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NO.6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온다
정우가 아름의 자위를 목격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전학생인 아름은 어느새 반에 동화되어 마치 초창기 때부터 있던 학생인양 아이들과 어울렸고, 정작 처음부터 아이들과 함께 했던 정우는 여전히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했다.
이걸 타고난 사교성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열정을 다 태워버린 20대 후반과 뭘 하든 뜨겁게 타오르는 10대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얘, 점점 더 심해지는 거 같은데.’
맨 뒷자리. 정우에게 자위하는 모습을 들킨 아름은 정우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곤 자위를 지속했다. 뒷자리에서 부스럭부스럭 옷감이 스치고, 열띤 호흡을 정우의 목덜미에 내뱉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정우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그녀가 자위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버그인가?’
그 모습에 정우는 현실임에도 버그가 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사람들의 뇌에 버그가 난 게 아니라면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의심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하지만 현실에서 버그가 날 일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모른 척 하는 건 집단 무의식에 의한 일이며, 정우가 다른 사람들보다 그녀를 더 신경 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설마.’
그 사실을 눈치챈 정우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아무리 히로인이라지만, 아무리 야겜이었다고는 하지만. 반 친구가 자위하던 모습을 본 것이다. 거기에 그 친구는 여전히 자신을 반찬으로 절찬 딸딸이 중.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정우는 아름을 따로 불러내기로 마음먹었다. 항상 친구들과 달라붙어 있는 그녀였지만, 몰래 불러내는 건 쉬웠다.
‘분명 전화번호가…….’
이전에 그녀에게 받은 전화번호.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기 싫었기에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문자를 본 그녀가 그 장소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오지 않으면 어쩔건가.
[안 나오면 교실에서 같은 반 얘를 반찬으로 딸쳤다는 사실을 소문내겠음.]
이런 협박문을 보고서 나오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20대, 30대가 되어도 그런 깡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깡이라는 건 타고난 성질이지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생기는 게 아니니까.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하고, 자신을 힐끔 바라보는 걸 확인한 정우는 웃으며 휴대폰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환희가 가득 담긴다.
‘……잘못 불렀나?’
그 표정을 보아하니,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방과 후.
정우는 학교 뒷편으로 아름을 불러냈다. 야자를 강제하지 않는 정우네 학교에선 하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하교를 하지, 따로 학교에 남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정우야!”
그러나 아름은 정우가 자신을 불러냈다는 사실을 숨길 마음이 없다는 듯, 종례를 마치자 마자 정우에게 달려갔다.
“왜 불렀어?”
“……뭐가?”
“이거, 네가 보낸 거 아니야?”
“……하아.”
정우는 자신이 보낸 문자를 이리저리 흔드는 아름이를 보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이 없는걸까, 아니면 까발려도 자신이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는걸까.
그녀는 무척이나 대담했다. 정우가 그 기세에 눌릴 정도로.
“있잖아. 내가 그걸 보냈어도, 보냈다고 말을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그런 의미를 담아 이야기했지만, 어딘가 뒤틀려 있는 게 히로인의 조건이랴.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으음…… 그런 게 중요한가? 정우 네가 보낸 거 맞잖아!”
“……그렇긴 한데. 시끄럽게 굴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
“어디? 정우 넌 여기서 초중고 다 나왔었지? 그럼 동네 맛집 같은 것도 다 알겠네? 난 전학온 지 며칠 안 되서 그런 거 잘 모르거든. 안내 좀…….”
입담이 터진 그녀는 끊임없이 속사포를 내뱉었다. 귀가 다 저릴 정도로. 어쩔 수 없지. 정우는 그녀를 데리고 동네 맛집으로 향했다.
김밥천국으로.
“와, 떡볶이 먹을래?”
그러나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메뉴를 권했다. 정우는 라볶이와 김밥 한 줄을 시켰다. 하교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엔 분식을 즐기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와 있었다.
당장 내일, 아니 오늘 저녁이면 정우와 아름이 같은 테이블을 썼다는 사실이 전교에 퍼질 정도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만두라고. 그거.”
“그거? 그게 뭘까요─? 나는 잘 모르겠엉.”
싱글벙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그 얼굴에 주먹이라도 날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남녀가 역전되어도 사람 얼굴에 주먹을 꽂는 건 예의가 아닌지라, 정우는 주먹을 집어넣고 대신 포크를 들어 올렸다.
“너도 잘 알잖아.”
떡볶이 한 개를 쿡, 찍은 뒤 그녀의 입에 쑤셔 넣는다. 고추장 소스가 범벅이 된 그녀는 짓궂게 웃으며 입술을 혀로 낼름, 훑어낸다.
“정우 침맛은 이런 맛이구나?”
“……미쳤구나. 미쳤어.”
슬쩍, 떡볶이를 먹으려던 정우는 그녀가 자신을 쭉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시선이 주로 그가 들고 있는 포크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무슨 속셈인지 직감했지만,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속셈이었다. 정우가 떡을 하나 집어 먹자마자, 그녀는 후후,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내 침맛은 어때? 정우야.”
“미친년 같은 맛이 나.”
“내 침을 먹고 미칠 거 같다고? 미안. 아직 미친 사람을 간병할 능력은 없어서…….”
“미친년.”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미친년이었다. 왜 이런 여자들만 만들어 놓은 건지. 그리고 왜 게임 할 땐 개성이 넘치는 히로인이라며 좋아했는지.
정우는 도대체 그때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곧바로 입가를 휴지로 닦아내며 말했다.
“아직 다른 애들한테는 안 걸린 모양이던데.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아아. 그 얘기 중이었지. 미안. 우리 정우가 너무 매력적이라 깜빡 했네.”
“이야기에 집중해. 한 번만 더 다른 길로 빠지면 나 그냥 간다?”
“내일 보면 되는데?”
“전학 갈거야.”
“……아, 그러면 안 되지.”
이런 운명적인 만남은 두 번 없을 거라며, 그녀는 진지한 표정과 자세를 짓고서 이야기했다.
“일단, 그만두라는 건 못하겠어.”
“……왜?”
“중독됐거든.”
너무도 당당하게 신고하는 그 모습에, 정우는 순간 그녀의 행동이 선행이나 봉사 같은 좋은 일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야외노출자위 중독.
도박이나 마약중독보다 더 심한 문제였다. 도박은 손이나 집이 날아가면 못하고, 마약은 손대는 순간 징역. 손대기에도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야외노출자위는 그녀의 얼굴을 생각해보면 그리 큰 문제로 대두될 일이 아니라고 여겨질 가능성이 컸다. 그녀가 설령 강간을 하더라도 그녀의 얼굴이 공개되면 가해자를 두둔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너도 알지? 중독을 끊는 방법은…….”
“더 큰 중독으로 제압한다.”
“맞아.”
스리슬쩍, 손을 뻗은 그녀는 정우의 손등을 살살 긁어내렸다. 간지러우면서도 끈적한 그 느낌에 정우의 등골에 한 줄기 소름이 스쳐 지나간다.
“사실, 내가 아직 안 해본게 있기는 해.”
“……뭔데?”
“남들이 하는 걸 보면서 하는 거랑…… 직접 해본 적은 없어.”
즉, 남들이 섹스하는 앞에서 자위해본 적이 없고. 직접 섹스해본 적도 없다. 자신을 막고 싶으면, 3P를 준비해라. 이 말이었다.
‘이 년이…….’
그래 좋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대로 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성벽을 최악의 취향으로 인식하게 되리라.
* * *
정우는 그 길로 은혜에게 연락해 자신의 집으로 오라 말했다. 아름은 정우를 따라 그의 집으로 향했다.
“와, 너 집 좋다. 부자야?”
“조용히.”
“……응.”
내강외유, 집안 호랑이란 이런 걸 말하는 걸까. 바깥에선 신사답고 그나마 남자답던 정우는 금세 사나운 여장부마냥 변했다. 그러나 그또한 마냥 싫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면서 자위하는 건 못 했다고 했지.”
“응. 야동은 봤는데, 그건 현실이 아니니까 그리 감흥이 없던데.”
“그래. 저쪽 방에 들어가 있어.”
정우는 안방을 가리켰다. 그곳은 평소에 정우와 아이들이 잘 들어가지 않는 방임과 동시에, 거실을 비롯한 여러 장소를 훔쳐보는 카메라가 설치된 장소기도 했다.
“나와도 된다고 할 때까지, 나오지 마라. 아, 손으로 부족하면 저거 쓰고.”
한 바가지 들어 있는 자위도구를 가리킨 뒤, 정우는 방에서 나갔다. 아름은 주위를 둘러보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가 그녀를 받들었다.
‘집에 가져가고 싶네.’
잠시 후, 집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화면으로 들어온 게 은혜라는 걸 확인한 아름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잠만. 저 찐따년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