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NO.3 그녀를 김말이라고 부르지 마요. (48/218)



〈 48화 〉NO.3 그녀를 김말이라고 부르지 마요.

“으아아─ 정우랑 놀지도 못 하고, 이게 뭔 꼴이야 정말.”

은혜는 책상에서 엎드린 채, 문제집에 얼굴을 문대고 있었다. 이게 다 소우림 그 망할년 때문이다. 그년만 없었으면, 자신은 정우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지금쯤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을텐데.

‘망할년이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자신은 정우와 했다는 사실조차 쉽게 내뱉지 못 하는데, 그녀는 아무 제한 없이 마음껏 내뱉고 다닌다. 정우도 그 사실을 별 문제 삼지 않았다.

남에겐 허락하면서 자신에겐 금지한다. 그런 차별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정우는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듯 했다.

“흐으으…… 정우랑 놀고싶다. 정우랑 떡치고 샆다아아아─.”

그러나, 우림이의 발언 때문에 그녀는 정우와 만나는 일조차 금지 당했다. 정우가 부를 때 까지 그녀는 그에게 접근할 수 없다.

동시에 정우는 그녀들에게 조건 좋은 내기를 걸었다. 그녀에게는 다음 학기 성적이 평균 1등급을 넘으면 하루종일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다.

대신, 시험을 볼 때까지 정우와 무언가를 하는  금지 당했다. 덕분에 은혜는 정우의 얼굴조차 보지  하고 홀로 공부를 하며 몸을 식혔다.

“아아, 정우 보고 싶어…….”

따르르르르릉─

“엄마아아, 전화 왔…… 아, 나가셨지.”

집에 걸려온 전화, 그녀는 엄마를 애타게 불렀지만 어느새 집에는 그녀밖에 남지 않았다.

“공부해야하는데…….”

결국 은혜는 터벅터벅 걸어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 정우야?”

[아, 은혜야.]

며칠만에 처음 듣는 정우의 목소리에 은혜의 전신에 활기가 돋는다. 세포 하나하나가 숨쉬듯 살아나기 시작하며 온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응! 무슨 일이야?”

곧장 수화기에 연결된 전화선을 머리카락 꼬듯 배배 꼬며 가지고 놀기 시작한 은혜는 잠시 후 전선을 타고 날아온 전기 신호를 듣고서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고민했다.

“그러니까, 음…… 놀러가자고?”

[응.]

“어디로?”

[바다.]

여름, 바다. 수영복.
삼위일체.
완벽.

생각을 마친 은혜는 곧장 가겠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전화를 끊은 은혜는 공부고 뭐고, 당장 집안을 뒤져 수영복을 찾아내었다.

“아…… 이건 안 돼.”

서랍 속에서   동안 꺼내지 않아 먼지를 가득 먹은 수영복을 발견한 은혜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다시 서랍 속으로 수영복을 집어 넣었다.

위아래 무늬가 다른 땡땡이 수영복. 여자가 무슨 수영복을 가려 입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은혜가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은 모솔아다였다.

잘 보이고 싶은 남자가 생긴 지금은, 이런 수영복 하나 하나가 중요했다.

‘사러가자.’

용돈이 부족하긴 했지만, 이런 떙땡이 수영복을 입고 가는 것보다야 나았다. 은혜는 몰래 안방에서 아빠 지갑을 뒤져 5만원권을 챙겼다.   챙겼다.

“아빠, 미안해. 딸내미 연애 사업을 위해 적립해.”

10만원을 챙긴 그녀는 곧장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 * *

“정우야─!”

약속 당일, 약속 장소에는 정우를 포함해 세 명의 여성이 모였다. 우림이와 은혜, 마리까지. 가장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은혜는 먼저 도착해 있던 우림이와 마리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단 둘이 가는 게 아니었어?’

그러나 은혜는 유약한 마음을 가져 코앞에서 그런 말을 꺼낼  없는 성격이었다. 힘없이 웃으며 인사를 마친 은혜를 보고, 정우는 곧장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네 표도 예약해놨어.”

“아, 고마워.”

그러나 아쉽게도 자리는 우림이와 딱 붙은 자리였다. 그 사실에 은혜는 약간의 불만을 토해냈지만 어쩔 수 있나, 늦은 사람이 잘못이지.

은혜는 자기 옆자리에 앉은 우림이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얘는 왜 여기 앉아?’

그녀라면 자신보다 빨리 오는 건 당연하고, 아마 2시간 전부터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정신나간 년이었는데.

어째서 그녀도 늦어 정우의 옆자리를 빼았겼는가?

“야, 너는 왜 여기 앉냐?”

“뭐야, 불만 있어?”

“아니, 정우 옆자리는 왜 못 얻었냐?”

“……같이 오더라고.”

“응?”

우림이는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리랑 둘이 같이 오더라고, 아예 집에 살림을 차렸나?”

그녀는 자신이  말이 정답이라는  몰랐지만, 옆에서 그녀의 말을 힐끔힐끔 훔쳐듣고 있던 정우와 마리는 순간 움찔했다.

정우는 자기 옆자리에 앉은 마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안 들켰어.”

우림이의 직감이 때때로 말도 안 되게 좋을 때가 있지만, 사람이 직감만 믿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출중한 두뇌와 이성이 직감을 무시하고 행동할 때가 더 많았다.

마리도  사실을 파악하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림이에게 한  들킬뻔한 뒤로 매일 속옷도 다른 걸로 갈아입고, 이래저래 조심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수 시간을 내리 달린 버스는 어느새 바닷가 근처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반짝이는 여름 바다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을 반짝였다.

“바다다.”
“바다네.”
“와─.”

버스가 터미널에 멈춰서고, 정우는 일단 숙소로 향했다. 이곳엔 호텔 같은 좋은 숙박시설은 없고, 숙소라고 해봐야 민박집정도지만.

전화로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한 정우는 곧장 숙소에 짐을 풀고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 바닷가로 향했다.


“뛰어 가도 돼?”
“빨리 가자!”


친구들이랑 바닷가로 놀러 오는 게 처음인 은혜와 마리  사람이 흥분하다 못 해 발을 둥둥 구르며 바다로 뛰어갈 준비를 했다.

정우는 재촉하지 말라고 말해준 뒤 해수욕장에 도착한 뒤,  사람에 준비운동이나 하고 들어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달리기로 준비운동을 대체하겠다는 것 마냥 곧장 전력으로 뛰어 바다로 들어갔다. 기껏 사 입은 수영복이 아깝게, 정우에게 아름다움을 강조할 시간도 갖지 않고.

그런  사람을 한심하게 내려보던 우림이는 그동안 근처 가게에서 파라솔과 돗자리를 빌렸다. 그리고 그런 우림이를 보며 정우가 물었다.

“넌 안 들어가?”

“아, 수영 못 해서.”


“……그 가슴으로?”

우림이의 커다란 가슴을 힐끔 바라 본 정우는 그녀가 수영을 못 한다는 말을 믿지 못 했다. 천연 튜브가  개나 달려 있는데 어떻게 수영을 못 할리 있나!


그런 정우의 시선을 눈치 챈 우림은 슬쩍 팔을 모아 가슴을 강조했다. 붉은 색 비키니 수영복으로 강조된 가슴은 정우의 취향에 적중했고, 정우의 성벽에도 적중했다.


방심한 탓에 발기 조절을 하지 않고 있던 정우는 순식간에 하복부로 몰려드는 혈류를 느끼고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얇은 수영복 한 장만 걸치고 있던 정우였기에, 그가 발기했다는 사실은 금세 알 수 있었다.


“뭐야, 정우 너 이런 거 좋아해?”


그의 하복부가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확인한 우림은 씨게 웃으며 이번엔 아예 두 손으로 두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마치 가슴골 사이에 무언가를 넣고 짜부 시키듯,  가슴을 마구잡이로 뒤트는 우림이를 보고서 정우는 아예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에이, 정우야. 누나 봐야지. 응?”


약점을 찾은 우림이는 아예 정우의 무릎에 자신의 가슴을 짓눌렀다. 대부분의 살덩이를 노출하는 수영복 특성 상, 우림이의 맨가슴이 정우의 무릎에 닿았다.


“……여기 밖이야.”

“다들 노느라 여긴 신경도  쓸걸?”

 말대로, 정우는 일부러 애매한 시기에 해변을 찾아왔으며 이곳은 해수욕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다가, 그 해수욕장마저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장소라 피서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뻐, 정우와 우림이 있는 곳은 신경도 쓰지 않으니 두 사람이 일부러 크게 신음을 내지르며 떡이라도 치지 않는 한, 두 사람을 신경 쓸 사람은 없으리라.


“아아, 맞다. 썬크림 발라야지.”


우림이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 속에서 썬크림을 꺼내 자신의 가슴골 사이로 쭉 짜냈다. 가슴 위에 가득 쌓인 썬크림을 대충 덕지덕지 바른 뒤, 그대로 정우의 무릎을 위아래로 쓸어 담았다.


“윽…….”

매끈한 가슴에 끈적거리는 썬크림이 포함되어 달라붙는 느낌은, 그야말로 꼴릿했다. 우림이는 폭탄마냥 커다란  가슴을 위아래로 재빠르게 흔들며 정우의 무릎을 겁탈했다.


“헤에, 어때? 꼴려? 싸고 싶어?”


“아, 아무렇지도 않은데?”

“정마알─? 우리 정우의 정우는 그렇게  안하는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손을 내려 정우의 음낭을 붙잡았다. 갑갑한 수영복 아래 꽉 조여지고 고정되어 있던 커다란 음낭이 여성의 부드러운 손에 닿자 안 그래도 팽팽히 부풀어 올랐던 정우의 물건이 터질듯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야, 야. 밖이라니까…….”

“그래서  좋은거잖아, 아니야?”

쓱쓱, 옷 너머의 마찰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은 여과없이 정우의 물건을 관통했다. 남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이대로라면 싸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은혜가 달려와 우림의 등 뒤에 드롭킥을 꽂아 넣었다.


“꺄악!?”

“이 미친년이! 우리 정우한테 뭐하는거야!”

은혜는 곧장 정우의 옆에 붙어 우림이를 발로 밀어냈다. 이때만큼 그녀가 반가웠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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