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NO.2 소우림 가슴은 소를 우림 (28/218)



〈 28화 〉NO.2 소우림 가슴은 소를 우림


“아아악! 시험 망했어!”
“이거 몇 번이냐?”
“이건?”

시험이 있는 날에는 학교가 일찍 끝났다. 빠른 날에는 점심시간 전에 끝났고, 덕분에 시간이 널널해진 학생들은 놀러갈 궁리를 하며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우림이는 시험이 끝나고 애들의 걱정을 받았다. 수업 시간에 보여준 치태를 무언가의 병으로 오해한 학생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진짜 괜찮아?”
“나 약 있는데, 좀 줄까?”


“응, 괜찮아.”

우림이는 웃으며 그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이런곳에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정우와 이야기하여 자신의 몸에 붙은 부정을 씻어내야 했는데.

‘방해하고 있어. 망할년들이.’

하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못 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애들과 헤어진 우림은 정우에게 다가갔다. 정우는 마리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있었다.

“……고마워.”

“아니야, 일 열심히 하고.”

마리는 정우에게서 도시락이  쇼핑백을 들고서 사라졌다. 들은  대로라면 아마 이대로 아르바이트라도 하러 가는 거겠지. 우림이로서는 이해할  없는 행동이었다.

“정우야.”


“아, 우림아. 몸은 괜찮아? 아파 보이던데.”


“응. 열이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괜찮으면 다행이고.”


정우는 웃으면서 자리에 앉아 시험지를 꺼냈다. 우림이도 따라서 시험지를 꺼냈다. 두 시험지에는 각자가 시험에 풀어냈던 답이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책상을 붙여 앉은 뒤 천천히 가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틀린 문제는 하나도 없이 동그라미만 무색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2페이지가 됐을 때, 차이는 점점 생겨났다.


‘윽…… 이 문제…….’


쾌락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집중하지 못 해서 풀지 못 한 문제였다. 우림이는 괜한 짜증에 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다음에 이런 실수를 안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뒤로 두 문제나 더 틀렸다. 정우는 오늘  모든 시험에서 만점이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자면, 우림이의 패배였다.


“……정우 너도 공부  하네.”

“그런가?”


역시, 역시 자신이 인정한 남자였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비슷한 수준의 외모, 지성, 인맥까지. 그는 그야말로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히어로였다.

그리고 히어로란.


‘히로인을 위해 존재하지.’

우림이는 자신이 세상의 히로인이라 생각했고, 정우가 세상의 히어로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둘이 이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내 몸 상태가 정상이었어도 졌겠는걸.”


“그럴지도 모르지.”

정우는 겸손을 담아 그렇게 말했지만, 우림이는 그도 자신과 같이 마음만 먹으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신했다.

애초에 이렇게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건 가채점일뿐이니 진짜 결과는 성적표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이러면 내가 진건가?”


“아직 시험은 4일 남았잖아.”


“으음, 그래도. 남은 거에서 정우 네가 다 만점을 맞으면 끝이잖아?”

“그래서, 패배를 인정하겠다고?”


그러나 우림이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우에게 승리를 헌상하는 일은 최고일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늘 이후 내기를 이유로 달라 붙을 기회가 사라져버린다. 어차피 패배는 반쯤 확정이나 다름 없으니, 조금이라도 더 달라붙어 있자.


그렇게 생각한 우림이는 정우에게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말했다.


“승부는, 아직 모르는거니까?”


이번에도 정우는 남자답지  하게 그녀의 가슴에 한눈을 팔았다. 우림이는 집으로 돌아가  시선을 반찬으로 열렬히 자위했다.


열 다섯번 정도 가버린  같다.


* * *


“둘째 날이다. 컨닝하지 말고.”


시험 둘째날도 똑같았다. 정우는 우림이가 시험에 집중하지  하도록 그녀의 보지를 유린했다. 사실, 이미 내기는 그의 승리나 다름 없었다.

‘내가 실수로 시험 하나를 조지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없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정우가 시험을 조질리는 없다. 정우는 시험문제를 빠르게 풀어 나가고, 우림이는 쾌락에 순응하며 문제를 풀어 나갔다.

어제 광적으로 자위를 즐겼던 우림이는 오늘 정우가 주는 쾌락에 적당히 저항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쾌락이 온다고 허둥지둥대며 시험 문제를 풀지 못 하는 일따위 없었다는 뜻이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 두 사람이 모여서 시험지를 가채점하기 시작했을 때, 우림이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지만 정우는 한 문제를 틀리고 말았다.

“뭐야, 봐주는거야?”

“아니, 음. 맞아…….”

그도 그럴 것이, 정우가 틀린 문제가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상식 문제였기 때문이다. 정우는 문제를 다시금 확인하며 어처구니가 사라졌다.

[문제1. 다음 중 ‘근력’에 영향을 끼치는 호르몬은?]
1. 테스토스테론 2.에스트로겐 3.프로게스트론 4.안드로젠


정우는 문제를 보자마자 당연히 정답이 1번, 테스토스테론일거라 생각하고 문제를 넘어갔다. 검토할때도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12년 의무교육에서 배운 상식이 그의 무의식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한  자리잡은 상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답은 3번, 프로게스트론이다. 이 세상에선 남성 호르몬이 아닌 여성 호르몬이 많아야 근력이 강해진다. 남성 호르몬은 그저 근육이 단단해질뿐, 근력이 강해지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함은, 이 세상엔 내장형 근육이라 놀림받던 부드러운 살결을 가진 헬창이 실존한다는 뜻이었다.


‘아니 시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세상에 떨어진지 두 달. 어느정도 세상을 조사했지만 이런 과학 상식까지 자세하게 조사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애초에 자신이 과학자도 아닌데 그런 과학 지식보다 정치나 역사를 더 들여다보지. 과학은 몰라도 사는 데 문제없지만, 역사와 문화는 모르면 배척당하기 십상이니까.


“이걸로, 나도 가능성이 생겼네.”


“……그러네.”

지금까지 틀린 문제의 총합은 정우가  개, 우림이 세 개. 남은 시험은 사흘. 이대로 정우가 세 문제를 더 틀린다면 정우의 패배였다.


‘위험하네.’


자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부하고 있는데, 초능력에 가까운 수단을 써가며 상대방을 방해하고 있는데도 호각이었다.


만일 이런 실수가 한 두개  튀어나와 자신이 패배한다면? 우림이 무얼 시킬지 예상조차 가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질색이었다. 정우는 어떻게든 이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 원래 세상과 이 세상에서 다른 점을 검색하며  부분을 주로 공부했다.


물론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기 위해선 모든 분야를 전부 훑어야하므로, 전부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그걸 어떻게든 해냈습니다.’

대충 훑어보고 내 지식과 상식이 엇물리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자세히 확인하면 되니까 시간이 걸릴뿐이지 난이도 자체는 쉬웠다.


‘되돌아가면  헷갈리겠네.’


어느 노인이 있다. 그는 의자를 의자르 부르지 않고 침대로 부르기로 했다. 늘그막에 생긴 취미였다. 그렇게 침대는 옷장으로, 옷장은 샤워기로, 샤워기는 티비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노인이 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었다. 그들의 말과 노인의 말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처럼, 정우도 자신의 상식을 개변하다가 자신이 이 세상의 주민이 되는  아닌지 걱정했다. 원래 세상에 되돌아가더라도 마치  세상을 다른 이세계처럼 여기게 되는 게 아닐까.

‘설마.’

너무 심한 억측이겠지, 그렇게 단언하곤 공부를 계속했다.


* * *


‘……또 틀렸다.’

3일차, 정우는  문제를 더 틀렸다. 우림이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다. 이걸로 동점.

‘어떻게 한 문제도 안 틀리지?’


정우가 틀린 문제는 애초에 맞추라고 만든 문제가 아닌 듯 싶었다. 대학생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정우도 틀릴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그가 한 가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대학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고등학생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리라곤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우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고 시험을 봤기에, 이렇게 몰리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시험을 기대하며 슬슬 가능성이 생긴 우림이 크게 미소 지었다.


“이제 하루 남았네. 이야, 이러다 내가 이기는 거 아니야?”

“……워,  찬스.”

“그러네. 내일 정우가  문제도 안 틀리면 되는 문제니까.”


그렇게 말한 우림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왔다. 정우의 앞까지 다가온 우림이는 정우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조곤조곤 속삭였다.


“이상한데 신경을 쓰니까 그런 거 아니야? 예를 들어…….“

“……예를 들어?”

“나를 흥분시키느라 문제를 풀 시간이 없었다든지.”

우림이의 말을 들은 정우는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 없는 비밀. 자신이 그녀를 대상으로 야한 짓을 한다는 비밀을 들켰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지?’

이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문제다. 아니, 세상에 누가 그런 마법같고 초능력스러운 일이 사람의 손에 의해 생겨났다고 의심하겠는가.

알아낸 것 자체가 광기로 가득 찬 의심이나 확신이 있어야 가능했다. 그리고 우림이는 그런 정우의 반응을 보고서 화신했다.


“정말 너구나. 정우야.”


“……!!”

속았다. 물론 자신이 범인이라는 의심을 한 것 부터가 대단한 일이지만. 정우는 어떻게 알아낸 건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냐고? 으음─ 내가 항상 너를 보고 있으니까?”

거짓말이었다. 우림이는 우선 자신을 괴롭히는 무언가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것부터 알아내려 했다. 그래서 일단 교실의 내부 시야를 차단했다.

“커텐을 치고, 계속 확인했어.”

정체불명의 쾌락은 자신이 자리에 앉아 시험을  때만 생겨난다. 화장실을 가거나, 시험시간이 아니면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림이는 창가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부탁해 커텐을 치게 만들고, 짝궁과 자리를 바꿨다.  다음 짝궁에게 부탁해 화장실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짝궁이 화장실에 갔음에도 쾌락은 생겨났다. 즉 범인은  교실 내부에 있다.

“처음엔 무슨 초음파? 그런 걸 이용한 기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언제?”


“2교시?”

그 다음 우림이는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정우는 그녀가 자리를 옮긴 사실도 몰랐다. 시험 문제를 풀면서 오나홀을 만지작거리는 데 집중했으니까.

“정우 네가 무언가 꼼지락 거리더라고.”


그리고 우림이는 정우의 팔 움직임과 자신의 음부에 전달되는 쾌락의 움직임을 연관지어 생각했다. 그 결과, 상당히 비슷한 패턴이라는 걸  수 있었다.


“다른 애들은 그냥 얌전히 자는 데, 너는 서랍 안에 손을 넣고 꼼지락 꼼지락─ 대체 뭘 한거야?”

이쯤 되니 정우도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 어차피 인정하든 말든 상관 없다. 그녀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할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남자애가 여자애 보지를 만지작거린  가지곤 범죄 행위가 되지도 않는다. 정우가 상당히 못 생겼다면 또 모를까.

“이거야.”

정우는 순순히 오나홀을 꺼내 보여주었다. 남자애가 남성형 자위도구를 꺼내자 그 소우림도 순간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어, 음…… 그, 그게 뭐야?”

순수한 척을 하기 위해 최대한 연기를 하는 우림이를 보고 정우는 씨익 웃으며 오나홀의 입구를 쓸어 올렸다. 우림이는 갑자기 찾아온 쾌락에 치마를 내리 누르며 정우를 바라보았다.


찌걱찌걱─

“이게 너랑 연결되어 있어.”


“그, 그게 무스흐읏!?”

정우가 오나홀 안에 손가락을 넣고 그동안 발견한 G스팟을 쑤시자, 우림이는 참지 못 하고 배를 감싸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그마아흐읏!”


쾌락에 헐떡이던 우림이는 정우의 손길에 한 번 가버리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바닥에 꿇어 앉아 크게 심호흡하던 그녀는 재빨리 일어나 정우의 손에서 오나홀을 뺏어간 다음 자신의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이, 이건 압수! 압수야! 애초에 왜 이런 걸 네가 갖고 있는거야!”


“하늘에서 떨어졌어. 외계인이 주고 간 선물 아닐까?”

“무, 무슨 소리야!”

우림이는 화를 내면서 가방을 들고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발그레해진 얼굴을 감추며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자위하겠네.’

자신 같아도 자기 물건이랑 연결된 딜도를 찾는다면 자위하겠지. 오나홀에 박으면서 흔든다든가, 정 급하면 입에 넣을 수도 있고.


‘그럼 나는 공부나 해야지.’


어차피 우림이는 내일 공부를 하지 못 할테니까, 아마 자신이 이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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