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NO.1 이은혜를 잊지 않아 (24/218)



〈 24화 〉NO.1 이은혜를 잊지 않아

“흐흐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은혜는 붉어진  볼을 감출  없었다. 이미 충분히 배출하고 온  같은데 달궈진 음부는 여전히 뜨거웠고, 불이 붙은 성욕은 잔불이 남아 슬며시 연기를 지피고 있었다.


‘집에 가서 한  더 해야지.'

 경험으로 달궈진 몸은 여전히  열기를 기억하고 있었고, 은혜의 뇌는 모든 뇌세포가 불 싸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 경험을 재현하려 애쓸 것이다.

‘아아, 정우야.’

내 사랑, 내 친구, 내 연인. 그 어떤 단어가 그에게 어울릴까. 그 어떤 단어도 어울리지 않았음에 은혜는 한글의 부족함을 통탄했다.


‘세종대왕 뭐했어! 국립국어원 뭐했어!’


한시라도 빨리 정우의 위대함과 자신의 사랑을 설명할 단어를 만들어야했다. 그러나 그 어떤 단어를 붙이더라도 이 마음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물론 정우가 그녀를 보았더라면 [빨간 깃발] 한 마디로 정의했겠지만.

“다녀왔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활기찬 목소리로 집안을 울렸다. 다행히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지금부터 자위를 할 예정이었기에, 오히려 돌아오는 목소리가 있더라면 곤란했다. 집으로 돌아온 은혜는 곧장 옷을 세탁기로 집어 던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밑에 숨겨 두었던 자위 도구들을 꺼내 콘돔을 씌우고, 젤을 덕지덕지 발랐다. 고른 물건은 정우의 물건 크기와 가장 비슷한 크기의 딜도였다.

“흐으읏!”

젤로 인해 부드럽게 자신의 안을 파고드는 딜도, 은혜는 정우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최대한 그와 비슷한 움직임을 취했다.


그리고 아예 정우의 모습을 상상하며 정우와는 즐기지  했던 남성상위, 후배위, 자신이 강하게 내리 찍는 굴곡위등을 상상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하아앙!”

딜도는 정우와 달리 사정이 없었으므로 조금은 아쉬웠지만, 동시에 사정하지 않으므로 전지가 다 될때까지 무한정 움직일  있었다.

목이 쉬도록 쾌락을 울부짖고 구멍이 헐 정도로 쑤셔대도 멈추지 않는 쾌락에, 은혜는 결국 실성을 하고야 말았다.

“하하, 아하하하!”

쾌락을 느낄때마다 뇌가 분비하는 도파민에 의해 완전히 망가진 은혜는 십분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으헤헤헤…….”

여전히 약간은 이상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대한 정신을 차린 은혜는 방을 정리하고 곧바로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하루에  번, 아니 세 번이나 씻게  줄은 몰랐던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틀었다. 황금 시간대에 방송하는 예능, 과거 유명했던 영화, 최신 유행 드라마등을 돌려보던 그녀는 우연히 19금 채널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라면 비밀번호로 막혀 있어야할 채널이, 어째서인지 뚫려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채널을 돌린 은혜는 그렇게 야하지는 않지만 야리꾸리한 내용의 영화를 보면서 음부를 문질렀다.


“하아앙, 흐아앙!”


그녀는 부모님이 오는 늦은 저녁까지 자위 삼매경에 빠졌다. 집안 곳곳에 애액이 묻지 않은 장소가 없었기에 닦아내는 데 고생 좀 했다.

부모님은 홀로 대청소를 한 그녀를 장하다며 용돈을 하사하셨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하다.

‘정우야…….’

헤어진 지 고작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마치 수십 년은 헤어진 이산가족과 같이. 그녀는 정우를 애타게 찾았다.

결국, 그녀는 다음 날에도 정우를 찾아갔다.


* * *

“에헤헤, 놀러왔어.”


“……어서 와.”


은혜는 정우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에게 달려들며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정우는 어제와 달리 그녀에게서 살짝 떨어지며 그녀를 피했다.


갑자기 보여주는 이상한 모습에 당황한 은혜가 그에게 물었다.


“왜, 왜 그래? 나 뭐 잘못했어?”


“……정말 모르겠어?”

큰일났다. 모르겠다. 은혜는 애인 있는 여자들이 남자친구의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냐는 질문이 제일 힘들다는 게 배부른 질문이라 욕했지만.


정작  상황이 되니 수많은 여자들이 이해가 갔다. 뭘 잘못했지? 뇌가 굴러가는 소리가 날 정도로 데굴데굴 굴렸다.

결국 그녀는 정우에게 굴복했다.


“……미, 미안.”


“어제 한 일을 생각해봐.”


“어제?”

은혜의 머리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뭐지? 섹스가 부족했나? 아니면 너무 강렬했나? 끝나고 뒷정리까지 같이 하고 갔는데.

“너 말이야, 나를 강간한거야.”

“……어?”

“강간한거라고. 강간.”

그 말을 들은 은혜는 멈칫했다. 강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신은 그를 사랑하고, 그도 자신을 사랑한다.


여기에 어디에 범죄가 끼어들 여지가 있는건데?


“나는 분명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억지로 했지.”


“하, 하지만 정우 너도 분명 물건을 발기…….”

“원래 남자는 만지면  서.”

원래 세상의 여자가 몸을 보호하기 위해 구멍을 적셨듯, 이 세상의 남자들은 만지면 섰다. 만져서 서지 않는 남자는 모조리 죽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세우고 빠르게 싸는 남자만이 살아남았다.

만일 은혜가 법정에 가 ‘발기했으니 화간’이라는 주장을 한다면 법원은 청소년 성폭행특별법이라는 이름하에 1, 2년정도 징역을 선고하겠지.


“그, 그게 아니라…… 그래. 콘돔! 콘돔도 있었고!”


“부모님이 사주신거야.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 때 내 몸을 지키라고.”

“하, 하지만…… 그 다음에 너도 거절하지 않았잖아.”

“네가 무서워서. 거절했다고 때리거나 죽이면 어떻게 해?”


 말에 은혜는 정신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최악이다. 자신은 행복한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왔는데, 정작 다가온 건 차가운 수갑의 온기였다.

“그래, 내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잖아? 은혜야.”

“어…… 응?”

순간, 정우의 말투가, 톤이 바뀌었다. 장난스럽고 경쾌한 분위기로. 잠깐 멍했던 그녀는  목소리를 듣고 정우가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하하. 뭐야. 자, 장난이지?”

“응. 아직은.”

“아, 아직은?”


정우는 은혜를 안으로 들인 뒤, 소파에 앉아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뭐하려고 왔어?”


“……그, 세, 섹스.”


“내가 싫다고 하면?”


“시, 싫어?”

“응.”


그 말에 은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막 섹스의 참맛을 알아버린 발정난 짐승에게 곧바로 섹스를 빼앗다니.


사탄이 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이었다. 은혜는 정우를 보고서 반쯤 울먹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서글펐다.

“봐. 나는 하기 싫은데 너는 하고 싶어. 이게 강간이지?”

“아, 아니야. 흑!”

“눈물 그치고, 여자애가 이런 일로 우냐?”

정우는 친절하게 은혜의 눈물을 닦아냈다. 이게 문제다. 자신을 거절해놓고이렇게 들이대니, 어찌 참을  있겠는가.

그러나 정우는 은혜가 얼마나 자신을 원하든,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규율을 잡아야지.’

만일 여기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풀어주게 된다면, 이은혜는 목줄 없이 날뛰는 망나니처럼 시도 때도 없이 그에게 성교를 요구 하리라.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일절 상관없이. 그렇게 되면 하렘 루트로 가는 길이 막히는  물론이요, 당장 정우는 멀쩡한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아예 그녀를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그건 다른 히로인들을 따먹을 때나 쓰는 이야기고. 하렘 루트에 버린다라는 선택지는 없다.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

“……응?”


“내 말을  들으면, 하게 해줄게.”


정우의 말을 곰곰히 듣던 은혜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정우에게 물었다.

“저기…… 정우야. 우리 사귀는  아니었어?”

“아닌데?”


“……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키스를 하고,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은혜는 크게 경악했다. 아무리 지금이 세계화 시대니 뭐니 해도 아직  나라는 남녀칠세부동석에 유교 정신이 그윽한데……!

‘아니지.’

생각해보니 그 유교 사상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자신이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은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꼰대력은 다른 사람을 향할때만 드러났지, 자신을 향해 찌르는 칼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은혜야. 솔직히 연인 사이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한데.”


“섹스 하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연인 사이도 연인 사이였지만, 은혜는 그런 것보다 섹스를 할 수 있냐 없느냐가 더 중요했다. 막말로 연인이 아니어도 좋았다.

연인이 아니라고 해서 정우가 그녀의 친구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10대 청소년에게 섹스란,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속의 섹스가 아닌 현실의 섹스란 그만큼 귀중했다.


“하고 싶지?”


“……응.”


“그럼 내 말 들어.”


“……알았어.”

결국 은혜는 성욕에 굴복했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성욕의 노예였다. 소파 위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녀는 정우의 말을 경청했다.

“자, 일단 네가 먼저 하자고  할 수는 없어.”

“그, 그런……!”

“……하지만 신호는 보내도 돼.  오늘 엄청 하고 싶어! 같은 거.”

“그런 걸 어떻게 보내…….”

은혜는 그렇게 말했지만, 정우는 그녀가 하고 싶을 때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숨기는  표정에 쉽게 드러나는 성격이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남들한테 말하지 마.”

“왜에……?”

“이상한 오해를 사는  싫으니까.”

정확하게는 다른 히로인들을 꼬실 때 불편하니까. 그러나 은혜에게 그런 말을 했다간 그녀는 질투심 때문에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말을 흘릴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한테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


“퍼지면……?”


“그 날부로 두  다시 안 해줄테니까, 그렇게 알고.”

“응! 절대 말 안 할게!”

“세 번째는…….”


벌써 세 번째, 은혜는 과연 그  번째가 무엇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잡으며 기다렸다.

“앞으로도 나랑 친하게 지낼 것.”


“……아.”


역시나. 그는 언제나 이렇게 자신의 기대를 배신한다. 문제는 그게 항상 좋은 방식이라는 것. 기분 좋은 배신이 과연 이 달리 있을까.

“정우야!”

결국 참지 못 한 그녀는 정우의 품으로 달려 들어 그를 소파로 넘어트렸다. 보이지 않는 귀와 꼬리가 미친 듯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나, 지금 기분이 이상해.”

“하고 싶어?”


“응!”


침을 질질 흘리고 입술을 덮치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정우가 아직 허락을 내리지 않았으니까.

순종스러운 개처럼. 자신의 허락을 기다리는 은혜를 보며 정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락을 내렸다.

“……한 번 뿐이야?”


“사랑해!”

곧바로 정우의 입술이 은혜의 침으로 범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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