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공의 예상보다 발각이 빨랐다. 비록 꼬리만 개처럼 도망치긴 했지만, 서문원길의 경계대로 비원각주라는 자의 능력은 꽤 뛰어난 모양이었다.
쿠구구궁!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아서, 또다시 포탄이 쏟아졌다. 잿빛 침식지대가 때아닌 밝은 빛으로 휩싸였다.
타다다당!
일행을 노리고 총이 쏘아졌다. 당문 무인들이 아닌, 평범한 병사들이 근처로 몰려들었다.
으드득- 검막을 펼쳐 탄환을 막아내며, 서문원길이 이빨을 부러질 것처럼 씹었다.
“어찌 일반 병사를 무인 상대로...!”
“...그걸 노린 거겠지요.”
가볍게 날린 지풍으로 병사들을 기절시킨 김무공이 미간을 찌푸렸다. 평범한 병사들이 서문세가의 제천대가 어쩌고 이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침식지대에서 날뛰는 위험한 것들을 막으라는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 이들은 말 그대로 김무공과 제천대의 힘을 빼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했다.
만일 김무공과 제천대가 이들을 전부 죽인다면, 살아 돌아가서도 문제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투입된, 평범한 병사들을 학살했다간 아예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었으니까.
그건 서문세가나 검왕이라 해도 감당키 어려운 문제였다. 공명정대를 추구하는 정파인 이상 필히 겪는 문제였다. 그렇기에 제압이 필요했으나, 제압은 본디 죽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들어가는 법이다.
“비원각주란 자, 대체 뭐 하는 놈입니까.”
천천히 이동하며, 김무공이 물었다. 비열하기가 흑도 못지않았다.
“말 그대로 당문의 비원祕苑을 책임지는 자입니다. 비원각주, 즉 외부인에게 절대 공개되지 않는 당문의 금지를 담당하는 자리답게 일신의 무공이 당문에서도 손꼽히는 사람만이 맡을 수 있습니다. 본래는 당문 본가에서 쉽게 나오는 자가 아닙니다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문원길이 답했다. 그만큼 당문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됐다. 사천에 머물던 비원각주가 한달음에 날아올 정도로.
‘쉽지는 않겠군.’
김무공이 생각했다. 지나오면서 제압한 병사들만 벌써 수백이 넘었다. 정교한 공력 운용이 필요했다.
그나마 기갑을 대규모로 운용하기 어려운 지형이라는 게 다행일까. 이동하던 탱크 하나를 기습하여 반파시킨 김무공이 한숨을 내쉬었다.
“경계지대입니다.”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시야를 가로막던 운무가 한순간에 걷히면서, 도롯가에 걸터앉은 사내가 김무공의 눈에 들어왔다. 끽해야 3,40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 장비의 환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부리부리한 이목구비와 거대한 덩치가 인상적이었다.
“무광도괴武狂刀怪...?”
서문원길이 사내를 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사내의 푸른 눈동자에 김무공의 모습이 담겼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사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운이 좋군.”
쿵- 영문모를 말을 내뱉으며 사내가 등에 멘 대도大刀를 뽑아 들었다.
[누구입니까?]
김무공이 슬쩍 서문원길에게 전음을 보냈다. 모르는 자였다.
[당문의 이단아, 무광도괴입니다. 독이나 암기 따위는 남자답지 못하다며 익히는 걸 거부한 얘기로 유명하지요. 저래 봬도 당씨 성을 가진 진짜입니다. 당문에서 겉도는 줄 알았더니....]
[....]
이번만큼은 김무공도 할 말을 잃었다. 어디서 영입한 용병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실상은 전혀 달랐다. 반쯤 드러난, 사내의 구릿빛 대흉근이 연신 꿈틀거렸다.
“거기 네놈.”
무광도괴가 김무공을 콕 집어서 말했다.
“나 말인가?”
“일대일. 이기면 보내주마.”
사악- 사악- 순식간에 포위당했다.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김무공의 기감에 감지되는 숫자가 수백이 넘었다. 전부 무인으로 구성된 타격대였다.
온갖 비열한 수는 다 쓰더니, 이번은 비무로 해결을 보는 백도 정파의 방식이다. 김무공은 실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무광도괴의 뒤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독단이군.’
그가 받은 명령은 분명 합공으로 처리하라는 것이었을 터. 행실에 파격이 묻어나왔다. 이단아라는 말이 몹시도 잘 어울렸다.
“받아들이지.”
계산을 마친 김무공이 칠흑의 불꽃을 피워올렸다. 이득도 이득이었지만, 무엇보다 저 당문의 이단아라는 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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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광武狂.
무에 미쳤다는 소리가 별호에 붙을 만큼, 무광도괴 당문호의 일생은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강한 자를 탐색한다.
찾아가서 무를 겨룬다.
익힌 무를 보완한다.
이 과정만 벌써 십수 년째 반복해왔다. 문제가 있다면, 그의 행실이 파격 그 자체라는 것에 있었다. 백도 정파끼리 비무는 상당히 정중하게 치러진다. 비무첩을 주고받고, 일시와 때를 정하고 공손하게 인사까지 마친 이후에야 시행되는 게 정파의 비무였다.
무광도괴는 그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흥미가 이는 순간 다른 문파의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비무를 신청하였으니. 곰 같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무광도괴는 자신이 당씨 성을 가졌다는 걸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정파에서 당문을 무시할 수 있는 집단은 없었고, 다들 내심 꺼리면서도 비무를 받아들였다. 당씨 성을 가진 게 아니었다면 진즉 어딘가에서 고혼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다만, 무광도괴의 파격은 문파 입장에서도 마냥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무광도괴의 관심사는 오로지 무武에만 있었지, 승패나 명성 따위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비무가 무광도괴의 승리로 끝났고, 문파들은 그걸 대외적으로 알리기보단 쉬쉬했다. 그렇다 보니 무굉도괴의 행적은 조용히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일 역시, 서문세가의 제천대와 겨룰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바로 설득되었다.
서문세가 같은 거대 문파의 핵심 무력대를 상대할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특히 대주와 부대주 둘 중 하나만 잡아도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저지선의 한 축을 맡아 기다리던 중.
참으로 ‘운이 좋게도’ 무광도괴가 가로막던 장소에 제천대가 다가왔다.
처음에는 제천대 부대주 서문원길을 보았으나, 무광도괴의 야성적인 본능이 속삭였다.
서문원길의 앞에 있는 저 사내야말로 진짜다.
지금껏 무에 관한 직감이 무광도괴를 배신한 적은 없었다. 거침없이 비무를 신청했고, 받아들여졌다. 비원각주가 내린 번잡한 명령 따위는 무광도괴의 뇌리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김무공의 몸을 은은하게 감싼 검은 불꽃을 보며, 무광도괴의 얼굴에 희열이 자리 잡았다. 그가 도를 땅에 한번 쿵 찍으면서, 입을 열었다.
“당문의 당아무개다.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과 당문권唐門拳을 기반으로 직접 만든 파백도법破白刀法을 익혔다.”
비무 형식만큼은 백도 정파에 걸맞았다. 자신의 무공을 드러내는데 어떠한 거리낌도 없었다. 오히려 은은한 자부심까지 엿보였다. 김무공은 물끄러미 무광도괴를 응시했다.
파백破白. 명백한 정파 인물인 주제에, 백도 무공을 부수는 도법을 만들었다 한다. 경지 역시 최소 초절정의 끝자락에 닿아있는 자다.
‘쉽지 않아.’
스윽- 흑룡검은 다시 집어넣었다. 익숙한 수법이 더 나았다.
무식해 보이는 외형과 다르게 여우 같은 자였다. 지금조차 겉으로는 대범해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는 자세에 가까웠다. 연이은 전투로 지친 김무공으로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합을 나누기 전, 김무공은 짧게 전음을 날렸다.
[천마신공을 익혔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는 한 마디 말이었다. 무광도괴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리고는 호탕하게 웃어댔다.
“크하하하! 정말이지, 운이 좋구나.”
무광도괴가 대도를 들어 올렸다. 터질 것 같이 팽창된 근육이 연신 맥동했다. 백도 무공은 견식할 기회가 많았지만, 천마신교의 무공만큼은 예외였다. 해외 침식지대를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천마신교의 무인을 마주치기는 힘들었으니까.
그렇다고 다짜고짜 제주도로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천마신교의 드높은 위세 앞에서는 당문조차 빛을 발하지 못했다.
‘천마신공이라.’
하물며 천마신공이다. 마교 교주에게만 대대로 내려온다는 절대 무공. 그것에 관한 전설적인 일화는 무광도괴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왔다.
파백破白으로 시작해서 모든 무공을 파해破解하여, 파천破天을 노리는 무광도괴와 천마신공이 추구하는 바는 어떤 면에선 비슷했다.
‘진정 천마신공인지는 모르겠지만.’
맞아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김무공의 패도적인 기세를 살갗으로 느낀 무광도괴가 생각했다.
쾅!
기습적으로 무광도괴의 신형이 쏘아졌다. 첫수는 오직 빠르고 강맹하게. 팽가의 도법이 생각날 정도로 벼락처럼 과격하고 빠른 일격이었다.
초절정 고수가 전력을 다해 내리치는 도법 경파에 주변의 몇 남지 않은 풀이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땅거죽이 뒤집혔다.
정수리로 다가오는 대도를 보며, 김무공의 팔이 기이한 궤적을 그렸다. 섬전과도 같은 도격과 느리디느린 김무공의 움직임. 허나, 느릴지언정 팔에 실린 기운은 대하大河와도 같이 면면부절綿綿不絕 이어졌다.
“무슨...!”
이후 일어난 결과는 무광도괴조차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일도양단할 기세로 김무공의 백회혈을 노리던 도가 기이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핏줄이 튀어나올 만큼 무광도괴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공의 몸을 스치지도 못하고 도가 빗겨나갔다.
‘3초 이내로 끝낸다.’
김무공은 승부를 길게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끌릴수록 포위망만 두터워질 터. 최대한 빨리 승부를 마무리하고 제천대와 함께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애초에 무광도괴와는 목적 자체가 달랐다.
상단세로 내리치는 자세는 강력한 일격을 가하기는 쉬웠지만, 그만큼 빈틈도 크게 발생하는 법이다. 허점을 노리고 김무공의 손바닥이 쏘아졌다.
꽝! 진각 한 번에 반경 수십 미터의 땅이 움푹 파였다. 전신 발경의 힘을 증폭시켜 일수에 쏟아붓는 공격이었다. 휘몰아치는 흑염이 무광도괴의 복부로 향했다.
“크윽!”
무광도괴가 다급하게 도를 들어 막으려 시도했다. 당문 특유의 막대한 내공을 이용한, 두터운 호신강기가 전면에 형성됐다.
“크아악!”
온몸의 기혈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무광도괴가 괴성에 가까운 기합을 내질렀다. 깡! 이내 장을 막았던 도가 반으로 뚝 부러졌다. 부러진 도 조각 일부가 저 멀리 날아갔다. 호신강기로 보호했음에도 이 지경이다.
이를 악물고 무광도괴가 반 토막 난 도를 휘둘렀다. 핏물이 울컥 올라왔다.
‘신중했어야 했다.’
설마 김무공이 이런 식으로 맞받아칠 줄은 무광도괴도 예상 못 했다. 쩌저적! 검은 불꽃이 일렁거리는 김무공의 손날이 부러진 도와 부딪쳤다. 불꽃이 도를 타고 오르며 무광도괴의 기운을 침식했다. 도를 쥔 손아귀에 느껴지는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크으으윽!”
무광도괴의 입가에 피가 줄줄 흘렀다. 당장이라도 요양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무광도괴는 더할 나위 없는 환희를 느꼈다. 저 불꽃. 명백히 상리를 벗어나는 무공이었다.
‘이것이... 천마신공...!’
대종사大宗師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광도괴는 어느 정도 무학을 창조하는 재능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고금제일의 무공을 견식할 기회는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쉽구나.’
기연도 살아남아야 의미가 있을 터. 상대의 매서운 손속에 슬슬 한계가 다가왔다.
김무공은 김무공 나름대로 놀랐다.
‘3초면 족할 줄 알았더니.’
피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천마수의 일격을 감당한 탓에, 무광도괴는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그야말로 근성으로 버티고 있었다.
‘나름 대단하긴 하나, 끝이다.’
이윽고 김무공의 소맷자락이 무광도괴의 목울대로 향했다. 무광도괴는 끝을 짐작하며 눈을 감았다. 고금제일의 무학에 죽는다면 무인으로서 그리 나쁜 최후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그런 무광도괴의 귓가에 김무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승리다. 인정하나?”
무광도괴가 감았던 눈을 부릅떴다. 김무공의 손날이 정확히 자신의 목 앞에 멈춰있었다.
“...내 패배다. 죽이지 않나?”
김무공이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회수했다. 후끈거리는 열기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네가 명령을 내려줘야 저들이 비킬 것 아닌가. 설마 약속을 어길 생각이냐?”
호흡을 가다듬은 무광도괴가 씨익 웃었다.
“그럴 리가. 다들 들었나? 보내 주어라.”
“안 됩니다! 비원각주님의 명은 여기서 한 명도 살려 보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멀찍이 물러나 있던 당문 무사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무광도괴가 반쪽짜리 대도를 쾅 내려찍었다. 도를 중심으로 땅이 일자로 쭉 갈라졌다.
“시끄럽다! 사내대장부는 일구이언一口二言 하지 않는 법이다! 네놈들이 감히, 나에게 사내 대 사내로 맺은 약속을 어기라는 말이냐!”
“비원각주께서 책임을 물으실 겁니다...!”
“내 알 바더냐. 너흰 가라. 여긴 내가 막으마.”
무광도괴가 대도를 들고 김무공과 제천대의 후방을 지켰다. 모습을 드러낸 당문 무사들이 이동하는 제천대를 쫓으려 했지만, 무광도괴가 도를 휘두르면서 곧바로 막았다.
아까와 달리 내외는 만신창이나 다름없었지만, 오히려 기세만큼은 더 형형했다.
“...마치 장판파의 장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서문원길이 뒤를 힐긋 보며, 감탄성을 내뱉었다. 무광도괴의 넓은 등판이 사뭇 든든했다. 김무공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문의 근본은 독심毒心에 있었으니.
비록 당문의 성명절기라 평가받는 독이나 암기술은 익히지 않았지만.
지금껏 봐온 무광도괴는, 그 누구보다 당문 무공의 본질에 닿아있었다.
즉흥적인 감상이 일어 살린 것뿐인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다. 홀로 수백의 추격대를 묶어버렸으니.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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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저벅.
고요한 맹주전 최상층을 청수한 중년인이 걸었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말끔한 정장을 한 번 더 확인한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맹주님, 윤현입니다.”
스으윽-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가 들어오는 걸 보며, 맹주실 안에서 바쁘게 업무를 보던 서문정천이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시오, 총군사.”
총군사 윤현이 정중하게 예를 올리고, 서문정천의 앞까지 다가갔다. 윤현의 표정에서 심각함이 묻어나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맹주님께서 태백 침식지대로 보내신 제천대가 위험합니다.”
“...설명해 보시오.”
서문정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리 예상했던 수많은 가능성 중에, 최악이 걸렸다는 얘기였다.
“태백시 인근의 군부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문의 결과 ‘훈련’이라고 하나, 실지로는 천라지망에 가까운 배치입니다. 국정원 팀장급이 비상라인으로 보내온 경고와도 일치합니다.”
“당문의 움직임은?”
“그게 문제입니다. 파악 결과 비원각주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모여든 무인만 물경 수천에 달합니다. 군과 협조하는 정황은 명료합니다.”
군부대가 협조하는 천라지망. 당문의 위세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누군가 맹의 눈과 귀를 막았다는 얘기겠군.”
“아마도... 만화단주겠지요. 강원도 인근은 그의 관할 지역이니 말입니다.”
“...총군사는 본 맹주가 당문의 패악질을 묵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뭐 그런 걸 생각해서 말이오.”
무거운 낯빛으로 서문정천이 물었다. 백도 정파의 수장으로서, 그리고 연맹체를 이끄는 서문정천으로서는 항상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었다.
“저는 그저 맹주님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비원각주에 무인 수천이라. 원길이를 포함해서 전부 죽일 생각인가 보군.”
“예상대로라면, 그렇습니다.”
“당장 지원 보낼 수 있는 전력이 있소?”
“이미 영주분타 병력과 근처에서 임무 중이던 흠검단 만검대萬劍隊를 보냈습니다. 맹주님의 재가가 나는 즉시 구출에 돌입할 예정입니다만....”
“부족하군.”
비원각주가 상대라면, 서문정천 본인이나 서문세가의 가주, 최소한 제천대주라도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