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야설을 주웠다-55화 (55/66)

55

네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테니까.

절대. 내 곁을 떠나지 마.

남자가 흥분하는 포인트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피가 끓는 전투를 경험한다든가.

스포츠 경기에서 동료와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다든가.

벽 앞에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한계를 깨부순다든가.

뭐, 그냥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커다란 물건을 보여준다든가.

이 중 유즈가 선택한 것은 4번이었다.

유즈는 약을 삼킨 루크의 목젖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 뒤, 준비해온 '커다란 물건' 을 루크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살짝 숙인다.

잿빛의 펑퍼짐한 로브. 그 목 부분을 쭈욱 팽팽해질 정도로 밑으로 잡아당겼다.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젖가슴을,

오직 루크에게만.

보여주었다.

책에서 그랬다.

남자들은 여자의 가슴에 사족을 못쓴다, 라고.

크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일단은 크면 클수록 더 좋다, 라고.

예전 사교계에서 마주쳤던 수컷들도 하나같이 이 가슴을 보며 넋을 잃지 않았던가?

루크가 발정제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뱉을 때도 분명 열심히 가슴을 주물러댔었다.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이깟 젖가슴쯤은… 얼마든지 내 줄 수 있다.

"……."

"……."

하지만 루크는 유즈의 가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저번과는 달랐다.

그땐 분명 위험하다는 말을 하며 손을 빼려 했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조용하다.

약이 제대로 통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군청색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는 유즈.

"루크?"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전에 메이드에게 먹여보았을 때는 '매일 유즈 님에게 음식 가져다주기 귀찮다.' 따위의 솔직한 목소리가 제대로 들려왔었는데….

이후에 죽을죄를 지었다며 부디 가족만은 살려달라 사과하러 오는 일도 없었으니, 기억을 잃는 효과까지 확실했다.

적어도 엘프에게는 말이다.

엘프와 인간 사이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물을 망친 걸까?

왜 손도 뻗지 않고 가만히 가슴만 바라보고 있는 걸까?

"하…."

미간을 찌푸린 유즈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차이라고 해봤자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만큼 미세한 차이이다.

인간이 실험용 쥐 같은 것보다 엘프와 더 가까운 관계라는 것은, 5살 코흘리개에게 물어보아도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임신도 무척 까다로울 뿐이지, 몇 년에 걸친 부단한 노력을 들이면 가능하긴 하니까.

이래선 세워놓았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하나.

루크를 흥분시켜 약의 효과를 발동시킨다.

둘.

이성을 잃은 루크에게….

"아…?"

의문이 담긴 짧은 목소리.

그 직후, 균형을 잃은 유즈가 루크의 위로 쓰러졌다.

무척 뜨겁고 커다란 손이,

유즈의 얇고 하얀 손목을 붙잡아 당겼다.

*

나는 내가 속마음을 꽤 잘 감추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먹이사슬 최하층인 평민이 내 신분이었던 까닭이다.

평민에게 필요한 다른 능력으로 '눈치'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게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다 보니 속마음이라도 잘 감추어야 이 무서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혼자서 청소하고 있을 땐 이따금 욕도 뱉고 그런다만,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면 절대 욕을 내뱉지 않았다.

일단 이건 뭐, 당연한 일이다. 귀족의 옆에서 함부로 욕설을 지껄여봐야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청소보다는, 대련 시간때 특히 그랬다.

항상 백야 저년 또 저러네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겉으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좆같음이야 어찌 되었건, 그녀 딴엔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온 것이다.

가르침을 빙자한 폭력으로 보이더라도 나는 언제나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였다.

속으로는 항상 미친 또라이년이라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유즈의 연구동에서 실험체 역할을 할 때도 그랬다.

"아파…."

내게 이런저런 약물을 들이밀 때, 눈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저 커다란 젖가슴을 쥐어짜고 싶더라도.

"크, 읏……."

언젠가 한 번쯤은 첨단에 있을 젖꼭지를 콱 깨물고 잘근잘근 씹어보고 싶더라도.

"루크, 조금, 만…. 약하게……."

저 정도 가슴 사이에다 자지를 끼워 넣으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읏… 으극…."

나는, 유즈의 앞에서 언제나 예의 바른 평민을 연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잘 안 된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안 된다.

"쥐어짜… 는 거, 잠깐만……. 아파…."

내 위에 몸을 덮은 채 자그맣게 중얼거리는 유즈.

의자에 앉아 그녀를 꽉 끌어안았던 나는, 유즈의 품에다가 얼굴을 푹 박고선 열심히 손을 놀렸다.

물컹하고, 부드러우며, 무척이나 무겁다.

지금껏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기의 젖가슴이다.

한 손은커녕 두 손으로 쥐어야 간신히 가슴 하나를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백야나 세른 등등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사람은 많지만, 이 젖가슴만큼은 유즈가 독보적이었다.

자칫하면 뚱뚱해 보일 법도 한데, 미모의 대명사라 불리는 '엘프'인 덕분인지 그런 느낌은 조금도 없다.

꼴깍, 꼴깍, 유즈의 젖꼭지를 문 채 몇 번이고 침을 삼킨다.

드디어 왜 가슴을 보고 '모성의 상징' 이라 일컫는지 알겠다.

이게 모성의 상징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한쪽 가슴엔 코까지 짓누른 채 쭈웁, 쭈웁, 젖꼭지를 빨아대며, 남는 하나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만지작거렸다.

쥔다.

잡아당긴다.

짓누른다.

여인의 고통 따윈 조금도 생각 않는 손놀림.

그것을 따라 하나하나 바뀌어가는 형태가, 무척이나 음란하다.

당장이라도 미칠 것 같다.

아니, 이미 미친걸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감춰오고 있던 속마음을 모조리 드러내고 있으니까.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거, 좋아…? 내 가슴… 좋아해…?"

젖꼭지를 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밤 망상 속에서나 괴롭히던 물건이 눈 앞에 있다.

싫으려야 싫을 수가 없는 상황.

이미 바지 속은 새어나온 쿠퍼액으로 엉망진창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

당장이라도, 빨리,

이 젖가슴 위를 새하얗게 더럽히고 싶다.

다른 잡생각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꼭 누군가가 일부러 틀어막은 것처럼.

눈 앞의 유즈를 망가질 때까지 범하고 싶다는, 수컷으로서의 본능만이 시끄럽게 떠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아프니까 조금만 살살…."

한쪽 가슴을 쥔 손목에 작고 부드러운 손이 매달렸다.

내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어 커다란 젖가슴이 모습을 망가뜨릴 때마다, 멈춰달라는 듯 열심히 손목을 잡아당긴다.

내 손은 미동도 않았다.

마녀답게 무척이나 연약하다.

카엔이나 백야였다면 절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텐데.

유즈의 요청은 무시한 채, 말캉말캉한 가슴의 감촉을 즐겼다.

"읏… 루크…. 살살… 해달라니까……."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

누군가가 일부러 틀어막은 것처럼, 다른 잡생각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뭐라고 해야 좋을까. 머릿속 어딘가의 길이 꽉 막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생각이 뒤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몽롱한 의문.

하지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또한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는 이빨 사이에 들어온 탱탱한 젖꼭지를 꽈악, 짓눌렀다.

"흐이익……?!"

쮸웁, 쮸웁, 마음껏 빨아들여도 젖이 나온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다.

침에 잔뜩 젖은 젖꼭지를 혀로 힘껏 핥아 올려도 결과는 조금 전과 똑같다.

이빨로 짓씹는다 하더라도, 음란한 이빨자국만 남을 뿐 모유는 없다.

대신 머리 위에서 자꾸만 아프다는 항의가 들려왔다.

아. 맞아.

귀족이 싫어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멈춰야… 하나?

…내가 왜?

모르겠다.

의문은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흐읏…!!"

밑으로 잡아당기는 대신, 바닥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잿빛 로브.

앞부분을 풀어헤친 탓에 가슴 옆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검은색의 브래지어.

눈앞을 가득 채우는 하얗고 커다란 살결.

그 끄트머리의 벚꽃색 돌기를 슬쩍 짓눌렀다.

입속에서 한참 동안 굴려 탱탱해진 것과 달리, 이쪽은 아직 단단하기보다 말캉함에 가깝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젖꼭지를 짓누르고 있던 손가락 밑에서 꿈틀꿈틀 단단해지기 시작하는 첨단.

서서히 바뀌어가는 감촉이 재밌다.

"으으응…."

움찔, 허리를 튕기는 유즈.

깊은 바다색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흘러내려 뺨을 간질였다.

조금 전 이빨로 젖꼭지를 씹어댔을 때와는 다른 반응.

아프다고, 살살해달라고 엄살을 떨더니.

…카엔을 강간할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이편이 훨씬 순하다.

언제나 피곤함에 절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여인이.

내 몸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이런저런 약물을 때려 박던 여인이.

지금만큼은 내 품에서 순한 양이 되어있다.

그 변화가 미칠 것 같아서, 내 배를 더듬거리던 유즈의 손을 잡아 밑으로 내렸다.

"…어, 어…?"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바보 같은 목소리는 무시했다.

내 배에서 천천히 밑으로 내려오면 있을 건 하나뿐.

나는 벨트를 풀어헤쳐 바지 속에 답답하게 감싸져 있던 자지를 밖으로 꺼냈다.

쿠퍼액으로 엉망이 되어있던 아랫배에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내게 붙잡힌 유즈의 손이 툭, 자지 끝에 닿았다.

흠칫, 어깨를 들썩이는 유즈.

얼마 지나지않아 내 허벅지 위에 걸터앉아있던 몸이 뒤로 도망친다.

하지만 진심으로 도망가려는 기색은 아니다.

그저 놀라서 그럴 뿐이지.

나는 허리를 가볍게 끌어안아 준 뒤, 유즈의 아랫배에다가 딱딱하게 솟은 자지를 마음껏 두드렸다.

"힉…."

툭, 툭, 툭, 툭.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배.

그 위에 투명한 액체가 치덕치덕 묻는다.

마음같아선 말이지.

당장 이 안에 잔뜩, 넘쳐흐를때까지, 쌓아놓은 욕망을 모조리 토해내고 싶다.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이 하나 남아있다.

"꺅……!"

자세를 바꿨다.

이대로 계속 내가 유즈의 밑에 깔려있으면 할 수 없는 게 너무나도 많다.

그 중 하나.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왜, 왜 그걸 여기에다가…?"

이 깨끗하고 새하얀 가슴 위에.

더럽고 새하얀 액체를 걸치고 싶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