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5화 〉NO.6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온다 (115/218)



〈 115화 〉NO.6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온다

정우의 손이 아름의 하복부에 닿는다. 부드러운 피부와 탄탄한 근육. 과격한 남자다움이 그녀를 덮친다.

화아악─ 그녀의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다.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는 곧 맞닿은 정우의 손길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고기의 연육작용 마냥, 딱 알맞게 데워진 피부가 남성의 손길을 기다렸다.

질척.

“얼마나 자위해댄거야. 음탕한 년.”

“흐으읏…… 음탕한 년 맞아. 그러니까…….”

고개를 파묻고 아양을 떤다. 암컷에게 구애를 바라는 수컷마냥, 아름은 스스로의 음탕함을 노래했다. 정우는 그녀의 구애가 마음에 든다는 듯 손가락을 굽혀 구멍에 쑤셔 넣었다.

찌거억─

“하아앙!”

이미 손가락으로 쑤실대로 쑤셔 질척질척하게 풀어진 아름의 음부는 두꺼운 정우의 손가락을 원래 있어야  물건인 마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음부를 만지작거리던 정우는 생각보다 조인다는 생각에 놀라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읏…… 왜에?”

“저거, 안 썼네?”

정우는 방구석을 가리켰다. 필요하면 쓰라고 두고 간 자위도구들. 여기저기 돌기가 박힌 딜도나 분당 수천 번 진동하는 진동안마기등.

여성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들이 그곳에 있었다. 쓰려고 했으면 충분히 쓸 수 있었을 테고, 고작 남이 눈앞에서 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쾌락을 느끼는 그녀라면 충분히 쓰고 남았을텐데. 어째서?

“그, 그치만…… 저건 넣는거잖아.”

“그렇지.”

“나, 나 아직. 손가락 말고는 뭘 넣어본 적이 없어서…….”

“겁 먹어서 그렇다. 이거지?”

“아,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니라! 그래! 솔직히 저거 누가 썼을  알고 써? 위생을 생각한거지!”

그녀는 뒤늦게 자신의 말을 부정하며 손사래를 쳤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녀의 안에 들어간 정우의 손가락이 으스러질 정도로 조이기 시작했다.

정우는 손가락을 벌려 좌아악, 음부를 벌려냈다. 음탕한 꿀물이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손바닥 안으로 떨어지는 꿀물로 그녀의 음핵을 문지르며, 손가락은 그녀의 G스팟을 찾아낸다.

촤압촤압, 천박한 물소리가 그녀의 음부에서 터져 나온다. 소리가 한 번 울려 퍼질 때마다 아름의 입에선 열띤 신음소리가 질질 새어 나오고, 곧게 펴진 허리는 점점 더 숙여졌다.

“흐으으응!”

결국, 쾌락에  버텨 정우에게 기대 쓰러질 정도가 되어서야, 정우는 손가락을 떼어냈다. 애액으로 질척이는 손가락을 그녀의 허벅지에 닦아내며 마킹했다.

“나랑 은혜가 하는 모습 보면서 딸치니까, 기분이 좋디?”

“헤으응…… 조, 좋았어…….”

“어?”

“조, 좋았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한다고?”

“이, 이제 너를 보고 딸치지 않을 게…… 남들이 보는 앞에서도, 학교에서도 딸치지 않을테니까…….”

그녀의 눈망울은 어떤 열망으로 가득  있었다. 그건  큰 열락을 원하는 욕망의 눈빛. 의존할 더 큰 쾌락을 찾은 마약 중독자와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그녀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손쉽게 건네줄 생각이 없었다. 한 번이야 괜찮겠지. 그녀도 한동안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테고, 정우를 귀찮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러나 그건 색정녀(色情女)로 가는 길이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쾌락을 주입하다 보면 언젠가 역치가 높아진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때가 온다.

그렇게 되면 파멸이다. 그녀는 정우를 이끌고 밑도 끝도 없는 뒷세계로 떨어진다. 그녀와의 단일 루트에서 확인한 엔딩이니 틀림없다.

현실이 된 지금에도, 두 번 기회가 없는 이번에도 그럴 순 없다. 그녀에겐 쾌락을 준다. 하지만 항상 부족하게.

정우는 그녀에게 만족을 줄 생각이 없었다. 불만족을 내릴 것이다. 그러다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면 어떻게 하냐고?

‘글쎄다.’

그녀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가 과연 무얼까. 정우는 운명에 가까운 설정 탓이라고 생각한다. 설정에 얽매여 있던 그녀가 이제 운명을 만나고,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성벽을 자각했다.

다른 남성들이 눈에 들어 오기나 할까. 알에서 처음 나온 아기새는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을 부모처럼 따르기 마련이다. 그녀에게 있어 정우는 부모이자 성의 아버지였다.

“그건 당연히 해야하는 거고.”

“마, 맞아. 그러니까…… 응? 나도. 나랑도  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뭐?”

“돌아가라고.”

 말을 들은 그녀의 눈이 초췌해진다. 눈이 빛을 잃는다. 좌절에 빠진, 선을 넘은듯한 눈빛. 자칫 잘못하다간 부모고 뭐고, 찌르고 죽겠다는 궁지에 몰린 사람 특유의 눈빛이 그녀에게서 비췄다.

그녀가 행동하기 전에, 정우가 먼저 쐐기를 박았다.

“오늘부턴, 집에서도 자위 하지마.”

“……뭐?”

“그리고 내일 다시 와.”

그녀는 순간 정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벙쪄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에 숨겨진 말뜻을 깨달았다.

너는 스스로 자위할 권리조차 없다. 언제 자위를 할 수 있는지, 언제 스스로 음부를 쑤실 수 있는지. 모든 권리를 박탈한다.

인간보다 못한, 가축을 대하는 듯한 태도.

내일 다시 오라는 건, 내일도 다른 여자를 불러 섹스할테니, 그걸 보고 딸이나 치라는 뜻.

‘아, 아아. 안 되는데…….’

안 된다. 여기에 빠지면 안 된다. 여기에 빠지는 순간, 그녀는 정우에게 매달려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다. 자위도 못 하고, 섹스도 못 하고.

이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적이며…… 매력적인 이야기란 말인가.

꿀꺽─

목울대가 꿀렁이며 그녀의 심정을 표현했다.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더 이상 자위를 하지 못한다는 소리에 벌써부터 음부가 저릿저릿 저려왔다.

“가, 갈게…….”

“그래.”

아름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집을 나섰다. 그러나 집을 나서서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주변 벤치에 주저앉았다. 아름다운 미모의 그녀가 벤치에 죽치고 있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든다.


주륵─


‘참아야 해.’

절로 음부로 향하던 손등을 꼬집고, 그녀는 천천히 체력을 회복했다. 멍하니 먼산을 바라보는 건 좋은 방법이었다. 눈을 감으면 어떻게 해서든 아까 전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니까.


“혼자야?”


“……너.”


그렇게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아름은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거는 사람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했더니, 방금 전까지 정우와 정을 나누던 이은혜였다.


“여기 사나봐?”

“……그쪽도.”

“아니, 나는 정우가 불러서 온 건데?”


자랑이라고 하는 걸까, 그녀의 얼굴만 봐도 정우가 떠올랐기에. 아름은 절로 고개를 돌렸다. 무의식 반응이라도 여자 얼굴을 보고 젖는 건 불쾌한 일이었으니.

그 모습을  은혜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너…… 여기 사는 게 아니구나.”


“……무슨 상관인데. 그냥 가.”


“근데 왜 이런 시간에 여기에 앉아서 놀고 있는 거야? 너도 정우가 부른 거야? 아니면 스토킹?”

“질기네. 정말.”


은혜는 끈덕지게 달라붙어 질문했다. 아름은 무시로 일관했지만, 사람이다 보니 보일 수밖에 없는 빈틈이 존재했다. 항상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온 은혜는 그런 쪽으로 상당히 민감했다.

“정우가 불러서 왔구나.”


“……아니거든.”

“방금 전 까지 나랑 있었으니까…… 그 보다 전? 아니. 정우한테서 이런 냄새가 안 났는데, 그럼…….”

아름은 혼자 추측을 끝내고 추리를 시작한 은혜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에  있어봐야 쓸데없는 소리만 할  같았기에.


그러나 그녀가 일어난 순간, 그녀 몸에 묻은 정우의 바디샴푸 냄새를 맡은 은혜가 중얼거렸다.


“……정우냄새.”

“뭐?”

“너, 정우네 집에 있었구나.”

“뭐, 뭐야. 갑자기!”

은혜는 아름에게 달라붙어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냄새가 나는 건 주로 하복부. 비릿한 오징어 냄새와 정우의 살냄새,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바디샴푸 냄새.


사람이 씻을 때 아랫도리만 집중해서 씻는 일은 있어도, 아랫도리만 씻는 일은 없다. 다른 곳에선 떡볶이 냄새가 나는 데 음부에서는 애액과 바디샴푸의 냄새가 났다. 그것도 정우의.

이 정도 증거가 모였음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리하지 못할 정도로, 은혜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망상력이 뛰어난 탐정에 가까웠다.


“너…… 아까 집에 있었지.”


“뭐, 뭐?”

“보고 있었구나.”

그제야 퍼즐이 맞춰진다. 정우가 갑자기 자신을 부른 이유도, 오늘 따라 야하게 보였던 이유도. 모든 게 원래 자리를 찾아간다.


“너 였구나…….”


정우가 자신을 원하게 만든 이유가.

진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은혜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취감과 그녀가 아니었다면 선택 받지 못했을거란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

“……시발, 시발. 나쁜 년. 쓰레기 같은 년.”


눈물을 흘리며, 은혜는 멀어져갔다. 도저히 정우를 욕할 수는 없었다.

“저, 저년 뭐야.”

아름은 아름대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은혜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그녀에게 집에 있었다고 한다.


들켰다.

‘아아, 미친.’


어째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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