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야설을 주웠다-19화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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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응힉……? 윽……?"

이런 거, 이상하다고.

"쟈, 쟘까…. 루크, 이거느, 지쨔…."

무언가가 '이 이상은 안 돼요.' 라며 막아 세우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자세 하나 바꿨다고 해서.

힘껏 짓누르자마자 무언가를 몸속 깊숙이 쑤셔 박아 버리곤.

들어가지 않던 절반을 모두 넣을 수 있다니.

이상하잖아.

"기…다려. 아랫배가, 아랫배가 꽉 차서…."

여전히 카엔의 허벅지를 꽉 짓누른 채로, 뿌리까지 박혀있던 자지를 서서히 밖으로 뽑아냈다.

그와 동시에 카엔의 목소리도 멎어든다.

대신 짐승 같은 신음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그게 카엔의 목소리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흐기익……."

뿌리.

기둥.

마지막으로 귀두가 간신히 뽑혀나오며, 실처럼 연결된 질척한 애액이 카엔의 가랑이 위로 길쭉하게 늘어졌다.

내 자지를 받아들이느라 헤프게 벌어진 구멍.

그 위로 끈적끈적한 실 몇 가닥이 내려앉는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다시 한 번, 내 마음대로 허리를 찍어누르고 말았다.

"…? …! ……!!"

─파앙! 파앙! 파앙!

방금까지만해도 들리지 않던 기분 좋은 소리가 뇌리를 채운다.

살과 살이 질펀하게 맞닿아야지만 터져 나올 수 있는 이 소리.

혀 밑에서 군침이 마구 배어 나온다.

고작 뿌리까지 마구 박아대고 밑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달라졌을 뿐인데, 허리를 타고 치밀어오르는 사정감에 이를 부스러뜨릴 듯이 악물었다.

삐이─ 귓가를 채우는 이명.

꼴깍, 나는 입안에 가득한 군침 덩어리를 삼켜내곤 움찔움찔 경련해대는 카엔의 보지를 마음껏 내리찍었다.

─퍽! 퍽! 퍽!

쉴새없이.

원하는 만큼.

퓨읏, 퓨읏, 정도를 모르고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카엔의 애액이,

자신의 새하얀 배를 끈적하게 더럽힐 때까지.

"……!!!? ……!?"

이 손 놓으라는 듯 몸부림치는 카엔의 허벅지를 강제로 찍어누르며, 가장 깊숙한 곳을 내 마음껏 짓밟아댔다.

평범한 여자라면 분명히 고통스러워했을 정도로.

과연 카엔도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

이렇게, 내게 강간당하며 실금이라 착각할 정도로 애액을 뿜어대고 있는데.

뭐, 진실을 알게 되어도 이 피스톤 질을 멈출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잠시나마 생겨났던 궁금증은 침대의 열기에 휘발되어 자취를 감췄다.

"……?! ……!!"

그 때였다.

카엔은 뿌리까지 박은 채 앞뒤로 거칠게 긁어줄 때 가장 물을 많이 낸다는 걸 깨달았을 즈음.

무언가 연신 외쳐대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

그리고는 뜻을 해석하지 못한 채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 허공을 맴돈다.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카엔이 머리맡에 놓여있던 베개를 가져와 제 얼굴을 가리고 있던 까닭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 자지를 완전히 뽑아냈을 즈음부터.

"카엔."

"……. ……."

"치워."

나조차도 흠칫 놀랄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나 그뿐이었다.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마치 이게 당연한 관계라는 것처럼.

"당장 안 치우면, 여기서 끝이야."

게다가 강간을 인질 삼아 카엔에게 협박까지 하고 말았다.

남이 들으면 가장 먼저 손가락으로 귀부터 후비고 볼 협박을.

우스운 일이었다.

"하나."

"……."

"둘."

"……."

나는 조용히 숫자를 세며 뿌리까지 박혀있던 자지를 밖으로 빼냈다.

하나를 읊조리며 뿌리를.

둘에 이르러선 절반을.

"셋."

"……"

셋에 이르러선 거의 대부분이 밖으로 뽑혀나왔다.

이 쯤이면 아마 카엔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넷까지 저 커다란 베개를 치우지 않으면, 더 이상의 강간은 없다는 것을.

하지만.

한참이나 목소리를 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베개는 여전히 카엔의 양팔 안에 꽉 붙들려 있었다.

"…넷."

결국 카엔의 애액으로 푹 젖은 자지가 전부 밖으로 뽑혀나오고 말았다.

어째서, 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머릿속을 두드렸다.

제 발로 강간당할 기회를 걷어차다니,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유를 알아야 한다.

저항없이 축 늘어진 카엔의 허벅지에서 손을 떼어낸 후, 그녀가 꼭 끌어안고 있는 베개를 향해 손을 옮겼다.

예전엔 감히 이 고귀하신 피부에 실례를 저지를까 봐 마음을 졸이곤 했는데.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관계에 다시금 성욕을 느끼며, 아무렇지 않게 카엔의 팔뚝을 붙잡아 옆으로 치워냈다.

"……아."

이 때 눈치챘어야 하는데.

아니, 카엔의 허벅지에서 손을 뗄 때부터 눈치챘어야 하는데.

양 팔을 모두 옆으로 치운 뒤, 비로소 마주한 카엔은.

"후으……. 후으……."

땀으로 절여진 머리카락을 뺨에 달라 붙이곤.

혀 끄트머리를 빼꼼 밖으로 내뺀 채.

쾌락으로 가득한 몸뚱이에 열심히 공기를 채워 넣는 게 고작인.

…그래.

카엔 폰 단델리온.

그녀는 뿌리까지 박는 피스톤 질 몇번에 실신해버린 채, 간신히 허리만 움찔거리고 있었다.

****

……숨 막혀.

─파앙! 파앙! 파앙!

……머리 아파.

─퍽! 퍽! 퍽!

……기분… 좋아?

─짜악───!!

"흐기잇……?!"

갑작스레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고통.

그 덕에 카엔은 조금이나마 의식을 되찾고 고개를 살짝 치켜들 수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 시야에 비쳐졌다.

편백나무로 이루어진 침대 머리맡.

적당히 휘두를만한 수준의 검 세 자루를 올려둔 검 거치대.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책들로 가득한 책장.

그리고.

새하얀 베개.

이상한 물 자국이 가득 묻어있는.

새하얀 베개.

침대에 엎드린 채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평소 자신의 침실 풍경과 똑 닮아있었다.

저 축축한 베개만 빼고.

그런데.

"으응…?"

이상하다.

"으극…? 히읏……??"

이런거, 이상하다.

"뭐, 뭐야아…?"

몽롱하던 의식이 또렷해질수록, 머릿속에 차오르는 건 의문이었다.

왜 이렇게 등이 끈적끈적한가.

왜 베개가 저토록 축축하게 젖어있는가.

왜 이런 이상한 냄새가 침실 안에 가득한가.

왜 지금 허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가.

왜 이렇게….

당장이라도 가버릴 것 같은가.

"프하아……? 아윽…?"

의식을 되찾은 지 10초.

침대 시트에 뺨을 비비던 카엔은 그제서야 왜 자신이 이런 꼴이 되었는지 어슴프레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루크.

그 나쁜 놈.

기껏 생각해서 어울려줬더니, 아예 나를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따먹으려 했던 나쁜 놈.

…이 아니라, 진짜 따먹어버린 놈.

"루…크……."

숨이 막혔던 것은 푹신한 이불과 함께 침대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가 아팠던 것은 호흡이 부족해지니 자연스레 따라온 결과물일 테고.

기분이 좋았던 건….

…몰라.

아랫배에서 뭔가 찌릿찌릿한 느낌이 올라오고 있긴 한데, 설마 아직까지 하고 있을 리가.

키아라한테 이 참사를 어떻게 얼버무려야 할지나 걱정해야겠어.

카엔은 훅, 야릇해지는 상상을 황급히 지워버린 뒤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흐꺅?!"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잠깐이나마 침대와 멀어졌던 상체가 곧장 이불 위로 폭, 떨어졌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 허리뿐이니, 일어나는 데엔 커다란 지장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

이유를 모르겠다.

갑자기 팔에서 힘이 빠지기라도 했던 걸까?

밑에서 들려오는 삐걱, 삐걱, 소리에 이상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는 카엔.

그녀의 몸이, 다시 한 번 밑으로 내려앉았다.

"으급……!"

뒤통수를 짓누르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으읍! 으브읍?!"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던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라고,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짓누르는 힘이 너무 강했다.

이렇게 이불에 코를 박고 있다간 먼지를 잔뜩 들이마시게 될 텐데.

그리고 몸은 또 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의문 투성이.

일단은 엉덩이에 무언가가 퍽, 퍽, 닿아오고 있는 것 같으니 이것부터 어떻게든 해볼까.

카엔은 가슴 밑에 짓눌려있던 손을 빼 뒤로 쭉 뻗어보았다.

그러자 손끝에 무언가 단단한 게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

만져본 적 있는 몸이었다.

정확히는, 닿아본 적 있는 몸이었다.

뒤에서 온 힘을 다해 꽉 끌어안아 주었을 때의 루크.

그의 몸이, 이토록 단단했으니까.

"읏…? "

루크가 아직 뒤에 있다는 걸 눈치챔과 동시에 점차 감각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잠수라도 한 듯 뻑뻑하던 귓가엔, 침대가 삐걱거리며 망가지는 소리와 찰박이는 물소리가 가득 들려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얼얼한 감각이 새겨진 엉덩이.

심지어, 꼬리는 누군가에게 단단히 붙잡혀 잡아당겨지고 있다.

……그게 누구인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었다.

루크.

나쁜 놈.

"하앗…. 으읏……! 히극?!"

먹히고 있다.

아직까지도, 루크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카엔은 루크의 손에 짓눌린 채로 입술에 닿은 이불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은 동안 쾌감이 축적되기라도 한 건지, 머리가 고장 날 정도의 쾌감이 한꺼번에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절정.

절정.

또 절정.

정신을 차린지 얼마나 됐다고, 탁한 빛깔을 띄던 카엔의 연보랏빛 눈동자가 서서히 위로 말려올라갔다.

이대로는 또 정신을 잃을 것 같은데.

카엔이 입 안에 들어온 이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버티던 와중, 소름끼치는 감각이 등을 타고 흐른다.

─꾸욱

"……!!? …!"

방금까진 꼬리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더니, 이젠 엉덩이를 꽉 붙잡고 마음껏 박아댄 탓이다.

카엔으로선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꼬리도 꼬리지만, 여자의 엉덩이를 이런 식으로 써?

마치 이 몸을 무슨 자위 기구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새다.

건방지다.

호감은 호감이고, 사람끼리는 최소한 지켜야 할 '선' 이라는 게 있단 말이다.

너는 고작해야 평민이고.

나는 너에게 존경받아 마땅한 귀,

─짜악───!

"────?!!?"

족.

"……?? …?"

─파앙! 파앙! 파앙!

끊임없이 침실에 울려 퍼지는 소음 속.

카엔은 다시 조용히 침묵한 채, 루크의 정액을 몇 번이고 등으로 받아냈다.

****

카엔의 메이드, 키아라는 카엔의 침실 앞에서 조심스레 서성였다.

문을 두드려볼까.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실 텐데 방해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그러고 있는 거라면 알려주긴 해야 하는데.

카엔이 말했던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남자는 침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혹시 못 보는 새 나갔나 싶어서 신발장을 열어보아도 결과는 똑같았다.

그 평민은 지금 카엔 님과 함께 침실 안에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카엔 님과 단둘이 밀회를 나누고 있다.

팔짱을 낀 키아라는 흥, 콧방귀를 내쉬었다.

짜증이라는 감정이 담긴 콧방귀가 아니라,

내가 이겼다, 라는 '승리감'이 담긴 콧방귀를.

"역시. 그렇게 다 티 나는데 모를 수가 없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동안 알티오레의 본가에서 일하며 얼마나 많은 사랑을 지켜봐 왔던가.

허구의 달콤한 소설부터 야심한 밤마다 몰래 만나 벌어지는 애틋하고도 끈적한 애정행각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남녀관계에 눈을 뜬 사람이 바로 키아라였다.

그런 키아라의 눈은 절대 속일 수 없었다.

언제나 딱딱하던 카엔이 아카데미에 온 뒤로 밝아졌다는 사실도.

카엔이 언제나 평민 남자의 모습을 눈으로 좇고 있다는 사실도.

"지금쯤 어디까지 진도를 빼셨으려나…."

키스까진 기대도 하지 않는다.

잘해봐야 손 정도 잡았을까?

어쩌면 카엔 님이 먼저 '널 좋아해!' 라고 고백을 하셨을지도?

"으헤헤…."

평민과 귀족의 은밀한 사랑이야기라니.

카엔은 불쑥 창작욕이 샘솟는 걸 느꼈다.

그 동안 봐온 로맨스 소설만 해도 수백 권이다.

여기서 벌어진 일을 적당히 각색해서 집필한다면, 나도 꽤 그럴듯한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지 않으려나.

"제목이 중요한데 말이죠. 어차피 여기선 할 일도 별로 없으니 정말 소설이라도 써볼까…."

히죽히죽 웃음 지으며 대작가가 되는 상상을 하는 키아라.

그때 지금껏 꼭 닫혀있던 침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평민?

아가씨?

누구든 상관없었다.

음, 음, 목을 가다듬는 걸로 표정관리를 마친 키아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소곳이 기립했다.

루크가 나오면 배웅하는 길에 카엔 몰래 어디까지 진도를 뺏냐 물어볼 생각이었고.

카엔이 나오면 '제가 이겼네요.'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열받게 만들 생각이었다.

어쨌든 아카데미에 입학하신 이후로 놀리는 맛이 굉장해지셨으니까.

카엔이 얼굴을 붉힌 채 부끄러워하며 소리 지르는 광경을 볼 수만 있다면, 며칠쯤은 밥을 굶어도 상관없었다.

잠깐의 기다림.

침실 밖으로 걸어나온 건 평민이었다.

"아."

"…?"

뭐지?

키아라는 그와 마주치자마자 미소조차 깜빡 잊고 고개를 기울였다.

머리카락이 온통 땀에 잔뜩 젖어 이상야릇한 냄새를 풍기는 평민.

그는 키아라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살짝 피하며 입을 열었다.

게다가 침실 문을 황급히 닫기까지.

일련의 증거가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특종, 이었다.

"그, 메이드 님?"

"……아, 네. 편하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카엔…. 카엔 님이 말씀하신 게 있어서요."

에이 설마, 벌써 말을 놨다고?

심지어 아가씨가 그걸 허락해?

말도 안 되지.

어이없는 사실이긴 했지만, 일단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 평민에게서 풍기는 냄새.

분명, 몇 번인가 침구류를 청소하며 맡은 적 있는 냄새였으니까.

했느냐. 안 했느냐.

귀염뽀짝 늑대 꼬리 아가씨가 어른이 되셨나, 안 되셨냐.

키아라에겐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아프니까 절대 방 안에 들어오지 말라고…."

"그게 전부인가요?"

"네? 아, 넵."

무조건 들어가야지.

청소해 드리겠다고 핑계를 대고 모르는 척 슬쩍 들어가야겠다.

한 편으론 어차피 나중에 청소하며 다 들킬 건데 왜 저런 핑계를 댔나 싶기도 하지만.

뭐, 내게 들킬 각오를 할 시간이 필요하신 거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 키아라는 평소의 활짝 웃는 미소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돌아가시는 길에 배웅해 드릴게요!"

"아, 저기 그 전에 죄송한데, 혹시 욕실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보시다시피 몸 상태가 이래서. 카엔 님께 허락받은 건 아닌데."

"물론이죠. 카엔 님껜 제가 썼다고 말해두면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눈 앞의 잘생긴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뭘 잘못 먹었나, 왜 저렇게 내게 호의적이지? 라고 얼굴에 쓰여있다.

사실 호의적이라기보단 그냥 빨리 널 내보내고 카엔 님이 어찌 되셨나 궁금한 것뿐인데.

대충 루크를 메이드용 욕실에 데려다 준 키아라는 쾅쾅 계단을 밟으며 2층 침실로 올라갔다.

─똑똑

"카엔 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쳐서 자고 있나?

아니면 그냥 못 들었나?

다시금 문을 두드리며 카엔의 이름을 불렀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혹시 없는 척하시는 거에요?"

꾹, 문에다 귀를 대고 물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저 들어갑니다?"

일부러 문고리를 찰칵찰칵 돌리며 겁을 주는 키아라.

심지어 문이 잠겨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따는 방법이 있으니 잠그고 있어도 몰래 들어가서 며칠 굶을 생각이었는데.

이쯤 되니 무언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카엔 님?"

키아라는 천천히 침실 문을 열었다.

훅, 공기를 타고 뿜어져 나오는 성교의 흔적이 꽤 불쾌했지만, 예상하고 있었기에 딱히 놀랍진 않았다.

그렇게 몇 걸음 더 방 안에 들어서곤,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

침대에 조그맣게 젖은 자국이 있는 것쯤은 당연했다.

하지만 저토록 여러 군데에 커다란 물 자국이 잔뜩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카엔 님이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을 아무거나 던져대며 내쫓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침대에 엎드린 채 베개를 껴안고 후욱, 후욱, 이상한 숨소리를 내뱉고 계실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콘돔을 쓰지 않으셨을 수도 있으니, 몸이나 바닥에 정사의 흔적이 있을 것 또한 당연했다.

하지만 카엔 님의 등 위에 아무렇게나 뿌려진 새하얀 액체와 함께….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손에 꽉 붙잡힌 듯 이리저리 털이 망가진 꼬리.

새하얗던 엉덩이 오른쪽 위에 단풍색의 불그스름한 손자국이 서너개 즈음 진하게 새겨져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

나가…야 겠지.

나가자.

빨리.

"아가씨? 저, 저녁 먹을 때 말씀드릴게요?"

들렸을까.

모르겠다.

꼬리가 움찔거린 것 같기도 한데, 비유가 참 뭐하지만 사후경직 같기도 했다.

키아라는 문을 꼭 닫곤 밑으로 내려와 루크의 샤워가 끝나길 기다렸다.

아가씨가 왜 저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뜻에서였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기다리니 한층 개운해진 몸으로 걸어나오는 루크.

"…저기요!"

"네?"

빽, 소리를 지르듯 불렀으나 돌아오는 것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런 남자가 아가씨를 저렇게 만들었다니.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느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

키아라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이 남자가 정말 아가씨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그런 생각이 뇌리를 떠돈다.

"요, 욕실은 잘 쓰셨나요?"

"네. 하마터면 이 상태로 교수님을 뵈러 갈 뻔했는데,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루크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덧붙이곤 더 물어볼게 있냐는 듯 키아라를 내려다보았다.

"……."

그러던 와중 민망함에 불타던 키아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심이 싹튼다.

의심이라기보다, 확신에 가깝지만 말이다.

만약 아가씨가 그런 취향을 가지고 계셨고, 루크는 그저 어울렸을 뿐이라면.

이야기는 굉장히 쉽고 깔끔하게 매듭지어진다.

"배, 배웅해 드릴게요!"

그래.

아무리 아카데미라 해도, 평민이 귀족을 저렇게 함부로 대할 리가 없지.

아가씨가 저리 다루어달라 부탁하셨나 보구나.

키아라는 자신의 가설에 고개를 끄덕인 뒤, 루크를 저택 밖으로 배웅해주었다.

마조히스트 귀족님과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취향을 강요받는 평민이라니.

꽤 흔한 소재이지 않나.

그리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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