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31)

“역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한여름이 내 귀에 속닥거렸다. 이렇게 보니, 진짜 예쁘긴 존나 예쁘다. 섹스 한번 했다고 색기까지 곁들여지니, 사람 홀리는 구미호가 따로 없다.

“난 20이거든. 나보다 약하네?”

한여름이 입꼬리를 살살 올렸다. 어쩐지 아까부터 팔 힘이 예사롭지 않긴 했다.

“뭐 하려고? 섹스 더 하자고?”

“...다음에. 아직은 아래쪽이 좀 아파.”

다음에 또 할 생각은 있구나.

“그러면 이러시는 이유가?”

“아까 대답, 안 했잖아.”

“대답?”

짐작 가는 부분은 있었지만 애써 모른척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여름의 얼굴이 순간 새빨개지더니.

“이, 이... 나쁜 새끼야!”

그대로 옆에 있던 베개를 들어서 내 얼굴을 내리쳤다.

근력 20으로 가하는 풀스윙이란, 생각보다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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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이 새하얀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길쭉길쭉하게 뻗은 자신의 나신을 내려다봤다.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김무공과 한 섹스가 마치 꿈만 같았다.

다시 한번 자신의 손가락을 쭉 늘려서 자궁 아래쪽에 가져다 댔다.

‘...크던데.’

아직도 김무공의 자지 모양이 생생했다. 그런 커다란 게 자신의 작은 구멍에 들어갔다는 것이 사뭇 신기했다.

한여름이 지금껏 경험한 자위라 해봐야, 팬티 위쪽으로 손가락을 조금 비비는 게 전부였지.

삽입 자위 같은 건 무서워서 시도조차 해본 적도 없었다.

흐르는 물을 따라 한여름의 손이 음부로 향했다.

김무공과 한 섹스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마냥 아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극심한 고통 사이로 야릇한 쾌감이 느껴졌다.

“나쁜 새끼.”

입에서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사람 마음도 모르고.

한여름도 모든 특성을 말한 건 아니었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특성. 그녀의 시선이 둥둥 떠 있는 홀로그램 창으로 향했다.

[일편단심一片丹心]

등급 : 고유

한 남자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증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정말이지, 악취미다.

사람의 마음을 갖고 특성으로 만들다니.

무슨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읏...!”

무심코 음부 안쪽으로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었다. 자신도 모르게 달뜬 신음이 새어 나왔다. 흘러내리는 수돗물 때문인지 오히려 더 뻑뻑했다.

‘아파.’

안쪽이 부어있는지, 아니면 처녀막이 파손된 탓인지는 몰라도 통증은 여전했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빼냈다.

‘오늘은 안 되겠네.’

한 번 더 해볼까 했는데, 역시 무리였다.

그래도, 김무공과 섹스를 하고 나니 처음 깨어났을 때 느껴졌던 오한 같은 게 사라졌다.

포근하고 따스한 기운이 몸 안에 가득했다. 천근만근 무거웠던 몸뚱어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에 그렇게 베개를 집어 던지고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오긴 했지만.

김무공의 마음쯤이야 한여름도 알고 있었다. 김무공의 눈에 자신은 언제나, 교복 입은 꼬맹이로밖에 안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

그래서 서로의 상태창을 확인한 순간, 한여름은 자연스럽게 비죽비죽 올라가려던 입꼬리를 애써 진정시켜야 했다.

답보 상태였던 관계를 뒤바꿀 좋은 기회였다.

처음에는 꺼리던 김무공도 결국 한여름의 설득에 넘어갔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고작 섹스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은 절대 없었다.

어차피 살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해야 할 필요도 있을 테고.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한여름이 습기가 찬 거울을 손바닥으로 슥슥 닦았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요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저질러 버렸다.

한여름과 섹스했다. 동시에 처녀도 빼앗았다.

‘걜 사랑하나?’

고작 섹스 한 번 했다고 이런 의문을 품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양심출타 특성이 실제로 내 양심을 아예 출타시켜버리진 못했는지.

마음 한편이 콕콕 쑤셔왔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걔한테 품은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잘 맞았고, 좋은 친구이면서 좋은 여동생이긴 했는데.

연인...?

생각만 해도 뇌 정지가 강하게 온다.

동시에 한여름의 처녀를 가져갔다는 배덕감과 정복욕 비슷한 충만감이 몰려오는 걸 보면.

‘난 쓰레기다.’

아니, 이건 양심출타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이런 쪽으로 생각을 유도하는 거지.

“에휴....”

새로운 관계 설정에는 일단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

문득, 아까 봤던 한여름의 알몸이 생각났다. 몽글몽글하면서도 푹신한 가슴과 탄력 있는 몸매, 꽉 조이는....

‘에라이.’

아랫도리에 또 반응이 왔다. 하던 생각을 강제로 멈추고, 집 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내부는 대략 40-50평 정도 되는 주상복합아파트였다.

있을 건 다 있고.

서랍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옷장을 여니 간단한 옷가지류와 봉투 두 장이 있었다.

중원무공아카데미 입학허가통지서.

봉투에는 나와 한여름의 이름이 적힌 입학허가통지서가 각각 들어있었다.

‘이런 거였군.’

무림전기는 자유도가 꽤 높은 게임이었다. 성장할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물론 방법에 따라 효율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중원무공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루트는 나름 검증된 성장 방식이다.

입학하는 게 어려워서 대부분 시도하다 좌절했을 뿐이지.

이렇게 입학허가를 이미 받았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는 통지서를 꺼내 부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온갖 수납장을 뒤적거리다 보니, 의외로 이것저것 꽤 들어있었다.

‘신분증, 스마트폰. 재밌네.’

나와 한여름이라는 존재가 원래부터 이 세계에 있었던 것처럼.

관련 문제는 이미 처리된듯했다.

대충 집안 파악은 끝났다. 부엌 쪽으로 향하면서 상태창을 쳐다봤다.

한여름과 섹스 이후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사라졌다.

‘나 진짜 위험한 상태였나?’

지금은 딱 좋은 온기만 온몸을 감돌았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사실 그런 것보다.

천마신공의 경지가 1성에서 2성으로 올랐다.

...이런 미친 무공 같으니.

천마신공 설명 아래 깨알같이 ‘처녀와 음양합일을 통해 경지를 올릴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거 딱 그거잖아.

색마色魔.

채음보양술로 경지를 올리는 색마들이나 익힐법한 무공이 EX랭크라니. 물론 색마들이 익힌 것들도 의외로 무공 자체만 놓고 보면 정순한 경우가 수두룩했다.

채음보양술의 원류를 타고 올라가 보면 도가 양생법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거든.

그러든가 말든가, 오랜 과거의 일이고 요샌 좆 잘못 놀리면 그냥 좆된다. 무공은 죄가 없다?

는 개뿔. 역시 유니콘 신공 따위가 EX라는 건 납득이 안 된다. 내가 뭐 빠지게 게임 했을 때도 EX랭크 무공은 구경도 못 했는데 말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한여름에게 이거 말했다간 무슨 표정을 할지 눈에 선했다. 거의 쓰레기 보는듯한 경멸의 표정을 짓겠지.

아무리 빠르게 강해지는 게 중요하다지만, 처녀만 골라서 따먹는 쓰레기가 될 생각은 없었다. 보통 그런 자들을 우리는 마인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아랫도리 함부로 놀렸다가는 몹이 되어버린다, 이 말이지. 정파의 자칭 대협이라는 분들이 나를 성불구자로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 거다.

독과 암살 등의 온갖 치졸한 방법은 다 써서 마인 목을 썰어버리고 ‘대단하십니다, 대협!’ 이러는 게 정파 종특이거든. 마인이 되어 수배당하는 순간, 물 한잔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그런 미친 상황에 처하는 건 절대 사절이다.

한여름은 내게 베개를 풀스윙으로 날린 뒤 절뚝거리면서 욕실로 들어가 한참을 씻고 있었다.

‘싱숭생숭한가.’

갑작스런 첫경험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보통 여자애들은 좀 더 꽃다운 상상을 한다던데.

이건 뭐 대충 쑤셔 박은 느낌이니까.

복잡한 생각과 별개로, 나는 자연스럽게 부엌 찬장을 뒤적거렸다.

‘오, 라면.’

다행히 먹을 건 있었다. 곧바로 라면 끓이기를 시작했다. 계란이 없는 건 아쉽지만, 당장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

약간은 아릿한, 기분 좋은 냄새가 진동했다.

배고플 때 맡는 라면 냄새란 정말이지.

마약과도 같다.

라면을 딱 완성할 때쯤, 한여름이 씻고 나와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라면?”

“먹을 거지?”

“웅냐.”

그럴 줄 알고 두 개 끓였다. 냄비를 들고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아까 질문 말이다.”

“됐어.”

“응?”

“됐다고. 흥분 중에 한 소리 가지고 왜 이리 혼자 심각해?”

한여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진짜 괜찮냐?”

“원래 머리에 피 쏠리면 좋아한다, 사랑한다, 어쩐다 다 그러는 거야.”

“그러냐.”

“응. 그러니까 라면이나 먹어, 김무공 씨.”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여름은 어느 정도 평소로 돌아온 것 같았다.

섹스하고 나서 서로 눈도 못 마주치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단 그냥 그랬다. 나도, 한여름도.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말 없이 라면을 먹었다.

“딱 좋당.”

어느새 라면을 다 먹은 한여름이 배를 문질렀다.

“너 복장이 너무 무방비한 거 아냐?”

평소에도 그랬지만 이젠 아예 숨길 생각도 없는 듯. 출렁거리는 가슴은 물론이고 새하얀 복부가 다 드러난 짧은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다.

심지어 속옷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모양이다. 움직일 때마다 핑크빛의 앙증맞은 젖꼭지가 슬쩍슬쩍 드러났다.

“꼴려?”

입가를 살짝 가리며 한여름이 배시시 웃었다. 돌핀 팬츠 아래로 드러난 매끈한 허벅지를 슬쩍 이쪽으로 내밀었다.

“안 어울리니까 그딴 표정 짓지 마라.”

사실 좀 꼴린다. 자기주장 강한 아랫도리가 분노를 표출하려는 걸 강제로 억제했다.

“쳇, 나 같은 미소녀 아다 따먹었으면 절해도 모자랄 판에.”

“절해줄까?”

“됐네요.”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던 도중, 한여름이 등 뒤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우리 이제 어쩌지?”

“기다려 봐라.”

빠르게 설거지를 해놓고 미리 찾아놨던 걸 꺼냈다.

“이거 뭐야?”

“우리 신분증이랑 통장, 그리고 스마트폰? 이건 중원무공아카데미 입학허가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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