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131)

말랑말랑한 옆구리살의 촉감이 꽤 중독성 있다.

배는 쉽게 못 만지게 하면서 여기는 의외로 무방비하단 말이지.

여심이란 언제 봐도 어렵다.

저기 들어가서 폭발적인 기운을 내뿜으면서 운기조식 중인 천하연도 마찬가지고.

“이것도 조심해야 하지 않아?”

문득 한여름이 자신의 옆구리 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글킨 하지.”

이미 천하연에게 알몸까지 전부 보여주긴 했지만, 한여름은 그 사실을 모르니까. 자연스럽게 옆구리살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풀었다.

“그동안 좋았는데 좀 아쉽당.”

어느새 생선 하나를 발라 먹고 한여름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천하연 덕에 감시가 느슨해진 덕도 있으니.

어쩌면 그간 편안한 일상은 천하연의 희생 덕이기도 했다.

차마 얘한테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 진지하게 평가 볼 시간으로 돌아가야지.”

“맞다, 이거 평가였지.”

“오냐.”

자기 몫의 식사를 다 마치고, 한여름이 내 어깨에 머리를 톡 기댔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은 것 같아.”

나직한 목소리로 한여름이 입술을 달싹였다.

“둘이니까. 끝날 때까진 아직 한참 남았다.”

혼자서 다 하는 것보다 역할 분담이 좋긴 좋다.

“맞아. 벌써 고기 먹고 싶어. 생선 좀 물림.”

“난 매운 거 땡긴다.”

“여기 야생 고추 같은 건 없어?”

“야생 고추 말고 딴 고추는 있긴 한데.”

“으... 방금 존나 아재 같았던 거 앎?”

한여름이 경멸의 눈빛을 보내왔다.

“어쩔.”

“...회춘하더니 아예 애가 돼버렸네.”

나는 피식 웃으면서 일어나 한여름의 머리를 헝클었다. 한여름이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씻고 잘 준비나 합시다.”

하늘을 보니,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구름이 잔뜩 낀 것이, 또 한바탕 쏟아질 모양이다. 열대의 변덕스러운 기후는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쉬이 적응되진 않았다.

***

“....”

한여름이 멍하니 정면을 보며 입을 벌렸다.

동그랗게 뜬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떨렸다.

‘...아 그렇지.’

문득,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얘는 천하연이 남장을 푼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지금 우리 눈앞에는, 차분하게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마친 천하연이 있었다.

감시도 없겠다, 그냥 남장을 아예 풀어버린 모습이라 기다란 금발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마지막으로 기를 갈무리한 천하연의 눈꺼풀이 서서히 들리고 아름다운 녹색의 눈동자가 우리를 응시했다.

[야야 천하연 맞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여름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물었다.

[오냐. 맞음.]

[미친....]

[뭔데.]

[존나 이쁘잖아.]

[그럴 수 있지.]

천하연이 이국적으로 예쁜 건 맞는데, 내가 보기엔 한여름도 뭐 딱히 꿇리는 외모는 아니었다.

여자들은 보는 눈이 조금 다른 건지는 몰라도, 한여름이 경악한 표정으로 쭈뼛거렸다.

“왜 그러지?”

그제야 천하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그 모습으로 같이 자는 거야?”

묘하게 경계하는 눈빛으로 한여름이 말했다.

“그대들은 내가 여성인 걸 알고 있다 하였으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 않겠나?”

“글킨 한데....”

“내가 방해되면 나가서 자면 되겠나?”

“아니! 그건 아냐. 같이 자자. 대, 대신.”

“대신?”

“자는 위치는 내가 정할래.”

단호한 말투로 한여름이 나와 천하연의 중간에 섰다.

“그대의 말에 따르도록 하지.”

나와 한여름을 번갈아 보던 천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한여름이 지정한 위치는 자신을 가운데 두고, 나와 천하연이 떨어져서 자는 거였다.

하여간, 알기 쉬운 성격이다.

***

몽롱한 의식 속을 천하연은 부유했다.

옆을 살짝 바라보니, 김무공이 무방비한 상태로 쿨쿨 자고 있었다.

찬찬히 천하연은 상반신을 일으켰다.

‘누군가 한 명 더 있었던 거 같은데.’

무심코 든 의문을 천하연은 머리 한구석에 치워놨다. 중요한 사실은 아닌듯했다.

천하연의 시선이 서서히 김무공의 아랫도리로 향했다.

잠든 상태임에도 양기가 집중된 그곳은 우뚝 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동안 옷 위로 본 게 아니라, 이제 천하연은 ‘저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신기하구나.’

저런 큰 것이 여성의 몸에 들어간다니. 과거라면 의문을 품었겠지만, 실제로 김무공의 그것이 한여름의 몸에 들어갔다 나오는 과정을 자세히 지켜봤기에 이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잠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천하연은 김무공의 그곳을 손으로 살짝 건드렸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단단한 촉감. 조금 건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본능인지 뭔지 더 단단해졌다.

좀 더 만져보고 싶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천하연의 드높은 자제심이 지금만큼은 발휘되지 못했다.

결국, 천하연은 조심스럽게 김무공의 바지를 벗겨냈다.

실물을 보자마자 아랫도리가 조금씩 축축해지는 걸 느끼며, 천하연은 기둥을 손으로 잡았다.

‘이렇게 했던가?’

언젠가 봤던 광경을 떠올리며 천하연은 손으로 기둥을 잡고 움직였다.

아무리 몸으로 하는 건 죄다 잘하는 천하연이라지만, 성관계 부분은 아직 난해한 영역이었다.

어떤 강도로 얼마나 해야 남자가 좋아하는지 그런 건 모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무공은 마치 미혼약에 중독된 마냥 잠든 채였다.

‘조금만 더....’

스르륵- 천하연은 과감하게 옷을 벗었다. 탄탄하면서도 새하얀 나신이 드러났다.

잠시 이래도 되는지 의문이 일었으나, 이번 역시 천하연은 무시하기로 했다.

안 될 게 뭐 있단 말인가.

자신과 김무공 역시 ‘특별한’ 사이인 건 맞으니까.

‘이렇게 했던가?’

단단한 기둥을 잡고, 한여름이 했던 것처럼 천하연은 자신의 아랫도리에 그것을 비벼댔다.

‘하윽...!’

숨죽인 신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며, 천하연은 끝부분부터 집어넣기 시작했다.

“...천하연?”

귓가에 언제나처럼 김무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게 대체 뭔....”

찔걱- 곧장 뿌리까지 김무공의 그것을 집어넣고,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면서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읍...!”

서로의 혀를 섞으면서 잠시간 대화가 멈췄다.

자신은 김무공보다 훨씬 강하다.

미약한 김무공의 저항은 천하연에게 있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하아....”

천하연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뗐다.

그리곤 천천히 말을 이었다.

“뭐 괜찮지 않겠느냐. 이번 역시 둘만의 비밀로 하면 그만인 것을.”

손가락을 혀로 살짝 핥으며 천하연이 눈을 내리깔았고.

경악한 김무공의 눈동자를 본 순간, 의식이 현실로 부상했다.

당연하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일은 꿈에 불과했다.

‘...미쳤구나.’

뒤늦게 엄습해오는 자괴감에, 천하연은 조용히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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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연이 이상하다.

그 증거로.

“좋은 아침.”

내 인사에 원래 ‘좋은 아침이구나’라며 답해야 평소의 천하연일 텐데, 눈을 힐긋 피하더니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어디 아파?”

내가 한 발짝 다가가자, 곧바로 손바닥을 내밀면서 접근을 차단했다. 어째 숨소리도 살짝 거칠어진 느낌이다. 천하연 정도 무인이 저럴 리가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간 워낙 무리했으니까. 다만, 역시 접근 차단은 조금 마음에 걸린다.

‘...뭐지?’

밤중에 뭔가 잘못한 게 있었나 고심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없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내 몸에 매미처럼 달라붙은 한여름만 보였지, 천하연은 저 멀리 구석에서 혼자 잠들어있었다.

잠든 사이 내가 실수하진 않았을 테고.

“흐아아아암....”

여기 늘어지게 하품하는 한여름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고 있으니 천하연이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졸려. 아까 비 오던 거 같던데. 몸이 무겁따....”

천하연이 그러든가 말든가, 한여름은 새하얀 다리를 쭉 뻗은 채 상반신만 일으키고 나를 올려다봤다.

“좀 더 자든가.”

딱 봐도 한여름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했다.

“그르까....”

한여름이 잔뜩 잡아 ‘냉동’ 보관해놓은 식량도 많고, 코코넛과 빵나무 열매도 꽤 있었다. 덕분에 여유가 좀 생겼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이라 시간은 남아있었다.

“해 뜨면 깨워줄게. 좀 더 자라.”

“웅냐... 부탁행.”

은박 담요로 몸을 돌돌 말고 한여름이 다시 누워버렸다.

쪼그려 앉아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곧장 새근새근 숨소리만 내며 잠들어버렸다.

잠든 한여름의 얼굴을 잠시간 쳐다보다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슬슬 멈췄던 수련을 시작할 때가 됐다.

그 전에.

샤워나 해야지.

칫솔과 치약까지 챙겨서 느긋하게 달빛이 내리쬐는 밤길을 걸었다.

아까 잔뜩 비가 쏟아져서 그런지, 어느새 구름은 다 걷혔다.

적도 근처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아직 해가 뜨기까진 두어 시간 남았으니.

씻고 적당히 몸 풀면 딱 맞았다.

미리 칫솔에 치약을 짜서 이빨을 닦으며 걷던 나는, 개울가에서 마주치고 말았다.

“....”

“....”

투명한 녹안이 나를 지그시 응시했다.

입에 칫솔을 문 채로, 나는 그대로 정지했다.

아까 사라졌던 천하연이 나신을 드러낸 채, 몸을 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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