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NO.2 소우림 가슴은 소를 우림
꼴릴 때 마다 악화된다. 쉽게 설명해서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정확하게는 그녀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거였다.
그녀의 심장은 남들보다 약해서, 심장 박동 한계수가 남들의 몇 배나 낮다. 그러니까 생체 수명 자체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격한 운동은 자제하고, 놀라거나 두근거리는 일 또한 금지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면 그만큼 수명이 빠르게 깎여 나가니까.
그런 사실을 모르고 그녀와 미친듯이 성교를 나눴던 게임에선 그녀가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못 하고 사망한다.
만일 그녀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 했다면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다른 여자와 희희덕거리다 찔리는 엔딩이, 병이 있다는 걸 들었다면 그녀를 문병하다 죄책감에 자살하는 엔딩으로 끝이 난다.
‘어느쪽도 개판이지만.’
그러나 제작자도 악마는 아니라고, 그녀를 살릴 수 있는 루트가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그녀를 수술시키는 거고, 다른 하나는 그녀와 섹스하지 않는거다.
야겜에서 섹스를 안 하면 뭘 하겠나, 당연히 두 번째 루트는 정우도 해 본적 없었다. 다만 그녀를 섹스로 죽인 다음 엔딩에서 힌트로 언지시 언급해준다.
‘사실 섹스를 안 하는 건 말도 안 되고.’
정우는 그 두 가지 방법에 속하지 않는, 아예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그녀의 병을 악화시키고 강제로 수술대에 올려서, 그 수술을 성공시키는 방법을.
‘악마나 생각할 법한 방법이네.’
물론 수슬을 반드시 성공 시킬 자신이 있었으나, 그런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정우는 아무 생각 없이 지금만을 즐기는 욜로로 보이기 딱 좋으리라.
자기만 망할 수 없으니, 잘 나가는 다른 집 귀한 딸을 같이 끌고 간다는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일단은 살려야겠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이끌고 하렘을 성공시키라고? 그럴 바에 그냥 터질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폭탄을 해제하겠다!
“어디보자…….”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를 두근거리게 하면 됐다. 그녀가 뭘 하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정도는 대충 눈치로 어떻게든 된다.
‘그럼 해볼까.’
그녀를 죽이러.
* * *
“어서와. 정우야.”
“음.”
정우는 어제 막 그녀와 헤어진 다음 곧바로 약속을 잡았다. 내일 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그 말을 들은 우림이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집 주소를 적어 주었다.
‘집 좋네.’
자신과 똑같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물씬 사람이 사는 냄새를 풍겼다. 사람의 살내음, 가정의 냄새. 그런 것들을.
“이거, 별건 아니고.”
“고마워. 잘 먹을게.”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집 앞에서 사온 병으로 된 생과일주스를 들이 밀었다. 평소에는 비싸서 눈길도 두지 않고, 어딘가 병문안이나 놀러갈때나 사는 물건.
그녀는 곧장 음료를 따 얼음컵에 음료를 따른 뒤 들고 왔다. 덤으로 집에 있던 다과를 몇 개 꺼내왔다.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유리컵에, 맛있을 거 같아 보이는 양과자. 그 모든 게 정우의 식욕을 당겼다.
“그래서, 오늘은 뭐 하려고 왔어?”
정우가 음료에 손을 대기도 전에, 우림이는 곧장 목적을 물었다. 정우와의 내기는 어제 모두 해소했으므로 두 사람은 동등한 관계였다.
동등한 친구이자, 동등한 인간. 그리고 한 쌍의 남녀.
상대를 자기 아래나 자기 위로 보지 않고 동등하게 볼 수 있는 미남미녀 한 쌍이 그들을 통제할 무언가 없이 단둘이 마주했다.
그것도 가장 마음과 긴장이 풀리는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쪽이 이상한 일이리라.
“그냥, 놀러 왔는데.”
“흐으음…… 그래?”
우림이는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와 과자가 들어 있던 쟁반을 치우고 정우를 거실로 데리고 갔다.
거실에는 그녀가 놀기 위한 여러가지 게임기가 있었다. 공포 게임이나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게임은 없었으나 잔인한 19금 액션 게임들은 즐비해 있었다.
어느정도의 폭력성은 스트레스 해소와 혈액 순환에 좋다는 의사의 소견 아래 구매할 수 있던 게임들이다.
당연, 폭력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야하기까지 하다. 보고 흥분하거나 딸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남녀 두 사람이 보고 므흣한 분위기가 풍기는 데에는 그 보다 적절한 게임이 없었다.
게임기를 연결하고, CD를 삽입한 우림이는 정우를 자기 옆에 앉힌 채 플레이를 시작했다. 현대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풀3D게임 그래픽!
물론 정우의 눈에는 720P도 아닌 480P짜리 쓰레기 그래픽에 불과했지만.
‘추억이네. 이거.’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어 있었지만, 딱 봐도 뭐가 모티브인지 알 수 있었다. 서양 게임 답게 주인공의 얼굴은 그리 예쁜 편이 아니었고,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Oh Yeah─! Fuck yeah!]
우림이 조종하는 캐릭터가 영어로 된 욕설을 내뱉으면서 길을 걷던 남자 캐릭터에게 말을 건다. 잠시 후, 남자 캐릭터는 차에 올라타고 우림이는 구석진 구역으로 차를 이끈다.
“뭐 하는거야?”
“으음, 보고 있으면 알아.”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간 뒤, 몇 가지 메뉴창이 떠오른 뒤 우림이는 재빨리 맨 아래 칸 무언가를 클릭했다.
그러자 캐릭터는 바지를 벗어 던지고, 남자의 위로 올라탔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쿵떡쿵떡!
앞뒤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차량. 누가 봐도 카섹스 중이었다. 정우는 우림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정우의 눈치를 보면서 카섹스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이게 뭐야, 섹스 어필이야?’
아니면 그냥 농담일까, 남자로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정우는 이게 성희롱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건 어찌보면 다행이었다. 만일 이걸 성희롱으로 여긴 정우가 슬쩍 물러났더라면 그녀의 마음은 부러졌을테니까.
정우가 물러나지 않는 걸 보고, 우림이도 어느정도 마음을 다 잡았다.
“아, 덥네.”
날씨는 선선한 봄 날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물며 높은 위치에 있는 그녀의 집은 창문만 살짝 열어도 칼바람이 파고 들어와 추워서 창을 닫고 있을 정도였는데, 우림이는 덥다는 핑계로 윗옷을 벗어 던졌다.
출렁!
그와 동시에 그녀의 폭력적인 생가슴이 눈앞에 드러났다. 집이라고 브라도 차고 있지 않았기에 비현실적인 폭유가 살짝 쳐진 채 정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 잠만.’
그리고 그 비현실적인 육체미를 눈으로 만끽한 순간, 정우는 저도 모르게 꼴려버렸다. 그녀를 꼴리게 해야 하는데 자기가 꼴려버린 정우는 조심스레 자세를 바꾸며 발기한 물건을 숨겼다.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꼴렸냐라고 물어본다면, 물을 것도 없이 덮쳐버렸을테니까.
“……뭐해.”
“아니, 내 집이잖아. 더워서 벗겠다는 데 무슨 문제라도? 아니면 혹시…… 내 몸 보고 꼴렸어?”
우림은 뇌색적인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물었다. 꼴리지 않았다고 말하면 되는 거지만, 정우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꼴리기도 했고, 무심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보다 고개를 돌리고 부끄러워 하는 게 더 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진짜야?”
정우가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 않자, 우림은 설마 하면서도 정우의 가랑이를 훔쳐 보았다. 뭐랄까, 약간 부풀어있는듯한 느낌이었다.
꿀꺽─
우림이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한다. 수컷의 냄새를 맡은 뇌는 번식 준비를 시작하고, 그러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수명이 짧은 그녀는 남들보다 더욱 압축된 성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성욕을 쉽게 참지 못 한다는 뜻이었다.
“저, 정말이야. 아니, 잠깐만. 나 잠깐 심호흡 좀 하고.”
심지어 그 상대가 그녀가 유일하게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정우라면, 더 할말도 없다. 유래 없는 흥분에 크게 놀란 그녀가 심장의 박동을 느리게 하는 호흡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나 숨을 내쉬고 뱉어내도, 호흡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듯 박동하고, 안 그래도 불안정한 그녀의 몸은 더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심장이 터질 듯 뛰어 올라도, 전신에 피가 쏠려 팔다리 끝에 약한 저림이 느껴지더라도, 그녀는 정우를 향해 다가갔다.
정우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우림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먼저 입술. 우림이는 연인이 생기면 가장 먼저 키스를 하고 싶었다.
모든 영화나 매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맞춤, 자신의 부모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그 행위가 얼마나 달콤하고, 또 얼마나 저속하길래.
자신의 앞에서 그걸 숨기려 드는 지 궁금했다. 쪽, 하고 그 무엇도 바르지 않아 약간 거친 점막과 점막이 맞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림이의 심장이 멈췄다.
‘아아. 이거구나.’
그게 아니었다. 멈춘 게 아니라 너무나도 빨리 뛰어서, 그녀는 심장이 뛰는 것과 뛰지 않는 걸 구분하지 못 했다.
“하아, 하아…….”
고작 입과 입을 맞췄을 뿐인데, 음식물을 먹고 영양소를 흡입하는 세균 덩어리 신체 부위가 닿았을 뿐인데 그녀의 신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우의 몸에는 있고, 자신에 몸에는 없던 바이러스가 들어와 면역 반응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자 우림이는 입을 마주했다.
이번에는 입이 살짝 열렸다. 그녀는 조심스레 살짝 넘어오는 정우의 입안을 훑었다. 정우의 입안은 생소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아까 먹은 음료수와 설탕 가득한 과자가 섞인 단 맛이 강하게 풍겼다.
“정우야.…….”
“으, 응.”
“……처음이야?”
“……응.”
정우는 달콤한 거짓말을 풍겼다. 그러나 우림은 꿀벌마냥 그 단맛에 이끌렸다. 거짓말임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달아서,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처음이야.”
그러니 알아달라. 내 모든 것은 너 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