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NO.4 성예슬의 예술성 (69/218)



〈 69화 〉NO.4 성예슬의 예술성

꼼지락꼼지락.

깍지를 낀 두 사람은 말없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손가락과 손등, 손바닥의 감촉을 느낄 때마다 예슬은 자기 안에서 무언가 꿀렁이며 튀어 나오는 걸 느꼈다.

“안 그래요?”

“……아니야.”

“아, 그래요? 그럼 손 뺄까요?”

정우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하자 예슬은 기겁하며 그의 손을 꾹 잡았다. 살짝 아플 정도로 쥔 바람에 정우는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아, 안 돼!”

“……알았으니까 살살 잡아요.”

“아, 응. 미안……”

예슬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정우는 그녀의 무릎 위로 올라탔다.

“읏!?”

“선배. 왜 딴데 봐요? 지금 저랑 데이트 하는  아니에요?”

“마, 맞아. 데이트 하는 중이었지…….”

“그럼 누굴 봐야 한다?”

“……너.”

“잘했어요.”

포상 대신이라며 정우는 그녀의 남은 한 손을 붙잡고 깍지를 꼈다. 이렇게 양손을 깍지  채 그녀의 머리 뒤로 손을 밀어 붙이며 가까이 다가간다.

“움직이지 마요.”

“흐아아…….”

조금만 움직여도 입과 입이 맞부딪힐 그런 자세. 연인들이 그렇고 그런 행위를 할때나 하는 자세에 예슬은 아랫도리가 움찔대며 질척이는 걸 느꼈다.

어떻게 참았는데, 이런 걸 해버리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너, 너. 지금 뭐하는 건지 알……아?”

“뭘 해요, 하긴.”

“……나도 여자야. 네가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몰라.”

“어떻게 되는데요?”

씨익하고 자신을 비웃는 정우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예슬은 그의 몸을 소파 위로 밀어 넘어트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위에 올라타 가랑이와 가랑이를 맞붙혔다.

‘크, 크다.’

바지 너머로 느껴지는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의 가운데를 툭툭 쳐올리고 있었다. 옷가지가 얇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우의 물건이 커서 그렇다 보는 게 맞으리라.

“어떻게 되긴, 이렇게…….”

“손님.”

“!!”

뒤에서 들리는 종업원의 목소리에 예슬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만면에 미소를 가득 피우며 서있는 종업원이 있었다.

“너무 심한 애정행각은 삼가해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점원에게 질타를 들은 두 사람은 사과를 한 뒤 자리를 비웠다. 고양이 카페에 너무 오래있기는 했다.

밖으로 나와 약간은 서늘해진 공기를 맞고 열을 내린 예슬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성희롱때문에 분위기가 험해진 게 겨우 엊그제인데!’

 이런 짓을 해버렸다. 아마 다시 분위기가 험해지겠지. 그런 생각에 우울함에 빠진 예슬은 슬쩍 정우의 상태를 살폈다.

‘어라?’

그러나 예전 성희롱으로 불거졌던 때와 다르게, 지금 정우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가득 채운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음…… 미안. 내가 조금 흥분해서.”

“아, 그거요? 괜찮아요.”

“응?”

“그야 제가 일부러 그렇게 되도록 유도했으니까요.”

“……뭐?”

자신을 덮치도록 유도했다는 말에, 예슬은 순간 벙쪘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정우를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아까 제가 말했잖아요.”

휴대폰을 꺼내들며 말하는 정우의 말에, 그녀는 순간 머리속이 텅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우가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순간, 몸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나도 여자야. 어떻게 될지 몰라.]

정우를 덮친 채 그렇게 말하고 있는 범죄자가 찍힌 영상이, 그곳에 덩그러니 찍혀 있었다. 예슬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걸 빼앗으려 했지만 그보다 정우가 한 수 위였다.

“선배.  영상.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요?”

대놓고 남자를 덮치는 변태새끼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퇴학당할지도 모르고, 그녀의 꿈은 산산이 박살난다.

“이제 아셨죠? 선배.”

당신이 약자라는 걸.

* * *

동영상을 찍힌 선배는 순순히 정우의 말을 듣고 움직였다. 정우는 일단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의 패션부터 뜯어고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게 뭐에요? 여친룩이면 여친룩, 펑크룩이면 펑크룩. 하나로 통일해야지.”

찢어진 티셔츠와 핫팬츠위로 니트 가디건을 걸친다?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하나의 룩으로 보기엔 맞지 않았다.

마치 게임에서 세트 아이템을 따로따로 입은 듯한 불편함. 그 불편함을 참지 못 했던 정우는 곧장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어울리는 옷이…….”

그녀 본인이 펑크한  좋아하고 생긴것도 고양이를 닮았으니, 쭉 빠진 고양이처럼 가꿔주자고 생각한 정우는 쫙 달라붙는 검정색 레깅스에 마찬가지로 몸매를 드러내는 티셔츠, 그 위에 걸칠 옷을 하나 골라주었다.

“여자친구분이 진짜 예쁘시네요!”

“감사합니다.”

직원의 입에 발린 칭찬을 들으며 예슬을 코디해 몇 가지 옷을 코디해준 뒤, 전부 결제했다. 그녀에게 결제시킬 수도 있었지만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나.

“328,000원입니다!”

“카드요.”

“감사합니다!”

“사, 삼십이만 원…….”

예슬은 옷 가격을 듣고 벙쪘다.  개 사지도 않았는데 30만원. 그 돈이면 하루 두 끼 국밥으로 든든하게 먹어도 한 달은 쓸 수 있는 돈!

그런 큰돈을 자기를 위해 쓰는 정우를 보고, 예슬은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다.


“아니, 나 이런 거 필요 없는데…….”

“누가 선배 좋으라고 사는 줄 알아요? 다 제가 좋아서 사는거지?”


“그치만…….”

“됐고. 거지꼴 하고 다니는 모습 볼바에 돈 쓰는 게 나아요.”

강압적으로 앞세우는 정우의 논리에, 예슬은 어쩔 수 없이 그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확실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보다  예뻐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으론 그녀가 아름다워진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녀를 오락실로 끌고 갔다.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배경, 그리고 펑키한 그녀의 룩이 합쳐지자 말할 필요도 없이 락커라는 분위기를 내는 미소녀가  명 탄생했다.


“여긴 왜 왔어?”


“네? 뭐요? 잘 안들리는데?”

“여긴 왜 왔냐고!”


“오락실에  오겠어요?”


이 게임 속 배경의 오락실은 양아치들의 소굴이다. 지금도 담배 냄새가 뻑뻑 올라오고 보기 드문 남자가 들어오자 시선이 모여든다.


은혜랑은 오지 못 하고 금세 도망친 장소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어지간한 양아치보다 쎄보이는 언냐 펑크룩 예슬과 같이 왔으니까.

“게임하러 오지.”

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한 게임기를 가리켰다. 마차처럼 생긴 어느 좁은 방 안에 들어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조종하고 싸우는 전투기 조종 시뮬레이션 게임.

예슬과 함께 게임기에 앉은 정우는 그녀의 어깨와 허벅지가  달라붙을 정도로 가깝게 달라 붙었다. 애초에 게임기가 작으니, 어쩔  없었다.


[GAME START!]

게임이 시작되자, 기계가 약간 떠오른다.  게임기는 이 시대 최신품으로, 무려 게이머의 움직임에 따라 기계가 약간 흔들리는 기능을 갖췄다.

당연한 소리지만 전투기 조종 시뮬레이션 게임이 얌전할 리 만무. 마구잡이로 흔들리며 두 사람은 옥체를 섞었다.

“오오!”

조종하는대로 움직인다는 신문물에 올란 예슬은 감탄을 내뱉으며 조종에 집중했다. 정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살피다 은근슬쩍 그녀를 잡아당겨 자신의 위로 올려 놓았다.

“꺄악!?”


갑자기 몸이 쏠리자 균형을 잡지 못 하고 정우 위로 올라탄 예슬은 흔들리는 게임기 속에서 정우의 향기를 맡게 되었다.

좁은 실내.  달라붙은 두 사람. 10대 청춘 특유의 페로몬이 미친듯이 두 사람을 자극했다.


둥둥둥둥!
오오오오!


마침 밖에서 누군가 DDR 기기 위에서 춤추며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어, 오락실 내부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시선이 사라진 걸 확인한 예슬은 은근슬쩍 정우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려 놓았다. 단단한 가슴. 반 년이 넘는 운동으로 완성된 정우의 갑빠는 사뭇 여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가슴이었다.

“……후회 안 해?”


“무슨 후회요?”


“나란 여자.  밖에 몰라서. 내가 가지고 싶으면 다 가져야 하거든.”

그러니까, 정우에게 애인이 있든 말든 상관 없다. 가지고 싶다. 그러니까 갖는다. 그게 락커다. 그게 에고이스트다.


“해보세요.”

그 말을 들은 예슬은 곧바로 정우의 입에 입술을 맞댔다. 그녀에게 있어 첫 키스. 그러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온갖 영상매체로 키스하는 법을 배운 그녀는 곧바로 입을 벌리고 혀를 안으로 넣었다.

쯔업. 츠으읍.

지식은 있지만 경험은 없어 미비한 혀놀림을 정우가 커버한다. 그의 혀가 마치 뱀처럼 예슬의 혀를 한 바퀴 감싸고 그대로 잡아당긴다.


입안 전체가. 아니, 그를 넘어 정신 자체가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세상이 마치 블랙홀 같은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하아, 하아…….”


“쓰으읍.”


입을 떼어낸 두 사람 사이에 은빛 실이 길게 늘어진다. 예슬은 손으로 침을 닦아낸  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만 더.”

“오세요.”


그 말에 예슬이 다시 한 번 정우에게 달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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