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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21화 (121/148)

〈 121화 〉 2년간의 성과 (1)

* * *

브룩의 설명이 시작됐다.

아카데미의 시험은 크게 세 가지의 형태로 진행된다.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함께 경쟁하는 개인 시험.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구성한 조끼리 치르는 조별 시험.

같은 반이 한 팀이 되어 다른 반과 경쟁하는 반 대항전.

학생은 개인, 조별 시험을 통해 개인 점수를 얻게 되고, 반 대항전을 통해 학급 점수를 얻게 된다.

개인 점수는 아카데미 내에서 돈처럼 사용하는 화폐와 같은 개념이다.

개인 장비 하나와 한 명의 사용인, 옷을 제외한 그 어떠한 것도 반입할 수 없는 아카데미 내에선 모두가 1만 점을 소유한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하게 된다.

학급 점수는 매달 1일마다 학급 점수만큼의 개인 점수가 학생들에게 부여된다.

만약 1반이 3월 동안 1만의 학급 점수를 얻게 된다면 다음 달인 4월 1일에 1반 학생들은 모두 1만 만큼의 학급 점수를 얻게 되는 시스템.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만약 단 한 번의 구제신청 후에도 개인 점수가 0이 된다면 그 즉시 퇴학되고 빈자리는 새로운 전학생이 들어오게 된다.”

구제신청.

아카데미에서 단 한번, 개인점수 천 점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효율적으로 점수를 사용하도록, 아카데미는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며 무한한 경쟁의 장이다. 적이 아군이 되며 아군이 적이 되는 곳이지. 항상 방심하지 말아라. 높은 개인점수를 통해 1등이라는 성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싶다면 말이지.”

학생들은 어째서 아카데미에 입학하려 하는가.

그것도 귀족가와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앞으로 귀족의 자리를 물려받아 자신의 영지를 다스릴 학생들이라는 인맥을 넓혀두기 위해서.

아카데미의 시험과 성적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의 지식과 실력을 더욱 향상하기 위해서.

그 이유는 한 가지의 목표로 귀결된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더욱 높은 자리로 돌라간다는 목표로.

반대로 1등이라는 졸업 성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맥, 명성, 실력, 정치, 기타 등등.

모든 분야에서부터 최고라는 표현에 걸맞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의미다.

사실상 1등 졸업은 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성들 중 하나이며 명성은 곧 지위와 직결된다.

그렇기에 무한경쟁, 실력 지상주의는 아카데미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표현이 되었다.

“수업 시간은 사전에 배송된 개인 시간표를 참고하도록. 첫 등교일은 휴일이 지난 월요일부터다. 전달사항은 전부 전달했으니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수업이 끝났다.

정확히 수업이라기보단 같은 반 학생들과 담임이 누군지 확인하고 전달사항을 듣기 위해 따로 마련된 시간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강현은 레이와 함께 곧장 검술 학과로 이동했다.

검술 학과에서도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마법 학과도 가야 했기에 발을 서둘렀다.

검술 학과 건물은 1학년 건물에서부터 조금 떨어진 넓은 공터 옆에 세워져 있었다.

역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학과 건물이라 그런 걸까.

다른 건물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간 뒤, 1학년 학과실로 이동했다.

칠판을 정면에 두고 책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오, 빨리 오셨네요?”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자신의 반은 가장 먼저 수업이 끝났기에 분명 검술 교수의 목소리일 거다.

그렇기에 강현은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고개를 돌려보았고.

“어서 와서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루이스플 공작가의 장남이자 아멜리아의 친오빠인 아델 루이스플이였다.

역시, 아카데미 어딘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검술 교수를 맡게 되었나.

“안녕하십니까.”

강현은 그에게 숙여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음…, 이렇게 빨리 오신 걸 보니 브룩경의 학생이신가 보죠?”

무슨 책이라도 읽고 있던 걸까.

그는 손에 들려있던 책 사이에 책갈피를 꽂아 넣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강현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편한 상대일 수가 없었다.

일단 교수와 학생의 신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아멜리아의 친오빠다.

거기에 더해 아직 아멜리아는 아델이 아카데미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지 모르기에.

멀지 않아 알게 되겠지만.

“하하, 브룩 경이 원체 급한 성격이 분이신지라. 다른 반들은 아직인가요?”

“네, 아직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비단 강현만 불편해하고 있는 게 아니다.

아델 또한 어딘가 불편한 듯한 모습이었으니.

“그… 음, 이강현 학생 맞죠?”

“네, 맞습니다.”

혹시나 못 알아보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입학시험 때 브룩경에게 상처를 입히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네. 요행이 따라줬다고 해야 할까요. 운이 좋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운이라니요. 브룩 경은 고작 운으로 어쩔 수 있는 분이 아니신데, 듣기로는 소드마스터의 경지라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인가요?”

“아직 부족한 몸이지만 사실이긴 합니다.”

오오…, 작게 감탄한 아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옷 너머로 보이는 몸과 근육만 봐도 알 수 있다.

강현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이거 제 수업이 도움이 되어드릴 수는 있는 건가 싶네요, 하하.”

“제 스승님께선 이 세상 만물은 전부 배울 점이 있다고 저를 가르치셨죠. 괜한 걱정이십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역시 푸스탄트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뛰어나십니다.”

“흐흐, 그렇죠.”

푸스탄트가 강현의 성공을 기뻐하는 것처럼 강현도 푸스탄트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제 여동생하고 가까운 사이라 들었는데 정말 사실인가요?”

강현은 드디어 본론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네, 그렇습니다.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죠.”

정확히 말하면 비밀연애 상태가 정확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따금씩 데이트를 하며 키스를 하지만 아직 세상에 밝힐 수는 없었다.

신분의 차이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기에.

“잘 지내고 있습니까?”

“네, 가문의 여러 일로 바쁘게 지내시고 계시지만 모든 일에 만족하시며 생활하고 계시지요.”

아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 후, 다른 학생들이 들어왔고 아델이 이런저런 정보들을 전달해주었다.

검술 수업은 단련과 대련, 사냥이 주를 이룰 예정이며 전공수업은 오로지 개별 점수에만 영향을 준다는 사실까지.

마법 교수는 마법 시험을 담당했다 중년의 여성 로라였다.

그에게도 아델에게 들었던 것과 비슷한 말을 전달받았고, 두 가지 과목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강현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간표가 상당히 빡빡했다.

그렇게 모든 수업을 마친 지금.

“그래서 겸사겸사 마을에 묵는 겸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의 마을도 정리해줬지.”

강현은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음료점에 앉아 푸스탄트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게 뭐야. 그냥 원래 하던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잖아?”

“당연히 다르지 않느냐. 유수(??)와 호수가 다른 것처럼.”

“그렇긴 하지.”

목적이 다르긴 하다.

이 전에는 황실에서 선별한 의뢰를 해결해주는 것이고 지금은 간 곳에 문제를 해결해줄 뿐이었으니.

“그건 그렇고 ‘빛을 삼키는 협곡’은 어쩌다가 가게 된 거야?”

“단순함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협곡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말이지.”

“뭔 그런 걸 궁금해한다냐. 이해가 안 되네.”

“하하. 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온 세상을 살펴보고 싶던 게 아니겠느냐. 용왕의 심장을 찾을 거라곤 예상도 하지 못했다만 운이 좋았어.”

용왕 라드 삭스의 심장.

사실은 조사 중에 발견했을 뿐이었지만.

“씁…, 근데 그게 왜 나한테 흡수되는지가 문제란 말이지. 고룡들이 왜 내 내면세계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문제로 치부할 것은 아니지 않더냐. 나도 다시 여행을 떠나고 나서 무슨 이유에선지 찾아볼 테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나도 그러고 싶네요, 참.”

강현은 간 바나나와 우유가 섞인 음료를 들이키며 대답했다.

그렇게 비어진 잔.

“할배 슬슬 일어날까?”

“그래, 이젠 어딜 갈 게냐?”

“대련장. 오랜만에 대련 한번 어때? 제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번 봐주면 좋을 거 같은데.”

“흠…, 그거 좋겠구나.”

푸스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아직 수업이 시작한 덕일까.

푸스탄트와 마신 음료의 값은 개인 점수가 아닌 동화로 지불할 수 있었고 브룩에게 미리 허가받아둔 대련장으로 향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을 봐줬으면 하느냐. 검술? 마법?”

“둘 다. 편지에 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레이한테 검술을 배웠거든.”

“핏빛 칼날 말이냐?”

“알고 있네?”

“그래, 시간이 없어 미처 답장하진 못했으나 꾸준히 읽어왔으니.”

그거 답장하는 게 얼마나 걸린다고.

강현은 목까지 올라온 불만을 작은 한숨과 함께 털어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허리춤에 매달아 뒀던 엘리스를 뽑아 들었다.

­드디어 나도 움직이네.

오랫동안 허리춤에 매달려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엘리스가 말했다.

“할배, 평소처럼 해도 괜찮지?”

“끌끌, 늙은이를 너무 혹사시키려들진 말려무나. 요새 허리가 점점 찌뿌둥해지고 있더구나.”

“… 괜찮아? 약이라도 지어줄까?”

“아직 걱정받을 정도는 아니니라.”

푸스탄트의 지팡이가 옅은 빛을 뿜어냄과 동시에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한 자루의 검이 된 그의 지팡이.

그는 자세를 취했다.

“그럼 한번 보자꾸나. 2년간 내 제자가 얼마나 성장했을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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