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NO.3 그녀를 김말이라고 부르지 마요.
철퍽, 철퍽!
“흐으읏, 흐아앙!”
여자를 알고 있는 수컷과 남자를 알게 된 암컷이 달라붙었다. 푹 젖어 알몸이 되었다. 박지 않는다는 건 한창때 남녀의 성욕을 우습게 아는 말이다.
“거기잇! 거기이익! 으하아앙!”
신음을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 벽에 몸을 기댄 마리는 자신의 안에 물건이 들락날락 할때 마다 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정우는 지금까지 자신의 물건을 괴롭힌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다는 듯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첫 경험이 후입위라는 건 어떤가 싶었지만, 마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 얼굴을 보이는 건 부끄러웠다.
‘분명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느끼고 있다. 첫 경험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귀접을 하고 난 뒤에 있는 체험이라서 그런걸까. 그것도 아니면 정우랑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기쁜 걸까.
그녀는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으로.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없던 순간. 자신은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 그 사실을 맹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만큼 몸에서 느껴지는 쾌락은 최고조.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쾌락이 아니었다. 눈도 입가도 얼굴을 통제하는 모든 근육이 풀려 멍청하고 추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주는 건 몸. 오직 몸만. 하지만 몸만 넘겨준다는 생각이 얼마나 미련하고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그녀는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흐아아앙!”
무방비로 노출된 등과 가슴, 엉덩이 구멍까지 모든 장소 하나 남기지 않고 정우에게 희롱된다. 은혜나 우림이랑 정을 나눴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그의 손놀림은 처음 경험하는 남성의 손놀림이 아니었다.
백전연마, 노병의 손놀림. 몇 번이나 여자를 따먹은걸까, 몇 번이나 그 물건을 남의 구멍에 쑤셔 넣은걸까.
쑤우욱─
“흐그읏!?”
퓨수수숫!
욕실이라 참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인지, 그녀의 비부에선 상당한 량의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물풍선 안에 물을 가득 채우고 입구를 막은 뒤 발로 밟는 것처럼, 그녀의 좁은 비부에서 새어져 나오고 뿜어져 나오는 애액은 바닥을 가득 적셨다.
“갔어?”
“흐, 흐냐아아앙─.”
마리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정우는 그녀가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다른 애들보다 민감하네.’
신체 능력이나 몸을 다루는 재능이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쪽으로 몸을 다루는 재능까지 뛰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물건을 물고 빨고, 안에 넣고 조이는 등 일련의 행동이 모두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우림이가 타고난 피지컬로 승부하는 ‘몸’의 천재라면, 그녀는 재능과 뒤따라오는 기술로 승부하는 ‘기술’의 천재였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맛이 느껴졌으며,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흐아, 하아, 흑, 흐으윽!”
게다가 감도만 높은 게 아니라 적극성과 승부욕까지 있어, 가고 가고 또 가버려도 스스로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대여섯번 갈때마다 정우는 한 번 갈까말까 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열 번을 가도 멈추지 않으니 결국 체력 차이로 인해 정우의 패배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전에!’
아예 움직이지도 못 할 정도로. 가고가고 또 가게 만든다. 정우는 그 생각의 그녀의 전신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뒷목을 살짝 깨물고, 쇄골부터 가슴까지 가볍게 쓰다듬고, 박을때마다 움찔거리는 뒷구멍을 살짝 풀어주기도 하고.
“흣, 흐읏, 학, 하아악! 아하아아아앙!!”
븃, 뷰륵, 퓨스스스스!
멀티 오르가즘.
여성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쾌락.
쉴새없이 몰아치는 쾌락의 파도에 그녀는 휩쓸렸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으로 건너 섬까지 헤엄쳐 다녀오는 그녀의 몸으로도,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사상 최고의 마약에는 이길 수 없었다.
결국.
털썩─
“흐아아악─.”
지쳐 쓰러진다. 쾌락에 못 이겨, 체력 소비에 못 이겨 쓰러진 그녀를 겨우겨우 부축한 정우는 흔들어 깨워도 정신을 차리지 않는 그녀를 보고서 물건을 빼냈다.
‘아직 한창인데.’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물건을 내려다보며 혼자서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저기, 정우야?”
“……왜?”
“들어가도, 돼?”
“……응.”
정우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문을 연 은혜는 최대한 안쪽을 보지 않고 고개만 내민 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 음. 나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오래 걸려?”
“아니, 됐어. 지금 다 끝났으니─ 아니지.”
마침 잘 됐다. 정우는 씨익 웃으며 은혜를 욕실 안으로 불렀다. 그녀는 어물쩡거리면서도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녀의 음부는 이미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 * *
“변태야, 너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우림이 꺼낸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정우는 속뜻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우림이가 이은 뒷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밤새 떡치는 미친놈년들이 어딨어? 피곤해죽겠는데 앙앙 신음이나 내뱉고, 이제 그만하겠지 싶어서 자려는데 한 년 더 추가해서 하고 있고.”
그녀의 불만은 정당했다. 하루종일 수영으로 피로에 쩐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이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옆에서나 화장실에서 떡을 치며 신음을 내뱉지를 않나.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두 명째가 들어가 연장전을 펼치지를 않나.
피곤하지만 않았으면 그녀도 참가했을 텐데 피로에 쩔어 그러지도 못 하고. 아주 그냥 죽여 버리고 싶었다.
“미안.”
“미안해…….”
“응, 미안.”
세 사람은 솔직하게 우림이에게 사과했다. 그녀들이 생각하기에도 밤새 신음을 내지른 건 심했으니까.
“하아, 빨리 돌아가기나 하자.”
원래라면 오늘 점심까지 신나게 놀고, 오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밤을 샌 세 사람은 지금 당장이라도 지쳐 쓰러질 기세였으니까. 이 이상 놀거나 뭘 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세 사람은 버스에 올라탔다. 하루에 딱 두 번 있는 시외버스. 이른 오전이나, 오후에 밖에 다니지 않았기에 빠르게 가야만 했다.
“어유, 벌써 가는겨?”
집주인 할머니가 나와 마중을 해주며 비닐봉투에 조개를 가득 담아 넣어준다. 정우는 감사하며 조개를 받았다.
“이야, 시골의 정이라는 건가?”
“그러네.”
“그냥 다음에 또 오라고 서비스해준 거 아닌가?”
조개를 들고 터미널로 향한 세 사람은 곧바로 버스에 올라탔다. 선물 받은 조개는 대충 버스 안쪽에 쑤셔 넣어둔 뒤 버스에 오르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진다.
* * *
“야, 일어나.”
“으으음…….”
누군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덕에 정우는 눈을 비비며 조심스레 일어났다. 그리곤 물었다.
“……벌써 도착했어?”
“마지막 휴게소래. 화장실이라도 다녀와.”
“응…… 고마워.”
정우는 기지개를 피며 버스 밖으로 나섰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온몸이 뻐근하고 방광이 가득 차 있었다.
터벅터벅 흔들리는 움직임으로 화장실로 향해 오줌을 누고 가볍게 세수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밤새 잠들어 있던 위가 이제 막 깨어나 슬며시 날아오는 휴게소 음식 특유의 냄새에 배가 고파져왔다.
‘뭐라도 사먹을까.’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지갑을 꺼내든 정우는 남은 돈을 확인했다. 택시도 카드를 안 받는 이 시대에선 현찰이 중요했고, 덕분에 정우도 많은 현찰을 들고 있었다.
“이거 1인분…… 아니 3인분주세요.”
결국 정우는 떡볶이와 통감자, 핫도그 몇 개를 사들고 버스로 귀환했다. 음식을 들고 버스에 올라타자 몇몇 사람들이 눈초리를 주긴 했지만 무시했다.
‘지들도 사먹든가.’
뒷자리로 가 아이들을 깨운 정우는 음식을 들어보이며 그들에게 내밀었다.
“으음…… 뭐야, 벌써 도착했어?”
“아니, 이제 곧. 간식이나 먹어.”
“어, 음. 고마워.”
마리는 정우가 내민 핫도그를 받아들며 한 입 베어 물었다. 은혜도 잠결에 뜨거운 통감자를 삼키려다 혀가 데였다.
“뜨허.”
“조심해야지.”
재빨리 시원한 물을 건네주고 입안을 헹구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출발했다. 네 사람은 이번 여행에 대해 즐겁게 떠들다 집에 도착했다.
“잘가!”
“조심히 들어가.”
우림이와 은혜는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집에 묵고 있는 정우와 마리만이 떠나지 않고 터미널에서 한참을 대기했다.
두 사람이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 때쯤, 정우가 입을 열었다.
“마리야.”
“응?”
“이제 슬슬, 나갈 준비해야지.”
“……어?”
청천벽력같은 이야기. 마리는 정우에게서 대뜸 집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