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NO.7 신주희는 신중하다.
째깍, 째깍. 시곗바늘이 돌아간다. 소리가 60번 들리면 또각. 1분이 흐른다. 앞으로 1분.
‘……앞으로 1분.’
정우가 말했던 정각까지 1분이 남았다. 벌써부터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감이 확대된다. 세상이 느려진다. 1초가 1분처럼 흘러간다.
딸칵.
그리고 1시 정각. 그녀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문을 바라보았다. 언제 오지? 지금? 아니면 잠시 후? 아쉽게도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30초가 흐르고, 1분이 흐르고, 5분이 흘렀다. 그럼에도 정우는 오지 않았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
점심시간은 앞으로 30분. 아니, 씻고 뒷처리까지 하는 걸 생각해보면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20분이라, 만족할만한 섹스를 할 수 있을까.
‘안 돼…….’
무리였다. 30분도 턱없이 부족한데, 그 절반이라니. 아마 오늘 밤도 밤새 성욕에 휩쓸리다가 밤새 자위 삼매경에 빠져 보낼 것이다.
‘솔직히, 이 이상은 몸에 무리가 올 텐데…….’
그녀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 슈퍼맨도 아니었고. 이틀 연속 자위에 빠져 밤을 샌다면, 내일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질지 몰랐다.
‘……아아, 양호실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일걸.’
그렇게 후회했으나 늦었다. 정우는 오지 않았고, 몸은 달궈진 상태였으며. 잠깐 눈을 붙이기에 시간이 많이 흐른 상황이었으니까.
‘화장실에서 자위나 할까…….’
그녀가 문을 향해 걸어갔을 때, 갑작스레 문이 열렸다. 정우가 왔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7분 34초나 늦었으나, 온 것 만으로 좋았다.
“어라, 쌤. 어디 가시게요?”
“어? 으, 응. 화장실…….”
“빨리 다녀오세요.”
“이제 괜찮은데.”
“됐고, 빨리 다녀오세요. 치마에 오줌 지리기 싫으면.”
“……응.”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빼고, 손과 음부를 깨끗하게 닦은 뒤 돌아왔다. 빈 교실로 돌아왔을 때. 정우는 책상을 질질 끌어 눕기 좋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누워요.”
대답은 필요 없었다. 그녀는 일분일초가 아까웠으니까. 걸어가면서 윗옷을 벗어 던지고, 셔츠의 단추를 풀어 재낀다. 성에 미친, 색기라고는 일절 보이지 않는 행위였으나 색기라는 건 자고로 하는 사람에 따라 달린 법.
못생긴 여자가 교태를 부리면 주먹이 나가지만, 예쁜 여자가 나가면 쥬지가 선다.
마찬가지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신주희의 몸매는 평균보다 좋았다. 타고난 몸매와 미모도 마찬가지. 그 모든 게 색기를 불러들였다.
“아, 치마는 벗지 마세요.”
“……벗지 말라고?”
“벗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
정우는 마이 주머니 속에서 손가락 콘돔을 꺼냈다. 요기조기 돌기가 박혀 있는 손가락 두 개 짜리 콘돔. 그걸 본 주희는 실망했다는 듯 한탄했다.
“……안 박아주게?”
“지금이 10분이니까…… 5분 안에 한 번도 안 가면 박아드릴게요.”
“진짜지?”
스킬이고 기교고, 10분 만에 자지만 가지고 여자를 절정 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10분 안에 가야 한다는 제약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절정이라는 건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라 적절한 자극과 상황이 조화되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기에 정우는 자신의 자지로 그녀를 만족시키는 걸 포기했다. 어차피 정신은 육신에 종속된다고, 존나게 가버리면 자지가 아니더라도 만족하겠지.
“내가 아무리 며칠 전까지 처녀였어도, 5분만에 보내는 건 불가능할걸.”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 * *
“흐아아앙♥! 제송해요! 그마, 그마아아아안! 하으윽!”
츄압쯔압쫘아압.
그녀의 비부에서 애액이 계속해서 방수되었다. 겨울철 동파에 터져나간 수도관처럼, 질질질질.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어 나온다. 그렇게 흐른 애액은 끈적하게 남아 그녀의 허벅지와 엉덩이, 책상에 달라붙었다.
“5분은 버틴다며?”
“흐으윽! 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랏, 허으윽, 으니까!”
퓨수수숙! 또 한 번 조수가 뿜어져 나온다. 이미 몇 번이나 조수를 얻어맞은 정우는 옆으로 피해 있었기에 조수에 얻어 맞지 않았다.
“아아, 또 가버렸네. 이걸로 몇 번이에요? 선생님?”
“흐으읏─ 다, 다섯 번…….”
“아직 5분밖에 안 지났거든요? 아예 지금 성욕을 싹 풀어놓죠?”
정우는 뽕을 뽑겠다는 마인드로 그녀의 음부를 마구잡이로 쑤셨다. 돌기가 나있는 중지와 약지로 내부를 긁어내리고, 그녀의 음핵뿌리를 들어올리면서 엄지로 음핵을 짓누르면, 양쪽에서 자극받은 음핵이 강렬한 쾌락을 내뿜었다.
“아하아앙!”
결국, 그걸로 한 번 더 절정에 오른 주희는 아예 세상이 뒤집히는 걸 느꼈다.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하늘이 노래진다. 머리는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듯 둥둥 뜨기 시작한다.
절정에 오른 환상적인 순간. 그러나 동시에 칼로 자궁을 찌르는 듯한 쾌감에 그녀는 지옥으로 끌려온다. 그 쾌락이 또 다시 그녀를 천국으로 보내버린다.
순식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쾌감을 맛본 그녀는, 지금 자신이 신경물질에서 분비하는 에피네프린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사 신주희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흐억, 헉, 흐악, 핫, 하으윽─”
너무 느낀 나머지, 쾌락마저 둔한 통증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을 무렵. 그녀는 발가락 끝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심지어는 그 진동마저 스타킹에 쏠려 쾌락으로 느껴졌을 정도니, 신체가 얼마나 활발하게 눈 떠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가, 가. 간다. 가아아. 그아아아…….”
절정에 오른 상태에서 쾌락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주입한다. 원래라면 힘든 일이다. 절정에 올라 민감해진 신체는 모든 자극을 정말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의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절정에 오르면 오를수록 감각은 둔해지기 시작한다. 신체는 예민해지지만,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신경 말단이 죽는다.
즉, 연속으로 절정 시키면 시킬수록, 멀티 오르가즘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힘든 일이다. 사람의 성욕은 무한하지 않고, 보통은 약한 절정이라도 한 번 가게 되면 성욕이 팍 식어 쾌락을 느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우는 그 간격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이 있었다. 절정에 오르고 신체가 쾌락에 만족하기 전에, 더 큰 쾌락을 열망하게 만드는 손기술이.
“흐아아아아아앙!”
이젠 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음부가 미친 듯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손가락이 베일 듯 조여오고, 안에 끼워 두었던 손가락 콘돔은 욕심 많은 보지가 꿀꺽 삼켜버렸다.
“앗.”
실리콘을 몸안에 두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 정우는 재빨리 그녀의 음부를 쑤셔 콘돔을 빼내었다. 다행히 멀티 오르가즘을 느끼는 동안에는, 애무를 의도하지 않은 손놀림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쾌락이었다.
“흐아아아아…… ─! ──!!”
움찔움찔거리며 무언가를 내뱉으려는 행동을 하는 그녀의 음부. 그러나 이미 성인 남성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수준의 수분을 배출하고 난 그녀는, 땀으로 배출할 수분마저 부족해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흐억, 흣, 흐아아…….”
“……아, 맞다. 물.”
정우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주희의 머리에 무릎을 받치고 그녀에게 물을 먹였다. 주희는 입가에 물을 줄줄 흘리면서 물을 삼키기 시작했다. 다행히 상의를 벗고 있어서 셔츠나 정장에는 묻지 않았다. 그러나…….
“스타킹은 버려야겠네.”
치마는 내리다가 허벅지에 걸쳐서, 바깥쪽보단 안쪽에 애액이 많이 튀겼다. 거기에 투명한 물이 조금 묻어도 티가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낮은 데니아의 살구색 스타킹은 달랐다.
음부 부분을 힘으로 찢어 만들어낸 구멍에서 질질 흘러내린 애액이 스타킹 틈 사이에 고여 흠뻑 젖어 있었고, 그건 팬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허벅지 아래까지 물들기 시작한 스타킹과는 다르게, 팬티는 티가 안 나니까. 그냥 입으라고 해야지 뭐.
“근데 이거, 어떻게 치우지……?”
정우는 그제야 성인 여성이 자신 앞에 혼절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 물을 먹이고 휴식을 시키면 수업에 늦지 않게 깨어나겠지만, 그때까지 혼자 뒷정리를 할 수 있을까는 걱정이었다.
드르륵!
갑자기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정우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깜짝 놀랬네. 놀래키지 마.”
“……다른 여자랑 하다가 걸린 건 이제 신경도 안 쓰네?”
“알고 있었잖아.”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우림이었다. 우림이에게 보여주는 건 괜찮다. 정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수많은 히로인 중에서도 그녀만이 유일하게 정우를 이해해주는 이해자였으니까.
“……흐음. 맞아. 네 말대로야. 난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지. 네가 그렇듯이.”
터벅터벅, 우림이는 정우의 앞까지 걸어왔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렸다. 시선을 보내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빼앗기게 되는 가슴이었다.
터억. 덕분에 정우는 우림이가 자신을 밀치는 걸 피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정우의 위로 올라탄 우림이는 그대로 정우를 내리 누르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정우야…… 요즘 사알짝. 아주 살짝이지만, 기분이 상하려고 하네?”
바닥에 쓰러진 정우를 내려다보면서, 그녀는 아예 가슴까지 짝 달라붙었다. 가슴이 워낙 커서인지, 정우가 고개를 들어 키스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나는 네꺼고, 너는 내꺼야. 그러니까, 네가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으려 했어. 존중해줬지. 여자를 몇 명이나 거느리든, 엄마를 건드리든 옆집 소꿉친구를 건드리든 학교 선생을 건드리든.”
참으려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선을 넘더라. 아, 정우 네 얘기는 아니야. 네가 그렇게 행동해서 생긴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참을 수 없다.
“그러니까…… 도장 하나만 찍을게.”
“……무슨 도장?”
“네가 내 거라는 도장.”
쪽.
우림이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정도야 뭐, 정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쪼오옥!
그리고 그 다음, 우림이가 그의 목덜미를 강하게 빨았다. 턱선과 목울대 사이에. 쉽게 보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가릴 수는 없는. 절묘한 자리에.
“넌, 내 거야. 정우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임자가 있다는 도장이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