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131)

‘이런 곳에 어찌....’

이런 좁은 구멍에 김무공의 그것 같은 거대한 물건이 들어간다는 게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순결한 처녀인 천하연으로서는, 손가락 하나조차 넣기 꺼려졌다.

게다가 평소에 자위라곤 하지 않았던 천하연에겐, 클리를 손가락으로 비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한 자극이었다.

자위하면서 발갛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이 수면에 일렁이면서, 그것이 천하연의 흥분을 더 고조시켰다.

“하윽...!”

증기가 짙어져 아예 시야를 가릴 때까지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고 만지작거리던 천하연은, 자신도 모르게 새된 신음을 내뱉으면서 허벅지와 발가락을 꽉 오므렸다. 절정에 다다르면서 오는 격한 쾌감이 뇌를 지배했다. 한동안 멍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던 천하연은 긴 한숨을 몰아쉬면서 정신을 차렸다.

‘...미쳤구나.’

한참 즐긴 이후로 몰려오는 건, 폭풍과도 같은 자괴감이었다. 김무공의 손길을 상상하며 자위했다니.

‘이 무슨 천박한....’

불현듯 엄습해오는 성녀 타임에, 천하연은 태아처럼 양다리를 끌어안은 채 조용히 잠수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보글보글보글-

이윽고, 기다란 금발과 함께 방울방울 물거품만 수면 위로 연신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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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공天馬神功]

등급 : EX

경지 : 5성

수라마제修羅魔帝 천우진이 순결한 여성만을 탐하는 ‘날개 달린 말’에 대한 전설을 듣고 창안한 절대 신공.

여성의 처녀감별이 가능하다.

비처녀와 남성 상대 시 정력을 제외한 능력치 증가.

순결한 처녀와의 음양합일을 통해 경지를 올릴 수 있다.

나는 물끄러미 상태창의 천마신공 부분을 쳐다봤다. 벽에 틀어막힌 것처럼 잘 올라가지 않는 5성의 경지도 문제였지만.

다른 고민까지 생겨버렸다.

수라마제 천우진. EX급이라는 지고의 무공.

신교 십이대 교주.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내가 익힌 천마신공天馬神功을 만든 자가 확실한 듯했다.

굳이 왜 신공의 이름을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라마제라는, 누가 봐도 마도의 인물인듯한 별호로 보아, 어렴풋이 신교와 관계가 있을 거란 의심은 했었다. 물론 수라마제가 전대 천마일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아무튼.

하등한 마공을 찍어누르는 패도적인 특성.

숨쉬기도 힘들 정도의 마기를 잡아먹어 힘으로 사용하는 미친 공능.

서로 진기를 끌어올렸을 때, 천하연과의 공명.

유니콘 쪽 특성은 제외해도 충분히 EX를 받을만한 무공이었고, 원본 천마신공天魔神功을 토대로 만들었음이 거의 확실해졌다.

천하연에게는 공명하면서, 사부의 기운에는 반발하는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부는 분명 내게 ‘천마신공天魔神功은 한 세대에 둘이 익히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익힌 걸 어떻게 판단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원칙을 들이밀면서 내가 익힌 것 역시 천마신공이라며, 단전을 폐하려 들 수도 있다.

‘숨긴다.’

어쩔 수 없다. 이런 세계에서 무공을 폐한다는 건 그냥 목숨이 날아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차피 의심은 받더라도 확신은 못 할 터.

사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이상, 당장은 숨기는 수밖에 없었다.

책상에 앉아 상념을 이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류은채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무공 공자님, 교주님께서 부르십니다.]

사부도 양반은 못 되시는고만.

[바로 갈게.]

[예, 아래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혼자 가도 되는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음. 알았어.]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흑룡각에서 천마전까지.

경공을 쓰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류은채는 꿋꿋이 내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걸 원했다.

아래로 내려가자 단아하게 비녀를 꽂고 있는 류은채가 나를 보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인지는 들었어?”

“공자님을 모셔오라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그래? 수련 때문인가.”

차에 탑승하자 류은채가 직접 운전을 해서 천마전까지 이동했다.

여느 때처럼 사부는 최상층에서 뒷짐을 지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자 김무공, 도착했습니다.”

“앉아라.”

사부가 소파 쪽을 턱짓하며 말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사부도 상석에 앉아서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참지 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얼굴은 쓸데없이 반반한가. 마음에 안 드는군.”

“네... 넵?”

갑자기 내뱉은 사부의 말에 강한 뇌정지가 왔다.

“아니다. 신경 쓰지 마라.”

사부가 영 불편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분명 심기에 굉장히 거슬리는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일단 내가 실수한 건 없다. 그건 확실했다.

“제자, 불민하여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사옵니다.”

혹시 모르니 정중하게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오버하지 마라.”

사부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실수였나.

그나저나, 오버하지 말라니.

의외로 젊게 사시는 부분도 있으시군.

“그렇게 웃지도 마라. 기생오라비 같으니까. 남자라면 태산처럼 진중한 면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옙.”

내가 살짝 입매를 올리자 바로 태클이 들어왔다.

“됐다. 왜 이런 소리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장로원에서 요청이 왔다.”

“장로원 말입니까...?”

신교의 숨겨진 힘. 은퇴한 거마들로 구성된 장로원은 활동만 하지 않을 뿐이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이 확실했다.

당장 태상호법 단천상만 해도 그랬으니까.

단, 나는 신교 장로원에 관해선 잘 모른다.

그들은 신교가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대외 활동을 굳이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너와 천하연의 혼인을 원하더군.”

“예?”

대화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갑자기 혼인?

“제 나이가 이제 약관입니다만.”

“그러니 약혼부터 하자는 얘기겠지.”

“아니, 그런 중요한 일을 둘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결정합니까?”

아무리 장로원이라도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목소리 높이지 마라. 어디 감히 사부의 앞에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나도 하연이를 너와 혼인시킬 생각은 절대 없으니. 그리 걱정하진 말거라.”

뭔가, 사부의 단호한 말을 들으니 이건 이거 나름대로 또 기분이 나쁘다.

일단 기분은 기분이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갑작스런 혼약은 누가 봐도 이상한 모양새였다.

“숨은 뜻이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장로원 늙은이들한테 말도 하지 않고 제자를 받은 걸 탐탁지 않게 여긴 거겠지. 혼인은 빌미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어떤 형태로든 신교 정치질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되리라곤 예상했다.

그래도 이건, 내 짐작보다 훨씬 빠른 반응이었다. 게다가 십마전도 아니고 장로원 주축.

“천하연 사저는 알고 있습니까?”

“네게만 일단 말하는 것이다. 하연이에게 이런 잡스러운 얘기를 할 수는 없지.”

“....”

사부의 굳은 표정에서 전형적인 딸바보가 엿보였다.

아무리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이라지만.

“장로원의 요청은 거부할 생각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식적으로 혼약을 맺진 않을 거다.”

“다행이군요.”

“대신, 장로원 늙은이들을 구슬리려면 나로서도 일정 부분은 내어주는 게 필요하다.”

“어떤...?”

“비공식적인 혼약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식은 아니더라도 비공식적인 혼약.

“비공식적으로라도 인정하게 된다면 어떻게 됩니까?”

“혼인은 인륜지대사이니, 철저한 검증을 빌미로 장로원에서 너를 물어뜯으려고 할 거다.”

“...저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만. 장로원에서 저를 물어뜯을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래. 당장은 힘이 없지.”

사부가 갑자기 손짓하더니, 뒤쪽에서 서류뭉치가 둥둥 떠올라 내 쪽으로 날아왔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능숙한 허공섭물이다.

“이건...?”

두꺼운 서류에는 꽤 다양한 인물들의 신상이 적혀있었다. 마치 자기소개서를 보는 느낌이었다.

“내 제자가 된 이상, 너도 독립적인 무력대를 갖추어야 한다.”

“마영수라대처럼 말입니까?”

“그래. 마영수라대처럼.”

사부가 무거운 음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서류를 하나씩 넘기면서 꼼꼼히 훑었다.

대충 무슨 일인지는 짐작이 갔다.

“장로원에서 내민 조건이 이거였습니까?”

“마냥 멍청하진 않군. 맞다.”

이 두꺼운 서류뭉치의 무인들은 대부분이 장로들과 끈이 있을 거다.

누구와 선을 댔는지는 다를 테지만.

누구를 뽑든 내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자신이 선을 댄 장로들에게 보고하려 들 테다.

“오히려 좋군요.”

이건 기회다. 나를 검증하려 든다면, 허튼 자들을 넣진 않았을 거다. 기이할 정도로 여성이 많다는 걸 제외하면, 서류만 봐도 하나하나가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누구를 뽑을지 고민될 정도로.

“좋은 판단이다. 이건 내가 내리는, 너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 그들을 네 사람으로 만들어라.”

“배려 감사합니다.”

“그리고. 네가 검증을 통과한다 해도, 고작 그런 것으로 하연이와 혼인은 불가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혼인은 두 사람이 결정할 일이지, 위에서 누가 강요할 부분이 아니지요.”

사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지만, 내 말은 원론적으로 지극히 옳은 얘기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강요에 의한 혼인이 말이 되겠냐 이 말이야.

“혼인 얘기는 됐다. 서류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 원한다면 따로 면접을 봐도 좋다. 알아서 하도록.”

“무력대의 이름 하나만 지어주시지요.”

“적룡대赤龍隊.”

곧바로 사부가 답을 내렸다. 미리 생각이라도 해둔 모양새다.

“제자, 마음에 쏙 듭니다. 영광이옵니다.”

“...됐다. 적룡대 인원이나 꼼꼼하게 선출하도록.”

“예. 사부님의 존함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없게 하겠습니다.”

“하여간 말은. 이만 물러가라.”

사부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서류뭉치를 든 뒤 밖을 나섰다. 아래로 내려가자 입구 근처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류은채가 보였다.

“대기 중이었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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