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NO.5 미주알고주알공자왈 (72/218)



〈 72화 〉NO.5 미주알고주알공자왈

예슬을 가버리게 한 뒤, 정우는 천천히 물건을 빼내며 질척거리는 자신의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한탄했다.

‘실수했다.’

그도 사람이다. 항상 실수 없이 일처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전생이었으면 눈도 못 마주칠 미소녀들과 매번 떡을 치는 데 한 번도 빠짐없이 콘돔을 쓸 수는 없다.

아니, 정확히는 그도 욕망에 져버렸다.

‘어째서?’

정우는 자신이 실수한 이유에 대하여 고찰했다.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는 아니었으나 어떤 이유로 실패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다음에 또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여러가지 욕구가 쌓였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필이면 시험기간이라…….’

여체의 맛을 알게된 이후로, 정우는 자위를 끊었다. 그런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언제든지 마음 먹은 대로 쓸 수 있는데 굳이 손에 맡길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나 시험등 여러가지 일이 겹쳐 꽤 오랜 기간 정을 배출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쌓였더라면 몽정으로 정액을 배출했을 정도로.

그런 상황에서 미소녀라고 할  있는 예슬이를 자기 마음대로 꾸몄고, 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상황이 되자 참을 수 없었다.

청소년기 남자의 한  묵힌 성욕은 어지간한 이성을 날려버리고 행동시키기엔 충분했다.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지.”

정우는 상점에서 사후피임약을 구매했다. 임신의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덜컥 임신시키는 것 보다야 낫다.

예슬이 잠든  시간이  지났으니 슬슬 일어날 타이밍. 정우는 일어나자마자 먹을 아침을 준비했다.

‘원래 첫날 밤 다음에는 미역국이 최고지.’

원래는 출산 후 여성이 먹는 음식이지만, 출산해서 피를 흘리나 뚫려서 피를 흘리나 그게 그거니까.

정우가 식사를 준비하자 예슬이 잠들어 있던 방안에서 슬며시 기어 나왔다. 그녀는 정우의 얼굴을 한  마주하곤 새빨개진 얼굴로 다시  안으로 들어간 뒤 고개만 빼꼼 내밀어 정우에게 인사했다.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아침이라기엔 살짝 일렀지만, 빠른 아침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맞으리라. 정우와 예슬의 대치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예슬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아침은 가볍게 미역국 끓였어요.”

“가볍게……?”

“아, 고기라도 구울 걸 그랬나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은 알고 있지만 맨  좋아하는 것만 먹어도 질리는 법. 이렇게 그녀의 몸을 생각하고 만들기도 편한 음식이 좋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이 다 끓고, 정우는 예슬에게 테이블 세팅을 지시했다. 그녀는 국과 밥을 퍼다 나르고 반찬을 세팅했다.

순식간에 가정식 한 상이 완성되고, 정우는 가볍게 기도하곤 밥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정우의 음식 솜씨를 알고 있던 예슬은 아무 생각 없이 국을 한 입 떠먹었고, 약간 꿉꿉했던 속을 단숨에 풀어내는 감칠맛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순간 그녀는 어젯밤 정우에게 정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까먹은 채 식사에 집중했다. 모든 반찬이 어지간한 전문점에서 파는 것보다 나았고, 따끈따끈한 밥에 미역국을 말아먹자 국밥이 따로 없을 정도로 개운했따.

식사를 마친 뒤 정우는 그녀에게 슬며시 피임약과 물 한잔을 건넸다. 정우게 약 같은 걸 건네자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였지만, 금세 그 약이 무슨 약인지 깨닫고 다시 고개를 붉혔다.

“……이거 그거지?”

“네. 드세요.”

“……응. 알았어.”

그녀도 이 나이에 임신하는 건 조금 곤란했는지, 아무 투정 없이 약을 집어 삼켰다. 그녀가 목구청 너머로 약을 삼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우는 식기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나마 선배는 먹으라면 먹네.’

만일 은혜나 우림이에게 질내사정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먹는 척 하며 먹지 않거나, 아예 임신이 꿈이었다며 질척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선배기에. 록하고 쿨한 선배기에 정우는 안심하고 질내사정을 했다. 자신이 싸지른 또 하나의 이유를 깨달은 정우는 묵묵히 설거지를 해나갔다.

“저, 내가 할 게.”

“앉아계세요. 손님인데.”

“그래도…….”

“방해되니까 TV나 보고 계세요.”

“……그럼  있을게. 뭐 도와줄 일 있으면 바로 불러?”

“네.”

예슬이 거실로 떠나고, 정우는 머리를 비우고 묵묵히 설거지를 해나갔다. 여러가지 스킬들이 있어서 그런지 설거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친 정우가 거실로 향하자 예슬이 급하게 채널을 돌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남의 집에서 저렇게 수상한 행동을 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붉어진 예슬의 얼굴과 몸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한 결과, 어젯밤 그 동영상을 보다가 껐다는 게 기억났다.

그리고 IPTV의 특성상 TV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선배?”

“어, 어. 왜?”

“뭐 보고 있었어요?”

“그, 그냥 뉴스?”

“에이. 보면 다 나오는데?”

당황한 예슬의 손에서 리모콘을 뻇은 뒤, 시청 기록을 확인한 정우는 그녀가 어젯밤 보고 있던 19금 야한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물론 IPTV에서 상영하는 만큼, 인터넷으로 보는 야동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젯밤 이 영상을 보고 곧바로 떡을 쳤기에 기억이 리프레시 되어 몸이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젖었죠?”

“뭐?”

“젖었네.”

흥분한 암컷의 냄새를 맡은 정우는 예슬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안에 싸지 않으리라. 방에서 챙겨온 콘돔을 꺼내며 내밀며 말했다.

“씌어줘요.”

이번엔 안전하게.


* *


학교에 등교한 정우는 개운하다는 듯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 착석했다. 실수긴 했지만 질내사정은 상당한 포인트를 지급했다.


‘이정도였던가?’

게임 속에선 콘돔을  쓰니까 몰랐는데 의외로 질내사정이 큰 포인트가 되었다. 이정도면 다른 히로인들에게도 그냥 싸지르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위험하지.’

피임약은 여성의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 본인들도 피임약을 먹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리라. 그러니까 콘돔을 낀다.


‘스킬을 살까.’

무정자증이라는 스킬이 있다. 자유자재로 정자를 없애거나 만들 수 있는 능력인데 비싸다. 100포인트. 질내사정을 해서 얻는 포인트와 비슷하니 본말전도였다.


‘그 포인트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콘돔을 끼거나 약 하나 먹으면 되고.  뭐하면 수술로 잘라도 할 수 있는 걸 굳이 값비싼 포인트를 주고 산다?


낭비였다. 필요하다면 포인트를 아끼지 않겠지만 대체제가 있는 지금 굳이 포인트를 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우야.”

“어, 왜?”

“선생님이 부르던데.”

“쌤이? 알았어.”


포인트를 어떻게 하면 알뜰살뜰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정우는 같은 반 반장의 말에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그를 기다렸다는 듯 담임 선생이 버선발로 뛰어와 그를 맞이했다.


“정우야. 어서오렴.”


“무슨 일이세요?”


“응. 별  아니고…….”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팜플렛 한 장을 건넸다. 그걸 건네받은 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전국 과학 경시대회]

“경시대회는 왜?”


“나가볼 생각 없니?”


“……제가요?”

경시대회는 보통 2학년, 3학년들의 내신 부풀리기를 위해 고학년들에게 양보하지 않던가? 그런데 거기에 자신을 추천하다니?

“으음, 왜요?”


“아하하, 시기가 시기다 보니까.”

하긴 어느덧 10월. 수능도 한 달밖에 안 남았으며 수시 합격자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3학년들은 수능에 집중하느라 이런 대회는 멀리할테니 남는  1학년 2학년뿐.

그 중에서 팀을 뽑는다면 성적이 좋고 성실한 정우를 뽑는 게 낫겠다는 게 학교의 판단이었다.


‘경시대회라.’


왜 이런 시기에 여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경시 대회란 천재들의 장 아닌가? 미래를 선도할 천재들이 각자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발표하고 선보이는 장소.


그런 곳에 가짜 천재인 자신이 함부로 참가해도 될 것인가, 스스로 이뤄낸 것은 단 하나 없이 그저 치트키에 가까운 수법으로 천재가  자신이?

‘안 될게 뭐가 있어?’

된다. 어차피 엔딩을 보면 떠날 세상. 까짓  안 될게 뭐가 있나? 평생 얼굴보고  것도 아닌데!

“할게요.”


“그래? 잘 됐네. 아! 한   있으니까 알고 있어.”

“……한  더요?”


이런 시기에 하는 경시대회에 참가하려는 사람이 자신 말고 한 명 더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학교엔 학년마다 삼백 명. 전교에 천 명 가까이 있으니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상할 것 없다.


“알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정우는 교실로 돌아가 잡담을 떨다가 방과 후. 경시 대회 준비를 위해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로 향한 정우가  것은, 기다란 생머리에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2학년 선배였다.

‘어라.’


어디선가 본 기억이  그녀의 명찰을 살폈다. 공자희.

‘아.’


이름을 보고나서야 머릿속에서 간질거리던 게 쏴악 풀리며 깨달았다. 한 학년 위의 히로인 중 하나.


냉철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쿨데레 히로인.

“반가워요 선배.”

지금부터 공략할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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