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다음 질문을 이어가는 김성철.
“네, 그렇죠?”
“그럼, 그쪽에도 그으―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여성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너 혹시 공대에서 오신 여성분들 말하는 거냐?”
강청신이 아닌 농과대 캠프원에게서 흘러나오는 대답.
“야, 김성철. 아무리 그래도 그분들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는 건데?”
“뭐. 그냥 궁금하니까 청신 씨한테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지랄― 그분들이 조금 많이 예민한 건 나도 인정하는데 그분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잖아.”
“그 이유를 우리가 만든 건 아니잖아. 난 성철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고, 나도 똑같은 생각이야.”
강청신은 굳이 끼어들지 않고 농과대 캠프원들의 문답을 경청했다.
다른 캠프원에게 타박 당하던 김성철을 두둔한 박재하가 다음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사람들은 지금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거잖아. 아니, 여기서 솔직히 안 힘들고 안 괴로운 사람이 어딨어? 나도 씨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거의 뒤졌다 살아났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라니까. 그 사람들이 안 불쌍하다는 말이 아니잖아. 근데 왜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우리를 강간범 보듯이 보냐고.”
“강간범 보듯이도 아니고 그냥 아예 예비 강간범 취급을 하고 바라보잖아. 솔직히 그럴 때마다 기분이 존나 나쁜 건 사실이잖아.”
“…….”
박재하의 말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강의실은 조용했다.
박재화와 김성철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는 남성 캠프원들.
톡―!
멍하니 바닥을 쓸던 그들의 시선이 갑작스레 책상을 두드리는 손짓을 쫓는다.
“……대충 성철 씨가 뭘 물어보고 싶은지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강청신은 다시 집중된 시선들을 마주하며 천천히 턱을 쓸어내렸다.
“음― 이건 절대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런 복잡한 문제는 지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남도윤 씨한테 바로 말씀드려보시는 게―”
“이미 형님들한테 했던 말이에요.”
“오― 뭐라 하시던가요?”
“……저희가 조금 더 참고 배려해야 되는 문제래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라고.”
“에헤이~ 그건 여러분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겠다는 말이랑 뭐가 다릅니까?!”
쿵―!
강청신은 보란 듯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신경질을 냈다.
“그런 문제는 위엣분들이 교통정리를 깔끔하게 해줘야 해결되는 부분인데 조금 많이 아쉬운데요?!”
“……거기는요?”
“저희요?”
“네.”
“저희는 뭐, 이미―.”
굳이 말을 더 잇지 않아도 자연히 유추되는 끝말.
강청신은 일부러 끝말을 맺지 않고 자연스레 표정을 바꿨다.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에서 단번에 무언가를 난감해하는 껄끄러운 얼굴로.
“잠깐만요. 이거 점점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지는데요? 캠프마다 다 사정이 다르고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 건데 다른 캠프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강청신은 농과대 캠프원들에게 아주 황급히 손사래를 반복했다.
“제가 농과대에 와서 정말 얼마나 놀랐는데요. 솔직히 좀 부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쥐고 있는 떡보다 남이 쥐고 있는 떡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말을 하든, 일단 그게 비교라면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생각이었다.
“특히 서로 형, 동생 하는 그 끈끈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너무 좋던데요. 저희는 위아래가 딱딱 나뉘어 있어서 뭐랄까― 조금 피라미드 같다랄까요?”
……그리고 너희는 피라미드로 치면 위에 있어야 할 놈들이고.
강청신은 은근히 손에 쥐고 있는 떡을 살살 흔들며 더 과장스레 손을 휘적였다.
“에헤이~ 생각해보니 이것도 뭔가 비교하는 것 같네. 그럼 슬슬 분위기도 이상해졌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끼이이익―!
강청신이 의자를 뒤로 끌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잡담이 끝났다는 신호에 농과대 캠프원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참― 몇 시간 동안 즐겁게 얘기했는데 마지막 표정이 왜들 그러십니까? 혹시나 서로 말실수를 했어도 시원하게 털어내죠? 그래야 다음에도 이런 좋은 자리가 또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
강청신의 당부에 농과대 캠프원들이 그제서야 어색한 미소를 내보였다.
강청신이 다 떨쳐내자 당부했던 것에 비해―
전혀 떨쳐 내지 못한 얼굴들이었다.
***
탁―!
늦은 밤, 어둠에 젖은 강의실을 단번에 밝히는 전등.
“으으― 갑자기 뭐야?”
강청신은 짜증이 한껏 담긴 감시 순번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뭐야―? 너 오늘 오전 순번 아니었냐?”
“어, 맞아. 그냥 그렇게 불편하게 자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응? 아직 교대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아직 강렬한 빛에 적응하지 못한 흐릿한 시야.
몽롱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는 감시 순번과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박재하가 담겨왔다.
“오늘 이상하게 잠이 안 와서 그냥 노가리나 깔라고.”
“……아니 뭔 이 새벽에 노가리를 깐 데― 이 미친 새끼야.”
“그래? 그럼 계속 그렇게 불편하게 자던가. 오랜만에 착한 짓 좀 하려했더만.”
“…….”
턱―!
아쉬움 없이 몸을 돌리려는 박재하를 급하게 붙잡는 손길.
교탁에서 불편한 잠을 깬 감시 순번이 박재하 손에 들린 과자 봉지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주 본격적으로 민폐를 끼치는구만.”
“아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당연히 나한텐 땡큐지, 새끼야.”
툭―!
박재하의 팔뚝을 장난스레 두드린 감시 순번이 아직 졸림이 사그라들지 않은 얼굴로 강청신에게 경례를 보냈다.
“그럼― 수고하십쇼, 청신 씨.”
“……예, 예.”
한껏 아래로 잠긴 강청신의 대답에 안 그래도 환하게 웃던 감시 순번이 실실 웃으며 강의실 문을 열어젖혔다.
쿵―!
강의실 문이 닫히는 걸 끝까지 바라보다 천천히 강청신에게 다가오는 박재하.
“큼― 큼―.”
강청신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박재하를 바라보며 목을 가다듬었다.
아직도 살짝 찡그려진 강청신의 눈가를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박재하.
“……죄송합니다, 청신 씨. 주무시는데 제가 조금 심한 민폐를 끼치네요.”
“아닙니다. 안 그래도 어제 너무 많이 자서 별로 졸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새벽에 출출하실까 봐―.”
부스럭―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놓는 과자 한 봉지.
강청신은 왠지 모르게 뇌물처럼 보이는 과자를 내려다보며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부스럭―
박재하는 과자를 조금 더 강청신에게 가까이 밀어 보내며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래서 이 새벽에 무슨 일로―”
“…….”
먼저 본론에 들어가는 강청신의 물음에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대답.
입을 꾹 닫고 책상을 내려다보던 박재하가 천천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툭―!
그의 주머니에서 책상으로 올려진 황금빛의 유리병.
“……청신 씨.”
“예.”
강청신은 그 유리병을 바라보며 입 안에서 새어 나오려는 미소를 숨겼다.
“이 감염 치료제가 그리 오래 유지되는 건 아니라고 말씀하셨죠?”
“네, 그렇죠.”
“유일한 방법은 관장님에게 리필 비슷한 것을 받는 거라고 하셨고요.”
“네, 리필, 뭐― 비슷합니다.”
“……그러면.”
조금은 옅어진 황금색 빛무리를 바라보던 박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이 감염 치료제가 다 떨어졌을 때 도서관에 찾아가면 혹시 관장님이 치료제를 리필해주실까요?”
“당연하죠.”
강청신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장님은 배포가 아주 큰 분입니다.”
“……다행이네요.”
강청신의 확답에 박재하의 얼굴이 안도에 물들었다.
“……청신 씨.”
“예, 재하 씨.”
허나, 박재하의 물음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만약 제가 도서관에 감염 치료제를 리필하러 갔다고 치면요…….”
“예.”
“……그러다―.”
“…….”
“……그러다 다시―.”
“…….”
쉽게 온전한 말을 내뱉지 못하는 박재하.
쉴 새 없이 입술을 버벅대던 그가 아주 강하게 자신의 입술을 치아로 짓눌렀다.
강청신은 아주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계속해서 입술을 쥐어뜯던 박재하가 갑작스레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다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말씀드리면 어떻게 되나요?”
누구도 듣지 못하게, 오직 강청신만이 들을 수 있는 성량으로 파르르― 떨려오는 목소리.
강청신은 자신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박재하에게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말했잖습니까?”
“…….”
“관장님은 배포가 아주 크시다고.”
“……아―”
그제서야 몸에 힘이 쫙― 풀린 듯 박재하가 책상에 몸을 숙였다.
“그래도 혹시 오해하고 계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강청신은 자신의 속삭임에 다급히 얼굴을 들어오는 박재하에게 말을 이었다.
“제가 재하 씨에게 말씀드렸던 도서관 생활은 6층의 생활입니다. 아마 재하 씨가 도서관에 찾아오신다면 6층보다는 조금 낮은 층에서 시작하실 확률이 높겠죠.”
“……아.”
“오전에 말씀드렸듯이 저희 도서관은 철저히 성과제일주의를 따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6층 생활만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주 당연하죠.”
엄밀히 말하자면, 저는 지금 적진에 목숨을 걸고 온― 도서관 캠프에 무언가를 이바지하고 있는 캠프원이니까요.
“캠프를 위해 무언가 공을 세운 사람. 즉, 신뢰가 있는 사람만이 제가 말씀드렸던 것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
강청신의 단호한 설명에 박재하의 얼굴이 점점 흐려졌다.
강청신은 다소 풀이 죽은 듯한 박재하를 유심히 바라보다 천천히 속삭였다.
“……하지만 단번에 제 옆방 식구가 되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
은근한 속삭임에 머리 위에 느낌표를 띄우듯 격하게 반응하는 박재하.
“……뭐, 뭔데요?!”
강청신은 다급한 박재하의 물음에 강의실을 차분히 휘둘러보고는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
강청신의 몸짓에 더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는 박재하.
“……재하 씨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관장님에게 알려드려야죠.”
예를 들어―
“캠프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거나…….”
“……그, 그건 가능합니다! 안 그래도 친구들이랑―”
“물론 그것도 좋지만, 단번에 6층에 입성하기엔 조금 모자란 것도 사실입니다.”
“그, 그럼 뭘 더……?”
“아주 확실한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꿀꺽―
강청신은 박재하의 목울대가 꿀렁이는 걸 흘겨보며 잔웃음을 흘렸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재하.
그의 얼굴에 어느샌가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방울들.
강청신은 박재하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캠프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거나―
혹은―
농과대에 있는―
그 안에 속한 캠프원들만 알고 있는―
“……물자와 식량을 아주 많이 들고 오거나.”
근묵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