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131)

천하연이 쾌감에 젖은 신음을 내뱉었다. 조금씩 허리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치골과 치골이 찰박거리며 부딪혔다.

퍽퍽-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를 즐기며, 김무공은 천하연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아흑...! 읏, 으읍...!”

간드러진 비음이 터져 나오며, 천하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좋아?”

김무공이 상체를 완전히 숙여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속삭였다.

“으긋...! 그런 걸... 묻는 남자는 최악이야.”

“좋다는 얘기로 받아들일게.”

이번엔 아예 자궁구까지 자지를 쑥 밀어 넣었다.

“허억...!”

처음 겪는 강렬한 삽입에, 천하연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자궁부에 귀두가 쿵쿵 부딪치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천하연은 점점, 쾌감에 몸을 맡겼다.

파과의 고통은 적었고, 쾌락은 황홀했다. 한여름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천하연은 이제야 실감했다. 그의 탄탄한 등판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붙들어 당겨, 상체를 겹쳤다.

“흐응...! 읏! 하악!”

유독 뜨거운 김무공의 자지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 천하연은 결국 달뜬 신음을 내뱉었다. 처녀막이 파열되면서 흘러나온 약간의 피와 애액이 뒤섞이며 엉덩이 아래 깔린 새하얀 가운을 적셨다.

퍽퍽퍽-

절정이 다가오며 천하연은 다리로 김무공의 허리를 꽉 감쌌다. 끈적한 쾌락에 발가락이 본능적으로 오므라들었다.

“하으윽...! 하윽!”

울음소리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으며 원래도 좁았던 질이 더욱 수축했다. 강렬한 수축과 이완의 반복에, 김무공은 진한 사정감이 몰려왔다.

천하연 역시 표정만 봐도 한계에 가까웠다.

“쌀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김무공이 허리를 강하게 튕겼다. 천하연이 출렁거리는 가슴을 양팔을 교차해 살포시 가렸다.

“흐윽...!”

이미 쾌감에 이성이 흐릿해진 천하연은 대답도 하기 힘들었다. 아직도 느껴지는 미미한 통증이 오히려 천하연의 뇌리에 쾌락을 더했다.

철퍽- 철퍽- 철퍽-

크게 허리를 몇 번 움직인 김무공의 자지가 이내 꿀렁이며 정액을 쏟아냈다. 빼낼 기회도 없이, 질벽이 꿈틀거리며 정액을 전부 짜낼 기세로 수축했다.

“하아아....”

천하연이 기다란 날숨을 내쉬었다.

퐁-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자지가 빠져나갔다. 처녀혈이 섞인 정액이 조금씩 꿀렁이며 흘러나왔다.

“...안에.”

“잠깐.”

질내사정의 여파로 당황한 김무공과 다르게, 천하연은 차가운 이성을 곧바로 되찾았다. 사정과 동시에 천마신공의 기운이 일어나며, 제멋대로 혈도를 질주했다.

쿠구구궁-

묵빛 기운이 천하연의 몸을 휘몰아치며, 김무공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내 앞에 앉아. 시간이 없다.”

다급한 천하연의 말에 김무공이 순순히 마주 보고 앉았다.

“거부하지 말고. 지금부터 진기가 스스로 향하는 대로.”

뒷정리조차 못 한 알몸 상태였지만, 당장 찾아온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게 먼저였다. 이윽고 둘이 운기를 시작함에 따라, 서로의 진기가 뒤섞이고 증폭하며 거세게 반응했다.

무아지경으로 운기를 계속하던 도중, 천하연이 먼저 눈을 떴다. 화경의 벽은 넘지 못했으나, 대체 무슨 조화인지 소실된 천마신공 후반부 구결 일부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잠시 자신의 아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천하연은, 이내 김무공에게 시선을 옮겼다. 지금은 이쪽이 더 급했다.

‘설마....’

천하연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김무공의 몸 주변에 막대한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태양지체의 공능으로 원체 탁기는 없는 몸이라, 따로 노폐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김무공의 몸에 났던 흉터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하단전을 중심으로 중단전, 이윽고 상단전 백회혈까지 빛무리가 움직였다. 천하연은 저 현상을 알고 있다. 이미 자신도 한 차례 겪은 적 있었기에.

정기신精氣神의 합일.

삼화三花란 정기신을 뜻함이니, 이를 백회로 취정聚頂하는 걸 삼화취정三花聚頂의 경지라 일컫는다.

김무공의 머리 위에서 세 개의 꽃봉오리가 피어올랐다. 아름다운 빛깔의 유형화된 진기가 한동안 피어오르다가, 이내 점차 사그라들었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김무공의 눈꺼풀이 서서히 들렸다. 차분한 기색과 반대로, 눈동자는 형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삼화취정三花聚頂.

이는 곧 초절정의 상징이었으니.

김무공은 순식간에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벽 하나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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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렀다.

결국, 천하연과 하고 말았다. 일말의 죄책감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당장은 묻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천하연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단순히 버프로 스탯이 상승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외부의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의념지기意念之氣. 절정의 경지가 의념에 막 발을 디딘 수준이라면, 초절정은 이제 의념을 모든 곳에 담아내는 단계였다. 가끔가다 보여줬던 천하연과 사부의 기이한 움직임들이 분절된 화면처럼 떠오르며 뇌 내에서 실시간으로 해체되고, 조립됐다. 불현듯 깨달음이 다가왔다. 이론만 알고 있던 부분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억지로 짜내면 초절정부터 강기를 사용 가능한 거였군.’

능숙하게 다루려면 화경에 도달해야 했지만, 정신을 집중하면 초절정의 단계에서도 강기를 구현할 수 있었다.

검기를 압축하여 강기로 만드는 것처럼, 독고패 총장이 일수에 하늘을 베어냈던 것처럼.

본래 불가능한 일을 실현하는 힘의 근원. 그것이 의념이 지닌 가능성이었다.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치는듯했다.

화경, 현경을 너머 그 어딘가로.

무신이 선천지기를 스스로 깨부수고 나서야 도달했던 영역.

고금제일古今第一에 한 발짝이라도 디뎠던 자들이 머물렀던 위대한 경지가 어렴풋이 보였다.

아마도 무혼이 내게 길을 인도해주는 거겠지.

허나, 내게는 허락됐을지 알 수 없는 길이었다.

당장은 화경조차 요원했으니까.

찰나의 깨달음 끝에, 서서히 의식이 현실로 부상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달랑거리는 거기가 보였다.

...고절한 깨달음의 순간이라기엔 너무 없어 보이는 거 아닌가.

약간의 현타를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그대는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내로구나. 축하한다. 단숨에 초절정이라.”

내가 상념에서 빠져나온 걸 인지한 천하연이 축하를 건넸다.

“...네 덕이지. 아래는 좀 괜찮아?”

내 물음에, 천하연이 손가락으로 아래를 살짝 훑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직은 욱신거리는구나. 처음이었는데 너무 격했어.”

천하연이 새초롬하게 눈을 흘겼다.

“미안.”

주섬주섬 뒷정리를 하며 사과했다. 그 점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막상 하다 보니 나도 머리에 피가 쏠려 배려가 부족했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안에 쌌거든.”

한여름과 했을 때는 임신을 크게 신경 안 써도 됐던지라 적절한 시기에 빼내는 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천하연의 절정과 겹치면서 꽉 조이는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혔다. 안에 싸길 강요하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괜찮다. 임신할 시기는 아니야.”

“...그러면 다행이다만.”

“어차피 임신해도 낳으면 그만 아니겠나.”

“아니, 그랬다간 우리 사부한테 내 목이 먼저 날아갈 거 같은데.”

천하연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 자애로운 얼굴인데, 저걸 보니 불안감이 더해졌다. 사저를 잘 보필하라고 붙여놨더니 임신을 시켜버렸다? 사부 성정에 당장 내 목을 자르든가, 아니면 아랫도리를 자르든가. 어디 하나는 무조건 잘릴 게 틀림없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막아볼 터이니. 그보다... 좀 씻는 게 낫지 않겠나?”

서로 알몸으로 이러고 있는데도 의외로 민망함은 덜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천하연도 비슷하게 느끼는듯했다. 나는 방금 뇌리를 스치고 간 생각을 내뱉었다.

“같이 씻을래?”

천하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표정에서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아무래도 이것까진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었나. 침대 앞에 서서 꽁꽁 얼어붙은 천하연의 뒤쪽으로 슬쩍 다가가, 양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렸다. 천하연이 움찔 몸을 떨었다.

“같이...?”

“욕실 넓잖아. 가자.”

나는 천하연의 어깨를 부여잡고 천천히 밀었다. 천하연이 마지못해 비척비척 발걸음을 옮겼다.

뒤따라가면서 천하연의 쭉 뻗은 허리선과 탄탄한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왔다. 아랫도리가 또 미쳐 날뛰려는 걸 애써 억제했다.

쏴아아-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으면서 우리는 사이좋게 샤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짝 시선을 피하던 천하연도 거울을 몇 번 보더니, 이내 부끄러운 기색이 사라졌다. 이걸 담대하다 해야 할지. 확실히 적응이 빠르긴 빠르다.

바디 워시를 짜내 거품을 내고, 몸을 칠하던 도중 천하연이 물끄러미 내 그곳을 응시했다. 그리곤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작아졌는데?”

“다시 커졌지.”

“어째서?”

“어째서긴. 또 하고 싶으니까 그렇지.”

“...만져봐도 되나?”

젖은 금발 사이로 투명한 녹안이 반짝였다. 이럴 때 보면 천하연도 영락없는 소녀다. 제 나잇대에 맞게 호기심이 아주 왕성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연이 달뜬 숨을 내뱉으며,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으로 귀두를 몇 번 톡톡 치더니, 기둥을 잡고 조심스레 흔들었다. 딱히 사정을 위한 동작은 아니었지만 거품 때문에 미끈거리는 느낌이 사뭇 자극적이었다.

“이런 게 어떻게 들어갔던 거지....”

천하연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들썩이는 눈썹이 묘하게 귀여운 느낌이라, 나는 참지 못하고 천하연의 허리를 안으면서 키스했다. 물에 젖어 차갑게 식은 머리카락이 뺨을 스쳤다.

“읍....”

내 물건을 잡았던 손에 힘이 점점 빠지면서, 천하연이 눈을 감았다. 말캉한 젖가슴이 내 가슴팍을 짓누르고, 혀와 혀가 뱀처럼 끈끈하게 얽혔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관능적인 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졌다.

“쪼옥, 쪽, 후음....”

상체를 완전히 밀착한 채로, 우리는 진한 키스를 나눴다.

“하아....”

천하연이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계속된 키스가 끝나고, 서로의 입술이 멀어졌다. 기다란 타액의 실이 늘어지다 끊어지는 걸 지그시 쳐다봤다.

짙은 아쉬움.

상기된 천하연의 표정은 나와 비슷한 걸 느끼는듯했으나 언제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씻는 것부터 마무리했다. 열심히 비누칠하던 도중 몸을 서로 비벼댔더니, 난리도 아니었다.

말없이 몸의 비누기를 전부 씻어내고, 우리는 멀뚱멀뚱 눈을 마주쳤다.

“같이 들어갈래?”

나는 욕조를 보며 눈짓했다.

찰박- 먼저 욕조 안으로 발을 디뎠다. 두 명이 충분히 들어갈 만큼 충분히 넓은 욕조에는 아까부터 받았던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몸을 담그고 앉으니 따끈따끈한 수온에 노곤해지는 기분이다.

천하연이 나를 따라, 조심스레 발가락 끝부터 담그며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옆에 앉을 줄 알았더니, 아예 내 위에 등을 보이면서 폭 앉아버렸다. 나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천하연의 명치 언저리를 양팔로 감쌌다. 자연스럽게 내가 뒤에서 천하연을 안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밝은 금발이 물 위에 둥둥 떠오르며, 진한 샴푸향을 풍겼다. 완벽히 밀착된 매끈한 등허리도 그렇고, 천하연의 엉덩이가 내 물건을 지그시 누르면서 아랫도리에 가해지는 자극이 너무 심했다.

“이곳은 가라앉을 생각을 안 하는구나.”

천하연이 머리를 살짝 뒤로 기대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자꾸 솟아오르려는 아랫도리를 말하는듯했다.

“이러고 있는데 가라앉을 리가.”

“나와 하는 게 그리 별로였나? 아무래도 만족하지 못한듯한데.”

묘하게 침울한 목소리였다. 나는 황급히 변명했다.

“아니. 내가 태양지체 때문에 회복력이 좀 좋아. 이쪽도.”

“...이해했다. 그런 거였군.”

“경험인수가 적어서 잘은 모르겠는데, 충분히 만족했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하며, 천하연의 가슴 아래쪽을 꽉 껴안았다.

“오늘 일은....”

문득 천하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더니 잠시 말꼬리를 흐리며 머뭇거렸다.

“비밀로 해야겠지...?”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무슨 의민데?”

“아니다. 일단은 비밀로 하는 게 낫겠구나.”

천하연이 머리를 작게 흔들었다. 한여름에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거기까지 말하려면 시한부인 것까지 전부 얘기해야 할 텐데. 오히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이런 부분에선 조심스러웠다.

“나중에 생각하자.”

나는 결국,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연이 머리를 작게 끄덕였다.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가 영 마음에 안 들어, 나는 한쪽 팔을 서서히 아래로 내렸다.

“읏...?”

거침없이 가랑이 사이를 파고든 손에 천하연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나는 부드럽게 클리 부분을 쓰다듬었다.

“아프면 말해.”

천하연의 목 뒷덜미에 얼굴을 박고 둥근 어깨선까지 피부를 훑는 식으로 키스하며, 아래서는 손가락을 계속해서 놀렸다.

“하윽...!”

나머지 손으로는 빳빳하게 서버린 젖꼭지를 애무했다.

“하으... 하아... 하윽...!”

천하연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허벅지를 떨었다.

물 때문인지 살짝 뻑뻑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순수한 물 안에서 하는 섹스나 애무는 생각보다 별로다. 물은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그래도, 따뜻한 수온 때문인지 마냥 나쁘진 않았다.

“조금만, 천천히... 읏...!”

천하연이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면서 달뜬 신음을 내뱉었다.

“하으으....”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하연의 비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하윽! 그만....”

“진짜 그만해?”

“...그만.”

생각보다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손을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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