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NO.7 신주희는 신중하다.
툭, 침대로 내동댕이 쳐진 정우는 자신의 위에서 가볍게 숨을 헐떡이는 주희를 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원래 세상에서, 여자들은 아래에 있을 때 턱이 눌려 못생겨 보이지 않으려고 목을 딱, 들고 있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정우는 그러지 않아도 턱살이 적고 근육이 많아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장 먼저, 주희는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우를 침대로 밀어넘어뜨리기는 했으나 곧장 까 벗기고 물건을 박는 건 너무 야만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 해도 되나?’
그러나 정우의 얼굴과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마구잡이로 떨기 시작했다. 육신은 키스를 원하지만 정신은 인생 첫 키스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별로면 어떡하지? 너무 거칠게 입을 맞춰서 정우가 실망하면 어떡하지? 입 냄새가 나면 어떡하지?
원래라면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해야 할 성관계지만. 그건 그녀가 스스로 쟁취해 얻어낸 경우에만 그러하다.
정우는 그녀가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가 아니다. 바랬던 결과도 아니고, 평소 상상했던 존재도 아니다. 그냥 굴러 들어온 돌이다. 그저 남고생이라는 돌이 너무나도 강하게 굴러와, 그녀의 양심과 도덕. 상상을 쳐내고 자리 잡은 것뿐이다.
덕분에 그녀는 가슴에 못이 박힌 것 마냥, 목에 가시가 걸린 마냥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던 정우는, 그리고 이 세계에 와 수많은 히로인들을 공략했던 정우는. 그 사실을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냥 딱 봐도, 무언가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어쩔 수 없지. 이럴 땐 남자가 다가가 줘야 한다. 자신은 그저 향기롭고 달콤한 꽃이라고.
가시 박힌 장미가 아니라 언제든지 딸 수 있는 꽃이라는 걸 알려줘야 했다.
“읍!?”
갑작스레 자신을 잡아당기는 정우의 손길에, 깜짝 놀란 그녀가 눈을 떴다. 그리고 입맞춤. 눈을 감고 있는 정우를 보곤 재빨리 눈을 감고 생각한다.
‘뭐지?’
이게 뭐지? 이게 키스라는 걸까. 이게, 이게. 이게 정말 입맞춤인건가?
‘머, 머리가 이상해…….’
뇌가 두둥실 떠오른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자궁이 징징 울린다. 몸 전체가 암컷이 되어간다. 이성으로 반짝이는 인간에서, 본능에 충실한 짐승으로 화한다.
“하아, 하아…….”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떼고서, 그제야 쉬지 못했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쉰다. 방금 전까진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정우와 입을 한 번 맞추고 나서는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다.
‘석류맛…….’
종종 비싼 칵테일 바에 가서 시켜 먹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그러면서도 뒷맛이 강하게 남는. 그런 맛이 났다. 어째서일까. 정우도 방금 전까지 자신과 같이 김치찌개를 먹었었는데. 언제 양치라도 한 걸까. 아니면 껌이라도 먹은 걸까.
‘그런 틈은 없었는데…….’
이해할 수 없다. 신비롭다. 꿈만 같다. 매일 같이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데, 꿈보다 더 달콤했다. 이게 말이 되나 의심이 간 그녀는 스스로 볼을 꼬집으며 꿈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뭐해요?”
“아, 아니…… 꿈인가 해서.”
“네? 선생님 바보에요?”
정우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아니, 선생이 되려면 못해도 스물넷, 스물다섯은 됐을 텐데. 그 나이 먹고 처녀인 건 이해해도 꿈이니 뭐니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또 바로 사과하시네. 선생님은 그게 쿨해보이죠?”
“아니, 이건 습관이 되서…….”
“습관이래. 무슨 사과가 습관이야.”
주욱,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정우는 그녀의 가슴을 자신의 가슴에 맞붙였다. 평균보다 살짝 더 큰 정도. 성인 여성이라고 무조건 가슴이 크지는 않지만, 그녀는 모든 여자애들이 ‘나이를 먹으면 이쯤은 되겠지?’ 하는 이상적인 가슴 크기를 갖고 있었다.
‘그래봐야 우림이한테는 안 되지만.’
그리고 더불어, 상상 그 이상의 흉물이라고 놀림 받는 우림이의 가슴에는 비교도 할 수 없고, 나름 가슴이 크다는 자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크기로 우월성을 판단하는 건 이 세상에서 오직 정우뿐. 오히려 주희처럼 적당히 크면서 넘쳐흐르지도 않는. 남녀노소 이상형이라 부를 정도인 그녀의 가슴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가슴의 완성형이었다.
그런 가슴이 탄탄한 정우의 가슴을 짓눌렀다. 균형 잡힌 살덩어리가 짓눌리며 납작한 찐빵마냥 변한다. 그렇게 눌려 튀어나온 옆가슴살에 자연스레 손이 가는걸 막으며, 정우는 주희와 코를 맞대었다.
“사과하지 말아요. 여자가 찌질하게.”
“……미안, 알았어.”
“어허, 또 그런다.”
눈을 뜨고, 코앞에서 두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맑고 깨끗한 눈동자였다. 스물다섯이나 됐는데도 눈가에 주름이나 잡티도 없었다. 평소에 관리를 열심히 하는 건지, 타고난 건지.
“한 번만 더 그러면, 저 그냥 갈게요? 알았어?”
“알았다…….”
“알았으면 키스.”
존대와 반말을 섞어가면서 주희의 정신을 이리저리 뒤흔들어 놓는다. 자기보다 몇 살이나 어린 학생에게 반말을 듣는데, 어째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쪽. 주희는 정우의 명령에 복종하듯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이번엔 정우가 목을 들어 올려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쪽쪽쪽쪽. 입술이 몇 번이나 붙고 떨어지면서도, 가슴은 떨어지지 않았다.
쿵! 쿵! 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발작하고 있었다. 두꺼운 가슴 지방을 뚫고 상대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뛰는 가슴에, 주희는 상체를 비틀며 위치를 조정하려 했다.
그러나 정우는 그녀의 등허리를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한쪽은 움직이려 하고, 한쪽은 잡아두려 한다. 서로 다른 방향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으으읏…….”
그 결과, 주희는 정우의 가슴에 가슴을 부비적거리는 꼴이 됐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미세한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입가에서 조그맣게 튀어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키스.”
“……으음.”
자신이 연상인데. 연하에게 휘둘리는 이 상황에.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했다. 정우의 명령에 따라 입을 맞췄다. 정우는 타이밍을 맞춰 입을 벌리고 혀를 집어넣어왔다.
“흐읍─.”
숨이 턱 막힌다. 그러나 입은 움직인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혀를 빨아 재끼고 혀와 혀를 얽는다. 달콤하다. 정우의 침에선 달콤한 과일맛이 났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건지, 지금껏 배워 온 그녀의 지식이 현실과 상충하기 시작했다.
꽈아악─
“하으읍.”
그러나 그 모든 상념은 정우가 그녀의 엉덩이골을 꽉 붙잡는 순간 가볍게 날아갔다. 그래, 침 맛이 어떻고 냄새가 어떻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중요한 건 지금 그가 자신의 품 안에서 입을 맞춰주고 있고, 자신은 그런 그를 껴안고 입맞춤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엉덩이를 쥔 정우는 그대로 떡 주무르듯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다, 옷 위로 속옷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집이라서 편한 면 팬티를 입고 있기는 했으나, 속옷은 아무런 방어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면은 약간의 땀으로 인해 피부에 쫙 달라붙어, 그녀의 둔덕을 드러냈고. 정우는 그사이 움푹 들어간 틈 사이로 손날을 비비기 시작했다.
“흐으윽!”
“뭐야, 벌써 젖었네요.”
“미안……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뭐 어쩌라고!”
그녀는 본인이 말하고도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리며 벽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뺨을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
“여, 여자가 젖는 건 당연한 거야. 생리현상이잖아.”
“그러네요. 그럼 제 생리현상도 좀 어떻게 해주실래요?”
“응?”
주희는 정우의 말을 듣고 그제야 하반신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아까 전부터 무언가 기다란 막대기가 쭉 닿아있어서 불편했는데, 다리라고 생각했던 그건 다리가 아니었다.
‘아니, 다리는 맞는데…….’
남자의 세 번째 다리. 어째선지 벌써 발기한 그 물건을 상기시키자,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한다. 시뻘겋게 붉어지는 얼굴. 한시라도 빨리 물건을 박아 넣으라 푹 젖기 시작한 음부.
“……이건 또 뭐야.”
“제 물건이요.”
“왜 이렇게 커─ 아니, 그보다. 왜 벌써 서있는거야?”
“여자가 젖는 건 생리현상이라면서요? 남자도 똑같죠.”
“아니, 그게 그렇게…….”
그러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실제 남자 물건을 본 적이 있어야지. 그녀가 배우던 교과서에서도 남자는 자극을 받으면 발기한다고 쓰여 있었고, 그녀가 보던 야동에서도 남자는 쉽게쉽게 발기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야동 이야기지만, 현실 남자도 그렇지 않다는 걸 그녀는 몰랐다. 그렇다고 정우에게 왜 이렇게 빨리 발기했냐고 물어봤다가 정우가 그것도 모르냐면서 그녀를 깎아내린다면……?
‘쌤, 진짜 그 나이 먹고 처녀에요? 실망이네요.’
연상의 여성에게 실망한 정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