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NO.5 미주알고주알공자왈 (83/218)



〈 83화 〉NO.5 미주알고주알공자왈

경시 대회가 시작됐다. 그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신들이 발표할 ‘세계를 놀라게 만들’ 연구들을 마지막까지 다듬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정우와 자희는 둘의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동안 너무 많은 뇌세포를 불태운 두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마냥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성실고 팀! 성실고 학생분들! 차례입니다!”

그때, 진행위원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터덜터덜 그 앞으로 향했다. 심사위원들은 멍한 두 사람을 보고 괜찮느냐는 말이 먼저 나왔다.

“괘, 괜찮니?”

“……예.”
“……괜찮습니다. 진행하시죠.”

“흠흠, 그럼. 작품 소개 시작하도록.”

나이가 지긋한 심사위원이 헛기침을 내뱉고 두 사람이 만든 게 무엇인지, 무슨 과학적 발견을 목표로 한 건지 질문했다.

정우는 질문을 듣고 준비해두었던 모법답안에 맞춰 답했다.

“원래 증명이 틀렸다는 가정하에 만든 시제품이고…… 실제로 작동도 가능합니다.”

“……틀렸다고 가정한다니, 학부생도 되지 못한 자네들이 어찌.”

“과학에 선후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있는 건 오직 진실과 진리뿐이죠.”

“허허, 광오하구만. 그래. 과연 결과물도 그런지 살펴볼까?”

심사위원들이 가볍게 웃으며 정우와 자희가 완성한 수식을 살펴보았다. 행성 자기추진 발전생태. 이름만 들으면 그럴싸한 하부생 논문이었지만─

각자 한 대학에서 교수를 맡아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그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논문은 장난이 아니고, 거짓이 아니며,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누가 이런 걸…… 아니, 아니야.”

심사위원들은 처음엔 그들 뒤에 누군가 있어서 대리 출품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낮은 것들이나 그런 거지, 막말로 자명한 과학 잡지에 출품하면 노벨상을 노려볼만한 수준의 논문이다.

그런 걸 고등학생들한테 뿌려? 논리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과 교수들은 비논리적인 상황을 제일 싫어했다.

불가능한 일을 모조리 제외하면 남는 것이 아무리 믿지 못할 일이라고 할지어도 사실이라고 했던가.

그들은  두 명의 천재가  논문을 써내렸다는 걸 인정할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만들었다면…….’
‘살아 숨쉬는 노벨상제조기…….’
‘그 스승이 된다면?’

천재를 기른 스승의 자리가! 당장 논문을 내려놓은 그들은 정우와 자희에게 논문 내용을 질문했다. 형식적인 일이었다. 어차피 그들이 쓴 논문이라면 전부 숙지하고 있을테니까.

“여기 이 부분, 왜 이렇게 썼지?”

“앞부분 증명과 이어집니다.”

“여기는? 계산식이 틀린 거 아닌가? 자기장이 pH에 영향을 받는다면…….”

“원 명제가 틀렸다는 가정이기에 동시에 딸려오는 여러 가지 수식이 바뀌게 됩니다.”

그들은 논문 내용마저 숙지하고 있었다. 완벽했다.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곧장 자희의 양손을  붙잡은 심사위원은 자신이 심사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본론을 꺼냈다.

“우리 연구실에 오지 않겠나?”
“아니, 우리 대학으로!”
“자네들 지금 뭐하는 건가! 심사중이라는 걸 잊은건가!?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장소구분도 못 하는 양아치들이 아니라 우리 대학은 어떤가. 장학금 지원도 해주겠네.”

주위 학생들은  모습을 보고 사기가 퍽 깎였다. 자신들이 무슨 작품을 내더라도 저런 반응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희와 정우는 서로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그래! 여기 명함을 줄테니까 꼭 연락해줘!”
“반드시 연락해야한다!  하면 찾아 갈거야! 성실고라고 했지!?”

심사위원들이 다른 진행위원들에게 밀려 다른 학생들 출품작을 보러 가고 나서야, 소란은 잦아들었다. 그 순간 정우는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 * *

“우승은 성실고등학교입니다!”

짝짝짝짝─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고지 받았다. 확정은 아니었던 사실이 확정되었을 뿐. 미리 알고 있던 학생들은 그 덕분에 피해를 덜었다.

정우와 자희는 당연하다는 듯 제의를 받았다. 바로 그들이  논문을 외국 과학 잡지에 출판하자는 제의.

“저흰 아직 고등학생인데 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들이 도와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이런 분들이 아니신데…….”

진행위원이 심사위원을 맡았던 교수들의 의견을 대신 전달했다. 정우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논물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교수 자격이 없다. 지식이 부족해서든 과학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든.

정우는 자희와 의견을 나누고, 알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외국 잡지에 출품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과학 잡지에 올라가서도 반 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기에, 교수님들은 자기들 인맥으로 다른 논문 사이트에 업로드하게 해달라 말했다.

대학생도 되지 않은  사람이 제 1저자로 들어가는 건 약간 이상했지만, 그 누구도 그에 토를 달지 않았다.

심지어 교수들은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겠다며 논문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건 신성한 논문에 재를 뿌리는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자존심이 있었다. 아무리 인지도가 필요해도 그렇지 고등학생이 쓴 논문에 이름을 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정우와 자희의 논문이 과학 잡지에 출품되고, 논문 전용 아카이브 넷에 업로드 되었다. 교수들은 그럴싸한 이름을 작명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원래 어느 쪽이든 자극적인 이름을 짓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별 이상한 제목의 논문이라면 필즈상을 탈 정도의 논문이어도 봐주지 않았다.

10년 전과는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매일 수천 편의 논문이 업로드 되는 시대였고, 그 중 사람들이 읽는 건 수십 편도 되지 않았다.


교수들은 [Unlimited impact Damaging of Planetary magnetic field] 라는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법한 제목으로 논문을 업로드했다.

* * *


“축하해.”


“그래. 고마워.”


정우는  말 자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이 대회 수상 축하를 벌인 것이다. 평생 야한 책 한  보지 않은 자희는 아무런 사심 없이 정우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온 정우는 몰래 준비해둔 술을 꺼냈다. 샴페인. 축하를 위해 사놓은 물건이었다. 술을 본 자희는 법률에 의거하여 술을 마시는  거부했다.

“만 19세 미만은  마시면 안 돼.”


“마셔도 되는데? 법이 금지한 건 음주가 아니라 판매거든?”

“……그래?”


“판매한 사람만 없으면 만취해도 상관없다고.”

실제로 미성년자 음주를 처벌하는 법령은 없다. 대놓고 사는 게 불법일뿐이지, 술담배를 피고 마시는 건 자유라는 뜻이었다.


그 법령에 의거하여 정우는 자희와 술잔을 나눴다. 자희는 자신만만했다. 술에 취하는 건 알코올분해효소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환해서 생겨나는 현상.


그걸 알고 있으면 간의 움직임을 조절하여 술에 취하지 않을 수 있다.


“흐으으…… 정우 너…… 언제 원자겹침 상태가 됐냐……?”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왜  명이 됐어?”

“취했구만?”

그런 만화같은 일이 실제로 가능할 리 없다. 술에 약한 그녀는 금세 만취하여 제 몸을  가눌 정도가 되었다. 정우는 그 사실을 파악하고 그녀 앞에 놓여진 술잔을 치워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정우의 손목을 탁 붙잡으며 막아섰다.

“……뭐하는거야.”

“취했잖아.”

“안 취해거∼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정우의 손목을 흔들어 술잔을 뺏으려 들었다. 당연 액체가 앞뒤로 흔들리고 멀쩡할 리 없다. 유체역학과 고전역학에 따라 정우의 팔을 타고 흐르는 술을  자희는 손목을 흔드는 걸 멈추고 정우의 팔에 가까이 다가갔다.


“뭐야,  흘려…… 아깝게.”


손에 달라붙어 흘러내리는 술을 혀로 핥아마시며, 그녀는 천천히 천천히 정우쪽으로 다가왔다. 팔목에 이어 팔뚝을 핥던 그녀는 단단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툭툭 찔러보았다.

“……이게 뭐야.”

“뭐야, 이것도 모르는 거야?”


“아니, 알지. 남성은 성적 흥분을 하게 되면 자율신경계의 신경 반응으로 해면체에 신호를 보내게 되고, 신호를 받은 해면체는 주변의 피를 급격하게 빨아들여 크게 팽창한…… 히끅!”


그녀는 설명을 하다 말고 딸꾹질을 내뱉기 시작했다. 정우는 그녀가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조심스레 정우의 품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자기 다리를 감싸 안으며 정우에게서 몸을 보호했다.

“너, 너…… 나한테 성적 흥분을 느끼는거야……?”

“그럼─ 내가 관심도 없는 사람을 집까지 데려오고, 술까지 먹였을까봐?”

“아, 아니. 잠깐. 남녀의 경험은 그리 기분 좋지 않다는 말도 있고, 서로 흥분한 상태가 아니면…….”

“그러는 너도,  흥분한 거 같은데.”


“으, 응?”

쿡.


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부풀어 오른 가슴을 찔렀다. 옷가지와 속옷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딱딱한 무언가가 손가락에 걸렸다.

“흥분했지?”

“……아, 아니야.”


“그럼, 이렇게 만져도 아무렇지 않겠네?”


그렇게 말하며 속옷 안으로 손을 직접 집어 넣는다. 딱딱해진 유두가 손에 닿자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뒤로 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로 움직이는 게 아무리 빨라도 앞으로 가는 정우보다 빠를  없다.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정우에게 붙잡힌 그녀는 크게 고개만 젓는다.

“아, 아니야. 나, 흥분  했어…….”


“그래? 사실 나도 그런데.”

“저, 정말?”


“응. 정말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우의 손길은 재빠르게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상하의를 동시에 벗겨낸 정우는 곧장 그녀의 속옷을 확인했다.


위아래 짝짝이인, 그리 귀엽지 못 한 속옷이었지만 팬티 한 가운데가 살짝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거짓말, 했네?”

“너, 너도. 흥분한 거 맞잖아…….”

“응. 나는 거짓말 했어.”

그러니까.

“서로, 거짓말한 벌을 받아야지.”

정우는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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