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1)
반석대학교 대학로.
분명 익숙한 거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느낌을 주는 거리였다.
좀비 발생 첫날에는 엎어진 버스에서 개미 떼처럼 쏟아지는 좀비 덕에―
인문대를 점령할 적엔 발 구름만으로 땅이 울리는 웬 거대 좀비 변종 덕에―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대학이라는 드넓은 새장의 다음 장.
대학까지 길게 쭉 뻗어있는 중앙도로와 그 도로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넓게 퍼져있는 작은 도로들.
그 도로들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다양한 외관의 건물들을 빙― 휘둘러보았다.
대학생들이 끼니를 간단히 때웠던 수많은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
건물마다 하나씩 필수로 자리 잡은 듯했던 수많은 상호의 커피점들.
딱 봐도 타깃 층을 누구로 삼았는지 보이는― 자연스레 사진을 찍고 싶게 유도하는 고급스러운 외형의 식당들과 다양한 컨셉의 술집들.
그리고 놀거리를 홍보하는 내용들로 즐비했던 건물 외벽의 간판들을 다시금 눈에 하나하나 담았다.
방 탈출 카페, PC방, 당구장, 코인노래방 등등―
언제나 활짝 웃는 대학생들로 가득했던 젊음의 거리를 되뇌며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헛웃음을 옅게 내뱉었다.
그렇게나 짜증 나게 눈꼴 시리던 커플들과 과잠을 입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무리들은 전부 다 어디로 간 건지―
항상 사람들로 분주했던 대학로엔 그날의 참사를 엿볼 수 있는 처참한 흔적들과 서로 부대끼며 몸을 비비고 있는 버려진 차량들만이 남아있었다.
쨍그랑―!
“막아―! 씨발 병신같은 네 몸으로 막는 게 아니고 들고 있는 방패로 막으라고 몇 번을 말하냐― 이 덜떨어진 년아―!”
끼에에에에엑―!
대학로 건물 중간중간마다 간간히 새어 나오는 좀비들의 괴성과―
“또 병신같이 콘돔이랑 담배 먼저 손대지 말고 식량부터 제대로 쓸어 담는다, 알겠어?!”
“옙―!”
대학로의 모든 물자를 분주히 긁어모으는 내 캠프원들의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학로의 편의시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아주 고맙게― 빠짐없이 다닥다닥 위치한 편의점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실실 흘렸다.
꽤 짬이 찬 수색조원들의 인솔하에 쉴 새 없이 편의점과 준비된 트럭을 오고가는 캠프원들.
그들이 들고 오는 상자에 수북이 쌓인 식량과 물자를 눈에 담을 때마다 환한 걸 넘어 입가를 찢어버릴 듯한 미소가 번졌다.
음식점 안에서부터 어깨에 이고 오는 쌀 포대를 볼 땐 오르가즘이라도 느낀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다.
퉁―! 퉁―!
“오케이― 1호차 확인 끝났으니까 출발―!”
운반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 그나마 급하게 정리한 대학 정문까지의 중앙 도로.
그 위에서 물자를 한가득 실은 트럭과 들고 있는 기록지를 번갈아 응시하던 고장훈이 크게 소리치며 트럭을 퉁― 퉁― 두드렸다.
고장훈의 신호에 진한 엔진음을 내며 대학으로 돌아가는 트럭.
1호차가 자리를 떠나는 동시에, 2호차 앞에서 물자를 열심히 기록하던 강청신이 서둘러 다가오는 고장훈에게 기록지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강청신이 건넨 기록지를 이어받으며 서둘러 2호차와 기록지를 번갈아 확인하기 시작하는 고장훈.
저렇게 물자 기입이 끝난 물자들은 종류에 맞게 차곡차곡 사범대 안에 쌓일 것이다.
대학 전체로 캠프가 넓어지면서 더는 도서관 6층과 지하로만 물자를 저장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운 사범대를 아예 물자 저장 창고로 용도를 변경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진작부터 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있던 단과대이니, 물자를 지키기 위한 캠프원들을 배치하기도 쉬웠고―
도서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 돌발상황에 대비하기도 나쁘지 않았기에 결정한 용도 변경이었다.
띠링―!
[국보 ‘반석대학교’의 요람 진행률이 상승합니다.]
[진행률 : 7%]
(편의점 및 약국의 약품 확보)
1호차가 대학 정문을 진입하자마자 뇌리에 울리는 알림음.
……2%.
최우선 목표로 긁어모은 약국과 편의점의 약품들이 상승시킨 요람화의 퍼센티지를 뇌까리며 옅게 고개를 주억였다.
이제 고작 7%.
100%에 도달하기엔 너무나도 요원한 진행률이었지만, 진행률이 오르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로웠다.
어디 큼지막한 종합 병원을 점령하거나, 의료인 집단을 무수히 확보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요람화 진행률.
하지만, 그 두 개가 당장 급하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그런 요소들이 아닌 게 문제였다.
종합 병원의 의료 설비들은 어떻게 강제로 확보할 방도는 있었지만, 어차피 그걸 대학으로 들여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인 집단 확보와 별 다를 바 없는 요소였다.
괜히 마음만 조급해지지 말고 조금은 차분히―
띠링― 띠링― 띠링―
[복종의 공물]
[1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지금도 차곡차곡 열심히 쌓이고 있는 포인트처럼 점령 영토를 차근차근 넓혀가며 의료 관련 시설들을 확보하는 게 최선의 돌파구였다.
“끼에에에에엑―!”
“으, 으아악―!”
퍼어억―!
“뭐해―! 물렸으면 멍때리지 말고 치료제, 치료제부터 부어―!”
쿠웅―! 쿠웅―! 쿠웅―!
허나, 조금 전의 마음가짐과는 너무나도 다른 대학로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애새끼가 우는 게 말이 되겠냐, 이 새끼야―! 허튼 짓 하지 말고 린네아 씨부터 불러―!”
“……예, 옙―! 리, 린네아 씨이이― 여기 변종 지원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차근차근 이라기엔 너무 혼잡한 대학로.
이리저리 바쁘게 대학로를 오가며 수색조를 지원하는 린네아를 바라보며 잔웃음을 흘렸다.
분명 대학로 건물을 하나하나 차근히 확보하는 편이 변수도 없고 안전성도 압도적이겠지.
하지만, 그건 또 모순되게도―
내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니엘―!”
커피 전문점 안에 숨어있던 변종 세이렌을 처리하고 나오던 린네아의 고함.
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둘러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는 린네아의 목적지를 응시했다.
편의점에서 식량 상자를 든 채로 걸어 나오던 외국인 캠프원.
수색조 재편성이라는 명목으로 뿔뿔이 흩어진 기숙사 캠프원 중 한 명이 린네아의 고함에 고개를 들었다.
“안 돼―! 피해애애애―!”
상자를 바라보던 시선에서 린네아와 눈을 마주친 뒤, 다시 린네아의 시선을 따라 위로 치켜들어지는 고개.
그들의 동공에 상가 옥상에서 지상을 향해 빼꼼히 얼굴을 내민 변종 한 마리가 담겨온다.
“우욱― 우웨에에에에에엑―!”
역겨운 소리 뒤에 활짝 벌린 놈의 입에서 쏟아지는 구토.
털썩―!
순식간에 지상으로 내리꽂히는 구토를 바라보던 기숙사 캠프원이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려던 행동의 여파였다.
옥상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역겨운 구토와 땅바닥에 주저앉아 그걸 멍하니 올려다보는 기숙사 캠프원.
그리고 그 구토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린네아.
난 그녀의 등허리로도 선명히 느껴지는 다급함을 바라보며 미리 준비하고 있던 준비물을 집어던졌다.
쐐애애애애액―!
강렬한 파공음을 내지르며 순식간에 린네아를 추월하는 차체.
콰아아아앙―!
이미 수색을 끝낸 쓸모없는 차량 하나가 상가 중앙에 틀어박혔다.
치이이이이익―!
우산처럼 바닥에 주저앉은 캠프원을 구토에게서 보호하는 차량.
밑으로 흘러내린 구토에 노출된 차량이 살벌한 소음을 비명처럼 내지르며 삐걱거렸다.
구토가 닿은 부분은 부글부글 끓어대는 차체와 그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기습을 실패한 것을 눈치챈 변종이 다시금 부르르― 얼굴을 떨며 무언가를 모으고 있었다.
콰아아앙―!
놈이 다음 구토를 모으기 전에 연이어 상가에 틀어박히는 또 다른 차량.
툭―! 툭―!
그리고 상가에 박힌 차량들을 징검다리처럼 내디디는 가벼운 발소리가 잇달았다.
나비가 나풀거리듯 풍성한 금발을 흩날리며 상가 옥상에 도달한 린네아.
순식간에 변종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그녀가 재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대기를 직선으로 가르는 손짓을 따라 함께 햇살에 번쩍이는 검광.
스걱―!
변종의 목을 그으며 선명히 울려 퍼지는 절삭음과 머리를 잃고 쓰러지는 변종.
퍼어어억―!
지상까지 추락해 기괴한 형태로 으스러지는 변종, 구토충의 대가리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나와 똑같이 지상에 으스러진 변종의 대가리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오는 린네아.
“…….”
아무런 말 없이 옅게 고개를 숙이는 감사 인사에 옅은 미소로 화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로 캠프원들을 괴롭히는지 모를 새로운 변종 구토충과 몇 번째인지도 모를 감사 인사를 보내는 린네아.
“……으으으―.”
이젠 제법 익숙하게 보내오는 감사 인사를 받던 찰나―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키는 기숙사 캠프원이 앓는 소리를 흘려댔다.
서둘러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일으키며 중간에 놓친 식량 상자를 살피는 눈짓.
이리저리 식량 상자를 헤집으며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 캠프원이 자신의 주머니를 툭― 툭― 두드리곤 입을 쩍― 벌려댔다.
“……아―.”
바스락거리며 깨진 유리병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캠프원.
원래라면 황금빛이 담겨있어야 할 유리병의 공백에 눈을 파르르― 떨어대기 시작했다.
“다니엘.”
그 순간, 린네아가 깜짝 놀라 소리쳤던 이름을 그대로 읊조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좇아 고개를 돌렸던 기숙사 캠프원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물체를 향해 서둘러 손을 뻗었다.
턱―!
얌전히 기숙사 캠프원의 손에 안착하는 새로운 유리병.
우우웅―!
그 안에 찬란히 빛나는 황금빛을 바라본 기숙사 캠프원이 다시금 내게로 고개를 돌려왔다.
“…….”
부분무능이 든 유리병을 던져준 나를 향해 어색하게 살짝 숙이는 고개.
예절까지 완벽하게 현지화된 이방인의 모습에 린네아에게 보냈던 미소와 똑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끼에에에에엑―!
잠깐의 공백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금 대학로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좀비의 포효.
툭―! 툭―!
그 포효에 다시금 상가에 박힌 차량을 타고 내려와 괴성을 따라 달리는 린네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한 건물씩 차근차근 확보하는 안전한 방법 대신 다른 이들의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선택한 속도전.
더 효율적인 수색을 위해 새로 구성한 수색조 편재와 뿔뿔이 흩어진 기숙사 캠프원들.
그렇게 내 캠프원들과 한데 섞여 사선을 넘나들수록―
내가 제공하는 감염 치료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의 의미가 점차 달라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기숙사 캠프에 박혀 나오지 않는 기숙사 캠프원들이 아니라―
함께 위기를 넘나드는 우리로.
***
어느덧 해가 늬웃늬웃지기 시작한 오후.
난 오늘치 수색을 끝내고 한자리에 모인 캠프원들을 바라보다 뒤쪽에 대기 중인 트럭들을 눈짓했다.
“여기 세 번째 트럭을 오늘 기숙사 쪽 몫으로 하자. 전부 가져가.”
“……정말?”
세 번째 트럭에 한껏 쌓여있는 식량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린네아.
난 그녀의 눈망울과 비슷한 눈빛으로 세 번째 트럭과 나를 번갈아 보는 외국인 캠프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내 확답에 입을 떡하니 벌리고 감탄하는 린네아.
하지만 난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조용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지금은 저 식량을 보기만 해도 너무 기쁘고 배부르겠지.
하지만 이걸 고생 하나 안 한 기숙사 캠프원들과 나눠야 할 때도 지금과 똑같은 기분일까?
“그나저나 이렇게 대박이 터진 날에 그냥 돌아갈 건 아니지?”
“……응?”
“생각해보면 아직 남아있는 대학로 구역도 넓은데 굳이 귀찮게 기숙사로 돌아가야 되나?”
어차피 내일 도서관에서 같이 출발해야 하는 건 똑같잖아.
“그러지 말고 대학로를 탐색하는 동안은 도서관에서 머무는 게 어때? 그게 컨디션 유지에도 훨씬 더 괜찮을 텐데.”
“……아, 아니 마음은 너무 고마운데 그래도 우리는―”
“게다가 아무리 원 없이 축제를 즐겼어도 새로운 캠프원들 환영식은 또 무조건 해야하는 게 맞지.”
와아아아아아아―!
가벼운 미소로 제안을 사양하려던 린네아의 말을 끊고 읊조리는 목소리.
내 말이 끝나자마자 우렁찬 환호를 내보이는 수색조원들에게 미소 지으며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휘이이익―! 휘이이이익―!
먼저 박수친 나를 따라 열렬히 손뼉을 부딪치며 휘파람을 불어대는 수색조원들.
그 뜨거운 분위기에 내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 손을 흔들던 린네아가 몸을 굳힌 채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뒤에 얌전히 뭉쳐있던 외국인 캠프원들.
린네아와 똑같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캠프원들이 수색조원들의 환한 미소와 휘파람에 끝내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다.
짝―!
내 마지막 박수를 끝으로 정적에 물드는 대학로.
난 린네아와 그 뒤의 외국인 캠프원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내지었다.
“그럼 간다는 걸로 알고 그렇게 준비한다? 고자야.”
“옙― 총장님!”
살짝 돌아본 고개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 힘차게 경례하며 답하는 고장훈.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보낸 뒤 손을 까닥― 흔들었다.
“오늘같이 이렇게 좋은 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이상하지.”
턱―!
내 손에 착 감기는 쇠 파이프를 꽉― 움켜쥐며 뒤에 도열한 트럭을 가리켰다.
“이렇게나 많은 새로운 물자들― 새로운 식량들― 새로운 도구들―”
그리고―
“……새로운 쥐새끼까지.”
마지막으로 린네아와 캠프원들을 가리키며 읊조리는 나지막한 속삭임.
내 속삭임을 끝으로 밝게 솟아오르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지하로 처박힌다.
까딱― 까딱― 쇠 파이프를 흔드는 손짓에 눈을 찢어질 듯이 크게 뜨는 린네아.
그녀 뒤에 있던 캠프원들이 깜짝 놀라며 서둘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야.”
난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그 중 한 사람을 불렀다.
주변을 황급히 두리번거리는 무리 중 유일하게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캠프원.
아니― 외국인들이 주력인 무리에 몰래 섞여 들어있던 건방진 쥐새끼.
뚜벅― 뚜벅―
점차 린네아와 이방인 무리에 가까워지는 발걸음.
난 바짝 얼어붙은 채로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는 린네아를 지나쳐 그 뒤로 걸었다.
파도가 갈리듯 내 발걸음을 따라 주르륵― 길을 비키는 이방인들.
“너 뭐냐.”
난 이방인들 사이에 낀 진짜 이방인 앞에 서며 조용히 물었다.
“허억―!”
그제서야 자신의 무리에 끼여 있던 새로운 생존자를 눈치채고 기함을 내지르는 외국인 생존자들.
본능처럼 생존자의 어깨를 부여잡으려 내뻗는 기숙사 캠프원들의 손이―
텅―!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뒤로 튕겨 나간다.
띠링―!
[임시 보호 기간이 적용 중인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습니다!]
경고처럼 순식간에 눈앞에서 수없이 점멸하는 메시지.
“어―.”
그 투명한 알림 메시지 너머의 쥐새끼가 작게 입을 벌리며 지껄였다.
“들켰다.”
한치의 동요도 없는―
평온하고 사무적인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