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2화 (92/131)

찰박- 천하연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 나가게?”

뒤돌아선 천하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내려다봤다. 핑크빛의 꽉 다물어진 일자 꽃잎. 그리고 풍만한 가슴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일어나.”

명령조로 천하연이 내뱉었다.

“화났어?”

나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천하연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불안감이 가중됐다.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뭔데 갑자기.”

빤히 내 그곳을 쳐다보던 천하연이 무릎을 꿇었다. 사타구니를 간질이는 숨결과 함께, 귀두 끝부터 말랑하고 따스한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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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입술이 내 물건을 휘감았다. 갑작스레 느껴진 열감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갑자기 뭔데?”

내 물음에 천하연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여전히 자지는 입에 문 채였다.

“읍...! 읍!”

새초롬한 표정으로 한번 나를 흘겨본 천하연이 한 손으로 기둥뿌리를 잡고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봤냐고 물으려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한여름이랑 무인도에서 신나게 했던 걸 천하연은 봤으니까. 물론 동작만 봤는지, 조금은 어설프긴 했다.

“이빨 좀만 안쪽으로.”

“움...!”

천하연이 머리를 조그맣게 끄덕이면서 내 요구대로 곧장 수정했다. 이빨이 툭툭 걸리던 게 조금씩 줄어들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처음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천하연의 머리 위에 가볍게 양손을 얹었다.

“쭈웁... 쭙!”

천하연이 머리를 좀 더 빨리 움직이면서, 젖은 머리칼이 이리저리 흩날렸다. 출렁거리는 가슴과 젖꼭지가 허벅지를 스치는 감각. 아랫도리에 힘이 빡 들어갔다. 피가 몰려 터질 것 같았다.

쾌감은 섹스보다 확실히 덜했으나.

펠라는 어차피 육체적인 쾌감은 부차적인 부분이었다. 여성이 내 물건을 빨면서 봉사해준다는 정신적인 쾌감이 훨씬 컸다. 특히 이런 구도에서는 정복욕과 함께 시각적 만족도 꽤 뛰어났다.

“웁...!”

가끔가다 내 눈치를 보며 힐긋 위를 올려다보는 천하연의 눈동자가 꽤 사랑스럽다.

“혀로 건드리면서.”

말캉말캉한 혀가 귀두를 휘감았다. 자연스럽게 천하연이 입술을 오므리면서, 자지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더해졌다.

“으흐읍...!”

“지금 딱 좋아.”

천하연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귀두가 입안 점막을 누르면서, 천하연의 볼이 볼록해졌다가 오목해지기를 반복했다.

“쭙, 쮸웁, 쭈웁...!”

이쯤 오니까 더는 참기 힘들어졌다. 천하연의 머리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고, 더 빨리 움직이도록 보조했다. 섹스와는 다르면서도 따듯하고 촉촉한 내부가 사뭇 자극적이다. 한참을 계속된 움직임에도 천하연은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체력적인 면에서 워낙 압도적이라 그런가. 덕분에 내가 먼저 사정감이 밀려왔다.

“나 쌀 거 같은데.”

“웁... 우읍!”

천하연이 입술을 오므리면서 내 자지를 더 강하게 물어버렸다. 의도가 명백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나는 천하연의 입에 정액을 뿜어냈다. 꿀렁거리는 자지를 빼내자 침과 정액이 뒤섞인 타액의 실이 끈끈하게 이어졌다.

“우으....”

천하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꿀꺽 정액을 삼켰다. 그리고는 잠시 컥컥거렸다.

“그냥 뱉지.”

도리도리.

한참을 호흡을 가다듬던 천하연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찰박- 내가 다시 주저앉자, 천하연이 정면에서 몸을 기대왔다.

“...그리 맛은 없구나.”

귓가에 대고 천하연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렇다고 하더라. 다음부턴 그냥 뱉어.”

“싫다. 먹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겠나?”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은데.”

“삼키는 게 싫나?”

“아니. 오히려 좋지.”

“됐다. 그대가 만족한다면 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나는 천하연을 꼭 안고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이런 여자가 유혹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움찔.

순간, 천하연이 몸을 떨었다. 나는 곧바로 변명했다.

“...미안. 얘가 좀 회복력이 좋아.”

천하연과 맨살을 맞대고 있으니 아래에서 또 반응이 왔다. 성난 자지가 우뚝 서면서 천하연의 몸을 찔렀다.

“...그대 마음대로 해도 된다.”

“오늘은 쉬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아래도 아플 거고.”

“더.”

“더?”

내 반문에 천하연이 몸을 살짝 일으키더니, 손으로 내 기둥뿌리를 잡고 귀두와 자신의 구멍을 맞췄다.

“읏...!”

철퍽- 그리고는 그대로 앉아버렸다. 아무래도 한여름과 했던 걸 전부 기억하는 모양이다. 자세까지 비슷하게 따라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우리는 욕조 안에 있었고, 당연히 몸이 반쯤 물에 잠겨 있었다. 물이 삽입을 방해했지만 천하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귀두 끝부터 천천히 구멍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철퍽- 철퍽- 철퍽-

말을 타듯 천하연이 허리를 움직이며, 물이 요동쳤다. 찰박- 물에 젖은 살갗이 달라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나는 소리와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욕실 안에 울려 퍼졌다.

“하아... 하윽...!”

천하연은 이제 신음을 참지 않았다. 나는 눈앞에서 출렁거리는 가슴을 손에 쥐고 머리를 숙여 입술로 젖꼭지를 깨물었다.

“하윽...!”

천하연이 숨 삼키는 신음을 뱉으며 내 뒷머리를 붙잡았다. 욕실의 밝은 조명 때문인지 붉게 상기된 뺨과 쾌감에 젖은 눈동자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게 꽤 사랑스럽다.

처음 천하연과 만났을 때는 이렇게 되리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으읏...! 읏!”

고고했던 천하연이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다는 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퍽퍽퍽-

야릇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황홀한 쾌감이 밀려왔다. 조금은 뻑뻑한 아래의 느낌과 반대로, 여전히 따뜻한 물은 편안함을 더했다.

“하아... 하아....”

기다란 머리칼이 내 얼굴을 자꾸 건드리는 게 거슬렸는지, 천하연이 양팔을 위로 들어 머리카락을 모았다. 매끈한 겨드랑이와 출렁이는 가슴이 완벽하게 드러났다.

허벅지를 움츠리면서 천하연이 아래쪽에 힘을 줬다. 조여오는 압력에 나는 슬슬 한계를 느꼈다.

“하아... 좋아....”

철퍽- 철퍽- 녹아내린 상태로 천하연이 입술을 달싹였다.

“나 슬슬 쌀 거 같은데.”

퍽퍽퍽- 천하연의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졌다. 이대로라면 또 안에 쌀 게 분명했다.

“야, 좀만 천천히....”

“읏...!”

이미 내 말은 안중에도 없었다. 천하연이 허리를 격하게 튕기면서, 결국 한계가 다가왔다. 꿀렁거리는 자지가 질내로 정액을 뿜어냈다.

“하으으으....”

긴 숨을 내쉬면서 천하연이 내 몸 위로 픽 쓰러졌다.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욕실 내부가 수증기로 뒤덮일 만큼 뜨거웠던 물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렸다.

“...임신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무리 천하연이 말하길 안전한 날이라지만, 세상에 백퍼 안전한 날이란 없는 법이었다. 천하연이 파리한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와 달리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대의 아이라면 낳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고작 스물에 애 엄마는 너무 이르지 않나?”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오히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인의 삶. 조금 일찍 후계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전에 우리 사부 허락부터 받아야 할 거 같은데. 그러다 나 죽어 진짜.”

“그것도 그렇구나. 아버지께 허락을 받는 게 먼저겠지.”

천하연이 즐거운 듯 쿡쿡 웃어댔다.

“사부가 절대 허락할 리 없지만. 근데 나랑 해서 효과가 있었어? 뭔가 나만 이득 본 느낌인데.”

“머지않았다.”

“화경?”

“그것과 천마신공.”

천하연이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다. 스물에 화경이라. 나처럼 무슨 상태창 버프에 무혼에 온갖 치트키를 다 치고 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나직하게 말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슬슬 일어나자. 또 씻어야겠네.”

격한 섹스 때문인지 조금은 찝찝했다. 실은 더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자제할 때였다.

***

얼굴에 내리쬐는 은은한 빛줄기에 천하연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단단한 김무공의 가슴팍 감촉과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

천하연은 커튼 너머에 비치는 달을 보며, 찬찬히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내다보니 아직은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본능적으로 김무공의 뺨을 쓰다듬을 뻔하다가, 천하연은 움직임을 멈췄다. 곤히 자는 걸 깨우고 싶진 않았다.

조심스레 기척을 죽이고, 천하연은 베란다로 나갔다. 슬슬 가을이라고, 서늘한 새벽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차분하게 심호흡하며, 천하연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곳곳에 세워진 가로등이 새까만 풍경을 밝혔다.

황홀하고 달콤한 첫경험은 천하연에게 깊은 충만감을 선사해 줬지만.

동시에, 다른 고민을 천하연에게 선사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고, 유혹하고, 그의 품에 안기면서.

천하연은 김무공에 대해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는 모든 걸 자기가 떠안으려고만 했다. 특히 한여름이 개입되는 순간, 비이성적일 정도로.

그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언젠가는 분명 파탄을 맞이하게 되어있다. 김무공은 마치 한여름을 새장 속의 새처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진정 새에 불과하다면 그런 관계에도 만족하겠지.

하지만, 한여름은 절대 새장 속의 새에 만족할만한 여성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했다. 창공을 누벼야 할 매를 위험하다고 새장 속에만 가둬둔다면, 과연 그 매가 고마워할까?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이 목숨을 대가로 하는 짓이라면, 마냥 기뻐할 수 있을까?

만약 자신이라면. 답은 뻔했다.

물론 김무공은 설사 원망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모든 걸 행한 게 분명했다. 아마 자신을 안은 것 역시, 한여름과 관계가 있을 거다.

‘....’

천하연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부드러운 달무리가 그녀를 비췄다.

일단은 비밀로 하겠다 말했었다.

허나, 마냥 숨기는 게 답일까.

아니다. 그건 답이 아니다.

그의 품에 안기고 나서야, 천하연은 그 사실을 선연히 깨달았다.

김무공은 어지간해서 먼저 말하지 않을 거다.

혼자 모든 걸 안고 간다는 생각으로 숨기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천하연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달빛이 아롱진 눈동자에, 이내 결연한 의지가 담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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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풀거리는 커튼 사이로 밤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쳤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천하연이 어제처럼 의자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일어났나?”

그녀가 평소처럼, 잔잔한 어조로 인사를 건넸다. 뽀송뽀송한 외형을 보니 어느새 샤워까지 마친 모양이다.

“어. 잘 잤어?”

“누구 때문에 잘 못 잤구나.”

“미안.”

“농담이다.”

“얌마.”

천하연이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쟤가 감정 표현이 이리 풍부했었나?

나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바깥은 어둑어둑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어젯밤 일이 꿈만 같았다. 천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따뜻한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몸 안에서 도도하게 순환하는 전신 진기의 흐름은 어젯밤 일이 생생한 현실이었다는 걸 증명했다.

단숨에 벽을 넘고 초절정에 도달.

처녀와 할 때마다 심법 경지가 상승하는 천마신공의 공능 때문인지.

아니면 ‘같은 원류’를 지녔기 때문에 모종의 공명 현상이 발생한 덕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

지금은 알 수 없었다.

털썩. 천하연 앞에 앉아서 말을 꺼냈다.

“나도 한 모금만 마시자.”

“얼마든지.”

씁쓸한 차향이 입안을 돌면서 정신을 일깨웠다.

“넌 마수학 수업 안 듣지?”

“신교의 후계자란 어릴 때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지. 마수에 관한 내용은 지겹도록 들었구나. 마수야말로, 전 세계를 책임지는 신교의 대적이니까.”

“그래서 굳이 들을 필요 없다?”

끄덕. 천하연이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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