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NO.4 성예슬의 예술성 (61/218)



〈 61화 〉NO.4 성예슬의 예술성

모든 연주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은 서로 모여 수상자 심사를 시작했다. 모두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그 팀이죠?”

“그 팀밖에 없죠.”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들을 압도하는 훌륭한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 메인 보컬의 압도적인 기타 솜씨가 그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어린 나이에 그런 실력이면 아마 세계를 휘어잡을 기타리스트가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다른 애들이 조금 뒤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뒤떨어진다니요? 드럼도 키보드도 다른 팀들에 비해 부족한 느낌은 받지  했습니다만.”

“애초에 그렇게 따라 붙는 베이스도 엄청난 거 아닌가요?”

그들의 의견이 서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했다. 놀라운 사실은 대회 내 여러 팀들  어느 누가 잘났냐가 아닌, 한 팀의 멤버 실력이 어떻냐로 싸우기 시작했다는 사실.

이미  팀이 우승 후보인 건 확정이요, 서로의 전공분야에서 어느 멤버가 가장 훌륭했는지 떠들기 시작했다.

“드럼도 나쁘진 않았는데.”

“키보드도 전문적으로 배운 느낌이 나던데요?”

물론 드럼과 키보드도 훌륭했다. 고등학생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준수했으며 다른 밴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에이, 그 기타랑 베이스 상대론 솔직히 발목잡는 수준이죠.”

그러나 기타와 베이스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키보드나 드럼이 기본적으로 뒤에서 밴드를 받쳐주는 악기라고는 하지만, 앞에서 뛰어 나가는  사람이 날개를 단  날아다닌다면 받쳐주기는 커녕 발목잡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에 비하면 훌륭한 밴드지만…… 나머지 두 사람이 너무 뛰어나서 문제네요.”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서 문제라, 웃기는 일이네.”

한 명만 있어도 시대를 휘어잡을 천재가, 두 사람이나 같은 밴드에 속해 있다. 물론 드럼이나 키보드는 약간 부족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면 우승은 당연 그 밴드.

“그래도 될까요?”

“으음─ 솔직히 이거 우승 안 시키면 우리가  먹을거 같고…… 우승으로 하죠.”

“그렇게 하죠.”

그렇게 우승이 정해졌다. 성실고등학교 밴드부. 정우가 속해있는 밴드부였다.

* *

“우, 우승?”

“네. 오늘 연락 받았어요.”

“우리가 우승이라고?”

우승소식을 들은 정우는 곧장 예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솔직히 내심 기대하면서 두근거리고 있던 그녀는 우승 소식을 듣는 순간 만세삼창을 부르며 부실을 뛰어다녔다.

“꺄아아아아악!”

발을 동동 구르고, 가만있지를  한다. 방방 뛰어 당기던 그녀는 결국 기쁨을 참지 못 하고 정우를 껴안았다.

“네 덕분이야!”

“아, 선배. 좀 떨어져요.”

“싫어! 오구오구,  귀여운 녀석!”

예슬은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정우를 껴안은 채 들어올렸다. 하루종일 기타만 통통 튕긴다고는 믿기지 않는 완력이었다.

“윽!”

당연하게도, 그녀는 잠시 후 손을 놓고 정우를 떨어트렸다. 바닥에 착지한 정우는 어느새 자신과 키가 비슷해진 선배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뭐해요?”

“아니…… 역시 남자는 좀 무겁구나.”

“당연하죠.”

 그래도 성장기에 들어가 최근 키가 폭풍성장하고 있는 정우의 무게는 여성의 평균 체중보다 10kg은 더 나갔다.

잠깐이나마 정우를 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의 피지컬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체력은 높을수록 좋지.’

나중에 성장했을 때, 전세계로 콘서트를 나돌아 다닐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때 체력이 모자라면 큰일이다.

그런 면에서, 체력을 타고난 그녀의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 뭐, 상금 같은 거 있어?”

“상금이라고 할까…… 1등 상품이 기타던데요.”

“기타!?”

평생 개인 기타 하나 가져보지  하고, 항상 부실에 남겨진 오래된 골동품 기타만 가지고 연주하던 그녀는 새로운 기타가 생긴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무슨 기타!?”

“깁스라는데…… 잘 모르겠네요.”

“깁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기타는 기본적으로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먹는 하마다. 그래서 예슬은 항상 전문 판매점에서 손가락만 빨며 기타를 구경했었다.

깁슨은 그때 봤던 브랜드로, 비싸면 수억 원까지 올라가는 기타 중에서 엄청 좋은 명품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평작. 뭘 해도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브랜드였다.

물론 그것도 가격대에 따라 달라졌으며, 200만원 상당의 기타라면 지금 예슬이 사용하는 십수만  주고 구매한 중고 기타보다는 좋으리라.

“언제? 언제준데?”

“글쎄요. 일단 시상은 목요일이네요.”

“좋아쓰.”

이제 며칠 있으면 상품을 받는다는 사실에 예슬은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모습을 보며 정우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 솔직히  기타, 슬슬 맛이 가려고 하는걸.”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기타줄을 튕겨 소리를 들려 주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정우와 예슬처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곧바로 음이 이리저리 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맛이 갔네요.”

“그치? 조율 가격이 기타 가격이랑 비슷하다보니 수리하기도 아깝고…….”

확실히 오래된 중고 기타들은 만들어진지 오래되어 부품도 찾기 힘들고, 수리하는 비용보다 새로 사는 가격이 더 싸지기도 한다.

그렇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수리하는 데 망설여진다. 그 돈이면 새로운 기타를 하나  살 수 있으니까.

거기에 살 수 있는 기타도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망설이게 된다. 그렇게 수리는 점점 뒤로 미뤄지고, 돈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그러던 와중에 기타가 생긴다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수치로 잴 수도 없다. 지금만큼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기분이다.

“아, 맞다.”

“또  있어?”


“그리고 저희 밴드부가 우승했다고, 교장 선생님이 강당에서 연주 한 번 하라던데요.”


“……뭐?”


그 말을 들은 예슬은 살짝 당황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부실에 쳐박혀 기타나 연주하는 그녀지만 친구가 없는  아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모르는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일보다 아는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게  힘들다.

“아, 아니. 잠깐만. 애들 앞에서 연주를 하라고?”


“네. 그러던데요?”

성실고등학교는 이름과 다르게 그리 성실하지 않아서, 마땅히 자랑할 만한 업적이 없다. 밴드부가 입상한 대회는 그리 큰 대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국대회.

미성년, 성인 할  없이 모두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경연대회였으니, 그런 곳에서 우승한 기록을 교장이 두고 볼 리 없었다.

이미 그들이 우승했다는 현수막을 작성했으며, 다음주가 되면 교문 앞에 떡하니 걸려 전교생이 그들이 우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리라.


“으아아아아악! 쪽팔려서 학교 어떻게 다녀!?”

“밴드 하는  쪽팔려요?”

“아니, 밴드하는 건 괜찮아…… 근데, 이제 애들이 물어볼 거 아니야…… 밴드 왜 했냐고…….”

“그게 왜요?”


“난 남자친구 만들고 싶어서 밴드 시작했단 말이야! 근데 정작 생기라는 남친은  생기고, 우승이나 하고 앉았고…….”

“그게  대단한  아닌가?”

“쪽팔리잖아…….”


그녀는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기쁨보다, 학생들 앞에서 연주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큰 수치심을 느꼈다.


‘하긴, 우승하는 게 그만큼 당연하다는 건가.’

하긴 자신 같아도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우승에 큰 의의를 두지 않으리라. 어차피 자신들 같은 천재에겐 우승이란 길 가다 떨어진 동전을 줍는 일 같은.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일의 범주였으니까.

그에 비해 아무리 재능이 넘쳐 흘려도 인간관계는 어쩔 수 없다. 세계제일의 천재도 짝사랑은 실패하며, 숱한 천재들이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인해 망가지고, 부서졌다.

세계를 손아귀에 쥘 순 있어도,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잡을  없다. 그게 바로 인간이란 동물이었다.

“소개시켜줘요?”


“……잘 생겼어?”

“으음, 글쎄요. 객관적으로는  생겼다고  수 있을텐데.”


남자를 소개시켜준다는 말에 예슬이 곧바로 귀를 기울였다. 잘 생겼다라, 역시 남자든 여자든 속마음을 대놓고 말할  있게 되면 바라는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정우는 예슬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어때요?”


“응? 뭐, 뭐가?”

“잘 생겼지 않아요?”

가볍게 눈웃음을 짓자, 예슬은 그제야 눈치 챈 듯 얼굴을 붉히며 의자를 끌며 뒤로 물러났다.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요, 저 싫어요? 저한테 관심 있다면서요.”

“내, 내가 언제 그랬어?”

갑작스런 공격에 예슬이 몸을 뒤로 빼면서 저항했다. 그러나 그 저항은 실속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정우가 다가올때마다 예슬의 움직임은 느려졌고, 결국 정우는 예슬 앞까지 다가와 그녀 앞에서 살짝 다리를 굽혀 눈을 마주했다.


“어떠냐니까요?”

예슬의 목울대가 크게 요동쳤다.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듯 후들들 떨리기 시작하고, 그녀가 내뱉은 말들은 모두 모음과 자음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아, 음. 저, 그…….”


크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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