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NO.2 소우림 가슴은 소를 우림
병원에서 퇴원한 우림이는 곧장 정우네 집으로 향했다. 평소 잘 입지 않는 일자형 원피스. 커다란 가슴으로 앞섬이 툭 튀어나와 뚱뚱해보이기에 평소엔 잘 입지 않았지만.
‘지금은 뚱뚱해 보이는 게 나아.’
약물로 삐쩍 마른 그녀의 팔다리는 그녀가 보기에도 흉측했으므로, 최대한 숨기는 쪽으로 챙겨 입었다.
손에는 그의 집에서 먹을 간단한 케이크를 싸들고, 우림이는 정우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네에.]
안쪽에서 정우의 목소리와 함께, 두두두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큼지막한 발소리였지만 그 소리가 다가올수록 우림이의 가슴박동도 커져갔다.
“어서 와!”
안쪽에서 가벼운 옷차림을 한 정우가 문을 열고 뛰쳐 나왔다. 목덜미와 쇄골이 그대로 들어나는 살짝 늘어진 흰 티셔츠와, 무방비하게 허벅지의 절반 가까이 노출하는 반바지에 그녀의 눈이 돌아갔다.
“응, 놀러왔어.”
하지만 우림이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케이크를 내밀었다. 정우가 케이크를 받으며 안쪽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엉덩이…….’
좌우로 동시에 움직이는 균형잡힌 엉덩이를 보고, 우림이의 성욕이 들끓어 올랐지만 무드를 위해 참았다.
“요즘 몸은 어때?”
“최고야. 완전 쩔어.”
수술로 인해 병마에서 벗어난 우림이의 육신은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물론 병이 있을때도 그렇게 까지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수명이 깎인다는 심리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런 심리적인 문제에서 해방되고,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 우림이는 정말 미친 듯이, 지금까지의 한을 담아서 격렬하게 움직였다.
재활훈련을 하는 기간동안 매일매일 지쳐 쓰러지는 지옥 훈련의 연속이었고, 그런 의지와 열정이 있었기에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원상복귀 할 수 있던 것이다.
“그쪽은?”
“후후, 실은 어제도 네가 준 걸로 세 번이나 했어.”
한 번 죽음의 문턱까지 내려갔다 올라온 그녀는 수치심보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더 소중하다고 알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정우에게 성희롱 가까운 농담을 던지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흐음, 그래.”
정우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그도 무드를 챙기고 진득하고 끈적하게 시간을 보낼려고 했지만.
그녀가 그렇게나 울끈불끈하다면, 그리 시간을 길게 끌 필요도 없어 뵈였다.
“그럼 할래?”
정우가 그렇게 말하며 살짝 몸을 낮춰 우림이를 올려다 보았다. 그 모습에 우림이 침을 꿀꺽 삼키며 목울대를 크게 출렁였다.
자신의 아래에 있는 남자를 잡아먹기 위해, 그녀의 양손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탄탄한 어깨 근육과 전완근이 그녀의 손에 맞닿았다.
“아, 음. 그러니까…… 아니.”
하지만 그녀는 그런 유혹을 이겨냈다! 섹스는 좋다. 그녀도 평생 체험해보지 못 한 미지의 경험이오, 분명 최고의 쾌락을 선사할 게 분명할 행위였지만.
어차피 그건 오늘 중 어느때든 할 수 있다. 섹스를 하게 되면, 두 번 다시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으리라 느낀 우림이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일을 뒤로 미뤘다.
“그럼 밥부터 먹자!”
정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어찌됐든 좋았다. 그녀는 거절했지만, 그건 싫다는 뜻의 거절이 아니었다.
거사를 뒤로 미루자는 의미의 거절. 그러니까 결국 그녀는 오늘 처녀를 뚫기 위해 찾아왔다. 그렇다면 하루종일 몸을 진득하게 녹여준 다음.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 녹여주리라.
정우를 따라 부엌으로 간 우림이는 이미 차려져 있는 진수성찬을 보고 감탄했다. 집에서도 이렇게 먹어본 적이 없는데.
“와아─ 이게 다 뭐야?”
“퇴원기념으로 건강식좀 만들어봤지.”
말이 건강식이지, 반쯤 정력제나 다름없는 음식들이었다. 원기회복, 정력증감등등. 몸에 좋다는 재료들로 맛있게 꾸린 잔칫상.
우림이는 이걸 다 먹고 나면 무슨 일이 있을 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쁜 마음으로 반찬에 손을 댔다. 정우가 자신 있게 말한 만큼 전에 갔던 배유나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있었다.
우림은 어떻게 이리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느냐 물었다.
답은 사랑이었다.
* * *
“후우…… 배부르다.”
“간식.”
정우는 디저트로 우림이가 가져온 케이크와 커피를 내놓았다. 마음 같아선 뱃속을 가득 채운 뒤 공기와 한번에 빠져 나가는 콜라라도 들이키고 싶었지만.
정우가 주는 걸 거절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한 뒤 커피를 받아 케이크와 같이 들이켰다.
달달한 생크림과 케이크에 믹스 커피의 오묘하게 달고 쓴 맛이 혼합되면서 미묘하게 잘 어울리는 맛이 탄생했다.
가정의 맛이었다. 그녀가 평생 맛보지 못 할 거라 생각했던 신혼부부의 맛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배불러.”
“그럼 조금 쉴까?”
그렇게 말하며 정우는 그녀를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 소파에 가볍게 몸을 기대고 TV를 틀어 이것저것 채널을 돌리다가 마땅히 재밌는 채널을 찾지 못 한 정우는 대여점에서 빌려온 영화의 DVD를 삽입했다.
“어, 이거. 보고 싶었는데. 벌써 DVD로 나왔어?”
“응.”
우림이가 입원하는 동안 상영하고, 이젠 DVD로까지 출시가 된 액션 영화. 정우도 내용을 살짝 훑어 봤는데,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걸 빼면 어지간한 슈퍼 히어로 영화보다 더 나았다.
[나는 유부녀다. 이혼녀, 아니. 돌싱녀라고도 부르지.]
영화는 클리셰대로 이혼당한 전직 특수부대 여성의 시점으로 시작했다. 정우의 눈으로 보기엔 그냥 배우만 여성이고 유명 첩보영화를 그대로 배낀 영화였다.
물론 여성이 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갭이 발생해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요원은 전형적으로 비밀 조직을 박살내고, 어째선지 그곳에 감금되어 있던 미남 인질을 구출해낸다.
미남 인질은 자칭 매력 없는 이혼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격렬한 배드신.
[오우! 으읍, 쯔으읍! 쩌어업!]
적나라하게 혀와 혀와 얽히는 배드신이 등장하고,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흐른다. 키스 씬이 있는줄도 몰랐던 우림은 침을 꼴딱 삼키며 정우의 눈치와 TV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이젠 마음껏 흥분해도 되잖아?’
그 생각에 더욱 집중해 TV를 바라본다. 그러나 액션 영화에서의 키스 씬은 짧다. 왜냐면 로맨스가 주가 아니라 액션이 주기 때문이지.
일종의 서비스 씬. 서비스 씬이 끝나고, 영화는 종막에 이른다. 결국 비밀조직의 계획을 막아내고 세계 평화를 지켜낸 주인공은 아까 전 구했던 미남 배우와 행복하게 살아간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스태프들의 이름이 나타난다. 그러나, 액션과 로맨스로 달궈진 두 사람의 가슴은 내려앉지 않았다.
“재밌네.”
“응…… 재밌네.”
정우는 우림이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의 입술을 어루만지는 걸 확인했다. 키스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표현이었다.
귀엽다. 저 입술을 뺏어가고 싶다. 이미 한 번 뺏어간 전적이 있지 않은가, 원래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간단하다고 정우는 몸을 들이대 그녀의 얼굴 앞으로 다가갔다.
“잠, 나 양치 안 해서…….”
“으음, 괜찮을 거 같은데.”
하지만 입냄새가 풍길지도 모른다는 건 당연한 걱정 중 하나였다. 어쩔 수 없지, 정우는 상점에서 30개들이 입냄새 제거 사탕을 구매했다.
달콤한 레몬맛 사탕이 입안에 들어오고, 혀를 굴려 입 안 가득 닦아낸 정우는 이빨로 사탕을 물고 살짝 입술을 벌렸다.
“이 허러.”
발음이 대부분 샜지만, 우림이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쉽게 알아들었다. 팔을 그의 어깨 뒤로 넘겨 꽉 끌어안은 채 입을 벌린다.
“흐으읍─.”
정우의 입에서 우림이의 입으로 달달한 사탕이 넘어간다. 혀와 혀가 얽히며 사탕을 저 입에서 이 입으로, 이 입에서 저 입으로 넘겨 보낸다.
두 번 세 번 혀와 사탕을 얽히고 나서, 정우와 우림이는 슬며시 입을 떼내었다. 사탕은 우림이의 입안에 선물로 남겨놓고 왔다.
“푸하…….”
“……흐읍!”
입을 떼어 놓고 그동안 쉬지 못 했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던 정우는 갑자기 자신을 밀어 넘어뜨리는 우림이의 손길을 막아내지 못 했다.
소파 위로 털썩 쓰러진 정우는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림이를 보면서 매혹적인 눈빛을 보냈다.
콰득─
우림이 입안에 든 사탕을 깨물어 먹은 뒤, 가볍게 입을 열었다. 사탕의 효과 덕분에 그녀의 입에선 달달한 과일 향이 풍겨왔다.
“오늘 부모님 오셔?”
“……아니.”
“그래. 다행이네.”
그 말을 들은 우림이는 정우의 티셔츠 속으로 천천히 손을 집어넣는다. 저번에 한 번 자신의 부모님에게 방해 받았던 우림이는, 혹여나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주의했다.
그러나 정우네 부모님은 오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시니, 그 말을 믿고 대담하게 나가도 되리라.
스윽─
“운동해?”
“조금.”
갈라져 탄탄한 복근을 어루만지며, 그녀는 조심스레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여자의 지방으로 가득 찬 살덩어리와 다르게, 남자 특유의 단단하고 튼튼한 가슴 근육이 손에 닿는다.
정우는 아래에서 최대한 배와 가슴에 힘을 주며 근육을 강조하고 있었다. 물론 처녀인 우림이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 했지만.
“탄탄하네.”
향도, 촉감도 이리 좋은데. 맛은 어떨까. 우림이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의 가슴에 입을 가져갔다. 튼튼한 밑가슴에 입술이 닿고, 부드러운 바디워시 향이 살내음과 섞여 올라왔다.
할짝.
“읏─”
피부를 핥는 끈적한 느낌에 정우가 몸을 떨며 반응하자, 재미를 느낀 그녀는 온몸을 천천히 핥기 시작했다.
복근과 옆구리는 손으로 어루만지고, 툭 튀어나온 유두와 가슴께를 핥으며 허벅지를 다리 사이에 끼고 앞뒤로 흔들어 비부를 자극한다.
그의 몸을 느끼고, 그의 몸으로 느낀다. 그 사실만으로 그동안 해왔던 그 어떤 자위보다 더 느끼게 되었다.
가슴께를 핥던 우림이는 마침내 그 한 가운데 우뚝 솟은 검포도를 발견했다.
“츄릅.”
그 동산을 살짝 핥음과 동시에 정우는 몸을 움찔했고, 정우의 정우도 크게 움찔했다. 우림이는 무릎쪽에 닿은 정우의 물건을 허벅지로 천천히 비비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가슴을 핥던 입은 다시금 천천히 올라와, 정우의 입에 입맞춤했다. 키스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정우의 냄새와 맛을 기억한 채로 나누는 키스.
뇌와 신체 전반에 그의 모든 게 각인된다. 더, 더. 더. 우림이는 정우를 더 파악하기 위해 그를 빨아 마실 듯 잡아 당겼다.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갈증을 그의 타액으로 가득 채우고, 마시고, 들이키고, 빨아들인다.
행복하기 그지 없는 이 행위에, 우림이는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을 느꼈다. 속옷 너머가 흥건하게 젖어들고, 정우의 반바지까지 얼룩지기 시작했을 때.
우림이는 그제서야 상체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