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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야설을 주웠다-18화 (18/66)

18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이게 된 걸까.

부끄러움에 눈물을 글썽이던 카엔은, 어젯밤처럼 변해버린 루크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어설픈 핑계를 대며 루크에게 꽈악 안겨보려 했던 것부터?

…물론 그 욕심 탓에 이렇게 이어지긴 했다만 그게 진짜 원인은 아닐 것이다.

아래쪽이 많이 괴로워 보이길래 조금 난폭하게 구는 것 정돈 눈 딱 감고 봐주었던 것부터.

맞아. 이때부터가 분명하다.

다음부턴 절대 안 해줄 거야.

해달라고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절대 안 해줄거야.

그렇게 다짐한 카엔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기억이 더 흘러간다.

루크가 바쁜 시간을 쪼개 수련하고 있을 때마다, 내가 자꾸 옆에서 의욕 떨어지게 하였다.

라고.

"……."

이상하다.

난 그저 루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루크에게 어떻게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시범을 보여준 기억밖에 없는데.

물론 실전을 위해 목검으로 때린 적도 많지만, 백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진짜 살살했는데.

선의로 한 행동들이 루크의 의욕을 떨어뜨렸던 걸까.

그러려고 달라붙은 게 아니라 같이 있는 게 좋아서 달라붙었던 건데.

좋아서 그랬다고.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 마디라도 더 섞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바보야.

"이렇게 되고 싶어서 부른 거 아냐?"

"아니야! 나는 그냥……."

"……."

"그냥…."

이러지 않으면….

대놓고 너한테 눈독 들이고 있는 '다른 년' 들한테 너를 빼앗길지도 모르니까.

조금 더 티를 냈어야 했나?

카엔은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루크가 미웠다.

그러면서도 카엔의 마음을 콕콕 찔러대는 것은, 다름 아닌 '미안함'이었다.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열심히 물을 줬던 꽃이 며칠 뒤 싸늘하게 죽어있는 걸 보았을 때의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니었어, 라고 변명해봤자 지금의 루크에겐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다.

이미 꽃은 물을 잔뜩 머금고 탁한 색으로 시들고 말았으니.

카엔이 고를 수 있는 거라곤,

후회.

사과.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그 중 후회라는 단어는 카엔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사과도 마찬가지였으나, 방구석에서 그 때 왜 그랬지, 따위의 후회만 하고 있는 것보단 이 편이 나았다.

하지만.

어째 셔츠만 겨우 걸친 몸으로 그동안 미안했다 사과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지금껏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본가에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낼 땐, 괜스레 입을 열지 않아도 모두가 카엔에게 맞춰주었으니까.

애초에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미안해?

고작 그 한 마디로 모든 게 용서될 리가 없다.

잘못…했어요?

아직 부족하다.

루크의 밑에서 잘못했어요, 라고 연신 속삭이는 자신을 떠올리니 어째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 카엔의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

루크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잠자코 그의 행동에 맞춰준다면.

"……."

카엔은 루크의 시선을 피해 슬쩍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핥고 빨았던 자지.

너무 굵은 탓에 턱이 아파서 입을 벌리라는 말에 노려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던 자지.

그 자지가, 처음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은 모습으로 카엔의 아랫배를 짓누르고 있었다.

목표는 당연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남녀가 헐벗은 채 침대 위에서 할만한 건 하나밖에 없으니까.

분명, 저기까지 집어넣겠다는 신호다.

배꼽… 바로 아래까지.

아직 손가락조차 끝까지 넣어본 적 없는데.

저만한 걸 안에 받아들였다간 분명히….

─꼴깍

망가지고, 말거야.

이건…. 하면 안 돼.

차라리 열심히 자지를 빠는 걸로 용서받으면 안 될까.

카엔의 빈약한 상상력이 머릿속에서 결과물을 어렴풋이 그려낼 무렵.

희미한 미소를 지은 루크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 머리 위에 교차시켰다.

"……?!"

꽉 붙잡힌 손목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랫배를 두드리던 자지가 밑으로 훅 내려가는 감각까지도.

안 돼.

하면 안 되는데.

아픈 건 정말 싫은데.

루크 앞에서 고통을 견디는 추한 얼굴을 보여주는 건 더더욱 싫은데.

그런 생각들과 함께.

카엔은,

바보처럼 흥분하고 있었다.

"……? …??"

이유는 잘 모른다.

그저 관심 가는 수컷의 밑에 짓눌려 아무것도 못 하게 제압되었을 뿐이다.

고작 그뿐인데.

이미 부끄러울 정도로 잔뜩 젖어있던 비부에서 무언가가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그 직후 쿡, 가랑이 사이에 닿아오는 뜨거운 감각.

굳이 보지 않아도 무엇을 가져다 대었는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카엔은 굳이 시선을 내려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

꾹, 꾹, 당장에라도 쑤셔 박을 듯 몸을 짓누르던 자지가 클리토리스를 스치고 위로 잠깐 솟아올랐다.

허리가 픽 떨릴 정도의 쾌감.

눈을 질끈 감으며 목소리를 삼켜낸 카엔은 루크 몰래 숨을 몰아쉬며 아랫배에 시선을 고정했다.

따먹힌다.

루크의 소설에 나온 여주인공처럼.

엉망진창으로.

따먹힌다.

"힉…."

과연 고통을 버틸 수 있을까.

잠깐 훑어보았던 그 2페이지만 해도 정액을 삼키는 둥,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가득하던데.

…과연 루크는 얼마나 가학적인 섹스를 하고 싶어할까.

혹시 모른다.

어쩌면 섹스할 때만큼은 사랑해, 라는 꿈에서나 가끔 들어본 단어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타액으로 가득한 혀를 맞닿게 한 채 숨결을 나눌지도 모르는 일이다.

"…. ……! ……?!"

그럴, 지도.

모르… 는데.

"자……. 잠까…? 잠까안…?"

다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루크의 귀두가 억지로 질육을 비집어 열수록.

지금껏 하고 있던 생각들 모두가,

찢어지듯이 거칠게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실망해서, 가 아닌.

쾌감이라는 압도적인 감각을 견디기 위해서.

"멈춰…. 더, 더 넣지 말고…."

카엔은 루크에게 짓눌린 팔을 바둥거리며 애원했다.

아프다며.

키아라, 너 분명 나한테 처음 섹스할 땐 엄청나게 아플 거라고 주의시켰잖아.

그것도 전부 네 경험이 아니라, 소설에서 본 이야기야?

나는 지금,

아랫배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는 감각이 너무 기분 좋아서,

머리가 이상해지려 하는데.

"학…! 하…. 하으…. 하…."

다행히도 절반 조금 안 되게 삽입한 채 허리를 멈춰주는 루크.

카엔은 루크에게 제압당한 팔뚝 옆으로 얼굴을 숨긴 채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사랑해?

키스?

숨결?

방금까지 하고 있던 바보 같은 생각들 모두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

지금 카엔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내가 왜 이러지?' 뿐.

귀족으로서든.

아니면, 여자로서든.

이렇게 강제로 당하게 되면 분명히 기분 나빠야 할 텐데.

도대체 왜.

기분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 걸까.

"헥…. 하아……."

……변태… 같이.

"멈추라고?"

"으응……."

끄덕끄덕.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베개에 옆머리를 비비며 끄덕이는 카엔.

이 쾌감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차라리 겁먹지 말고 손가락을 끝까지 집어넣고 자위해본 적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아. 그 장면대로 하고 싶은 거구나."

"──?!"

그랬, 더라면.

"루, 크…? 지금… 더 넣으…면……."

그랬….

"아…? 아으…?"

"3번짼가 4번째로 나한테 따먹힐 때."

"……?"

"아프니까 멈춰달라는 거짓말을 무시하고, 자궁을 찌부러뜨리듯 끝까지 마구 찍어대는 장면."

몰라.

그런 장면을 내가 어떻게 알아.

이미 뱃속이 꽉 찬 것만 같은 감각.

하지만, 지금 꼭 느껴져야 할 감각 하나가 없는 탓에 카엔은 혀 밑에서 배어 나오는 군침을 꼴깍꼴깍 삼켜댔다.

아직 닿지 않았다.

루크의 허벅지.

루크의 치골.

그리고, 루크의 아랫배가.

"하지… 마……."

간신히 내뱉은 목소리.

하지만 이 또한 닿지 않은 모양이다.

안 그래도 흉측하던 자지가 몸 속에서 조금 더 굵어진 걸 보니….

오히려….

흥분… 한….

****

─이걸 왜 못해?

"변태야…. 더 안… 들어 가……. 그만, 그마안…."

─에휴. 다시 잘 보고 따라해 봐. 어깨는 조금 더 낮추고.

"으극……. 허리, 밀어 넣지 마아…."

─으으음…. 힘만 세지 기술이 영….

"…?! 거, 거기, 그렇게 문지르…면……?!"

딱히 대단한 짓을 한 건 아니다.

자지 절반을 삼킨 이후부터 빡빡해서 잘 들어가지 않는 보지를, 내멋대로 쿵, 쿵, 찍어눌렀을 뿐이다.

고작 그것 뿐인데도.

카엔은 벌써부터 내 몸에 투명한 액체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학……! 잠까, 아으읏……?!"

여자의 몸을 망가뜨리는 듯한 이 감각.

나 따위가 귀족의 몸을 도구처럼 쓰는듯한 이 감각.

지금껏 내게 강간당하려 안간힘을 쓰던 여인을, 마음껏 찍어누른다는 이 감각.

내 밑에 깔린 카엔처럼, 나 또한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럴리는 없다지만, 머리가 전부 녹아내릴 것 같다.

"아극…. 으힉?!"

카엔의 질을 제멋대로 열어젖히며 들어간 귀두가, 가장 깊숙한 부분을 꾹 짓눌러 터질 것 같을때마다.

잠깐만 쉬게 해달라고 꾹 붙잡는듯한 보지를 귀두로 벅벅 긁어내며 거의 끄트머리까지 뽑아낸 뒤, 침실 공기에 맞닿아 잠시나마 차갑게 식어갈때마다.

머리가 들끓고.

이성이 날아간다.

그 탓에 내 입에서 머리를 거치지 않은 질문이 튀어나갔다.

"괜찮아?"

"헤에…? 헤…?"

괜찮을 리가 없다.

허벅지와 허리가 이토록 벌벌 떨리는데, 카엔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하는게 병신이니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말한 이유.

대련이 있는 날마다, 백야와 카엔을 상대한 뒤 땅바닥에 널브러진 내 위에서 항상 들려오던 말이었으니까.

괜찮아? 라고.

여기저기가 부러져서 괜찮을리 없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갑자기 떠올라서.

내 밑에 깔려 기뻐하는 카엔에게 역으로 그 질문을 던진다.

"괜찮, 냐고…?"

머리 위로 끌어올려진 제 팔뚝을 향해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카엔.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흐릿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왜 내가 이런 말을 꺼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만, 뭐, 상관없다.

너는 몰라도 되니까.

항상 날 귀찮게 하던 암컷의 몸을 역으로 찍어 누르고 있다는 정복감.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괘, 괜찮을 리가……?!"

떠듬떠듬 내뱉어지던 대답이 훅, 삼킨 공기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대답을 무시한 내가 다시 한 번 카엔의 보지를 짓눌러버린 탓이다.

"흐이익…?! 그만, 그마안……?!!"

한 번.

두 번.

네 번.

열 번.

경련이 멈추질 않는 보지 안에, 계속해서 자지를 쳐박았다.

그녀의 소설에 적혀 있던 것도 정확히 이런 모습이었으니까.

눈빛이 망가질때까지.

바보같이 혀를 내빼고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교미하듯 자지 뿌리까지 쑤셔박아 버렸다고.

마침 내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카엔의 눈빛도.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아보였다.

"좋나봐?"

"학…. 하아…."

대답대신 입술만을 뻥긋거리는 카엔.

그녀는 뭐라 말하려는 듯 힘겹게 침을 삼켜내더니, 다시금 입을 벌린 채 헥, 헥, 뜨거운 숨결만을 내쉬었다.

"나보고 변태, 변태, 헛소리를 하더니."

"변태, 맞잖아…!"

"누구는 침대 위에서 강간당하며 행복한 표정이나 짓고 있고."

"개, 개소리를…."

"그럼 슬쩍 올라간 입꼬리라도 좀 내리고 말하던가. '저를 강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얼굴에 써져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큭……."

당장 반박하려던 카엔은 내 손가락이 뺨에 닿자마자 입술을 꾹 다물어버렸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고.

그리 알려주듯이 엄지 손가락으로 쓰다듬어주자, 카엔은 그만두라는 듯 내 얼굴을 빤히 노려다보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억지로 강간당하는 귀족을 연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데 굳이 저런 연기를 해야하나 싶긴 하지만.

그간 살아오며 강간 당하는 페티쉬를 가져본적이 없다보니, 대충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럼, 싫어?"

"당연히 싫……?!"

꾸욱.

질문과 동시에 보지 가장 깊숙한 곳을 후벼파듯 찍어누르자 황급히 얼굴을 숨기려 드는 카엔.

픽, 웃음을 터트린 나는 침대를 짚고 있던 손으로 카엔의 볼을 붙잠아 돌렸다.

콧등부터 뺨까지 이어진 붉은 물결.

눈꼬리에 살풋 매달린 눈물 한 방울.

억지로 찡그리고 있는 듯한 고운 미간.

입꼬리를 올리지 않기 위해 질끈 깨물고 있는 아랫입술까지.

그 모습이 귀여워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카엔은 멍하니 날 올려다보더니 아차, 하는 표정과 함꼐 홱 고개를 돌려버렸다.

"싫냐고. 이렇게 나한테 당하는 거."

"……."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카엔에게서 들려오는 건 쌔액, 쌕,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뿐.

부정도.

긍정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네."

"…?"

낮게 내뱉자 쫑긋거리는 카엔의 늑대 귀.

나는 이제 그만 그녀의 팔을 놓아주고, 양 허벅지를 밑으로 꾹 잡아눌렀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잘 들어가지 않았던 건 체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떤 체위가 어떻게 효과적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

지금껏 교차되어 붙잡혀있던 카엔의 손이 스르륵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제 가슴께에서 움직임을 멈추는 양 손.

"……."

내 뺨을 때린다든가.

가슴을 밀친다든가.

그런 선택지도 분명 있었을텐데.

한다는게 고작 탱탱하게 솟아오른 젖꼭지를 감추는 일.

"…뭐, 뭘 봐?"

"…아냐. 됐어."

역시 거짓말을 못하는구나.

툭,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나는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카엔의 보지를 찍어눌렀다.

"으극……?!?"

설마 그녀가 곧장 뿌리까지 모조리 삼켜낼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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