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NO.6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온다
‘괘, 괜찮다니, 미쳤지 미쳤어!’
은혜는 고개를 재빠르게 저었다. 맞는 게 나쁘지 않다니. 미친년이거나 맞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닌 이상 그럴 리 없지 않은가. 그녀는 둘 다 아니었다.
‘왜 쓸데없이 어울리는거야!’
그래, 그녀는 이상하지 않다. 이건 다 정우가 나쁘다. 왜 채찍 들고 여자를 때리는 모습조차 섹시해서.
정신 차린 그녀가 정우를 바라보았다. 마리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땐 눈도 못 마주쳤고, 나름 친해진 다음에도 막 대하지 못했던 그녀지만.
알고 지낸 지 일 년쯤 지나면 상대가 양아치건, 악마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흐으음─.”
“하읍.”
입과 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리는 또다시 그를 덮쳤다. 마리는 저런 식으로 애정을 쉽게 갈구했다. 평생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모두를 밀어내던 주제에,
마치 버림받은 경험 있는 고양이 같았다. 정우가 종종 그녀를 아기고양이 같다고 말하는 게, 지금은 이해가 갔다.
그러나 그녀가 고양이건 강아지건, 은혜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마리가 정우를 혼자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독점?’
그러고 보니, 눈엣가시였던 우림과 아름이. 두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뇌의 일부분이라도 두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됐어. 알 바 아니야.’
죽은 것도 아니고, 사라져봐야 집안 어딘가에 있겠지. 지금 중요한 건 정우였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마리와 정우가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뗀 순간. 그 틈을 노리고 돌진한다. 마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가 들어오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서지만, 그녀는 끈질기게 그녀를 뚫고 정우에게 닿는 데 성공한다.
“……뭐야?”
“너무 길어.”
“너도 길게 했잖아?”
“저, 정우도 힘들걸? 정우는 우리 배로 하는 거잖아.”
“하아…… 그래, 니 말도 맞다.”
씨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마리는 상의를 탈의했다. 별다른 운동은 하지 않지만 직업 중 가장 힘들다는 요리업계에서 일하는 마리의 몸은 탄탄했다.
가슴은 없었지만, 뱃살도 없었다. 그게 마리의 장점이었다. 가슴은 조금 있다만 뱃살도 조금 튀어 나온 은혜로서는 그녀의 복근이 부러웠다.
마리는 마리 나름대로, 자기 옆에서 옷을 벗어던진 은혜처럼. 약간 튼실한 살을 부러워했다. 모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원한다.
주물럭주물럭. 마리의 11자 복근을 어루만지던 정우는 옆에서 옷을 까 던진 은혜의 살덩이를 동시에 만지며 비교했다. 물론 비교해서 얻어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런 짓을 했다간 마리가 화를 낼 테니까.
“으음…….”
“……왜?”
“아니, 마리 너는 복근이 더 탄탄해졌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서 있고, 몇 시간이나 웍을 돌리는데.”
“은혜 넌 살집이 더 생겼…….”
“아아아아! 아니야! 안 생겼어!”
“……원래 이 정도였나?”
“마, 맞아. 원래 이 정도였어. 응. 맞아.”
은혜는 마리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살찐 건 사실이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정우의 음식이 맛있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최근 섹스가 뜸해진 탓인지.
나날이 늘어가던 그녀의 몸무게 앞 자릿수가 바뀌었으니까.
“저, 정우야. 정우 넌 어느 쪽이 취향이야?”
“응?”
“나랑 마리 중에서─ 누구 몸매가 더 이상형이야?”
은혜가 말을 돌리기 위해 꺼낸 이야기. 그 이야기엔 마리도 흥미가 솟았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요, 취향을 알고 싶은 건 본능이기 때문이다.
“으음─ 너랑 마리, 둘 중에?”
그 말을 들은 정우는 고민했다. 말할 것도 없다. 둘 다 좋다. 그러나 그녀들이 그런 애매한 대답을 원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확실한 대답. 조금 살집이 있는 게 좋다든지,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가 좋다든지. 아니면 우림이처럼 거대한 몸매가 좋다든지. 그런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거유.”
“……응?”
“가슴 큰 게 좋은데?”
그래서 정우는 대답을 회피했다. 이 자리에 있는 두 사람에게는 없는 것. 바로 가슴을.
가슴이 큰 게 좋다는 사실을 들은 은혜와 마리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A컵 브라가 휑할 정도로 작은 마리나, B컵 정도는 되지만 거유라고는 말 못할 은혜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가슴이 스쳐 지나갔다.
‘소우림……!’
[안녕? 빈유들아.]
머릿속에서 거대한 가슴을 강조하듯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우림이 손을 흔들었다. 거유를 뛰어 넘어 폭유. 그러나 큰 가슴이 좋다는 정우의 바람에 이 이상 가는 여자가 있을까.
“그, 그렇구나…… 거유가 좋구나…….”
“……야, 빈말로라도 탄탄한 몸매가 좋다고 해주면 안 되냐?”
“내가 왜?”
채찍을 때렸으니, 당근을 줄 차례다. 정우는 침울해진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너네들이 거유는 아니지만…… 그게 너희들을 좋아해서 안 되는 이유는 아니잖아?”
“어?”
“응?”
“내가 너희들을 좋아하는 건, 너희들이 거유라서가 아니야. 그냥 너희가 좋은 거야. 내 이상형이 뭐든, 그냥 너희가 좋은 거라고.”
그 말에, 이상형이라는 장벽조차 사랑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에. 은혜와 마리는 감동받았다. 은혜는 눈물을 글썽였고, 마리는 코를 쓱 훌쩍이며 얼굴을 붉혔다.
“혹시 그런 걸로 고민했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뭐, 여자는 다 이래.”
“그래? 그럼 그 고민을 없애줘야겠네.”
정우는 몸을 뒤집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두 사람을 깔아뭉갰다. 그리고 바지를 내렸다. 커다란 물건이 두 사람의 얼굴 사이에 툭, 하고 떨어진다.
“빨아.”
자신이 그녀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겠다며, 정우는 손가락을 풀기 시작했다.
곧이어 사랑의 하모니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 * *
마리가 정우에게 입을 맞추고, 성교가 시작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자마자 아름은 자연스레 기척을 숨기고 안방으로 향했다. 우림이는 몰래 그 뒤를 따랐다.
“저, 저기…… 여긴 왜…….”
“내가 어딜 가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아, 그렇긴 한데, 저기…… 그러니까…….”
“여기가 네가 자위한다는 그 방이야? 너 같은 게 쓰기엔 호화로운데.”
아름이 들어와 있는 방은 정우의 부모님이 쓰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이었다. 그렇기에 이 집에서 가장 화려하고 좋은 방이었지만,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어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뭐해?”
“네, 네?”
“자위해. 쟤들도 시작하겠다.”
우림이는 아름이 손대지 않는 침대 위에 앉아 그녀에게 명령했다. 거실을 찍고 있는 화면에서는 정우와 마리, 은혜의 정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만일 정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격렬하게 자위를 해야 하지 않는가. 다른 여자가 자위하는 모습은 본 적 없는 우림이는 그녀가 자위하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명령했다. 처음엔 망설이고, 주춤거리던 아름이었지만 명령에 따르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눈앞에서 다른 여성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흥분되어서일까.
천천히 옷을 벗어 던지고 자위를 시작했다.
처음엔 음핵을 툭툭 건드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벗기 전부터 질척하게 젖어 있는 보지는 곧바로 거칠게 물건을 쑤셔 넣어도 될 정도였지만, 그랬다간 쾌락에 정신이 나가버릴 터.
그렇기에 그녀는 일단 음핵을 어루만지는 걸 좋아했다. 어느 정도 달궈지면, 그다음 보지를 쑤신다. 그게 가장 큰 쾌락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자위.
찌걱─
“흐으읏─.”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을 음핵에 묻히고, 가득 묻은 윤활유로 고통이 없어지면, 다른 한 손으로 보지를 쑤시며 음핵을 꼬집는다.
미끌, 하고 손가락이 미끌어지지만, 그 행위에 쾌락이 뒤따른다. 허리가 들리고 골반이 틀어진다. 질이 조여지며 손가락에 더 많은 질벽이 닿는다.
그렇게 쾌락으로 쾌락을 부르고, 불러 진 쾌락으로 더 큰 쾌락이 만들어진다. 쾌락의 무한동력, 쾌감의 선순환. 이게 그녀가 좋아하는 자위였다.
“흐음…… 시시하네.”
“흐아앙……?”
때마침 절정에 다가가고 있던 아름이 우림의 말을 듣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우림이는 그녀를 지나쳐 방구석에 숨겨져 있던 상자로 향한다.
그 안에서 길고 두꺼우며 돌기가 가득한 바이브를 꺼내든다.
“하으으─ 대, 대체 뭘…….”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우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를 일으킬 사람의 얼굴이었다.
“뭐해? 자위해. 자위.”
아름이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보지를 쑤시기 시작했다. 하앗, 하악. 신음과 격렬한 음액으로 방안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절정에 올라간 순간.
“하아아아아아앙!”
푸욱─
모든 걸 내려놓고, 절정의 쾌락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음부를 파고 들어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
“어머, 처녀였네.”
우림이가 손에 바이브를 들고 미소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