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NO.3 그녀를 김말이라고 부르지 마요. (45/218)



〈 45화 〉NO.3 그녀를 김말이라고 부르지 마요.

모든 일중에서 요리 일이 제일 힘들다.

마리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당연 허세 섞인 농담일거라 생각했다. 세상에 힘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요리 하는  뭐 힘들다고.

하지만,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하는 요리가 제일 힘들다.

“야! 빨리빨리 움직여!”
“알바생들, 뭐해! 재료는 다 잘랐냐!”
“한 시도 쉬지마!! 손님들은 오늘 하루를 위해 1년을 기다렸어!!”

초 인기 레스토랑 데피니티보. 궁극이라는 뜻의 이탈리어에서 따온  이름에 걸맞게,  레스토랑에서 추구하는 건 극한의 맛이었다.

“맛있어어어어!”
“うめえええええええええ!!”
“Это вкусно!“

덕분에 그녀의 레스토랑은 미슐랭  세 개를 훌륭히 따냈으며, 전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그녀의 가게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만큼, 주방에 있는 요리사들에게 걸리는 압력또한 세계적이었다.

“야! 김말이! 빨리빨리 움직여!”

“윽…… 그러니까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말대답 할 시간 있으면 1초라도 더 움직여!”

원래라면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부른 사람들에게 역정을 내고, 사과를 받아내든 폭력을 저지르든 했겠지만.

평생 처음 겪어보는 전신의 진을 다 빼놓는 격한 업무와 시급 만오천 원이라는 최저시급 4배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 그녀의 발을 묶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시급은 그날그날 일급으로 꼬박꼬박 지급되었으며, 하교 후 하루 6시간을 일하는 그녀가 받는 일급은 10만원 하고도 5천원이었다.

‘미쳤어.’

원래 그녀가 벌던 금액에 비교하면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나오는 금액. 만일 그녀가 매일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는 안 됐지만…….’

일단 그녀가 미성년자라는 게 문제였다. 미성년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고 싼 가격에 쓰던 다른 가게 사장들과 다르게, 이 가게에선 부모님 허락서까지 가져와 계약 시켰고.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의 노동이 금지되었기에 주말에는 불러주지도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달에 200 가까운 거금을 쥐게 되었지만.

‘어디에 쓰지?’

원래라면 주말에도 일을 구할 생각을 했을 그녀지만, 레스토랑의 일은 너무나 고되고 힘들어 그녀가 주말 내내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야할 정도였다.

거기에 돈맛도 알아버렸다. 다른 곳에선 주말 이틀을 내리 일해도 10만원이 채 안 되는데, 그럴 바에 쉬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래, 그렇게 그녀는 주말에 시간이 생겼다.

‘아니, 애초에 뭘 하지?’

평생 쉬는 날이라곤 없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생긴 휴일,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일을 하지 않아 쉴 수 있었지만, 그땐 돈이 없어 방구석에서 무릎을 감싸고 멍 때리는 일 밖에  수 있는  없었으니까.

‘아, 맞다.’

그렇게 무얼 할지 고민하던 마리는 할 일을 떠올렸다. 바로 이 일을 자기에게 소개시켜준 정우에게 고맙다고 전하는 일.

‘돈도 많이 벌었고,  알바를 소개시켜준것도 개니까…….’


마리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정우가 넘겨준 전화번호 쪽지를 찾아, 집 전화기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약간은 잠긴 목소리, 자고 있었나보다. 벌써 8시인데. 주말이라지만 너무 게을렀다.

“어, 정우야? 나야 나.”


[……누구?]

“나라니까? 마리.”


[마리…… 아, 마리. 무슨 일?]


정우는 설마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줄은 몰랐다는 듯, 살짝 놀라 전화를 받았다. 그가 상상하지  했던 일을 했다.


그 사실에 약간은 기뻐진 마리가 대뜸 그에게 말했다.

“밖으로 나와! 누님이 쏜다.”

[……응?]


그러나 그녀에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녀는 여태까지 친구라 부를만한 존재가 없었다는 점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금처럼 말하면 그녀의 말을 듣고 순순히 밖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미안, 지금은 좀 피곤해서.]


“……어?”

설마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 마리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정우가 전화를 끊었다. 피곤해보이긴 했다. 그랬으나, 설마 거절당할 줄 몰랐다.


“어, 음. 뭐해야하지?”


결국 그녀가 밖으로 나간 건, 3시간정도가 지나고 잠에서  정우가 전화를 걸었을 때였다.


* * *

“어이, 하정우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정우를 발견한 마리가 곧장 다가가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헤드락을 걸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남자애에게 그런 짓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겹쳐 망설이는 순간 정우가 마리의 머리를 역으로 붙잡아 끌어 내렸다.

“윽─!?”

“뭐야, 갑자기 부르고?”


“야, 야야! 놔봐. 아, 쫌!”

마리는 정우의 품에서 한참 발버둥을 치다가 겨우 빠져나오곤, 남자애가 무슨 힘이 그리 쎄냐며 타박했다. 정우는 그녀가 운동부족인거라며 단언했다.

“그래서, 무슨 일?”

“이 누님이 돈이 생겼는데, 이게  네 덕분 아니냐? 그러니까 한 턱 쏘려고 불렀지.”

“……정말?”


 말을 들은 순간, 정우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걸로만 생각했다. 그녀가. 마리가 먼저 돈을 쓰려 하다니?


‘대체 얼마나 챙겨주는거야?’

시급 만 오천 원쯤 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아무 기술도 없는 그녀를 정말 그 가격에 쓰고 있지는 않을테고.

정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유나는 그의 생각보다 더 요리에 진지하며.


그런 그녀가 요리를 지적당하고, 지적당한 레시피를 몰래 쓰고 있다는 사실이 들켜 수치심에 자살하지 않은 게 신기할 상황이었다는 것.


그녀가 살아 있는 건 정우가 마리를 알바생으로 써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며, 그녀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모두 그녀의 양심값이었다.

실제로, 마리에게 지불되는 금액에서 최저 시급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모두 유나의 월급에서 나가고 있었다.


다만 여기 있는 두 사람 모두 그런 사실을 모를 뿐.

“정말 다 사줄거야?”


“그럼! 내가 오늘은 특별히……  끼에 만원까지 사주마!”


“……만 원?”


순간 정우는 그녀가 장난치나 싶었지만, 이 시대에서 만원이란 정말 비싼 고깃집이 아니면 쉽게 나오지 않는 가격이고.


국밥 세 그릇을 먹고도 잔돈이 남는 돈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일주일동안 만원의 행복을 찍을 수도 있다. 즉, 그녀는 지금 일주일치 생활비를 단 한 끼에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좋아. 그럼…… 어디 갈까.”

“김천이 무난하지?”

“김천이라니…… 기왕 먹는 거, 좀 좋은데서 먹지?”


“그럼…… 빕스?”


정우는 비싼 곳이라고 해봐야 그런 곳 밖에 모르는 그녀를 이끌고, 백화점 내부에 입점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가장 싼 메뉴가 만 삼천 원. 그녀로서는 눈알이 뒤집히는 가격이었지만 정우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가볍게 주문했다.

“잠, 여기 만원 넘는데.”


“그럼 만원만 내. 나머지는 내가 낼 테니까.”

“아니, 내가 사주기로 했는데…….”

“그러니까, 기왕 돈 벌었으면 이런 곳에서도 먹어 봐야지.”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쓰는 걸 아까워하다 못해 두려워 하고 있었으니, 정우는 우선  두려움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니까.”

“……그런  어떻게 알아?”

“잘.”


미래에서 맛으로 유명해지는 집이라고는 차마 말하지  한채, 정우는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인 연어덮밥과 텐동을 시켰다.


신선한 야채를 튀겨 올린 텐동과, 신선하다 못 해 막 죽인 생선을 올린듯한 연어덮밥은 모두 그만의 풍미가 있었다.


음식을 먹고난 뒤, 맛은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가격에 얼떨떨하던 마리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인데─.”

시대를 선도하는 국밥충의 등장에, 정우는 살짝 질린 표정으로 마리를 노려보았다. 물론 그녀는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천진난만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 * *

그녀의 이야기를 하자. 그녀, 김마리는 편모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젊었을  미녀에  나가는 대학생으로서, 인생을 즐기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당연, 미인인 대학생이 클럽에 가는  당연지사.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 시대때 대학생이란 공부만 잘해선   없고, 집안의 지원이 필수였던 시대다.

집안도 빵빵해, 얼굴도 빵빵해, 몸매도 나쁘지 않아. 그렇게 클럽으로  그녀는 이왕 꼬시는 거 서양인을 꼬시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서양인과 첫 만남에 배드 인까지 성공한 그녀는 그대로 마리를 임신했다. 그녀의 부모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배가 불러온 이후였다.


“이 새끼! 낙태를 하든, 호적을 파든, 맘대로 해라!”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호적에서 파이는 걸 선택했다. 다만 아무런 지원도 없이 홀로 집을 나온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능력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능력마저 집안의 인맥과 재력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 하는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거렁뱅이였다.


가진 게 많을수록 잃어버릴 때의 탈력감 또한 큰 법.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에 하루 일해 하루 먹고사는 인생으로 전락했다.


마리는 그런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건 어찌보면 정해진 일이나 다름 없었다.

“이야, 딸꾹! 이 썅년은 지 애미가 힘들어 하는데 희희낙락 놀다 오네─?”


“……또 뭔데?”


정우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마리는 집안 골방에서 그녀의 통장을 이리저리 흔들며 술독에 빠진 어머니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취한 사람답지 않은 기민한 반응으로 통장을 뒤로 숨겼다.


“야, 이 엄마도 네 덕좀 보고 살자. 응?”


“지랄, 닥치고 내놔.”


“이야, 이게 얼마야…… 일십백천만…… 백?”

백만 원이 들어 있는 통장에 그녀의 어머니가 깜짝 놀라 마리를 쳐다본다. 그리곤 말한다.

“이 년아! 이런 돈이 있으면 네가 집세 내고, 공과세도  내!”


“……원래 냈어.”

“하, 참나! 누군 뼈빠지게 일하면서 돈 백만 원 버는데 누군 앉아사 하하호호 웃으면서 돈을 버네!”


“……나도 뼈빠지게 일하고 있어.”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의도적으로 깎아 내리고, 짓밟고, 때리고 부쉈다. 원래라면 참았겠지. 그녀가 손에 쥐는 돈은 정말 숨만 쉬어도 사라지는 돈.


그러니까 그녀가 살아가는 데 정말 필수적인 데 사용하면 모조리 없어지는 그런 돈이었으니까.

툭.


“일하긴 개뿔, 너 뭐 하길래 이런  버냐? 몸이라도 파냐?”

“……야.”

“야? 야아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에겐 돈이 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한 큰돈이. 집을 구하고 옷을 사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그런 돈이.

“좀 작작하지 그랬어.”

“이게 미쳤─!”

퍼억─

어머니를 때렸다.
용서받지 못  패륜이다.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 상쾌한 기분이었다.


“좆 됐네.”

그녀는 그 길로 집을 나섰다. 그녀와의 관계가 어찌되든, 더 이상 집에선 살 수 없을  했다.


‘어디로 가지…….’


정처 없이 떠도는 새처럼, 그녀의 발걸음은  잃은 아기 염소마냥 이리저리 세상을 휘젓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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