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NO.2 소우림 가슴은 소를 우림 (32/218)



〈 32화 〉NO.2 소우림 가슴은 소를 우림

시선 강탈. 지금 우림이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딱 적절한 단어였다. 그녀가 걸어가자 주변에 있는 모든 여성과 남성의 시선을 잡아 당겼다.

‘커다란 물체엔 커다란 중력이 생긴다.’

그러므로 이 장소에서 가장 커다란 그녀의 가슴에 시선이 끌려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자연의 법칙이리라. 정우는 사람들이 우림이를 훔쳐보는 걸 보고 자신이  당당해져서 가슴을 피고 걷기 시작했다.

“으…… 겁나 쳐다보네.”

그러나 정작 장본인인 우림이는 움츠러들어 어깨도 좁히고 가슴도 감추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자기가 거근이라고 해서 스판 바지를 입고 툭 튀어나온 물건을 자랑하고 다니는 미친놈은 없을테니까.

마찬가지로 여성의 가슴도 자랑할만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고 다닐 물건은 아니었다.

“괜찮아. 예뻐.”

“정말? 그럼 괜찮지.”

그런 그녀를 보고 정우가 그녀의 외모를 칭찬하자, 흥이 돋은 우림이는 가슴을 펴고 걷기 시작했다. 정우는 그런 그녀의 옆가슴살을 툭툭 찔러 보았다.

푸우욱─

마치 부드러운 푸딩이 안으로 파고 들어가듯, 그녀의 가슴이 푸욱 들어갔다. 그걸 보고 있던 정우는 순수하게 감탄했고 우림이는 뭐하는 짓이냐며 화를 냈다.

“왜?”

“아니, 이런 대로변에서 지금…….”

“하지마?”

“하지마!”

“그럼…….”

주변을 둘러보던 정우는 룸 카페를 발견했다. 좁은 방에 커플 둘이 사이좋게 대화할 수 있는 룸 카페. 학생들의 모텔.

“저기 가자.”


정우가 가리킨 장소를 확인한 우림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녀도 애가 아니다. 성욕이 진득하게 드러나는 여성이다.

룸 카페에 가자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다. 남녀 단둘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자는 게 무슨 뜻인지, 오해할 리 없다.

“……좋아.”


두 사람은 룸 카페로 향했다.


* * *


“어서오세요.”

아르바이트생은 카페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향해 인사했다. 그리고 곧바로 견적을 뽑았다.


‘아, 이거 하겠구만.’

 봐도 학생으로 보이는 여리여리한 얼굴. 얼굴에 비해 흉악한 몸매와 그를 드러내는 야하기 짝이 없는 셔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룸 카페로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떡을 치러 오는 학생들이었다.

“1인당 음료수 하나씩 시키셔야 하구요, 방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이상한 짓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렇기에 상투적으로 말한다. 실제로 CCTV가 있는 지 없는 지, 그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그나마 그런 짓을 덜 하니까.

‘청소도 덜 할 수 있지.’


알바생의 경고를 들은 정우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이나? 떡  것 처럼?


‘미쳤다고 이런곳에서?’

우림이는 처녀다. 처녀를 이런 곳에서 떼려는 미친년은 없으리라. 물론 정우가 그걸 원한다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그녀 먼저 성욕을 못 이기고 손을 대는 일은 없으리라.

“나는…… 청포도 에이드.”
“그럼 나는 요거트 프라푸치노.”

두 사람은 음료수를 시킨 뒤,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알바생은 CCTV가 잇으니 조심하라고 했지만 정우의 눈에 보이는 CCTV는 없었다.

‘겁 주기네.’

평범한 학생이라면 이정도만 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상한 짓을 하지 못 하리라. 정액이 가득 든 콘돔을 흩뿌리고 간다든지, 그런 짓.


하지만  사람은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게 아니었다. 잠깐 쉬기 위해. 그래, 가슴 좀 만지작 거리며 쉬기 위해 온 거지, 이상한 짓을 하기 위해 온 게 아니었으니.


“짐은 여기에 두자.”

정우는  쪽 의자에 구매한 옷들과 여러가지 악세서리, 화장품들을 올려놓고  쪽 의자에 우림이를 밀어 넣었다. 우림이는 당황하면서도 정우의 손에 밀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 그대로 있어!”

“뭐,  하려고?”


“이런 거.”

의자 안쪽에 우림이를 밀어 넣은 정우는 그대로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우림이는 가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자신의 아래에 닿은 정우의 머리카락과 볼살에,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야. 아래에서 보니까 가슴 진짜 크다.”


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그녀의 두 가슴을 들어 올렸다. 쿠퍼 인대에 지탱되고 있던 가슴이 정우의 손에 의해 들어 올려지자 한껏 편해진 가슴에 우림이는 저도 모르게 약한 신음을 내뱉었다.

“으흐읏, 그러네.”


“방금 뭐야, 너 느낀거야?”

“아, 아니 그냥 시원해서 그런거야. 시원해서.”


“시원하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야하던데.”

“아니거든!”


치부를 들킨 사람마냥, 우림이는 전력으로 신음을 내뱉은 사실을 부정했다. 정우는 들어올렸던 가슴을 내려놓고 다시금 들어 올리는 둥, 그녀의 젖무덤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렸다.

“잠, 너무 만지는 거 아니야?”

“왜, 꼬우면 너도 만져.”

“…….”


남자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우림이의 허벅지를 벤 채로 가슴을 일방적으로 희롱했다. 우림이는 자신의 아래에서 위아래로 숨 쉬는 가슴팍을 만지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지만, 정말로 만졌다간 분위기가 싸해지다 못 해 성추행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 두었다.


‘그것보다…….’

살짝.

우림이는 가슴을 만지지 않고 정우의 배 위로 손을 올려 놓았다. 사람에 따라 가슴보다 더 만져지기 싫어하는 부위였지만, 정우는 아무렇지 않게 배를 허락했다.


“아아, 따듯하네.”


“어, 음. 그러네.”

영상물을 보거나, 스스로의 몸으로 야한 짓을 하는 데는 익숙했던 우림이지만 실제로 남성의 몸을 만지는 건 처음이었기에 살짝 긴장한 채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중력의 도움을 받아 군살 하나 없이 살짝 갈라진 정우의 복근을 어루만지며, 갈라진  사이를 훑고 근육을 만끽했다.

어느새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정우의 손길도  멈췄다. 분위기를 탄 우림이는 그대로 손을 위로 올렸다. 그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그녀도 그의 가슴을 향해 진격했다.

“후우, 후우…….”

어깨를  드러낸 복장을 하고 있음에도 몸에 열이 올랐다. 배꼽과 복근을 지나, 명치에 닿은 손은 탄탄한 밑가슴까지 도달해있었다.

이제 조금, 아주 조금만 가면 생가슴이 있다.  사실에 두근거리며 우림이는 손을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꺄악!”

갑자기 울리는 커다란 진동, 우림이는 깜짝 놀라 손을 빼내었다. 정우는 천천히 우림이의 무릎에서 일어나 진동벨을 챙겼다.


“음료 나왔나보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음료수를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정우가 앉은 자리는 우림이의 맞은 편이었다.

이 뒤로, 정우가 그녀의 몸을 먼저 만지는 일은 없었다. 그녀가 정우의 몸을 만질 기회도 없었다.

* * *

‘어색하다.’

우림이는 분위기가 어색하다는  깨달았다. 어째서일까, 자신이 가슴을 만지다 실패해서? 아니, 처음부터 자기가 만지라고 해놓고 만졌다고 삐지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그게 아니야.’

정우는 실망한거다. 그녀의 여자답지 못함에. 그래, 만지라고 했으면 팍, 만져서 그를 만족시켜야할 거 아닌가?

여자다움을 보여줄 찬스였다. 하지만 그 기회는 이미 떠나간 지 오래고, 기회는 대머리라서 한 번 떠나가면 두 번 다시 붙잡지 못 한다.

“저기 있지.”


“응? 왜?”

“아니, 그러니까…… 다음엔 어디 갈까해서…….”

우림이는 정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했다. 아무 말도 붙이지 못 했다. 자신의 친화력이 무색하게 이렇게나 가까운 사이가 되니 더더욱 만지기 어려웠다.

‘왜 이러지…….’

마치 귀하디 귀한 보물을 손에 넣고서, 단 한번도 만지지 않고 장식하는 것처럼. 손에 다 들어온 상태나 마찬가지였음에도 그를 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우림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이해자이자 사랑임을 알기에. 60억 인류를 모두  바쳐도 바꿀  없는 귀인임을 알기에.


정우에게 함부로 손댈 수 없다. 그에게 미움받는 게 너무나도 싫다. 그에게서 떨어지는 게, 죽을만큼 괴롭다.

“밥이나 먹을까.”

“밥, 응. 좋네.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정우는 순수하게 무얼 먹고 싶은 지 궁금했던 것 뿐이지만, 듣는 대상인 우림이는 다르게 해석했다. 그녀에게 실력을 보이라고.


그에게 맞는 음식을 바치라고. 그렇게 들렸다. 그렇기에 우림이는 배시시 웃으며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아, 네. 저에요. 소우림. 네, 네네. 지금 가도 되나요? 아, 예. 감사합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던 그녀는 무언가 중얼거리고 전화를 끊었다. 정우는 의문을 품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로 전화한거야?”

“내가 아는 가게. 맛은 보장할게.”

따라오라고 말한 뒤 앞장서는 우림의 뒤를 따라, 정우도 천천히 걸어 나갔다. 곧바로 택시 정류장으로 향한 우림이는 정우를 태우고 다른 동네의 이름를 불렀다.


“그렇게 멀어?”

“음,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몇 분이나 흘렀을까, 준 한 시간 가까이 타고 있던 두 사람은 겨우내 택시에서 내려 가게 앞에 도착했다.

가게에 도착한 정우는 가게의 간판에 붙은 꼬부랑 이탈리어어와 그 옆에 반짝이는 세 개의 별을 보고 뻣뻣하게 굳었다.

‘여긴…….’

게임 속 최고의 요리사가 운영하는 가게. 24시간 365일 예약이 잡혀 있어 예약을 잡더라도 1년 뒤에나 먹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의 가게.

‘맞다. 여긴  관련해서 올 수 있는 곳이었지.’

정작 게임에선 고급 요리 스킬을 지니고 있으면 요리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니까, 그리 신경 쓰지 않았던 가게이기도 했다.

그 스킬을 가지지 못 했을 땐 아예 오지도 못 했고, 고급 요리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본인이 만든 요리에  많은 버프가 붙으니까.


“들어가자.”


하지만 지금 정우는 고급은 커녕 1포인트짜리 초급 요리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정도만 하더라도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과연 세계관 최고의 요리는 어떤 맛일까.’


우림이 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말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듯, 어떤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그곳으로 들어가니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궁궐같은 개인실이 나왔다.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은 주문을 받지도 않고 곧바로 나간다. 애초에  가게에 주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매일 매일 쉐프가 준비한 최선의 요리를 대접할 뿐.

잠시 후, 전체 요리가 서빙이 되고 눈앞의 식탁은 가득 차오른다. 전체로 나온 두부를 살짝 뜯어 먹어  정우는 현실에서도 먹어보지 못 한 요리에 감탄하며 다른 반찬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더 먹을래?”

“뭐야, 더 시키면  줘?”

“으음…… 내가 시키면?”

“네가 뭔데?”

“여기 쉐프하고 엄청 친하거든.”


쉐프랑 친하다는 설정이 있었나 싶었지만, 애초에 게임에서도  가게를 소개시켜 준 건 우림이였다. 평소 이 가게를 자주 들러 주인공에게도 먹여주고 싶었다는 이유로 이 가게를 찾게 된다.


‘그땐 쉐프랑 별 다른 말이 없었는데.’

현실이 됨으로서 바뀐 것 중 하나일까. 정우는 어림짐작하면서 다음 음식을 기다렸다. 잠시 후, 스프와 함께 검게  돼지를 이끌고, 한 명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고등학생이 꼴에 남자애 데리고 연애질이나 하고. 에잉─ 쯧쯧.”

“언니도 부러우면 빨리 아무 남자나 사귀세요.”

안으로 들어온 쉐프는 우림이와 정우를 보더니 혀를 차면서 돼지 고기를 가르기 시작했다.  솜씨가 현란해 돼지 고기는 마치 두부를 자르듯 잘려 나갔다.

“우림아, 누구야?”


“아, 맞다.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


그녀는 혀를 차며 돼지를 자르는 쉐프를 향해 손짓하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우리 아빠 전 애인.”

그 말을 들은 정우는 음식을 먹던 것도 까먹고 멍하니 쉐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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