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6화 〉NO.2H 수학여행 (136/218)



〈 136화 〉NO.2H 수학여행

학생주임을 폭행했다. 이는 최소 정학, 사안에 따라 퇴학까지 갈 수 있는 행위였으나 정우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처벌은 학생주임이 받게 되었다. 그는 정우의 머리를 회초리로 후려쳤다는 이유로 공무원직에서 경질당했다. 그는 억울할 것이다. 지금껏 항상 그래왔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저 재수가 없었다. 만일 머리를 때린  정우가 아니라 다른 일반 학생이었더라면, 머리 좀 깨진걸로 경질까지 받지는 않았을테니까.

기껏해야 견책, 잘하면 구두경고로 끝났을 일을 하필이면 정우의 애인인 우림이가 흔히 말하는 금수저, 잘 사는 집안이었고. 그녀의 부모도 안면을 튼 정우를 위해 전화 한 통 오고 갔을 뿐이다.

“정우야…… 너 대체  한거니?”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럼 왜…… 아니, 됐다. 미안하다. 신경 쓰게 해서.”

학생주임에게 변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정우가 받을 처벌을 최대한 낮출 수 있을지. 머리에  날 정도로 쩔쩔매던 어제의 자신이 멍청해 보였다.

“만일 몸이 안 좋으면 곧바로 말해라.  즉시 조퇴시켜 줄 테니까.”

“와아, 감사합니다.”

띠리디리링.
정우는 머리가 깨졌다!
자유 조퇴 이용권을 획득했다.

그런 알람이 떠오른  같았다.

주희와 상담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정우는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을 느끼곤 조용히 조소를 지었다.

그 사건 이후, 사람들이 정우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잘생긴 4차원 또라이 정도였다면, 요즘엔 몸을 막 굴리는 양아치로.

‘고작 키스 마크 하난데.’

정우 말고도,  학교엔 커플이 많다. 그들도 같이 집에 돌아가 남들에게 보여줄  없는 변태적인 행위를 수없이 행했을 텐데, 고작 키스 마크 하나로 이렇게 대우가 바뀐다는 게 정우는 믿기지 않았다.

‘짜증나네.’

아무리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속해서 저런 시선을 보내면 기분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방이 조금 더러운 건 신경 쓰지 않지만, 벌레가 기어 다니는 걸 보면 인상을 찌푸리는 것처럼.

‘어쩔 수 없지.’

이런 시선을 받게  이유는 그가 인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 위에 서려는 경향이 있어서, 명확히 자신 위에 서있는 존재가 자신 아래로 떨어지는 걸 추구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다만  인기를 얻은 이유가 새로운 히로인. 주희 쌤을 공략하기 위해서였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를 얻기 위해 소를 희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웅성웅성.

그저  시선을 반년이나 더 받아야 한다는 게 짜증 날 뿐이다.

드르륵─.
터벅터벅.

“야, 비켜.”

“어? 으, 응.”

짝궁을 저 멀리 치워버리고, 정우의 옆자리에 마리가 다가온다. 그녀의 사나운 인상에 짝궁은 반론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비켰다.

반에 찾아온 불청객이었으나,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에 억눌려 그 누구도 외부인을 배척하지 못했다. 영지가 침략당해 분노해야 할 영지민들은, 침략자가 절대적인 포식자라는 사실에 그저 눈 내리깔고 조용히 태풍이 지나가길 기도했다.

“맞았다며? 어디 봐봐.”

“네가 의사도 아니고, 보면 알아?”

“에이 씨! 말대답 하지 말고. 빨리 까봐.”

마리는 정우의 머리를 붙잡고 머리카락을 치웠다. 그리고 붙어있는 반창고를   상처를 확인한다. 상처는 이미 대부분 아문지 오래였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이거 가지고 호들갑이었어?”

“내가 언제?”

“조퇴했다며. 난 또 어디 부러진 줄 알았네.”

그녀는 투덜거리며 다시 반창고를 붙였다. 흉터나 생기지 말라고 붙여주는 그녀의 다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완전 고양이라니까.’

평소엔 자기가 짱이고 주인인줄 알면서, 무슨 사고만 치면 허겁지겁 달려와 걱정해주는 모습이 완전히 고양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녀는 인정하진 않겠지만.

“걱정해주러 온 거야?”

“미쳤냐? 내가 네 걱정해서  해?”

가끔 이렇게 험한 말을 하는 걸 듣다 보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게 맞는가 싶기는 하지만.

“그냥…… 그냥 은혜가 걱정하더라. 대신 전해주러 왔다.”

“은혜는 왜 안 오고?”

“상처 입은 너를 보면 자기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할 거라나? 몸뚱아리만 작은  아니라 생각도 완전 애야. 애.”

‘아니야…… 그거 생각만 그런 거 아니야…….’

정우는 내심 은혜가 직접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은혜는 특출난 거 하나 없는 평범함을 추구하는 히로인이었지만, 평범이란 즉 대중을 포함하며.

그녀는 뭐든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모르니까, 뭐든지 할 줄 알지.’

음반을 백만장 넘게 판매한 천재 뮤지션도, 집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자식이다.
수십 명을 간살한 연쇄살인마도,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주민이다.
평범이란 뭐든지   있는 특별함이요, 특별함이 추구하는 유일성이다.

“아무튼, 별일 없으면 난 간다.”

“고마워.”

“뭐래.”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태도였으나, 정작 그녀는 정우의 인사를 듣고 얼굴을 붉혔다.

‘쟤만 오면 장르가 바뀌네.’

방금전까지 정우를 노려보던 시선도 이제는 많이 줄었다. 이전까지는 정우를 욕하고 노려보는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일이라면, 이젠 정우의 애인으로 보이는 마리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리스크가 생겼으니까.

그리고 단순한 무력이라면 피라미드 서열의 최상층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마리를 적대하면서 까지, 정우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했는데도 여전히 정우를 싫어하고 멸시하는 시선이 있었다.

‘끈질겨, 정말.’

하지만 이정도는 정말 눈감고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정우는 시선을 무시하며 책상에 엎드렸다.

* * *

중간고사가 끝나고, 체육대회도 끝났다. 일정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원래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고등학생 최고의 이벤트.

수학여행이다.

“올해 수학여행 목적지는 섬이다.”

여름이다. 여행이다. 그렇다면 목적지는 당연히 정해져 있다. 바다다. 고등학생 최대의 이벤트. 그게 섬이라면 목적지는 당연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딘지 알겠지?”

“선생님, 설마…….”

“그래. 제주도다.”

“와아아아!”

해외여행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나름 해외라고  수 있을 제주도가 이번 여행지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이동 수단은 비행기가 아니라 배가 되었다.

“거기에.”

담임이 주목을 모은다. 이 이상 흥분할 요소가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주희의 입에 시선을 모았다.


“이번 여행은 자유 여행이다.”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란 소음이 학교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래, 학교 전체를. 보아하니 다른 반들도 이번 여행지가 어딘지, 어떤 여행을 하는지 전달받은 모양이었다.


“최소 3명, 최대 5명까지. 조를 짜서 계획표를 만들어라. 여행 중에는 항상 같이 다녀야 하고, 방도 되도록 같이 쓰게 할 생각이니 잘 생각해서 짜고.”


‘어……?’

자유여행이라는 소리에 들떠 있던 정우는, 큰 문제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친구 없는데.’


그렇다. 그는 친구가 없다. 여자아이들은 히로인이 아니면 관심조차 주지 않고, 남자애들은 정신연령과 가치관이 달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정우 입장에서 남고생들과 친해지는 건, 20대 후반의 아저씨가 여고생이랑 친해지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으니까.


‘좆 된 거 같은데…….’


친구가 없으니 조를 꾸리지도 못한다. 정우는 스리슬쩍 일어나 교무실로 향하던 주희의 뒤를 따라갔다.


“응? 정우야, 무슨 일 있니?”

“저기, 그러니까…… 조, 꼭 짜야해요?”


“당연하지.  그런…… 설마 친구 없니?”

“……아니, 없는 건 아닌데.”

“……너도 못 하는 게 있구나.”


요리도 잘해, 공부도 잘해, 운동도 잘해. 뭐든 잘한다고 생각했던 정우는 친구를 사귀는 재주만은 없었다. 그에게서 의외의 인간성을 찾아낸 주희는 어쩔 수 없다는  말했다.

“정 없으면 나중에 남는 조에 끼워 줄 테니까.”


이건 주희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정우를 특별대우 한다고 하더라도, 혼자 조를 짜게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짓을 했다간 선생의 통제를 듣는 학생이 사라지게  것이다.

자고로 규칙이라는 건 예외가 없어야 되는 법이니까.


“네…… 저도, 뭐. 힘내 볼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우는 결국 당일까지 조를 구하지 못했다. 차라리 그렇게 조를 구하지 못한 아이들끼리 모인 방에 들어갔으면 나았을 텐데.

정우는 방이 남는다는 이유로 서로 친한 남학생 3인조에 끼어 4인조가 되었다.


‘시발…….’

솔직히, 너무나도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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