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속 강아지 (6)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형부.”
어제와 달라진 것은 오직 스튜디오 안에 결박된 캠프원뿐인 방송국.
“김한별에게 벌이 필요하다는 건 어제 너도 동의한 일이잖아, 하얀아.”
“그치만― 한별 언니가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다는 말씀은 없으셨잖아요. 공지에 적힌 내용은 저도……특별관리센터는…….”
난 오히려 어제보다 더 격하게 몸을 떨며 불안감에 젖은 차하얀을 내려다보았다.
김한별과 똑같이 온몸이 결박된 고하나를 바라본 차하얀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서, 설마― 한별 언니를 죽이신 건 아니죠, 그렇죠, 형부?”
“절대 아니야. 맹세할 수 있어.”
난 고개를 분명히 내저으며 그녀의 양어깨를 다독였다.
“김한별은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벌을 주기 위해 장소를 옮긴 것뿐이야. 지금 저기 묶여있는 고하나도 마찬가지일 테고.”
계속되는 속삭임에 잘게 떨리던 그녀의 눈망울이 그나마 옅게 사그라들었다.
“내가 어제 그렇게나 누누이 말했잖니. 이건 캠프원들을 벌주는 게 재밌어서 벌이는 짓이 아니야. 네가 더는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이는 나쁜 짓이야.”
난 그녀의 눈망울을 지그시 응시하며 다음 말을 이었다.
“때론 나쁜 짓보다는―”
“…….”
일부러 완성하지 않고 중간에 끊어내는 문장.
난 얌전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는 그녀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때론 나쁜 짓보다는―”
“……그 나쁜 짓 뒤에 얻을 수 있는 결과가 더 소중하다.”
“그래.”
원하던 말을 내뱉은 차하얀에게 보내주는 환한 미소.
난 양어깨를 붙잡고 있는 그녀를 천천히 방송국 벽으로 이끌었다.
툭―!
고하나가 묶인 스튜디오와 방송국을 구분 짓는 벽에서 울리는 야트막한 소음.
“다 우리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야.”
갑작스레 벽에 내몰렸는데도, 갑작스레 하의와 팬티가 천천히 흘러내려 단화에 걸리는데도―
“이 일들도 전부 마찬가지야.”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내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툭―!
차하얀에 이어 내 발목에 치렁치렁 감기는 하의와 팬티.
“……하아―.”
이미 한참 전에 빳빳하게 발기된 자지와 아주 조용히 귓가에 흘러드는 익숙한 숨결.
난 파블로프의 개처럼 벌써부터 나신이 된 다리를 스스로 비비적거리는 차하얀을 응시했다.
자지가 껄떡거릴 때마다 데칼코마니처럼 함께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허벅지.
수많은 경험으로 이다음 무슨 일이 있을지 알고 있는 여자의 자연스러운 교태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하으으―”
이미 준비가 끝난 차하얀의 보지에 천천히 밀어 넣는 자지.
기다렸다는 듯 얕은 신음을 내뱉는 그녀의 몸을 붙잡곤 더 깊게 질 내를 파고들었다.
“하읏― 흐으으응―!”
쉴 새 없이 꾸물거리는 보지를 꽉 채워주는 단단한 기둥에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며 파들파들 몸을 떨어대는 차하얀.
“김한별이 벌을 받은 덕분에 오늘 회의에서는 울면서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잖아.”
“……흐으읏― 형부― 흐읏―!”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당하면서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었잖아.”
“흐응― 헤엑― 헤엑―!”
“김한별에 이어 고하나까지 벌을 받는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편해질 수 있을 거야.”
찌걱― 찌걱―
그녀를 벽에 몰아넣고 치켜올리듯 강하게 질 주름을 긁어주는 귀두와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계속해서 불어넣어 주는 간지러운 숨결.
“헤엑― 헤엑― 헤엑―.”
난 그녀의 귓가에서 천천히 고개를 거둔 뒤 헤― 입을 벌린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벌을 받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계속해서 편해지고― 또 편해져서― 하얀이 네가 더는 숨 막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줄게.”
얼굴이 아닌 그녀의 가녀린 목을 손아귀로 틀어잡으며 속삭였다.
“이제 숨 막히는 일은 이렇게 나한테 목 졸릴 때 빼곤 절대로 없게 만들어 줄게.”
“헤엑― 케엑― 켁―!”
목을 틀어쥔 손아귀를 조금 강하게 조이는 순간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가래 끓는 소리.
난 난생처음 듣는 그녀의 다급한 괴음을 들으며 더 강하게 손아귀를 틀어쥐었다.
“케헥― 켁― 케르륵―!”
깜짝 놀란 차하얀의 어여쁜 얼굴에 빠르게 번지는 진한 붉은빛.
평소 차하얀이 소곤거리던 미성을 도저히 연상할 수 없는 더러운 가래 끓는 소리.
그 하얗디하얀 차하얀을 마음대로 더럽히고 있다는 배덕감에 안 그래도 한계까지 치솟은 흥분이 더 진하게 끓어올랐다.
한순간에 숨구멍이 틀어막힌 차하얀이 자지가 박혀있는 몸을 아등바등 몸을 뒤흔들어댔다.
어떻게든 숨구멍을 열기 위해 발악하는 그녀에 반해 자지를 찌부러트릴 듯 조여오는 그녀의 보지.
“……존나 쪼이네, 씨발년.”
목을 조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 매도에 차하얀이 몸이 더 부들부들 떨려왔다.
난 강제로 꽉― 조이게 만든 그녀의 보지를 왕복하며 계속해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빨리 보지 안에 한 발 싸지르게 더 세게 조여봐, 이 씨발년아.”
“케흑― 켁― 켁― 케흑―!”
“그래야 고하나 그 씨발년 보게 하면서 뒤로 박아주지, 가증스러운 년아.”
고하나가 했던 욕설을 그대로 읊조려주는 속삭임에 차하얀이 입을 크게 벌린 채로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니다― 그냥 저 안에 들어가서 고하나 면상 위에서 박아줄까?”
“…….”
“저년 면상에 보짓물 질질 흘리면서 가증스러운 년이라 했던 거 그대로 돌려주자. 네가 흘린 보짓물이나 처맞고 있는 버러지 년이라고.”
“끅― 끄르르륵―!”
쪼르르르르…….
한계까지 시뻘개진 얼굴과 흰자밖에 남지 않은 그녀의 눈망울.
난 내 하복부를 따뜻하게 적셔오는 투명한 액체를 느끼며 정액을 내지르기 시작한 자지를 더 깊게 보지 안에 쑤셔박았다.
***
공공연하게 나와 차설희, 차하얀을 모욕하고 다녔던 김한별.
난동을 부리며 원활한 대화 진행을 막은 고하나.
새로운 수색조원의 지목을 거부하며 2층을 벗어나려하지 않은 김희주 등등―
특별관리센터로 이송되는 농과대 캠프원들이 늘어날수록 아주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라진 여성 캠프원들을 다시 돌려달라며 거세게 울부짖는 반항도―
캠프원이 강제로 이송되는 늦은 밤까지 서로 한데 뭉쳐 서로를 지키는 연대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몸에 새겨갈수록―
농과대 여성 캠프원들은 아주 많은 것들이 변했다.
“……혹시 캠프에 바라시거나 들어줬으면 하는 요구 사항 같은 건 없으세요, 언니들?”
“…….”
차하얀의 차분한 미성 뒤에 싸늘한 정적만이 답해오는 2층의 사서 사무실.
“아니면― 한별 언니나 하나 언니처럼 특별관리가 필요할 만큼 마음이 아프신 분은요?”
“…….”
오직 차하얀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울리는―
누군가의 숨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가 그녀들을 휘감고 있었다.
“정말 없어요?”
“…….”
다시금 재확인하는 차하얀의 물음에도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입을 열면 어떻게 되는지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지혜 언니.”
“……응?”
“언니는 왜 여러 번 물어도 손을 안 드세요, 언니?”
“……어?”
“언니도 특별관리가 필요한 마음이 아프신 분이시잖아요.”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얀아…….”
그저 멍청하게 되묻는 말만 내뱉는 여성 캠프원을 차분히 다그치는 차하얀.
“농과대에 있을 때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남도윤 그 사람한테 순진한 척 꼬리 친다고 불여시가 따로 없다고 하루종일 뒷담하셨잖아요.”
“……무, 무슨― 아니야―! 저, 정말 아니야, 하얀아―!”
“이젠 거짓말까지 하시네요. 화장실에서 고하나한테 일러바치는 걸 제가 그때 다 들었었는데도.”
“아니, 아니라니까아―! 아니야, 하얀아―! 네가 잘못 들은 거야―! 네가 잘못 들은 거라고오―!”
쾅―!
내 눈짓이 떨어지자마자 복도 끝에서부터 달려와 사무실 문을 박차는 두 명의 수색조원.
“아아악―! 미안해, 미안해, 하얀아― 그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정말이야, 너무너무 미안해―! 다 내가 오해한 거였어― 그냥 내가 잠깐동안 미친년처럼 아무렇게나 지껄인 거야, 하얀아―!”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벌을 받으셔야 해요, 언니.”
순식간에 사무실 안을 휩쓰는 우당탕거리는 소음과―
퍼억―! 퍼억―!
“빨리 거기서 처 기어나와, 이 썅년아―!”
여성 캠프원의 협조를 구하는 수색조원의 고함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싫어어―! 싫어어어어―! 살려줘― 살려줘 얘들아―! 나 좀 살려줘, 얘들아아아아―!”
“…….”
여성 캠프원의 처절한 구조 신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농과대 여성 캠프원들.
잠시 뒤, 수색조원들에게 질질 끌려 나오던 여성 캠프원이 나를 발견하곤 다급하게 목소리를 찢었다.
“초, 총장니임―! 총장님, 총장님― 제발 살려주세요― 흐흐흑―! 제발 살려주세요, 총장님― 제발― 저를 특별관리센터로 보내지 말아 주세요― 제에바아아아알― 으아아아― 총장니이이임―!”
점점 멀어지는 여성 캠프원의 울부짖음이 메아리처럼 사무실 복도를 울렸다.
“마지막으로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신 분?”
“…….”
처음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차분한 음성으로 묻는 차하얀.
그리고 처음과 그리 달라지지 않는 무거운 적막으로 답하는 농과대 여성 캠프원들.
“없으시면 여러분 모두가 캠프가 부여하는 일과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동의하신 걸로 알고 총장님에게 보고하겠습니다.”
“…….”
“그럼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이 사무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마세요.”
혹시나 지시를 어기시는 분이 계신다면―.
“……아시죠?”
달칵―!
조용한 경고를 끝으로 조용히 열리는 사서 사무실의 문.
문을 넘은 차하얀이 언제나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로 달려왔다.
“형부!”
성큼성큼 다가와 와락― 내 몸에 안겨드는 보드라운 육체.
난 나풀대는 머릿결 덕에 넘실거리는 샴푸향을 맡으며 부드럽게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제 따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혼자서도 너무너무 잘하는데?”
“헤헤―.”
“첫날처럼 어버버거리지도 않고― 뒤에 호위가 없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고―”
계속되는 칭찬을 들으며 더 깊게 내 안으로 파고드는 차하얀.
난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차하얀의 머릿결을 쓸어내려 주다 천천히 그녀의 몸을 살짝 뒤로 밀었다.
그런데―
“조용히 있던 지혜라는 캠프원한텐 왜 그런 말을 했던 거야, 하얀아?”
“나쁜 짓을 했으면 당연히 누군가한테 벌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래?”
난 옅게 웃으며 그녀의 목을 약하게 틀어쥐었다.
“그럼 넌 누구한테 벌을 받을 건대?”
“……하아― 하아―.”
목을 틀어잡고 있는 손길을 조심히 붙잡는 차하얀의 질척이는 숨소리.
“하얀이 너도 방금 나한테 거짓말을 했잖아?”
“하아― 헤엑―”
“방송국에서 언니 몰래 자지 박힐 생각밖에 안 하는 년이.”
옥상에서 방송국으로 옮겨진 밀회의 장소.
단번에 그녀의 머릿속을 꿰뚫은 속삭임에 차하얀이 옅은 미소로 답해왔다.
난 그 장난스러운 미소에 화답하며 그녀를 사무실 벽으로 몰아넣었다.
여성 캠프원을 끌고 간 수색조원들을 마지막으로 텅 비어있는 2층 주거 공간과 옹기종기 모여서 숨죽이고 있을 사무실 안의 여성 캠프원들.
그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몸이 스르륵― 밑으로 내려간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은 차하얀이 부드럽게 바지춤을 끌어내렸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가까워진 자지.
차하얀이 천천히 혀를 내밀어 길게 뻗은 자지의 기둥을 핥아 올렸다.
“6층으로 올라온 농과대 여성 캠프원들은 이제부터 하얀이 네가 관리해.”
난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계속 설희 몰래 자리를 가지려면 슬슬 수족처럼 부릴 아이들이 필요하잖아?”
단절.
누군가를 종속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조건은 단절이다.
오직 자신 이외의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자신에게만 의지하게 하는 것이 종속의 첫걸음이자 마지막 걸음.
……그렇게 고립시키는 영역이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각별했던 가족일지라도.
“…….”
내 속삭임에 눈꼬리를 올린 시선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차하얀.
난 그림같이 곧게 호선을 그린 그녀의 눈가를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하음―”
자연스레 가까이 다가오는 자지를 입 안에 머금는 차하얀.
“……쭈웁― 쭙― 쭈웁― 쭈븝―!”
난 점차 빨라지는 고갯짓에도 능숙하게 자지를 휘감는 차하얀의 혀를 느끼며 창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슬슬 내부 정리가 끝났다면, 이젠 정말 밖을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꽤 길었던 반석대학교의 첫 번째 축제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
“그래서 형부가 뭐라고 대답했는데? 정말 언니가 그렇게나 많은 돈을 준다고 형부한테 말했었어?”
달그락―!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다음 이야기를 묻는 차하얀과 그녀를 바라보며 목을 축인 커피를 커피잔에 내려놓는 차설희.
차설희는 오랜만에 쨍쨍한 햇빛과 오가는 캠프원들로 분주한 바깥을 바라보다 다시 침실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차하얀에게 살포시 웃어 보였다.
“그건 내일 말해줄게. 슬슬 형부 얘기만 몇 분째니, 하얀아.”
“그치만 딱히 궁금한 얘기도 형부 얘기밖에 없는걸? 아아아― 그러지 말고 지금 말해줘, 언니~.”
“……그만.”
차설희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애교 넘치게 재촉하던 차하얀을 제지하는 목소리.
“……형부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잖아, 하얀아.”
살포시 웃던 미소를 거둔 채로 담담히 말을 잇는 차설희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는 차하얀.
툭―!
조심스레 차설희의 팔을 놓으며 눈치를 보는 차하얀의 모습에 차설희의 입가에 다시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형부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를 하자, 하얀아.”
처음의 부드러운 미소와 달리 어색하게 차설희의 입 끝에 걸리는 미소.
다소 부자연스럽게 창밖을 바라본 차설희가 연이어 말했다.
“……와― 창밖 좀 봐봐, 하얀아. 진짜 하늘이 너무 맑지 않니? 정말― 어떻게 축제가 끝나니까 장마도 같이 끝나니.”
다소 어색하게 끝 음만 올리간 차설희의 호들갑.
“하얀아, 네가 봐도 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 좋지 않니?”
차하얀은 언니의 물음에 천천히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창밖을 바라보던 언니를 지그시 응시하던 눈길로 차분히 창밖의 하늘을 눈망울에 담았다.
“……그러네, 언니.”
그리곤 선명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으음― 비가 그친 다음 날이라 그런 건가?”
거짓말이었다.
마치 형부와 함께 도서관에 처음 왔었을 때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하늘.
그날과 똑같이 비가 그친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흔들었다.
그날, 자신을 힘껏 안고 눈물을 흘린 언니가 형부의 품에 안겼을 때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조심스레 연 문에서―
몸을 겹치고 있던 언니와 형부를 보고선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지금의 그녀는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차하얀은 언니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망울엔 여전히 흐릿한 밤하늘이 떠 있었다.
옥상과 방송국을 오가며 눈에 담았던 하얀 달과 예대 과방에서 보았던 빗방울들이 창문에 아롱아롱 맺혀 있었다.
그녀의 눈망울엔 여전히 따스한 밤비가 보슬보슬 땅을 적시고 있었다.
“하― 공기도 너무 맑아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네. 역시 언니는 축축한 땅냄새가 나는 비 오는 날보다 이런 화창한 맑은 날이 훨씬 더 좋은가봐.”
“…….”
“하얀이 너도 그렇지?”
그렇기에, 거짓말을 했다.
세상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나쁜 짓이 있으니까.
때론 나쁜 짓보다는 그 나쁜 짓 뒤에 얻을 수 있는 결과가 더 소중하니까.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남들은 알지 못하는―
언니는 잘 알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응. 나도 그래.”
그렇기에 차하얀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도 비 오는 날보단 언니 말처럼 맑은 날이 좋더라.”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새장 속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