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NO.1 이은혜를 잊지 않아 (10/218)



〈 10화 〉NO.1 이은혜를 잊지 않아

“후후, 정우야…….”


집으로 돌아  은혜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며 정우를 떠올렸다. 친구. 진짜 친구. 말뿐인 가짜나 금세 배신하고 돌아 서버리는 그런 친구가 아닌.


자신의 비밀을 알고도 결코 배신하지 않는 진짜 친구.

“사랑해…….”

그런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랑들이 기독교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언가. 이유 없는 자비. 아낌없는 사랑.


그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쉽게 만나지 못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귀하다. 부모님 사랑 아래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태어날 때부터 가장 귀한 걸 손에 쥐고 태어나니, 남들이 주는 사랑이 하찮아 보일 뿐이다..

“사랑해, 사랑해 정우야, 정우야, 정우야아아아…….”

입에서 그의 이름이 계속해서 맴돈다. 그 사실 만으로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도파민이 뇌를 헤집어 놓는다.

음부에서는 뜨거운 액체를 꿀렁꿀렁 내뱉고, 심장은 흥분을 증명하듯 미친 듯이 뛰어올랐으며, 유두는 터질 듯이 팽창했다.


쏴아아아아─

샤워기에서 열기를 식힐 찬물이 끝없이 쏟아져 내렸지만,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심장은 마치 열역학법칙을 무시하는 무한 동력 기구 마냥 끊임없이 열을 토해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비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흔한 일이었다. 아예 성에 대해 모르는 몸이었다면 모를까, 집에 부모님도 같이  친구도 없는 그녀가 성에 빠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흐으읏!”


개발될 대로 개발되어 까져버린 음핵이 껍질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그 연약한 몸을 스스로 드러내었다.


손이 닿기도 전에 준비를 마치고 있던 음핵을 살살 문지르자, 쾌락이 벼락처럼 내리쳐 그녀의 전신을 휘감는다.


“흐아앙!”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연스레 무릎이 굽혀진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벽에 등을 기댄 그녀는 호스에서 뿜어지는 물줄기마저 쾌락의 일부분으로 사용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흐긋, 흐읏, 흐아악! 정우야!”

가슴과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서, 꼬집고 비틀며 자극을 유발한다. 이미 스스로의 손으로 개발될 대로 개발된 그녀의 몸은 아주 작은 자극만으로도 쉽게 절정에 올라갔다.

“아흐읏, 흐그그그윽!”

혹여나 목소리가 새어나갈까,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고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전신에서 동시에 퍼져 나가는 쾌락에 함락당한 그녀는 결국 조수를 내뿜으며 천천히 욕조 안으로 가라앉았다.

“하아, 하아…… 하아…….”

절정에 올랐음에도 가라앉지 않는 열기에,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번 가버린 직후라 그런지 몸은 최고조로 민감해져 있었고,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열락에 올랐다.


“흐으응…….”

그녀는 결국 욕실에서 탈진할 때까지 자위 삼매경에 빠졌고, 정신을 차린 건 3시간 뒤. 전신이 물에 퉁퉁 부어 지문조차 가려졌을 때였다.


* * *

다다음날.

은혜는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등교했다. 가끔씩 킁킁 거리는 코와 이따금 씩 내뱉는 기침. 정우는 순간 그 질병을 의심했으나, 이 시대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질병이었다.

“……안녕. 좋은 아침.”

“웬 마스크?”


“……감기 걸려서.”


“몸조심하지.”

정우의 걱정을 뒤로하고, 은혜는 최대한 그에게 감기를 옮기지 않도록 빙 돌아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곧바로 소독제를 꺼내 덕지덕지 바르고 그다음에야 책을 꺼냈다.


“……뭐해?”


“감기, 옮으면 안 되니까…….”

“아니, 그런 거 안 해도 안 옮아.”


두 사람이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우림이 다가왔다. 그녀는 근처에 오기만 해도 쉽게 알  있다. 어디선가 커다란 공 두 개가 크게 흔들리며 걸어오는 모습은 그리 쉽게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뭐야?”

그녀에게 아웃팅 당했던 은혜는 우림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우림은 신경 쓰지 않고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은혜야, 감기라도 걸린 거야? 혹시 나 때문은 아니지?”

“신경꺼.”

“아니아니, 그러지 말고─ 응? 그땐 내가 미안했어.”

“……뭐?”

그녀가 먼저 사과해올 줄은 몰랐던 은혜는 당황하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우림은 그때 일을 떠올리는 듯 눈동자를 왼쪽 위로 굴리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고.”

“하, 사과한다고 끝나면 경찰이 왜 있어?”

“으음,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잘못했다 사과도 했고, 솔직히 내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잖아?”

“할 말은 그게 다야? 그냥 가줬으면 좋겠는데.”

“야. 이은혜.”


우림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은혜와 눈높이를 맞췄다. 은혜도 지지 않고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우림은 정우에게 들리지 않게 그녀의 귓가에 뭐라 뭐라 중얼거렸는데, 그 말을 들은 은혜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응? 부탁할게.”

“……알았어.”


무슨 소리를 들은 걸까, 은혜는 정우의 눈치를 살살 보더니 그녀와 화해했다. 정우는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굳이 뭐라 말했냐고 물어볼 정도로 눈치 없지는 않았다.

그녀들이 무얼 숨겨봐야 게임 캐릭터다. 그런 생각이 은연중에 잠들어 있었다.

“정우야!”


“왜?”

은혜와 화해를 한 우림은 곧바로 정우에게 달려들었다. 불화의 원인을 없앴으니 화를 내지 말아 달라고 비는 어린아이 같은 태도였다.

“나 있지, 이제부터 은혜랑 절친이다?”

“뭐!? 잠, 그런 얘기는 안 했……!”


“아니야?”

“……친구지.”

우림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하자, 은혜가 순순히 수긍했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저렇게 사이가 좋아진 걸까, 정우는 알 수 없었다.


‘게임에선 저 두 사람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하렘 루트를  부작용일까, 아니면 현실 보정으로 인한 무언가가 작용한 걸까. 두 사람의 사이는 굉장히 나빴다.

겉으로 보기엔 훈훈한 사이였지만, 정우는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튀기는 불꽃을.


“아무튼, 나는 정우 너랑도 친구고, 은혜랑도 절친인데. 그런 친구의 부탁 좀 들어주면 안 돼?”


“뭔데?”

“나도 도시락 싸다 주지 않을래?”

“싫…….”


“아! 물론 돈은 줄게.”


탁! 하고 우림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봉투였다. 무언가가 가득 들어 있는 우편 봉투. 정우는 뭔가 싶어 그걸 슬쩍 열어보고서 뻣뻣하게 굳었다.


“일단   치, 선불.”

그건 돈이었다. 오만 원권  장. 오백만 원. 돈을 받은 정우는 우림이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학생이 이런 돈을 어디서 난 거지?’


부모님에게 말하고 급식비 일  치를 선불로 받아왔다고 하더라도,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으리라.


그런데 500만 원. 이 시대에 학생이 이렇게 큰돈을 벌 수 있을 리도 없고.

‘그러고 보면.’


그녀의 설정란에 ‘가지고 싶은 건 모두 손에 넣어왔다.’ 라는 글귀가 있었다. 그게 금수저라서 그런거 였다면?

게임 내에서는 크게 티 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살고 있는 아파트도 꽤 좋은 아파트고.


‘진짜 금수저인가?’

정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돈 봉투를 우림이에게 돌려주었다. 그녀는 정우가 건네는  봉투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나는 안 돼?”

“……도시락은 싸다 줄게. 하지만 돈은 안 받아.”

“왜?”


“받으면 너랑 은혜랑 차이가 생기니까.”

자본주의세상에서 돈은 그만한 마력을 지닌다. 정우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도 돈을 쓸 때마다 우림이 생각날 것이며, 반대로 돈을 주지 않은 은혜에게 딴 마음을 품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끝이다. 하렘 루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둔감함과 박애주의.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모두를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

차등이 생기는 순간 서열이 생긴다. 서열이 생기는 순간 갈등이 생긴다. 갈등은 분열을 낳고 모든 걸 파멸로 이끈다.


“잠, 정우야. 나도 돈   있는데…….”


“오백만 원을? 매년 오백만 원이니까…… 삼 년이면 천오백만 원을?”


“그, 그건 좀…….”


“그렇지?”

그녀가 낼 수 있는 금액은 해봐야 년에 백만 원. 그것도 그녀가 내는 게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이 내는 돈이지 않은가.


그럼 여기서 또 위아래가 나뉜다. 은혜는 년에 백만 원도 못 내는 가난한 부모로, 우림이는 천오백 만원을 선뜻 내놓은 금수저 부모로.


“흐음…… 괜찮겠어? 3인분이나 만들면 돈도 돈이지만 힘들 텐데.”


“네가 만들어달라며?”

“아하, 그랬지 참.”

정우의 말에 우림이는 깜빡했다는 듯 혀를 가볍게 내밀었다. 장난스러운 행동이었지만 그녀의 외모로 하니 그림이 된다.


‘망할 외모지상주의.’

후광효과로 인해 평범한 사람이 했으면  보기 싫을 그런 행동도 귀엽고 예쁘장하게 느껴진다. 이건 이 세상이 게임이라고 알고 있어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리고 돈은 별로 신경 쓰지 마.”


“그래? 그럼 부탁할 게.”


우림이는 그렇게 부탁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자  아이들이 금세 그녀 곁으로 몰려가 이것저것 떠들기 시작했다.


인싸 중의 인싸. 그림으로 그린듯한 모습에 순간 벙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우는 자신도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치만,  세상 남자애들은 생각이 이상한걸.’


야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헐거 벗고 운동장을 뛰어다니지도 않으며 훈훈하고 땀내 나는 일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발기도 몽정도 잘 하지 않고, 자위도 한 달에 한두 번이면 충분한 금욕의 화신들이니까.

원래 세상의 정조 관념과 성욕, 정력을 가지고 있는 정우의 입장에선 대화가 통할 리 없다. 애초에 세상이 달라 공통된 주제가 없기도 하지만.

‘하렘에 남자친구는 필요 없지. 암.’


만약 이 세계가 평범한 미연시 세계였다면 도우미 역으로 남자친구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세계는 남자의 정액을 뽑기 위해 만들어진 막장 설정 야겜.

정우와 의견이 맞는 남자 같은 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 없지?’

그러나 가끔은, 이 세계에 홀로 떨어졌다는 사실에 외로울 때가 종종 있다. 이 세상에 떨어진  이제 겨우 한  반쯤 됐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는 그 정도 기간만 있어도 충분하다 못해 넘쳐 흐른다.


군대 훈련소도 고작 40일가량이지만 어마 무시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정우야, 괜찮아?”

그때, 은혜가 정우의 표정을 읽고 무언가를 느낀 듯,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걱정스러운 표정이 정우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래, 남자친구는 없지만. 여자 친구가 있잖아.’

원래 세계에서는 꿈도 못 꾸는 하렘을, 이 세계에서는 실제로 할  있다. 남자를 버리고 여자를 얻었다면 이득이 아닐까?


그 생각이 든 정우는 은혜를 품에 안으며 벽에 등을 기댔다. 은혜가 무슨 짓이냐며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지만, 정우의 품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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