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구도가 폭력적이다.
참 안 어울리는 두 단어였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걸 왜…."
원한다면 눕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커다란 의자.
그 위에 폭 몸을 뉘인 채 위아래로 열심히 시선을 옮기는 유즈.
그런 유즈의 위에 올라타 젖가슴 밑에 그것을 들이대는 나.
유즈의 시선 끝에 걸리는 것은, 그 커다란 젖가슴에도 다 묻힐 수 없는 거근이었다.
내 시선 끝에 걸리는 것은, 끈적한 타액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황홀한 젖가슴이었다.
구도가 폭력적이다.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가슴… 모아봐요…."
"읏, 읏…."
나는 툭, 툭, 자지뿌리를 잡은 채 귀두로 유즈의 명치 부근을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내 귀두 끝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를 읊조리는 유즈 뿐이다.
귀를 기울여보니 책에서는 분명… 같은 말을 뱉고 있었다.
책이 뭐 어쨌다고 저러는거야.
가슴을 모으라는 말이 그리 이해하기 어려웠던 걸까.
"아니, 됐다. 그냥 제가 할 테니까, 손 치워요."
그래도 치우라는 말은 잘 알아듣는다.
보여주기 부끄러웠던 듯 살풋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이 천천히 옆으로 떨어져 나갔다.
현실성이 없는 광경이었다.
저 자그마한 이빨자국이 모조리 내가 새긴 것이고.
젖꼭지 주변에 남은 저 침이 모조리 내 침이란 걸 생각하면, 더더욱.
"하… 씨발…."
양손 가득 유즈의 젖가슴을 쥐며 내뱉은 짜릿한 감탄.
반면 내 밑에 깔린 유즈는, 욕설이 신기했는지, 무례하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피곤에 취한 눈밖에 할 줄 모르는 여인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귀엽다.
생각보다 욕을 즐기나…? 평민이니까? 하고 저 혼자 작게 중얼거리는 모습조차 귀엽다.
진짜 미친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미친 게 분명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유즈와 이렇게 뒹굴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꿈이라는 편이 훨씬 더 그럴싸했다.
"…엘프들은 다 이렇게 큰가. …아. 저번에 본 메이드는 평범했었지."
머릿속을 지나던 글자가 또박또박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정정해주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내 발언에 틀린 말이 없다는 거겠지.
엘프들은 다 이렇게 크지 않다.
오직 유즈만이 이렇게 음란한 굴곡을 지니고 있다.
엘프들의 나라 세계수.
거기 있을 귀족 남자들이 깊은 밤 한번쯤 망상했을 유즈의 젖가슴이, 지금은 내 밑에 침범벅으로 얌전히 놓여 있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복감.
귀두끝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이 기둥을 따라 밑을 적신다.
"…가만히 있으세요."
건방진 명령.
끄덕, 뒤따라오는 복종.
중앙으로 모아놓은 골짜기 사이에, 터질 듯이 부푼 귀두를 막무가내로 집어넣는다.
"아… 진짜 씨……."
후, 녹아내릴 듯 달아오른 숨결을 허공에 내뱉었다.
사실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당장 입도 있고, 손도 있고, 보지도 있는데, 오직 가슴만으로 그 정도 자극을 느끼긴 힘드니까.
하지만 이 광경이 문제다.
천박하게 커다랗되, 순수하게 아름다운 젖가슴이 내 손에 모양을 망가뜨리며 중앙으로 모이고.
흉악한 거근이 그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서서히 사라져가며.
이윽고 가슴골 위로 모습을 드러낸 자지가 유즈의 턱에 쿡, 닿았다가 입술에 스치는 장면까지.
잊고 싶지 않았다.
이 장면을 망막에 새겨놓고 싶다.
잊지 않으려면.
여러 번 봐야 한다.
─찌퍽…! 찌퍽…!
유즈의 밑가슴 아래, 귀두가 살짝 보일 만큼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는 그 즉시 힘껏 뿌리까지 집어넣어 유즈의 입술 앞에 자지를 들이댔다.
흡사 유즈의 젖가슴을 고작 내 성욕 처리용으로 쓰는듯한 느낌.
죄송스러움이라는 학습된 감정 위에, 쾌감이란 본능이 가볍게 덧씌워진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쉽다.
움직임이 거칠어지니 불편한 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까닭이다.
먼저, 윤활제.
지금까지 쿠퍼액이 잔뜩 흘러나왔다지만, 이거론 아직 부족하다.
"침, 뱉어봐요. 이렇게…."
제가 감히 침을 뱉어도 될까요?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일개 이름없는 평민의 욕망 가득한 침이, 세계수 고위 귀족의 순결한 몸을 더럽혀나갔다.
주욱, 늘어뜨린 침이 유즈의 가슴에 닿았다가 서서히 중앙으로 흘러내렸다.
달아오른 몸에 비해 비교적 차가운 탓인지 흠칫 어깨를 움찔이는 유즈.
왜 이래야 하는지 이유는 덧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즈도 내가 왜 이러는지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는 듯하다.
퍽, 퍽, 가슴 사이에 자지를 박아댔을 때 들려왔던 고통 섞인 숨소리가 그 증거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내 얼굴과 가슴골 사이를 번갈아 보던 유즈는, 곧 오물거리던 입술을 베에─ 열어 보였다.
"얼… 마나?"
"…조금 더."
"여기서, 더?"
"네."
"…알았어."
충분하다. 아마도.
처음 하는 행위라곤 해도 감이라는 게 있잖은가.
하지만… 더 보고 싶었다.
그 싸늘하고 까칠하던 유즈가, 오직 내 자지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제 스스로 가슴 위에 침을 뱉는 장면을.
"베에…."
선홍빛의 예쁜 혀끝에서 시작된 투명한 액체가 가슴 사이에 스며들어 갔다.
마침 반쯤 들어가 있던 내 귀두를 스치고 가슴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엘프의 침이라고, 귀족의 침이라고 다른건 없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니까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뿐이다.
가볍게 움직여보니 아까전보다는 조금 더 낫다.
말 그대로 조금 더 낫되, 아무 불편함 없을 정도로 완벽하진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래도 뭐….
기분 좋으면 된 거 아닐까.
"…읏."
쯔퍽, 쯔퍽, 축축한 물소리가 가슴 사이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쓰라림에 가까운 쾌락이었던 조금 전과 달리, 이제는 충분히 기분 좋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푹, 뿌리까지 쑤셔 박을 때마다 내 침, 유즈의 침, 그리고 쿠퍼액에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자지가 그녀의 입술에 닿는다.
솔직히 말해 조금 의도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펠라치오에 익숙해진 카엔만큼은 아니더라도, 혹시 핥아주기라도 할까 싶었는데 너무 건방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대신 자지가 닿을 때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고민 가득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꽤 즐거웠으니, 만족스러웠다.
퍽, 퍽, 욕망껏 가슴을 범하던 자지에 액체들이 하얗게 엉겨붙을 무렵.
젖가슴에 틀어박힌 자지 뿌리가 지끈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슬슬 한 번 마음껏 비워내고 싶다.
"유즈 님. 입…."
"입…?"
"…아, 아니다."
첫 목표는 입.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다른 건 다 괜찮더라도 입은 절대 안 열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순순히 입을 벌려줄 것 같진 않다.
그럼 처음 목적대로 가슴 위에다가 내보내야 할까?
그러면 조금… 귀찮은데.
가슴 위에 뿌리는 것은 가장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또 이렇게 가슴을 쓰려면, 귀찮게 다 닦아내야 하잖아.
생각이 이리저리 튄다.
체계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산골짜기 시냇물처럼 제멋대로 흘러간다.
"유즈 님."
그 때문일까.
무심코 내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는.
"아, 해보세요."
그 동안의 생각이 부질없게.
처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
저항이 있을거란 예상과 달리, 하란다고 또 그대로 입을 벌려주는 유즈.
가지런한 이빨.
앙증맞은 어금니 사이, 밑으로 얌전히 달라붙은 혀.
한계다.
쥐고 있던 가슴을 놓자 진득한 실선 수십가닥과 함께 가슴이 양 옆으로 벌려졌다.
뒤늦게 유즈가 직접 가슴을 모아주었지만, 이제와선 필요없다.
"후우…."
축축하다.
미끄럽다.
내 손을 더럽히며 직접 훑기 시작하자 곧장 자지가 움찔거린다.
조심스럽게 벌려진 유즈의 입술 바로 앞.
끓는듯한 쾌감에 빠지며.
나는.
"…큭."
"아?"
─뷰르르르륵! 뷰르륵!
정액 특유의 질펀하고 음란한 색을,
지금껏 샐러드 따위나 먹어왔을 혓바닥 위에.
마음껏.
끼얹었다.
"후…."
"……? ……???"
─븃! 븃…!
혀가,
어금니가,
송곳니가,
내 정액 속에 푹 잠겨들때까지.
*
1. 루크는 내 가슴을 좋아해.
아니.
0부터 시작하자.
0. 루크는 야한 것을 좋아해.
1. 루크는 내 가슴을 좋아해.
2. 루크는 내 가슴을 핥고 빠는 걸 좋아해.
3. 루크는 내 가슴을 마구 쥐어짜는 걸 좋아해.
4. 루크는 욕하는 걸 좋아… 하는 것 같아.
5. 루크는 내 가슴에다 자지… 를 문지르는 걸 좋아해. (이유는 잘 모르겠다.)
6. 루크는 내 가슴에다 침… 을 뱉는 걸 좋아해. (아마 쓰라려서.)
7. 루크는, 내 입에다가….
"뭐해요. 삼켜요."
"……?"
정액… 을 가득 채운 다음….
"삼키라니까요? 말이 어렵나?"
"웁? 사, 사켜?"
삼키게 하는 걸, 좋아해.
"이거…? 지, 지짜? 어떠케…?"
"어떻게라뇨. 그냥 꼴깍, 마시면 끝나잖아요."
그게 뭐가 어려우냐는 듯, 오른쪽으로 갸웃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는 루크.
한 번 끈적한 백탁액을 쏟아낸 자지는, 이거론 부족하다는 듯 여전히 딱딱한 채로 하얀 액체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내 침.
루크의 침.
그리고 정액이 섞인….
하얀 액체를.
거친 피스톤질의 후유증으로 붉은 자국이 남은 가슴 위에다가.
"해보세요. 꼴깍."
"우으읍…."
"……."
"으음…… 하아…."
"못 삼켰어요?"
"안 애…. 옷 산키게써…."
"흐음…."
꼴깍…. 말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 꼴깍, 삼켜보려 했지만 잘 안 되었다.
정액 이거, 아기를 만드는 데 쓰는 액체니까 막 더럽고 그러진 않을 테지만….
아무래도 그, 비위… 라고 해야 하나.
맛도 조금 이상하고.
혀에 닿는 감촉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뱉고 싶은데….
"뭐, 못하겠으면 뱉어도 괜찮아요. 삼키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깝네."
"……."
뱉어내는 말 모두가 순도 100% 솔직함인 루크의 저 실망스러운 눈동자가 자꾸만 눈에 밟혀서.
도저히 뱉을 수가 없다.
"휴지가 어디 있더라? 잠시만요. 저번에 아마 반대쪽 책상에서 봤거든요. 아. 생각해보니 나보단 유즈 님이 더 잘 알고 계시겠구나."
"기, 기아여."
…삼키자.
어떻게든, 삼키자.
루크가 야한 걸 좋아하니까.
루크가 정액을 삼켜주는 걸 좋아하니까.
게다가 어차피 이런 추태는 루크의 앞에서만 보일테니까.
남들 앞에선 절대 이럴 일 없으니까.
그리고… 이걸 먹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테니까.
이런저런 이유를 덧붙여 직접 내 등을 떠밀고.
"음…. 읏…."
─꼴깍, 꼴깍, 꼴깍….
삼켰다.
모조리.
내 가슴으로 뽑아낸.
예비 친구의 따끈따끈한 정액을.
…맛없다. 웩.
"힘들면 안 하셔도 괜찮았는데."
"……."
안 해도 괜찮은 얼굴이 아니던데.
그리 말하는 루크는 이제서야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루크의 미소. 처음 봤다.
항상 내 앞에선 불쌍한 소동물같은 표정을 짓고 있더니.
웃는 루크의 얼굴은 이렇게나….
매력적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멍하니 보고 있게 된다.
"…괜찮아. 먹을… 만해."
"그래요?"
"맛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번쯤은 뭐…."
"그렇구나."
게다가 흐흥, 하고 가벼운 콧소리까지 낸다.
이 또한 여태껏 루크와 대화하며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이렇게나 잘 웃을 수 있는 남자였구나.
그럼 그동안 내 앞에서 웃지 않았던 건….
"루크."
"네. 유즈 님."
"혹시 나랑 있으면… 불편해?"
"네. 그래서 오기 싫어요."
역시나.
곧장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흉터 위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지금은 뭐, 좋네요. 야해서."
"……."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의 솔직한 대답이 뒤를 이었다.
아마 '네가 내 정액을 삼켜준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정도의 뜻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야,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야한 게 그거였으니까.
잠깐의 소강상태.
그 틈을 타 나는 마음속 메모지에 까만 밑줄을 그었다.
0번. 루크는 야한 걸 좋아해를, 엄청나게 좋아해로 수정하고 밑줄 두 번.
7번. 루크는 내 입에다가 정액을 가득 채운 다음 삼키게 하는 걸 좋아해…. 에다가 밑줄로도 모자라서, 별표 5개를 그려넣었다.
나중에 맨정신일 때 꼭 써먹어야지.
약의 지속시간은 대략 1시간.
여기까지 쓴 시간은 아마 20분 정도.
남은 40분은 루크의 취미나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걸 물어보면 될 것이다.
저번에 읽은 책에서 그런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대로면 생각보다 금방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 그… 한 번 쌌으니까…."
이제 그만 내 위에서 비켜줄래?
라는 말이 나오려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
"네? 벌써요?"
…자지.
아까부터 계속 내 가슴 위에서 쿠퍼액을 주륵주륵 흘려대는 자지.
인간이든, 엘프든, 수인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다들 사정 뒤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루크가 특별한 걸까?
"전 아직 유즈 님이랑 하고 싶은 게 몇 개 남았는데."
"그… 래?"
아무래도 루크는 또 한 번 방금했던 행위를 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부끄럽지만, 뭐. 루크가 좋아하니까.
연습삼아 한 번 정돈 더 해줄 수 있다.
아니면 또다른 취향을 찾을 수도 있고.
8번.
마음 속 메모지에 새로운 숫자를 적어넣었다.
일단은 미리 '루크는 내 가슴에다' 라고 적어놓았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뒷부분을 박박 지워 없애버렸다.
다음화는 10월 28일 00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