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NO.6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온다
“하아, 하아…….”
“흐아앙…….”
정우와의 성교를 마친 마리와 은혜는 신음을 질질 흘리며 축 늘어져 있었다. 두 사람의 음부에서도 애액과 정액이 섞인 점액이 축 늘어져 내렸다.
세 사람이 그렇게 소파에서 헐떡이고 있을 때, 철컥 문을 열고 안방에서 아름이와 우림이가 나타났다. 아름이는 그들의 정사를 목도했다는 듯 시뻘건 얼굴로 나타났다.
우림이는…….
‘우림이는 왜 같이 들어갔지?’
그녀는 안방에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 별다른 차이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렇기에 정우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안에서 아름이에게 애무를 받았다는 사실을.
정우는 만능이지만 전능하지는 않고, 많은 걸 알지만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두 사람이 말하기 전까진 알지 못한다.
물론 정우는 두 사람이 안에서 보빔을 하고 나왔다고 하더라도 별 개의치 않고 받아들였겠지만, 세간의 상식으로 보빔을 하고 나온 여자를 남자가 받아줄 리는 없다.
“둘이 뭐 했어?”
“어, 어?”
“아니, 둘이 같이 나오길래.”
아무 생각 없는 은혜가 대뜸 그렇게 물어도, 아름이는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관음증을 가진 마조히스트라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그 안에서 우림이와 같이 있다 나왔다? 관음 마조히스트 변태에서, 관음증 마조히스트 레즈 변태로 업그레이드 되는 수가 있다.
변태는 맞았지만, 레즈는 아니었다. 그렇게 오해받고 싶지 않았던 아름이는 최선을 다해 변명했다.
“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했어!”
“……네 꼴을 하고서 아무것도 안 했다고?”
“윽!”
그러나 은혜는 자연스레 아름이의 복장을 지적했다. 이리저리 구겨진 옷과, 자위로 달궈진 피부. 새빨개진 얼굴은 숨길래야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누가 봐도 안에서 무언가가 있던 상황. 그에 비해 우림이는 들어가기 전과 후과 큰 차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우림이는 아무것도 안했거나 안에서 별일이 없었는데, 그녀 혼자 무언가를 했다고 오해사기 좋은 상황이었다.
‘아니라고!’
그렇게 소리칠 수는 없었다. 원래 찔리는 게 많은 사람일 수록, 격하게 반응하는 법이니까. 대신 그녀는 이 상황을 타계할 계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 응! 안에서, 그냥 같이 좀…… 봤어.”
“뭘?”
“그, 영상을…….”
“여, 영상?”
그 영상이 무슨 영상인지, 은혜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거실을 이리저리 훑기 시작했다. 정우네 집은 하도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금방 이상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우야, 이 카메라 뭐야?”
“그거? 우리 모습을 찍는 카메란데.”
“그러니까, 여기 불이 왜 들어와 있어?”
“지금 작동하고 있나 보네.”
“……그러니까, 나, 나랑. 마리랑, 너랑 하는 그, 모습을…… 애네 둘이 봤다. 그, 그거야?”
“그럴 걸?”
정우가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은혜는 머리를 쥐어짜며 방금 전 자신이 부렸던 교태를 떠올렸다. 다시 하라면 혀 깨물고 자살할 정도로 깜찍한 애교.
그 영상이 모조리 찍힌 것도 모자라서, 저 두 사람이 낄낄대면서 그걸 봤다고?
“아아아악! 잊어! 잊어 버려! 잊으라고!”
“아하하, 은혜야. 정우한테 아양떠는 모습이 꽤 귀엽던데. 평소에도 그렇게 해보지 그래?”
“시끄러워! 누군 하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아!?”
“어, 뭐야. 은혜. 내가 싫어서 안 했던 거 아니었어?”
“윽……!”
열불을 내는 은혜에게 정우가 되묻자, 은혜는 멈칫하더니 손가락을 배배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말하기 심히 부끄러웠지만─ 정우를 싫어한다는 오해를 사는 게 더 싫었다.
“……나, 나 같은 게 그런 애교를 부리면, 사람들이 꼴사납게 보잖아.”
“응?”
“나는 다른 애들 처럼 귀여운 것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니까…….”
결국, 그녀 스스로가 가진 열등감이 그녀의 가능성을 좀 먹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말을 그녀가 꺼내게 된 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그녀는 본인도 알지 못하겠지.
‘만일 다른 여자애들이 없었더라면…….’
애교를 부리기는커녕,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자신에게 이런 행복이 있어도 되는지 의심하고, 애교 같은 건 본인에게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거라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도조차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애교는 부리지도 않고, 사랑을 갈구하는 맹목적인 여자가 되어서. 재미도 아양도 없는 여자에게 걸렸다는 지루함과 강박감에 시달린 정우는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울 방도를 생각했겠지.
‘이래서 하렘루트가…….’
옛날에,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그땐 제작자를 보고 머리통에 뇌 대신 좆이 든 정신병자 새끼라고 욕했었다. 어떻게 되먹은 사람이 하렘 루트가 아닌 모든 루트의 엔딩을 병신처럼 만들어 놓느냐고.
.그게 아니었다. 이 게임은 퍼즐이었다. 히로인들은 퍼즐 조각이었고, 엔딩이란 그 퍼즐을 맞춰 나가는 작업이었다.
어딘가 엇나가 있다고 생각했던 히로인들은, 서로를 맞춰주는 퍼즐조각이었다. 그녀들의 문제점은 문제점이 아니라, 다른 히로인들을 받쳐주는 개성이었던 것이다.
‘이제야 알겠네.’
확신이 생겼다. 하렘 루트는 이 세상의 탈출구가 맞다.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니, 그제야 가던 길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무소유니 뭐니, 옛날엔 욕했었는데.’
마음을 내려놓아야 보이는 게 있었다.
“……왜, 왜 그래?”
“은혜야. 그런 생각 안 해도 돼. 넌 예뻐.”
“어, 어? 으, 응. 고마워…….”
“마리 너도 귀엽고.”
“……갑자기 뭐야.”
“우림이도 최고지.”
“알고 있는데?”
“아름이 넌…… 뭐, 딱히 말할 것도 없네.”
“흐읏─.”
네 사람의 얼굴을 본 정우는 갑자기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사랑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한 번 더 할까?”
“뭐? 방금 했는데?”
“이번엔 저 두 사람 끼워서.”
“……미친놈.”
마리는 욕지거리를 내뱉긴 해도, 거부하지 않았다. 우림이와 아름이는 천천히 정우에게 다가갔다. 방안에서 뭘 하고 왔는지, 옷을 벗기 전부터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 * *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벌써 다섯 번째. 2학년들에겐 그리 특별할 거 없는 하루였다.
굳이 특별한 점을 지적하라고 한다면, 정우가 만들어 낸 성적이었다. 그는 기어코 반 아이들 전체의 성적을 상향평준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잘 먹겠습니다!”
“……대체 니들, 뭘 어떻게 한 거냐.”
담임 선생님은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아이들 배가 터지게 피자와 치킨을 쏘게 되었다. 아이들은 치킨과 피자를 맛있게 뜯으면서 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뭐가 있는지, 다들 알고 있지?”
“뭔데요?”
“운동회다.”
“와아아!”
운동회. 체육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수업을 재낄 수 있는 날 중 하나.
평소 움직임이 많지 않은 학생들이 드물게 땀 흘려 뛰어노는 날이기도 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운동회 특유의 분위기는 싫어하지 않았다.
“단체복이니 뭐니, 그런 건 니들이 알아서 하고. 너무 선정적인 건 안 된다. 학생이니까.”
“쌤! 쌤도 단체복 입어요?”
“니들이 사주게? 사주면 입는다.”
“에이, 선생님이 사 입으셔야죠.”
선생님은 그런 거 질색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한 아이가 중얼거렸다.
“사주면 뭐든 입으시는거죠?”
“……!!”
큰일났다. 그 사실을 직감한 담임이었지만,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과 아이들을 믿어 보자는 선생으로서의 양심이 그녀를 갈등하게 만들었다.
그 틈을 타,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어떤 괴상한 복장을 입힐지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런 건 기세였고, 정우는 저 선생에게 한번 입혀보고 싶은 옷이 있었다.
“차파오 어때?”
“차파오? 그거 좋다.”
“어차피 우리가 입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들은 안 뛰잖아?”
“좋네. 좋아.”
“애, 애들아? 선생님 요즘 살이 쪄서 그런 건 조금…….”
담임이 뭐라뭐라 중얼거리든, 아이들의 마음은 한 군데로 굳어갔다.
‘차파오라.’
정우는 담임의 몸을 훑어보았다. 살이 쪘다 자기비하 중이긴 했지만, 선생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훌륭한 몸매를 지니고 계셨다.
‘으음……. 솔직히 기대되는 데.’
선생님도 히로인이다. 그 사실을 상기한 정우는 그녀의 차파오 차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아름답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