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Chapter2. 1학년의 끝
은혜를 업고 집으로 돌아온 정우는 곧장 은혜를 소파 위에 털썩 눕혀 놓았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운동능력으로는 같은 나이대의 여성을 업고 돌아오는 게 상당히 힘들었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몸과 평균보다 살짝 작은 은혜의 체구 덕분에 어찌어찌 그녀를 업고 집까지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전신이 땀투성이가 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아니. 오히려 겨울이기에 더더욱.
두껍게 껴입은 은혜를 데리고, 손발이 얼어붙어 새빨개지도록 그녀를 업은 채 길거리를 주파하고 나니 감기에 걸릴 거 같았다.
“나 씻을테니까. 쉬고 있어.”
“저, 정우야!”
“왜?”
씻으러 들어간다는 정우를 멈춰세운 은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나도 같이 씻을까아?”
“같이 씻을까는 뭐야.”
하지만 잠시 생각해본 정우는 그녀도 상당히 추웠을거라는 걸 떠올렸다. 하복부가 질척하게 젖은 채로 길거리를 돌아다녔으니, 아랫도리가 얼어붙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 같이 들어가자.”
“저, 정말?”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하겠냐?”
옷을 죄다 벗어던진 정우는 곧장 은혜의 피부에 달라붙은 옷들도 죄다 벗어던진 뒤 세탁기에 넣고 돌려 버렸다.
그러자 은혜는 자기는 뭘 입냐며 물었지만, 정우는 그건 미쳐 생각 못했다는 듯 잠시 침묵에 빠졌다.
“내 옷 빌려줄게. 옛날에 입던 거 있어.”
아쉽게도 속옷은 없었지만, 그녀가 입을만한 옷들은 많았다. 정 뭣하면 자신이 입는 티셔츠를 줘도 되고. 체격 차이가 있으니 아마 그녀가 입으면 딱 알맞은 크기가 되리라.
쏴아아아─
안으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틀어놓은 정우는 욕조에 물이 차는 동안 몸을 씻었다. 은혜도 그 옆에 딱 달라붙어 샤워기 호스의 물을 맞았다.
원래 1인 1호스가 기본으로 설계되어 있던 만큼, 두 사람이 한 호스 아래에 들어가기엔 상당히 좁았지만…….
“꼬, 꼭 이렇게 씻어야 해?”
“좁아서 어쩔 수 없잖아.”
정우는 은혜를 꼭 껴안은 채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머리로 받아냈다. 품속에 껴안긴 은혜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고 정수리 냄새를 맡기도 하고, 크게 발기한 물건을 그녀의 엉덩이에 이리저리 비비기도 했다.
그렇게 꼭 껴안고 얼마나 지났을까, 뜨거운 물에서 나온 수증기로 욕실 안 유리란 유리에 김이 가득 끼었을 때.
욕조가 반쯤 차올랐다. 아직 반까지 밖에 차오르지 않았지만 그 정도에 두 사람이 들어가면 충분히 물이 차오른다는 걸 2200년 전 그리스에서 똑똑한 누군가가 증명했다.
정우의 계산대로, 두 사람이 한 욕조에 들어가자 허리춤까지밖에 차오르지 않았던 물이 가슴께까지 차올랐다.
욕조 안에 들어간 정우와 은혜는 몸을 녹이는 따듯한 욕조에 푹 늘어졌다. 정우는 재미로 구매했던 비싼 입욕제를 풀었다.
밋밋한 물이 마치 고급 풀마냥 변하고, 장미꽃에서 추출한 달콤한 향기가 피어 올라왔다. 은혜도 정우도 겨울바람에 얼어붙은 피부가 풀려나가고, 마치 고급 호텔마냥 향기가 술술 피어 올라오는 욕조에 들어가 있자, 분위기가 금세 달아올랐다.
그리고 머리도 같이 녹은 그제야, 은혜는 자신이 정우와 같이 목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툭툭.
“왜에에─.”
“아니, 이거…… 풀어줄까?”
은혜는 발을 슬쩍 들어 올려 발기한 정우의 물건을 툭툭 건드렸다. 물속이라 마치 해삼을 건드리는 듯한 감촉이었다.
저런 게 자신의 안으로 들락날락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물속에 사는 해상생물마냥 괴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정우의 자지를 발가락에 끼고 위아래로 쓱쓱 움직이자 정우가 좋다는 듯 풀어진 얼굴을 내보인다.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정우가 자신의 발길질에도 느낀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은혜는 다른 한 발도 모아 양발바닥을 이용해 정우의 물건을 애무했다.
풋 잡. 흔히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남자가 더 귀하게 여겨지는 이 세상에선 쉽게 보지 못하는 체위.
부드러운 발바닥의 살결이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걸 느끼며, 정우는 전신이 노근노근 해지는 걸 느꼈다. 얼어붙던 몸이 풀리고 물건은 여성의 발로 애무당하고.
그렇게 한참을 풀어져있던 정우는 사정감을 느끼자마자 은혜를 끌어 당겨 자신의 위에 앉혔다.
“저, 정우야? 왜?”
“이리 와. 쌀 거 같으니까.”
정우가 만일 자신만의 쾌락만을 중시하는 성적 사이코였더라면, 이대로 물속에 그녀의 얼굴을 집어넣고 입으로 빨게 시켰겠지만 정우는 그런 사이코가 아니었다.
다행히, 평범한 성벽을 지닌 사람이었다. 곧장 은혜를 끌고 온 정우는 그대로 은혜를 살짝 들어 그녀의 음부를 조준했다.
따듯하다 못해 뜨겁기까지한 음부를 조준한 정우는 그대로 허리를 올려쳤다. 처음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질 내부를 탐험하고 다시 한 번 허리를 내빼자 그제야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물건을 꽉 조이는 질근육에, 이미 어느정도 사정감을 느끼고 있던 정우는 곧장 사정해버렸다. 움찔움찔 물건이 움찔거리며 아기씨를 내뿜자, 그걸 느낀 은혜도 몸을 부르르 떨고는 정우에게 몸을 기댔다.
그리고 큰일났다는 듯 화들짝 놀라며 몸을 들썩였다.
“흐읏! 자, 잠깐만! 저, 정우야!”
“……왜에에?”
“지, 지금. 안에. 안에에…….”
“……아. 맞다.”
머리도 같이 녹은 정우는 그제야 자신이 멋도 모르고 질내사정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클났다.”
곧장 욕조에서 일어난 정우와 은혜는 질 안에 파고 들어간 정액을 긁어냈다.
* * *
“일단 이거 먹어.”
“이게 뭔데?”
“필. 사후피임약이야.”
정우는 어쩔 수 없이 상점에서 사후피임약을 구매했다. 1포인트가 아깝기는 했지만, 남자가. 그것도 고등학생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어디가서 약을 구해오겠는가?
사후피임약을 받은 은혜는 진위여부를 의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우가 이런 걸 들고 다닌다는 사실에 약간 서운해졌다.
남자가 어째서 사후피임약을 들고 다니겠는가. 바로 질내사정을 하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겠는가?
‘나한테는 이번이 처음이면서.’
약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다른 사람들에겐 자주 싸지르나보지? 그런 생각이 은혜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자 기분이 팍 상하고 말았다.
‘누구야? 우림이? 마리? 아니면 예슬 선배? 그것도 아니면…….’
정우가 만나는 여자란 여자는 죄다 리스트에 오른다. 그 모두가 용의자였다. 약이 새거인 걸 보면 자신이 처음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
“정우야.”
“어, 왜? 아. 물 줄까?”
“응. 물 줘.”
정우는 곧바로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왔다. 은혜는 그 사이 약품의 제조일자를 뒤적거렸다. 아쉽게도 그런 게 적혀 있지 않았다.
“자.”
“고마워.”
자연스럽게 약을 다시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고, 물을 건네받아 약을 삼켰다. 정우가 질내사정을 해줬다는 사실을 기뻤지만, 그녀도 원치않는 임신은 피하고 싶었다.
정우라면 그녀가 임신하더라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질 테지만, 그에게 약간의 부담이라도 준다는 사실이 기껍지 않았다.
약을 목 넘기며, 은혜는 이제 임신의 위험은 피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어라?’
이제, 임신하지 않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약의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질내 사정 걱정 없이 질퍽질퍽한 생 삽입 질싸를 즐길 수 있다는 거 아닌가?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터져나가는 순간, 은혜는 다급한 목소리로 정우를 불렀다.
“저, 정우야!”
“응?”
“그, 있지…….”
그러나 아무리 연인 같은 사이라고 할지어도, 오늘 밤 네 생 자지를 박아서 질척하게 정액 범벅으로 만들어줘. 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었더라면, 그녀는 진즉에 그런 일들을 하고난 이후였을테니까.
그러니까.
“그, 그. 그러니까…….”
“왜?”
정우가 눈치껏 눈치차려주기를 바랬지만, 그것마저도 무리인 듯 했다. 그는 평소엔 눈치가 흘러넘치다 못해 배려심에 다시 한 번 반해버릴 정도지만, 의외로 성적인 부분엔 둔감했다.
결국 어찌저찌 무한으로 즐기는 생질싸에 넘어간 은혜가 용기를 얻어 정우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정─.”
띵똥!
“……내가 나갈까?”
“아니, 우리집인데. 누구지?”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음에도 들렸다는 사실에, 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림이와 함께 들어왔다.
“짜잔! 서프라이즈!”
그녀는 양손에 케이크와 샴페인을 들고서 나타났다. 그리곤 멍하니 앉아 있는 은혜를 슬쩍 보더니 금세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를 채고는 미소를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아아, 미안. 내가 눈치가 쪼오오금 없었네?”
죽여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