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NO.3 그녀를 김말이라고 부르지 마요.
“……자냐?”
그러나 그건 대답을 듣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대답을 듣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 마리의 손이 정우의 옷가지를 뚫고서 옷 속으로 슬며시 들어온다.
스윽─
차갑다. 방금 막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왔기 때문일까, 찬 기운이 남아 있는 손으로 배를 훑으니 전신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떨렸다.
그 모습을 본 마리는 정우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는 있지만 깨어 있다. 자신이 이런 짓을 하는데도 일어나 반항하지 않는다.
‘너도 속으론 바라고 있는거지?’
마리는 그 생각에 점점 더 대담하게, 자극적으로 정우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탄탄한 복근, 찌르면 손가락이 튕겨져 나오는 가슴, 단련된 허벅지와 양기를 가득 품은 양물까지.
“하아…….”
아까 전 귀신에게 빙의당한 후유증일까, 그녀는 남자의 양기를 탐하는 요물이 되었다. 기다릴 것 없이 곧바로 정우의 하물을 붙잡은 마리는 바지 춤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양기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자, 자지이…….’
원래 그녀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인 만큼 남자 몸에 흥미가 없다고는 안 하겠지만, 그게 남들만큼은 아니었다.
애초에 사는 게 워낙 고달프다보니 성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못 사는 사람들은 취미도 못 가져서 유일한 오락인 성에 빠진다고 하는데, 그녀는 그럴 수준도 되지 못 했다.
하지만 지금.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고 여유가 생긴 지금.
귀신의 음기가 몸에 가득찬 지금.
지금만큼은 생존본능이 거세게 머리를 들이 밀었다.
“정우야, 진짜 괜찮은거지?”
안 움직이면 당한다. 정우는 그 사실을 직감했지만 굳이 두 눈을 뜨려 하지 않았다. 무시도 때론 응답이 되는 법.
정우의 속뜻을 알아차린 마리는 잠든 두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정우의 바지를 내렸다.
잠들어 있는 연기를 하면서도, 아랫도리만큼은 정직하게 발기한 정우의 모습을 보고 마리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정우야…… 귀엽네.”
마리는 그의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며 살짝 귓볼을 깨물었다. 손에 붙잡힌 양물이 크게 헐떡였다. 속옷으로 감춰진 양물.
아까 전까지 자신의 음부를 꿰뚫으려 했던 물건. 귀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처녀를 무심하게 가져가려 했던 기둥이 그곳에 있었다.
찔꺽.
어루만지고 있는 속옷의 끝이 서서히 물들어간다. 축축하다. 오줌? 오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애액.
정우가 자신의 손길로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사실에 더 없이 기쁨을 느낀 마리는 조금 더 빠르게 손을 흔들었다.
쯔읏, 쯕, 쯔으윽─
조금씩 새어 나오던 애액은 아예 팬티를 흥건히 적실 정도로 새어 나와선, 물과 천이 마찰되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쯤 되니 재빠르게 움직이던 손도 다른 애들을 의식하고 천천히,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느려진 만큼 여유가 생긴 마리는 다른 손으로 정우의 몸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아까 귀를 깨물었더니 좋아했지.’
그 사실을 떠올린 마리는 한 손을 정우의 허리춤 아래로 집어넣은 뒤, 그의 가슴을 꾹 끌어안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귀를 핥았다.
가슴이 큰 우림이었더라면 불가능했겠지만, 가슴이 없다시피한 그녀는 정우와 딱 달라붙을 수 있었다.
찌꺽─ 찔꺽─
등뒤에 딱 달라붙어 귀를 핥자, 정우의 물건이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한다. 속옷으로 감쳐져 있었지만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가 이제 한계라는 사실을.
‘싸, 싸줘. 내 손에. 여기에.’
지금만큼은 들키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재빠르게 물건을 흔들며 귀를 콱 깨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속옷이 요동치면서 물건이 꿀렁였고, 속옷 너머로 뜨겁고 흰 액체가 얼룩을 새기며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정우의 속옷을 한 번 쓸어담고 자신의 코로 갖다대 냄새를 확인한 마리는 그게 정액의 냄새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음기로 가득 찬 몸은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양기의 냄새를 맡는 순간 그 양기를 쟁취하기 위해 움직였다.
“흐으읍!?”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류가 휘젖고 지나가며 몸의 통제권을 빼앗는다. 한 번 사냥감의 냄새를 맡은 사냥꾼은 절대 그걸 놓치려 하지 않고, 마치 뱀처럼 정우의 몸을 휘감는다.
“하아, 하아…….”
순식간에 정우의 하복부로 내려간 마리의 입이 정우의 속옷 위를 살며시 핥는다. 산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새로 산 천 특유의 시원한 냄새와 정액 냄새가 뒤섞여 비릿하면서도 흥분되는 맛이 완성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녀는 그대로 속옷을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입안에서 천과 정액이 이리저리 비벼지며 짜먹는 요구르트처럼, 정우의 속옷에서 정액을 짜내기 시작했다.
촘촘한 속옷 틈 사이로 여과되어 스며든 정액을 쪽쪽 빨던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아래쪽. 그러니까 정우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씨익─
정우는 살짝 눈을 뜨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을 마주쳤는데도 피하지 않는다. 비명을 지르거나 깜짝 놀라거나 몸을 비틀어 저항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 순간 마리는 입고 있던 바지를 내리고 정우의 입에 음부를 처박았다. 그리곤 그녀도 아예 자리를 잡고 정우의 팬티를 내렸다.
탁! 하고 튀어 나온 정액투성이 물건이 그녀의 턱을 툭 치고 입가에 정액을 흩뿌린 뒤 천장을 보고 뻣뻣하게 솟아올랐다.
살짝 얼얼한 턱과 입가에 묻은 정액에서 나는 수컷의 향기. 수컷의 냄새. 그녀 몸 안에 들어가있는 암컷을 일깨우는 냄새.
입가를 한 번 혀로 핥아준 그녀는 입맛을 다신 뒤 아예 정우의 물건을 입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우도 그녀의 음부를 핥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츄릅, 츄으읍─
두 사람의 입은 서로 다른 용도로 사용 되었고, 말 한 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음란한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음, 흡, 흐으음─.”
펠라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녀지만 영상으로, 상상으로, 본능으로 방법을 깨달은 마리는 몸이 이끄는 대로 입을 움직였다.
그리고 몸을 사용하는 재능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그녀답게, 금세 펠라에 적응해 혀와 입, 볼살까지 사용하여 정우의 물건을 희롱했다.
“읍, 읍읍! 읍!”
정우가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는, 그녀의 아랫입을 희롱하는 정우의 입놀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괘씸하게도 그는 자신이 쾌락을 느끼고 있을 때 움직임을 아예 멈춰버렸다.
마리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정우의 물건이 가버리기 전까지 재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흡, 흐으으…….”
자신의 하복부에 입을 대고서 필사적으로 신음을 막는 정우의 모습은 귀여웠으나, 언제까지 봐줄수 있지도 않았다.
정우가 가버리기 일보 직전. 자지가 미친듯이 꿈틀거리며 펄떡일 때 마리는 기둥을 콱 쥐어챘다. 그는 순간 허리를 붕 뜨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지 못 한 모양이지만.
“가고 싶어?”
“으읍…….”
입이 막힌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고 싶다고, 싸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불공평하다. 이걸로 정우는 두 번이나 가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한 번도 가지 못 했다.
“그럼 나를 가게 해봐. 그럼 싸게 해줄게.”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어 정우의 입에 음핵을 집어 넣었다. 여기라면 아무리 허접한 그의 입놀림이라도 쉽게 갈 수 있겠지.
정우는 순간 망설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어 그녀의 음핵을 깨물었다. 물론 강하게 깨물진 않았다. 그저 이빨과 이빨 사이에 집어넣는다 수준으로 약하게.
“흐으읏!”
그러나 남성기 하나 분량의 신경을 모조리 집어넣은 음핵에게는 그 정도 자극만으로도 충분했다.
갑작스런 쾌락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은 마리는 깜짝 놀라 신음을 막기 위해 입안에 정우의 물건을 물었다.
신음은 막을 수 있었으나, 입이 떡 벌려진 탓에 침이 기둥과 턱을 타고 줄줄 흘렀다. 가만히 있기도 심심하니 마리는 정우가 가지 않도록 신경쓰며 그의 물건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흣, 흐으윽, 흐으응…….”
물건을 입에 물고 신음을 숨기며 한참을 정우의 혀놀림을 즐기던 마리는 입안 가득 올라오는 수컷의 향기와 아래에서 느껴지는 정열적인 혀놀림에 결국 절정에 올랐다.
“흐으으으읍!”
그와 동시에 정우의 물건을 살짝 깨물었다. 귀두에 이빨이 박히는 순간 막혔던 둑이 터져나가듯 정우의 물건이 정액을 뿜어냈다.
뷰륵! 뷰으으윽!
결국 그녀는 절정의 쾌락에 집중하기보다, 정우의 물건에서 빠져 나오는 정액을 흘리지 않는 데 집중했다.
목울대가 꿀렁이고 정우의 정액을 대부분 삼켰을 때쯤, 마리는 천천히 입을 떼며 입가를 닦아냈다. 정액과 침으로 엉망진창이었다.
“……갈까?”
“……응.”
두 사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다음은 이 자리에서 하기엔 곤란했으니까.
끼이익─
오래된 집 특유의 걸쇠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지고, 두 사람은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