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르니까.
문제는 나머지였다.
[양심출타良心出他]
등급 : 고유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시켜준다.
지금 내가 긴장하지 않은 게 이 특성 때문에 같긴 한데, 혈수마공도 그렇고 이름이 걸렸다.
양심출타가 뭐야 양심출타가. 사실 이런 것들은 다 사소한 문제였다.
그 이름도 찬란한 ‘태양지체.’
EX급을 보며 마냥 좋은 건 줄 알고 설명을 읽는 순간, 호흡이 정지했다.
[태양지체太陽之體]
등급 : EX
극한의 양기를 품은 신체.
보통 약관을 넘기 전에 죽는다.
극음의 기운을 지닌 여인과 음양합일陰陽合一을 통해 일시적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상태창을 봤을 때 내 나이는 분명 20세로 적혀 있었다. 약관은 20세 전후.
태양지체의 설명대로라면 나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미친.”
왜 이런 고등급의 무공을 퍼줬나 했더니, 말도 안 되는 패널티가 있었다.
“야, 한여름. 그만 자고 일어나라.”
발끝으로 한여름을 툭툭 찼다. 내가 이 모양이면 한여름도 마찬가지일 거다.
“으으음... 거긴 안 돼, 김무공.”
“헛소리하지 말고 일어나!”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부스스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뭔데. 여긴 또 뭐야?”
“요약해줄게. 우린 무림전기 세계로 떨어졌고 ‘상태창.’ 이라 외치면 그걸 사용할 수 있고 강제로 주입받은 지식이 있어. 확인해봐.”
“...응.”
눈만 끔뻑끔뻑 뜨던 한여름이 입술을 뗐다. 얘도 뭔 패널티를 받았는지, 원래도 새하얬던 피부가 아예 창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상태창.”
소심하게 한여름이 소리쳤다. 한동안 상태창을 구경하던 한여름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난 천마신공이랑 혈수마공, 태양지체다.”
먼저 말했다. 양심출타 특성은 차마 말하기 좀 그랬다. 백퍼 놀릴 게 확실했다.
“...난 EX급 천산신녀공天山神女功이랑 SSS급 소수마공素手魔功, EX급 월음지체月陰之體. 죄다 음기 계열이네. 우리 정 반댄데?”
나는 극양의 신체에 양강 무공이라면, 한여름은 극음의 신체에 음한 무공이었다.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너, 혹시 월음지체 설명 봤냐?”
“...약관 넘기기 전에 죽는대. 어쩐지 몸이 무겁드라.”
“너도냐....”
우리는 사이좋게 시한부 패널티를 받았다.
“난 극음의 여인이랑 음양합일 하라던데, 넌 극양의 사내라 적혀 있냐? 근데 음양합일이 뭐더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한여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 너? 진짜 몰라?”
거의 경악성에 가까운 말투로 한여름이 내뱉었다.
“음양합일 하면 무공의 균형을 조절하는 거 아냐? 태극처럼. 너랑 나랑 같이 손잡고 무공 익히라는 건가?”
“이, 이... 병신아!”
빼액- 한여름이 소리쳤다.
“아니,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왜 욕을 하고 그러냐.”
문득 억울함이 엄습해왔다. 이제 하다 하다 한여름에게 저런 취급까지 받을 줄이야.
“그....”
한여름이 고개를 푹 숙이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어쩐지 얼굴도 조금 붉어졌다.
“그?”
“섹스.”
“뭐?”
“섹스라고! 야쓰! 내 입으로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해?”
어음.
이해했다. 그래서 음양합일이구나. 분명 들어본 적 있는데, 왜 까먹었지?
“그러니까, 우리 둘이 살려면 너랑, 나랑 섹스를 해야한다 이 말이야?”
“그, 그래.”
“걍 뒤지자. 살아서 뭐하냐.”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얘랑 떡치라고? 아무리 돌아도 그렇지, 그건 안 된다.
교복 입을 때부터 봤던 꼬맹이랑 무슨 섹스를 해. 난 짐승이 아니다. 양심출타 특성은 내 뇌를 지배하지 못한다. 물러가라 음란 마구니야. 훠이훠이.
“너, 너무해.”
한여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니, 지 배려해서 한 말인데 왜 저래?
“진정하거라 아우야. 내 너를 친동생이나 다름없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오해하지 말고. 친동생이랑 섹스할 수는 없지 않겠냐?”
“나, 나쁜 새끼야!”
한여름이 옆에 있던 고양이 쿠션을 던졌다. 푹신푹신한 재질 탓에 타격감은 없었다.
“아니, 니가 예쁜 건 맞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누가 해 주기나 한대?”
“응, 그래. 그냥 뒤지자. 차라리 그게 속 편할 것 같다. 애초에 섹스만 방법도 아니잖아. 극음이나 극양 영단이면 어느 정도 해결될 텐데?”
“...그건 불가능해. 우리 경지 봤어? 어느 세월에 맞는 영단 구하게? 정신 차려 김무공. 우리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어.”
한여름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사실 살기 위해선 나랑 얘랑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농담처럼 그냥 죽자 했지만, 진짜 죽을 생각은 없었다. 나름 고인물인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당장 방법이 없었다.
시간제한이라도 알면 그나마 나은데, 모든 게 불확실했다. 한여름의 말대로 당장 내일 양기가 폭발해서 죽을 수도 있었다.
‘답이 없다.’
한여름은 입술을 꾹 다물고 토라진 상태였다.
“...먼저 씻어라.”
결국, 이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올렸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쟤랑 섹스하고 나서 이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당장 그런 생각이 드니 숨이 턱 막혀왔다. 양심출타 특성 때문인지 본능보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나도 사람인 이상, 쟤를 상대로 야한 생각을 한 적은 물론 있었다.
처음에는 무방비한 한여름의 태도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도 많았고. 지금이야 뭘 하든 귀여운 여동생으로밖에 안 보이지만.
왜 내가 쟤랑 거리를 뒀을까. 다시 떠올려 보니 멍청한 이유였다. 뭔가, 그냥 안쓰러웠거든. 어린 꼬맹이가 행복했으면 했다. 그래서 건드리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턱을 괴고 상념을 하던 중, 진한 샴푸 향이 코끝을 스쳤다.
“...나왔어.”
기다란 수건 한 겹만 걸친 한여름이 밖으로 나왔다. 쭉쭉 뻗은 새하얀 다리와 가슴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
어색함을 느끼며, 나는 한여름이 씻었던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수증기와 향기 때문인지 정신이 어지러웠다.
꼼꼼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한여름은 거실에 없었다.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는 바닥을 따라 들어갔다. 한여름은 안방의 고급스러운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머리 아래까지 덮고, 고개를 푹 숙였다.
조심스럽게 이불 안으로 들어가 나란히 누웠다. 부드러운 살결이 어깨에 닿았다. 덜 마른 머리카락의 촉촉한 감촉과 진한 샴푸향 때문에 몽롱한 기분이었다.
“벗을게.”
한여름이 걸치고 있던 수건까지 아예 벗어 던졌다. 우리는 그렇게 알몸이 됐다.
“안아 줘.”
내 귀에 속삭이듯, 한여름이 말했다. 나는 조용히 몸을 옆으로 틀어 한여름의 몸을 안았다. 커다랗고 부드러운 가슴이 내 가슴팍에 눌리고, 한여름의 다리와 내 다리가 얽혔다.
우리는 코 닿을 거리에서 멍하니 서로를 마주 봤다.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서도, 한여름의 얼굴은 예뻤다. 너무 예뻐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얘가 이리 예뻤나 싶다.
“존나 예쁘긴 하네.”
“꼭 욕을 써야겠어?”
평소에는 입에 욕을 달고 살던 애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그냥 귀여워서, 나는 팔로 한여름을 꼭 안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달뜬 숨이 살결을 스쳤다.
“...키스해줘.”
한여름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겼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포갰다.
난 여자 경험이 없다.
그건 얘도 마찬가지였다.
천마신공 때문인지 보자마자 한여름이 남자의 손길을 탄 적 없는, 순수한 처녀라는 걸 깨달았다.
의외였다. 외모를 생각하면 하루에 한 번씩 남자 갈아치워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그 순간.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안심했다.
결국. 나도 남자였다.
애써 부정해왔지만.
키스보다는 입술 박치기에 가까운 어설픈 입맞춤을 우리는 계속했다. 막 씻고 나온 탓인지 상쾌한 치약 향이 가득했다.
“너... 키스, 못 해.”
“처음이다.”
“...응.”
잠시 거리를 벌리고.
기쁜 듯이, 한여름은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다시 내게 입술을 부딪쳐왔다.
격정적으로.
입술끼리, 때로는 이빨이 부딪치기도 하면서 우리는 점점 능숙해졌다.
조금씩, 혀와 혀가 얽혔다. 심장 소리가 요란했다. 한여름의 손이 점점 아래로 향했다.
툭. 발기한 그것에 한여름의 손길이 닿았다. 살짝 놀라면서 손을 뗐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기둥 쪽을 잡았다. 부드럽고 차가운 손길이 내 자지를 붙잡고 만지작거렸다.
한동안 혀와 혀가 얽힌 키스를 나눈 뒤, 살짝 떨어졌다. 타액의 실이 가느다랗게 이어지다 끊겼다.
“봐도 돼?”
어디를 묻는 건지는 뻔했다.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름이 이불을 살짝 들어 올리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신기하다....”
입을 살짝 벌리고 한여름이 멍하니 응시했다.
“남자 꺼 처음 보냐? 야동도 안 봐?”
“야동은 안 봤어도 섹스는 해봤거든.”
반항하듯 한여름이 눈을 흘겼다. 해봤긴 개뿔. 얘가 처녀라는 건 천마신공 없어도 알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설픈 주제에 무슨.
“어, 그래. 난 아다니까 경험 있는 니가 리드해라.”
“리, 리드?”
“난 누워있을 테니까 알아서 해 봐. 왜, 위에 올라타서 하는 거 있잖아.”
“...위? 그게 뭔데? 해본 적 없어.”
이것도 모르는 주제에, 끝까지 지가 처녀라는 얘기는 안 한다.
귀엽다.
왜 이리 귀엽지. 얘는 역시 쓸데없는 자존심 부릴 때가 가장 귀엽다. 괴롭혀주고 싶은 충동이 마구 솟구쳤다. 기습적으로 한여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잔뜩 흥분한 탓에 튀어나와 있는 한여름의 유두를 살살 만지작거렸다.
“읏...!”
입술을 앙다물고 참던 한여름의 입에서 결국 새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살며시, 뺨을 푹신한 가슴에 대고.
이빨로 유두를 살짝 깨물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탁탁! 나무라듯, 한여름이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쳤다. 달뜬 신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여름의 미약한 저항이 오히려 날 더 흥분시켰다. 살살 혀를 굴리며 유두를 빨았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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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고 한여름의 가슴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한 손으로 다 잡히지 않을 정도의 크기. 부드러운 감촉과 여자애 특유의 살 냄새에 정신이 아득하다.
한여름이 천천히 두 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마시멜로보다 푹신한 가슴에 뺨이 닿았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너무 강하게 하면... 아프니까. 조금만 살살....”
한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면서, 다른 손은 그녀의 곡선을 따라 더듬으며 조금씩 내려갔다.
가슴과 비슷할 정도로 말랑말랑한 허벅지.
그 안쪽으로 손이 들어갔다.
“자, 잠깐...!”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한여름이 다리를 오므렸다.
“털 없네.”
“...나 원래 없어.”
고개를 살짝 빼내 한여름과 눈을 마주쳤다. 푸른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